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cult can save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84
184화
테르디안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어찌 되었건 중요한 사실은 이 녀석이 이제 완벽히 카이로스교의 신도가 되었다는 것이다.
‘마침내…….’
나는 놀란 눈으로 테르디안을 바라보다가 이내 빠르게 녀석에게 다가갔다.
“형제님, 괜찮으십니까?”
그리고 곧바로 테르디안을 부축했다. 잠깐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을 겪은 것인지, 녀석의 몸은 상태가 좋지 않았다.
“큭-”
“일단 여기 누우시죠.”
“아니, 괜찮-”
“누우라니까요.”
나는 내 손길을 거절하는 테르디안을 강압적으로 바닥에 눕혔다. 이미 힘이 빠질 대로 빠진 녀석은 곧바로 바닥에 쓰러지듯 누웠다.
“제가 치료해드리겠습니다.”
나는 곧장 테르디안의 복부쯤에 손을 얹고는 치유 스킬을 사용했다. 그러자 환한 빛이 피어나더니 테르디안을 감쌌다.
“이건……!”
내가 이 녀석 앞에서 직접 치유 스킬을 사용한 적은 없었기에, 상당히 놀란 모양이었다. 테르디안이 평소보다 크게 눈을 뜨고는 나를 보았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여유롭게 치유를 마쳤다. 빛이 완전히 사그라들었을 땐, 테르디안의 전신에 있던 자잘한 상처도, 심해 보였던 복부의 상처도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너는…… 치유의 힘도 사용할 수 있었던 건가?”
“네. 많이 놀라신 모양이군요.”
“……내가 알지 못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너는 매번 나를 놀라게 하는군.”
“이래 봬도 나름 미와 생명의 신을 모시는 교주니까요.”
테르디안은 작게 감탄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녀석은 제 몸을 살펴보더니, 가볍게 몸을 움직였다.
“불편한 곳은 없으시죠?”
“그래. 고맙다.”
옅은 미소와 함께 내게 감사를 표한 테르디안은 곧바로 기도실을 나가려는 듯 보였다. 하지만 나는 녀석의 어깨를 붙잡았다.
“형제님. 갈 때 가시더라도, 이야기는 들려주시죠.”
“이야기라면 무슨…….”
“……이거 아실 만한 분이 왜 이러시는 겁니까? 당연히 형제님께 일어났던 일 말입니다. 아무도 없던 기도실에서 형제님이 왜 피 칠갑이 되어 있던 것인지.”
나는 진지한 눈으로 테르디안에게 물었다. 결과는 알지만, 녀석이 대체 무슨 일을 겪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테르디안이 제 어깨에 올라가 있던 내 손을 내리며 미간을 좁혔다.
“……뭐, 너도 얼추 눈치는 챘을 것 같지만.”
나는 조용히 녀석의 이야기를 들었다. 테르디안은 간략하게 상황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나를 찾아와 카이로스교에 귀의하겠다고 이야기했던 날 밤. 카이로스의 음성을 들었다는 것부터, 카이로스가 힘을 주는 대신 ‘시련’을 내렸다는 것과 내가 발견하기 직전에 시련을 끝마쳤다는 것까지.
“그래서…… 시련을 통과한 겁니까?”
결과를 잘 알고 있었지만 테르디안의 입에서 나오는 답을 듣고 싶었기에 물었다. 그러자 테르디안이 잔잔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당연히. 그러니 이제부터 나는 카이로스교의 성기사다.”
녀석의 답에 나도 모르게 입매를 끌어올리고 말았다. 길고 길었던 시간이 지나고, 이제야 테르디안이 원래 있어야 했던 자리에 돌아왔다.
“잘됐군요.”
“고맙다, 교주.”
“……그래도 이제 형제님께서 성기사가 되셨으면, 저를 좀 존중해주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놈은 어째서 트로이처럼 계속 반말을 이어가는 걸까.
“당장은 좀 힘들다.”
심지어 당당히 이야기까지 하는 걸 보니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제야 겨우 제자리를 찾은 놈이니, 원작과 같은 성격으로 변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한 건가.
‘어쩌면 아예 변하지 않을 수도 있겠어.’
그리 생각하는 사이, 테르디안은 내 옆을 스쳐 지나갔다.
“앞으로는 자주 찾아오겠다.”
한마디만을 남기고.
“에휴.”
나는 멀어지는 테르디안의 뒷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녀석이 완전한 카이로스교의 신도가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그럼 나도 돌아가야지.”
나는 빠르게 기도실을 벗어났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시스템 메시지가 말하고자 한 뜻의 확인을 마쳤으니, 이제는 일을 할 생각이었다.
‘그전에 카이로스에게도 물어보고 싶었지만.’
카이로스는 현재 묵묵부답이었다. 어디 다른 신전에서 놀고라도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리 생각하며 나는 홀로 교주실로 돌아왔다. 아직 이른 새벽이나 다름없었지만, 어느덧 해가 떠오르고 있어 내부가 제법 밝았다.
“아이야. 일찍 일어났구나.”
그렇게 교주실 문을 열자마자 익숙한 음성이 들려왔다. 교주실의 책상 위. 그곳에 강아지 모습의 카이로스가 앉아있었다.
“카이로스님. 언제부터 여기 계셨던 거예요?”
“으음. 글쎄.”
“한참 불러도 말씀이 없으시기에 다른 신전에라도 놀러 가신 줄 알았어요.”
나는 그리 대답하며 카이로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오늘따라 카이로스의 표정이 유독 진지해 보였다. 그래도 강아지 모습이라 여전히 귀엽기는 했지만.
“카이로스님.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나는 카이로스를 향해 진지한 눈으로 말했다. 그러자 카이로스의 입이 열렸다.
“그래. 기도실에 있던 그 아이 때문이겠지.”
“……알고 계셨군요.”
“그야 물론이지.”
카이로스가 서서히 하늘로 부유했다. 그는 나와 시선을 맞추었다. 나는 곧바로 그에게 궁금한 부분에 대해 물었다.
“어째서 테르디안에게, ‘시련’이란 것을 내리신 겁니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테르디안은 디에고교의 사도였다. 나는 테르디안이 원작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카이로스는 그 사실을 모를 것이다. 하여 대체 그가 무얼 믿고 테르디안에게 힘을 준 것인지 궁금했다.
“그야 그 아이에게는 상당한 재능이 있으니 그러했다.”
“하지만 카이로스님, 테르디안은 불과 얼마 전까지 디에고교의 사도였습니다.”
“그렇다면 아이야, 너는 왜 그 아이를 받아준 것이니.”
“그건…….”
카이로스의 물음에 나는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리고 너는 유독, 그 아이가 뱀의 아이였을 때에도 꽤 친절하게 대해주었지.”
“…….”
“너를 책망하거나, 탓하려는 것이 아니란다. 그저 아이야, 네가 그 아이에게 본능적으로 끌렸던 것처럼 나 또한 그런 것뿐이란다.”
그 말은 즉, 카이로스 또한 테르디안이 원작 주인공이어서 친밀감을 느낀다는 것일까.
‘본래대로라면 테르디안은 애초부터 신실한 카이로스교의 신도이자 내가 맡은 역할을 수행했어야 할 이였으니까.’
나는 조용히 카이로스를 응시했다. 그러자 카이로스가 입을 뗐다.
“뱀의 세뇌가 끝난 그 아이는 선한 마음과 강한 의지를 갖고 있더구나. 본래도 선한 영혼이 분명할 터. 게다가 네게 은혜를 갚고 싶어 하기도 하니, 이참에 시련을 내어본 것이란다. 시련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가차 없이 내칠 생각이었단다.”
“……그러셨군요.”
“그래. 그리고 그 아이가 내가 내린 시련을 통과하였으니, 나는 약속을 이행한 것뿐이란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렴. 이제 그 아이는 신실한 나의 신도가 되었으니 말이다.”
카이로스의 말에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카이로스를 신뢰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그저, 카이로스의 저의가 궁금했을 뿐.
‘뭐, 잘된 일이지.’
그리 생각할 때. 카이로스가 다시금 진지한 눈으로 말했다.
“그리고 아이야, 네게 말해두고 싶은 부분이 있구나.”
“네. 말씀하세요, 카이로스님.”
평소와 달리 오늘따라 카이로스가 유독 진지하여 조금 긴장되었다.
“놀라지 말고 들으렴, 아이야.”
그렇게 말하는데 어찌 놀라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래도 나는 최대한 마음의 준비를 했다. 그리고 이어진 카이로스의 말은 심히 충격적인 말이었다.
“이 세계에서…… 리제스교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마신, 샤미르의 기운이 사라졌단다.”
“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로 인해 나는 두 눈을 크게 뜨고 말았다. 그러자 카이로스가 한숨이 섞인 듯한 어조로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디에고가 샤미르의 힘을 흡수한 것 같구나.”
그리고 나는 어떠한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마신 샤미르가 사라진 것도 모자라, 디에고에게 그 힘이 흡수되기까지 했다니.
원작에서도 일어나지 않았던 대사건이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카이로스가 놀라지 말라고 미리 이야기를 해주었음에도 그 충격은 상당했다.
“많이 놀란 모양이구나.”
“그야…… 당연하죠.”
“나도 샤미르의 기운이 사라졌을 때 상당히 놀랐단다. 하여 조사를 해보았고, 조사 결과 샤미르가 소멸한 것이 확실시 되었단다.”
“세상에…….”
충격이 가시지 않을 때.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사실이 있었다.
‘디에고가 샤미르의 힘을 흡수했다면, 이전보다 월등히 더 강해졌을 터.’
그렇기에 테르디안을 버린 게 분명했다.
‘제 힘을 키우기 위해 테르디안을 세뇌하였지만, 그 이상의 힘을 얻게 되니 내친 것인가.’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가설에 불과했지만 신빙성은 있었다.
“전할 이야기는 다 전했으니, 나는 이만 가보마.”
예상치 못한 전개로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강아지 카이로스가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나는 그에게 진심을 담아 이야기했다.
“이야기해주셔서 감사해요, 카이로스님.”
“아니다, 아이야. 아, 참. 이걸 주고 가마.”
그때, 카이로스의 몸에서 새하얀 빛의 구체가 흘러나왔다. 이윽고 그 구체는 내 책상 위로 올라가더니 서서히 모양이 변했다.
“선물이니라.”
그 말과 함께 카이로스는 사라졌다. 그리고 카이로스가 두고 간 선물은 얇은 책이었다.
“……동화책?”
겉에는 그저 은하수 그림만 그려져 있고, 제목은 적혀 있지 않았다. 나는 곧바로 그 책을 집어들었다.
카이로스가 왜 이런 선물을 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의미 없이 그냥 두고 간 것은 아닐 테니까.
‘그런데 아이템 정보도 안 뜨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일단 나는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책의 표지를 넘기자, 얇은 종이에 쓰여 있는 글자가 보였다.
[아주 오래전,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빛도, 어둠도 존재하지 않았던 까마득한 옛날.
창조신 마그누스는 어둠에서 깨어났다.]
나는 빠르게 이어지는 동화책을 읽어갔다. 내용은 그리 많지 않았고, 특별하지도 않았다.
마그누스라는 창조신이 세상을 창조하고, 자신이 가장 아끼는 두 아들 신에게 각각 빛과 어둠을 선사해 그것을 다스리게 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글자는 거기서 끝이었다. 그 뒤로 책장이 더 이어져 있었지만, 글자가 없이 텅 비어 있었다.
나는 책을 다시 한번 더 훑어본 후 인벤토리에 넣었다. 아이템 정보는 표기되지 않았지만, 인벤토리에는 들어가서 다행이었다.
‘그나저나 카이로스는 내게 이걸 왜 준 거지.’
내용만 보았을 때는 흔하디흔한 창조 신화에 불과했으니까.
‘그래도 카이로스가 준 선물이니 뭔가 있지 않을까 했는데.’
아무것도 없으니 조금 의아하기는 했다. 그래도 나는 책에서 신경을 끄기로 하고, 일을 시작했다.
***
머나먼 차원, 어딘가. 푸르른 초원 위.
카이로스는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초원 위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그는 화면을 통해 레벨로프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의 사랑하는 아이야.’
카이로스는 조금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네가 모든 사실을 알게 된다면, 너는 나를 미워하겠지.’
언젠가 오게 될 그 순간을 떠올리며, 카이로스는 마음속으로 레벨로프에게 전해지지 않을 마음을 전했다.
‘미안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