How a cult can save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64
164화
대륙 내에서도 압도적인 규모와 힘을 지닌 헤르페온 제국. 그곳의 황궁은 원작에서 보았던 것보다 더욱 거대하고 어마어마했다.
‘여기가 황궁…….’
나는 창밖으로 보이는 황궁의 입구만으로도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보게 된 황궁은 웅장하게 느껴질 정도였으며, 원작과 달리 압도적이었다.
‘우세법 자체가 일러스트에만 몰빵한 망겜이었으니 거기서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이긴 했지.’
아무튼, 황궁은 그 입구의 크기만으로도 규모가 상당했고, 양옆으로 쭉 이어진 높다란 성벽도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입구를 지키고 있는 경비병들은 대놓고 황제가 내린 마차를 타고 있음에도 시종장 벨로스를 통해 우리의 신분을 확인한 후에야 문을 열어주었다. 그만큼 경비를 철저히 한다는 것일까, 아니면 그들도 스펜트 남작처럼 카이로스교에 대한 반발심리가 있었던 것일까. 자세한 것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잠시 멈췄던 마차가 다시 움직이고, 서서히 황궁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어쩐지 긴장이 되네요. 황궁 방문은 처음이라…….”
“나도 긴장된다.”
자인과 트로이도 나 못지않게 떨리는 눈으로 창밖을 보았다. 나는 녀석들이 꽤 귀여워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황궁에서 떼지 못했다.
커다란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오니, 높다란 나무가 잔뜩 자라있는 길이 가장 먼저 보였다.
그리고 그 길을 지나자, 마치 숲에서 빠져나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어지는 풍경은 아름다운 꽃들이 가득 피어있는 정원이었다.
매일같이 정원사들이 관리할 게 분명할 정도로 어여쁜 꽃밭과 그 중앙에 있는 거대한 분수는 공원을 통째로 옮겨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게다가 정원 자체도 어찌나 큰지, 빙글빙글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쭉 직진했을 뿐인데도 가로지르는 데 몇 분이나 걸렸다.
중간중간 보이는 각종 조각상으로 인해 놀라기도 하고 감탄도 하고 있을 때, 그제야 황궁의 모습이 제대로 두 눈에 들어왔다.
장애물 없이 두 눈으로 보게 된 황궁은 그야말로 대단한 규모였다. 건물의 개수는 족히 열 개가 넘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도 몇 개가 더 있는 듯했다.
그 외형도 다양했으며, 대체적으로 크기가 다 컸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고 아름다운 궁이 하나 있었다.
‘저기가 바로…….’
그리고 이 중에서도 가장 안쪽에 있으며, 한쪽 면이 금으로 칠해진 으리으리한 건물.
‘황제가 기거하는 태양궁.’
우리가 탄 마차는 바로 그 태양궁 앞에서 멈춰 섰다.
“내리시면 됩니다.”
마차의 문이 열리고, 우리는 벨로스의 말에 따라 내렸다. 그리고 우리는 하나같이 태양궁의 장대한 크기를 보며 놀랐다.
‘우리 홀든 저택도 상당히 크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여기와는 비교도 안 되는군.’
“저를 따라오시죠. 여기서는 함부로 움직이시면 곤란한 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을 때, 벨로스가 짧은 경고와 함께 우릴 안으로 안내했다. 그래서 나는 일행과 함께 그를 따라 이동했다.
태양궁은 황제가 기거하고, 근무하는 장소답게 경비가 삼엄했다. 그래도 벨로스와 함께 방문한 덕분에 절차가 그나마 간소해졌다.
간단하게 신분을 확인한 후, 벨로스가 우릴 몹시 미안하다는 눈으로 쳐다봤다.
“왜 그러십니까?”
“저…… 교주님. 죄송하지만, 폐하께서 기거하시는 태양궁은 입장하기 전 정화 의식을 해야 합니다.”
아, 맞아. 이게 있었지. 원작에서도 종종 보긴 했지만 내가 실제로 겪게 될 줄이야.
“디에고교의 성수로 몸을 씻어야 하는데, 간단하게 몇 방울 정도 뿌리는 의식입니다. 삿된 기운을 쫓아야 한다는 의미로, 오래전부터 이어지고 있던 전통이나 다름없어서…… 양해 부탁드립니다.”
벨로스의 말에 자인과 트로이의 미간이 좁혀졌다. 나도, 자인도 그 사실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다. 정보에 빠삭한 자인이 모르고 있었다는 건 말이 안 되기도 하고, 지금 녀석의 아차 싶은 표정을 보니 분명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나 또한 원작에서 보았으니 알고 있었고.
그리고 그 망할 전통에 대해 몰랐던 트로이는 코웃음을 쳤다.
“헤르페온 제국의 국교가 디에고교도 아닌데,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하다니.”
비록 국교는 아니지만 제국민 대다수가 디에고교를 믿는 제국의 황궁에서 명백한 도발 행위나 다름없는 말이었지만, 다행히 듣는 귀가 많지 않았다. 게다가 조금 속이 시원하기도 했고.
시종장 벨로스도 그저 곤란하다는 표정이었다. 그래도 이걸 해야만 입장할 수 있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따랐다.
톡, 톡-
벨로스의 손짓에 맞춰 얼굴에 떨어지는 성수를 맞았다. 그로 인해 나와 자인, 트로이. 우리 세 사람의 표정은 썩어들어가고 말았다.
‘말이 성수지, 그냥 물이고만.’
애초에 디에고교 놈들에게 성수 같은 건 없었다. 이건 그저, 디에고교 놈들이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기 위한 장치일 뿐.
정화 의식이 끝나고, 우리는 그제야 벨로스를 따라 태양궁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거대한 문이 열리고, 넓은 홀이 드러났다.
바닥과 벽, 심지어 천장까지 번쩍번쩍했다. 곳곳에 있는 고가의 장식품들도 마찬가지였고, 대형 천장화까지 보니 정말 황궁에 방문했다는 실감이 났다.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자 벨로스가 우릴 어느 방으로 안내했다.
“여기서 잠시 기다리고 계십시오.”
“아, 네. 고마워요.”
벨로스에게 인사한 후 안으로 들어가니, 고풍스러운 응접실이 우릴 반겼다. 입구에서와 마찬가지로 장인들의 손길이 담긴 장신구가 곳곳에 놓여 있었고, 널따란 소파 또한 상당히 값비싸 보였다.
앉자마자 몸이 편안해지면서 촉감도 보드라운 게, 신전에 갖고 가고 싶을 정도였다.
“와, 여기 있는 거 중에 하나만 팔아도…….”
그리고 자인은 눈이 반쯤 돌아가 있었다. 나는 곧장 녀석에게 명령했다.
“자인, 정신 차려. 여기서 뭐 하나 건드리는 순간, 인생 끝장이다.”
“예, 예. 알고 있어요. 아무리 그래도 제가 설마 황궁 물건을 건드리겠어요? 그렇게까지 멍청하지는 않다고요. 트로이라면 모를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녀석의 시선은 각종 장식품들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나는 트로이에게 녀석을 잘 감시해달라고 부탁해야 했다. 트로이는 흔쾌히 그 부탁을 수락했다.
그 후로 시종들이 찾아와 우리에게 차와 과일, 쿠키류를 갖다주었다. 덕분에 기다리는 시간이 그리 지루하지는 않았다.
약 삼십 분 정도를 대기하고 있었을 즈음.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벨로스가 돌아왔다.
“폐하께서 세 분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
벨로스와 함께 응접실을 나선 우리는 별다른 특색이 없는 복도를 걷고 또 걸었다. 넓디넓은 태양궁답게 황제를 만나러 가는 길이 상당히 복잡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황금색 바탕에 붉은 포인트가 곳곳에 있는 거대한 문 앞에 당도했다.
문 앞을 지키던 경비병들이 벨로스와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이윽고 문이 열렸다.
양쪽으로 문이 열리고, 가장 먼저 보인 것은 길게 뻗은 융단이었다. 푸른색의 융단이 20미터가량 깔려 있었고, 그 끝에는 푸른색 반투명한 천에 가려져 있는 공간이 보였다.
‘저기에 황제가 있군.’
우리는 벨로스의 손짓에 따라 알현실 안으로 들어섰다. 융단을 밟고 황제에게 다가가는 동안, 나는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오직 정면을 응시하며 황제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황제와의 거리가 약 5미터쯤으로 꽤 가까워졌을 즈음. 그녀를 호위하고 있던 양옆의 기사들이 우릴 막아섰다.
‘여기인가 보군.’
나는 곧바로 벨로스에게 전해 들은 대로 황실의 예법을 갖춰 그녀에게 인사했다.
“제국의 태양을 뵙습니다. 저는 카이로스교 교주, 레비아탄이라고 합니다. 이 두 사람은 제 믿음직한 수하인 자인과 트로이입니다.”
그러자 옥좌를 가리고 있던 푸른 천이 걷혔다. 이윽고 드러난 옥좌에 앉아있는 이는 카리스마가 상당한 여인이었다.
오렌지빛의 긴 머리카락과 보랏빛 눈동자를 가진 그녀는 40대였지만 30대 초반으로 보일 정도였다.
어머니와 전우이자, 어릴 적부터 친구이며, 말로네 병에 걸렸던 레벨로프 홀든을 위해 마법사와 연금술사까지 파견해주었던 사람.
‘그리고…… 압도적인 위압감을 지닌 황제.’
칼리오나 트레인 헤르페온.
옥좌에 앉아 그저 내려다보고 있는 것뿐인데도, 그녀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기백에 나도 모르게 긴장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자인과 트로이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양옆에서 긴장으로 인해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으니까.
“그래. 반갑구나. 먼 길 오느라 고생했겠어.”
마침내 황제의 입이 열리고, 처음으로 들은 문장은 꽤 다정한 것이었다. 아무래도 홀든령의 구세주라는 위치가 황제의 호감을 사기라도 한 것일까.
“아닙니다, 폐하. 영광스러운 자리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그 정도 고생은 고생도 아닙니다.”
나는 영업용 미소와 함께 말했다. 그러자 황제의 입매도 그린 듯이 올라갔다. 이어 그녀가 내게 손짓했다.
“그러고 보니 선대 홀든 가주께서 내게 무언가를 전해달라고 하지 않았든?”
할머니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내가 도착하기 전 이미 연락을 주고받았던 모양이다. 하긴, 내가 대뜸 할머니의 편지를 내미는 것도 모양이 그리 좋지 않았으니까.
“네. 맞습니다.”
나는 곧바로 할머니의 편지를 꺼내었다. 그리고 근처에 있던 기사에게 전달하자 그가 황제에게로 편지를 넘겼다.
이윽고 황제는 편지 봉투를 보고 한 번 미소 지었으며, 내용물을 보고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녀가 할머니의 편지를 다 읽어내릴 동안 우리는 잠자코 기다렸다. 50분 같았던 5분이 흐른 후, 황제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띠며 우릴 보았다.
“이야기는 모두 들었다. 홀든 가문 전체가 카이로스교의 신도가 되었다지? 참으로 신기하면서도 대단하구나.”
“과찬이십니다.”
“겸손하기까지 하다니. 더욱 마음에 든다.”
할머니의 편지는 황제가 우리에게 상당한 호감을 갖게 해준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홀든령에서 있었던 마신의 침공도 그대들이 없었다면, 막아내지 못했을 것이라던데. 선대 홀든 가주께서는 누구보다 냉철한 분이시니 그 말은 사실일 터.”
일순, 황제의 눈이 빛났다.
“그러니 그대들은 상당한 힘을 지니고 있는 게 분명하군.”
“하하, 그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너무 겸손할 필요도 없네. 나는 그저…… 자네들에게서 상당한 ‘가능성’을 보았으니 말이야.”
황제의 입매가 옅게 올라갔다. 그리고 나는 그녀가 말한 가능성이 어떤 의미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황제가 원하는 것.’
그것은, 그녀 주변을 잠식하고 있는 썩어빠진 존재들을 퇴치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황제가 우리에게서 가능성을 보았다는 것은, 언젠가 우리에게 도움을 청할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그때가 온다면…… 많은 것이 바뀌겠지.’
당장은 아니지만, 훗날 그렇게 될 것이다.
“본 행사는 내일모레 열리니, 그동안은 편히 쉬도록 하게.”
황제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더 나눈 후, 얼마 안 가 알현 시간이 끝났다.
‘그래도 이 정도면 본 행사 때 무시당하지는 않겠군.’
그리고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어쩌면 평화롭게 행사가 끝날지도 모른다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