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cult can save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82
182화
나는 로브를 걸치고 후드까지 뒤집어쓴 후 테르디안과 아이반과 함께 신전에서 벗어났다. 테르디안도 나처럼 얼굴을 드러낼 생각이 없었는지 후드를 걸쳤다.
후드를 뒤집어쓴 남자 둘이 아이 한 명과 걷는 모습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기 충분했지만, 우리가 신전에서 나오는 것을 본 이들은 금세 고개를 돌렸다.
현재 로벨의 치안은 홀든 영지에서 가장 좋았으니까. 홀든 영지의 중심부인 엘륀보다도 로벨이 더 안전했고, 생활 수준도 이전의 빈민가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올라간 상태였다.
더군다나 다른 곳도 아니고 카이로스의 신전이 아닌가.
홀든에서 영지민들이 영주성보다 믿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인 것이 카이로스의 신전이었다.
그렇기에 사람들도 충분히 수상한 우리들의 모습을 그냥 넘길 수 있는 것이다.
‘안전 불감증이라기보다는, 그만큼 살기 좋아졌다는 뜻이지.’
아무튼, 내가 두 사람을 데리고 향하는 곳은 로벨 내에서 신전과 거리가 가깝고, 주거 단지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내 명의의 집이었다.
반년 전, 홀든 영지를 덮쳤던 마신의 공격 이후. 나는 신전 이외에도 나와 간부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토지를 매입하고, 빠르게 그곳에 집을 지었다. 물론, 단독 주택은 아니다.
‘이 세계에는 없는 빌라 개념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3층가량의 높이에 적당한 크기의 방이 있는 공간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간부들이 들어와 있는 것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비상시를 위한 대책 중 하나일 뿐이라 현재는 텅 비어있는 상태였고.
여하튼 대부분 방의 크기는 비슷했지만, 1층만은 다르게 만들어놨다. 한 가족이 지내도 좋을 정도로 크기도 크고, 방도 두 개나 딸려 있게 말이다. 지금 같은 상황을 예견한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편히 쉬려고 만든 공간이기는 한데.’
상황이 이러니 어쩔 수 없었다.
나는 건물 1층 안쪽에 있는 문을 열었다. 그리고 테르디안과 아이반을 향해 말했다.
“여기서 지내십시오.”
어차피 나는 여차하면 다른 방에서 지내도 되었지만, 테르디안과 아이반은 가족이니 이 두 사람이 여기서 지내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리 생각하며 두 사람에게 거주 공간을 보여주자, 아이반의 두 눈이 반짝거렸다.
“우와……!”
아이반은 입가에 미소를 띤 채 집안 곳곳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건물 전체에는 내가 생필품들을 미리 챙겨두었고, 수도나 마법 램프 같은 것들도 있었다. 즉, 몸만 들어가면 되는 공간이란 뜻이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두 사람이 살기에는 괜찮을 겁니다.”
“……고맙다, 레비아탄.”
테르디안도 내부를 보고 살짝 놀란 눈으로 내게 감사를 표했다. 이어 빠르게 집안을 둘러본 아이반이 내게 호다닥 달려오더니 배꼽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형제님들. 이제 두 분도 저희 카이로스교의 가족이 되셨으니, 편히 지내십시오.”
나는 영업용 미소를 띠며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그러자 아이반이 무언가 할 말이 있다는 듯이 손을 꼼지락거렸다.
“저, 교주님.”
“네, 형제님.”
“혹시 저…… 심심할 때마다 신전에 놀러 가도 되나요?”
“그럼요.”
“매일 놀러 가도 돼요?”
아이반이 두 눈을 빛냈다. 나는 미소와 함께 재차 답해주었다.
“물론입니다. 언제든 편히 놀러 오세요.”
***
테르디안과 아이반에게 집 안내를 마친 레벨로프는 천천히 신전으로 돌아왔다. 오늘 할 일도 얼추 다 마친 상태이니, 느긋하게 산책을 하면서.
‘갑자기 테르디안이 찾아올 줄은 전혀 예상도 못 했는데.’
심지어 디에고와의 연결 고리도 끊어졌으며, 이제 카이로스교에 귀의하기까지 했다. 막연히 머나먼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일이 이렇게 되니 기분이 꽤 좋았다.
그리 생각하며 레벨로프는 신전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간부들과 인사를 나누고 교주실에 들어왔을 때.
“뭐하냐, 혼자.”
레벨로프는 교주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자인과 마주쳤다. 자인은 언제부터 기다렸던 것인지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레벨로프는 그 모습을 보며 걸치고 있던 로브를 벗고,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오셨어요, 주인님?”
“그래. 그런데 혼자 여기서 뭐 하냐고. 나 기다렸냐?”
레벨로프는 곧바로 상석에 털썩 앉았다. 그러자 자인이 평소와 달리 장난기 하나 없는 진지한 눈으로 말했다.
“질문이 있어서요.”
“뭔데.”
레벨로프는 아직 자인으로부터 이야기를 듣지 못했지만, 그가 무슨 말을 할지는 예상하였다. 이미 그 녀석의 이야기가 간부들 사이에 퍼졌을 테니 말이다.
“대체 왜 그놈이 여기에 있는 겁니까?”
역시나. 자인은 레벨로프의 예상을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 질문을 했다.
레벨로프는 저를 위해 마련되어 있던 시원한 차를 꿀꺽꿀꺽 삼켰다. 그러고 나서 느긋하게 입을 뗐다.
“카이로스교에 귀의했다.”
“예? 하지만 그놈은 디에고교의……!”
레벨로프의 단조로운 말에 자인이 발끈했다. 그러나 자인이 무어라 말을 더 잇기도 전, 레벨로프의 매서운 눈빛이 그를 향했다.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전부 들으라는 듯이.
평소에는 물렁물렁해 보이던 사람이 때론 이렇게 매섭게 돌변하곤 했다. 그렇기에 자인은 제 주인에게만큼은 함부로 할 수가 없었다.
“그래. 그놈은 디에고교의 사도였지. 하지만 이제 더는 저 녀석에게서 악신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아. 이건 카이로스님 또한 입증해주신 사실이니 의심할 필요 없다.”
“그게…… 말이 되는 일입니까? 디에고교에서 저렇게 자유롭게 풀어준다니.”
“그 부분은 나도 의문스럽기는 해. 디에고는 그럴 놈이 아니니까.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당장 생각해봐도 마땅한 답이 내려지지 않아. 그러니, 지금은 현재만 생각할 수밖에.”
레벨로프의 대답에 자인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그러다 이내, 자인이 짓씹듯이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간 놈이 저질렀을 악행들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 자인. 물론, 네 말도 맞지. 그러나 테르디안은…… 디에고에 의해 ‘세뇌’를 당한 상태였다.”
레벨로프는 테르디안에 대한 설명을 간략하게 이어갔다. 테르디안을 변호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적어도 오해는 바로잡기 위해서였다.
하여 레벨로프는 자세한 설명보다는 테르디안이 겪었던 상황을 짧고, 핵심만 이야기해주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난 자인의 두 눈동자가 흔들렸다.
“뭐, 당장 그 녀석과 친하게 지내라고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니다. 그저, 너무 미워하지는 말라는 뜻이지. 과정이야 어찌 됐든 이제는 한 식구니 말이야.”
레벨로프는 그리 이야기하고는 남은 찻물을 들이켰다. 이어 그는 혼란스러워하는 자인을 향해 축객령을 내렸다.
“그럼 이만 가봐라.”
“아, 네.”
자인은 레벨로프에게 인사 후 교주실에서 벗어났다. 그는 발걸음을 옮기기 전,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이내 자인의 눈빛이 결연해졌다.
‘그래, 이 모든 건…… 디에고의 잘못이겠지.’
***
달그락, 달그락.
식기 소리와 음식을 씹는 소리만이 교주실에 울려 퍼졌다. 나는 식사를 하면서 체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요 며칠, 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어쩌다 이런 구성으로 식사를 하게 된 것일까. 처음부터 내가 잘못한 건가.
나는 자기반성을 하며 식탁에 오순도순 둘러앉아 있는 이들을 보았다. 나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테르디안, 그 옆에 아이반, 그리고 아이반 맞은편에 앉은 자인까지.
‘이게 대체 무슨 조합이냐.’
그러니까 일의 시작은 며칠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언제부터인지 알피어스와 친해진 아이반이 매일같이 신전에 놀러 왔다. 그리고 매일같이 나를 보고 싶어 했기에 종종 함께 다과를 하며 시간을 보내주었다.
그러다 마침 식사 시간이 되었기에 나는 아이반과 같이 식사를 했다.
그리고 아이반을 찾아온 테르디안이 자연스럽게 합석했다. 아이반이 신전의 요리를 꽤 좋아하였기에, 나는 두 사람 다 이제 신전의 식구이니 편히 와서 식사하고 가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어째서인지 나도 그들과 함께 밥을 먹게 되고야 말았다. 그것도 교주실에서 식탁을 세팅까지 하고 말이다.
그러다 자인까지 그 소식을 들었는지, 어느 순간 자리에 끼어있었다.
물론, 식사 자리에서 자인은 별로 말이 없었다. 테르디안도 아이반에게 반찬을 나눠줄 때 외에는 조용했다.
즉, 이 더럽게 조용한 식사 자리에서 그나마 말을 하는 이는 나와 아이반뿐이라는 뜻이다.
“맛있어요, 형제님?”
나는 이 어색하다 못해 숨이 막혀 죽을 것만 같은 공기를 깨뜨려보고자 일부러 아이반에게 물었다. 그러자 아이반이 천사 같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교주님! 너무 맛있어요!”
“다행이네요.”
나는 귀엽게 웃는 아이반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대략 며칠 전, 아이반은 이미 카이로스교의 신도가 되었다. 아무래도 알피어스와 친해진 영향 덕분인 듯했다.
‘비록 테르디안은 아직 귀의만 했을 뿐, 신도가 되었다는 메시지는 뜨지 않았지만.’
저놈은 무슨 생각을 하고, 평소에 뭘 하고 지내는지 여전히 알 수가 없었다. 매일같이 아이반을 데리러 오는 것 외에는 바쁘게 지내는 것 같기는 한데.
“꼭꼭 씹어먹어요.”
나는 귀여운 아이반에게 다시금 이야기했다. 아이반은 고개를 대차게 끄덕이고는 음식을 열심히 씹어먹었다.
‘아, 정말이지. 귀엽네.’
알피어스나 체스터, 사샤 외에도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또 있을 줄이야.
흐뭇하게 아이반을 바라보다 보니 어느덧 식사 시간이 끝났다.
“그럼 오늘도 감사했습니다.”
아이반은 언제나 그랬듯이 내게 배꼽 인사를 했다. 그리고 테르디안은 아이반의 손을 잡은 채 가볍게 눈인사만을 하고 교주실을 나섰다.
두 사람이 떠난 후. 자인은 여전히 교주실에 남아있었다. 녀석을 보던 나는 시원한 과일 차를 우려 건네주었다. 그리고 자리에 앉으며 자인을 불렀다.
“자인, 그래서 넌 대체 왜 이러는 거냐.”
별말도 없이 식사 자리에 왜 끼었냐는 뜻이었다. 그러자 자인이 차를 호로록, 들이키고는 이내 말했다.
“주인님이 말씀하신 거 말입니다.”
내가 말했던 거라면, 테르디안에 관해 이야기했던 걸 뜻하는 듯했다.
“머리로는 이해를 했지만, 마음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돼서요. 그래서 억지로나마 납득이라도 해보려고 식사 자리에 참여한 겁니다.”
자인은 식사 자리에서 그간 테르디안을 관찰하는 듯했으니. 얼추 이유를 눈치채고는 있었지만.
“그래서 효과는 있었고?”
나는 자인에게 되물었다. 그러자 자인이 진지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조금이지만요.”
“오, 그래?”
“저 녀석과 아이반을 보니, 제가 디에고교에 가족을 빼앗겼던 것과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는 게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약간의 희망까지 생겼어요.”
자인이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사도’였던 자도 이렇게 자유를 되찾았는데…… 저희 누나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요?”
자인은 그리 말하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어 녀석은 내게 살짝 고개만 숙여 보인 후 교주실을 떠났다.
나는 녀석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그래, 너도…… 되찾게 해줄게.’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