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cult can save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19
19화
“콜록, 콜록!”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말에 나는 사레가 들리고 말았다. 아오, 죽겠네.
“레비! 괜찮니?!”
– 아가야, 괜찮니?
나만큼이나 놀란 어머니와 카이로스의 음성이 들려왔다. 아니, 그럴 시간에 물 좀 줘요!
“마셔라, 레비.”
다행히 이 난리통 속에서 유일하게 놀라지 않았던 세베누스가 내게 물을 건네었다.
“콜록!”
나는 그가 건넨 물을 받아 들자마자 벌컥벌컥 마셨다. 다행히 천천히 진정이 되었다.
아니, 대체 왜 카이로스교 보상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신전을 직접 방문하는 거로 이야기가 바뀐 거지?
내가 너무 다른 생각에 잠겨 있던 것일까.
이렇게 된 이상, 일단 신전 꾸미기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자.
“전 괜찮아요, 어머니. 그런데 어머니께서 직접 카이로스교 신전에 방문하신다고요?”
티타임 내내 질문에 답하기만 했지만, 이제는 대화에 참여해야 할 때였다.
“그래.”
어머니는 온화하게 웃으며 답했다.
끄응. 물론 언젠가 나의 가족들도 카이로스교 신도로 만들 계획이긴 했다.
그렇게 되면 교주로서 가족들을 만나기도 하게 될 테니, 그즈음에나 대면하리라 여겼다.
내가 너무 안일했나. 이렇게 빠르게 어머니와 대면할 줄이야.
‘물론 내가 직접 대면하지 않고, 알피어스에게 교주 대행을 시켜도 되긴 할 테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어머니는 보통 귀족이 아닌, 카이로스교 주 신전의 소재지인 홀든령의 영주이니까.
교주가 직접 모습을 보이는 게 맞았다.
더군다나 어머니가 카이로스교 교주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직접 행차하시는 것이니.
카이로스교도 그에 따른 예의를 갖춰야 했다.
‘어쩔 수 없겠네.’
내가 교주로서 어머니와 대면하는 게 맞았다.
“제가 가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어머니께선 바쁘시잖습니까.”
고심하고 있을 때, 세베누스가 어머니를 향해 물었다.
“그렇긴 하지. 아직 영지의 일이 정리된 게 아니니까.”
리제스교 사태 이후. 어머니는 홀든 영지를 대대적으로 손보는 중이었다.
가신들의 세무 조사는 물론이고, 그들이 빼돌린 비자금이나 탈세 내역 등을 샅샅이 조사하셨다. 브위스 케넬 준남작이 쏘아 올린 공이, 홀든 가의 가신들을 탈탈 털어내고 있었다.
‘그로 인해 몇몇 가신들이 쫓겨나기 직전이지.’
그 외에도 영지민들의 삶을 돌보기 위해 구석구석까지 시찰을 다니며, 손수 하나하나 확인하였다.
더군다나 어머니가 원래 하던 ‘황실’ 관련 업무도 채 끝나지 않았기에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상태인 것이다.
그런 와중에도 자식들까지 신경을 써 겨우 시간을 내서 티타임을 가지는 것이었고.
“물론 당장 찾아가 보겠다는 건 아니다. 영지 관리가 어느 정도 정리된 후, 교주란 자를 만나봐야지.”
일순, 어머니의 눈빛이 잘 벼린 검처럼 날카롭게 변모했다.
“믿을 만한 자인지, 아닌지. 직접 확인해봐야겠다. 로벨에서 일어난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역시 한 때 전장의 검으로 불린 여인다운 기세였다.
그래도 다행인 건, 아직 시간이 있다는 점이었다.
어머니와 세베누스는 카이로스교 교주를 아직 신뢰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호의는 가지고 있으니 괜찮을 것이다.
“그나저나 리제스교의 행방은?”
“다행히 디에고교에서 조사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흐음. 그래. 그렇다면 믿고 맡길 수 있겠구나.”
리제스교는 워낙 신출귀몰하기에 홀든에서 자체적으로 찾아내기 힘들다.
‘이런 일은 디에고교에 맡기는 것이 편하지.’
물론, 나는 리제스교 놈들이 어디 있는지 알고는 있지만 가족들에게 그들의 행방을 흘리지는 않을 것이다.
잘못 건드렸다가는 위험해질 터이니.
그러니 지금은 신전 오픈에 힘을 써야 할 때다.
***
노을이 지고 있는 시각, 숲속 어딘가.
“허억, 헉!”
중년의 사내는 달리고 또 달렸다. 태양 빛이 완전히 안개에 가로막혀 사라지기 전, 마을로 들어가기 위해서.
그러나 오랫동안 달려 온 지금,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더는 뛰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사내는 집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아이들을 떠올렸다.
‘죽으면, 죽으면 안 돼! 내가 죽으면 아이들이!’
아이들을 먹이기 위해, 그리고 가족과 다름없는 마을 사람들을 위하여 사내는 숲에서 먹거리를 찾아다녔다.
숲에 걸려 있는 마법으로 인해 숲 바깥으로 벗어날 수도 없었다.
즉, 살기 위해선 마을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하나 숨이 차올랐고, 점차 안개가 짙어졌다.
‘제발, 제발. 디에고 신이시여!’
마을까지 남은 거리는 불과 몇십 미터. 얼마 남지 않았다.
남자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 달리고 달렸다.
마침내 마을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남자는 이를 악물었다.
그 순간, 안개가 완전히 짙어지며 태양 빛이 사라졌다.
‘신이시여! 부디, 저를 도와주소서!’
남자는 신에게 빌었다.
아우우!
등 뒤로, 끔찍한 짐승의 포효가 들려왔다.
으르르릉, 짐승의 울음소리가 삽시간에 늘어났다.
“얼른, 얼른 오시게!”
마을 입구가 시야에 보였다. 문지기가 사내를 다급히 불렀다.
그르르릉-!
남자는 더욱더 빠르게 달리고 또 달렸다.
‘얼마 안 남았어!’
신은 나를 저버리지 않았어!
그리 생각하던 때.
쿠당탕!
남자의 발이 돌부리에 걸리고 말았다.
“크억!”
남자의 몸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남자를 바라보던 문지기가 아연실색했다.
남자의 뒤로, 순식간에 짐승의 무리가 나타났기에.
“끄아아악!”
짙은 피가 튀며 사내의 비명이 숲을 가득 메웠다.
문지기는 두 눈을 감고, 몸을 돌렸다.
“미안하네.”
그리고 그의 곁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한 청년도 눈을 감았다.
청년은 두 손을 모으고 간절히 기도했다.
‘제발, 카이로스님. 부디 저희를 도와주세요!’
***
파나틱과의 훈련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온 나는 곧장 파스렐 독을 섭취한 뒤 씻고 침대에 드러누웠다.
‘요즘 일과가 단조로우니 좋네.’
일상이 늘 이렇게 편했다면 좋겠다만, 아쉽게도 내게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
‘이제 슬슬 내가 카이로스교 신도가 되었다는 명분을 만들어야 할 텐데.’
홀든가의 두 번째 자식이라는 건, 꽤 좋은 위치였다.
다만, 내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나 다름없었다.
퀘스트 기한이 3년뿐이었으니까.
그마저도 이제 거의 한 달이나 지났으니.
‘일단 신전 완성부터 끝내야 해.’
신전을 완성하고 나면, 낮에 외출할 때마다 종종 그곳에 들를 계획이었다.
교주의 신분이 아닌 레벨로프 홀든으로서.
그러다가 자연스레 카이로스교 덕분에 몸이 건강해졌다는 것을 어필하고, 은혜를 갚을 겸 종교에 귀의하겠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이러려고 의사의 검진까지 미루는 중이었다.
‘완벽한 시나리오다.’
그러니 일단 얼른 예술가를 섭외해야 한다.
알피어스와 체스터가 나름 열심히 알아보고 있다고는 하지만, 영 진척이 없었다.
사실, 카이로스의 석상과 초상화 없이도 신전 오픈은 가능하긴 하다.
하지만 괜히 ‘오픈빨’이란 말이 있는 게 아니었다.
무엇이든 첫 시작에 사람들이 가장 몰리는 법.
‘타이밍을 놓치면 안 돼.’
그리고 그때가 바로 신도들을 많이 끌어들이기 위한 최적기였다.
사람들의 유입이 많을 때, 카이로스의 석상과 초상화가 미인계 역할을 해준다면 단번에 신도들이 늘어날 테니까.
‘흐음, 어쩌면 좋지.’
– 아이야.
생각에 잠겨 침대를 뒹굴거리고 있자, 카이로스가 짐짓 심각한 음성으로 나를 불렀다.
‘네?’
– 어디선가 나를 찾는 간절한 음성이 들려오는구나.
동시에 시스템창이 나타났다.
[서브 퀘스트 발생!] [서브 퀘스트 ‘구원’ 1.내용: 카르텔 숲 어딘가 깊숙한 마을에서 미의 신 카이로스를 신을 향한 간절한 기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미의 신 카이로스를 위해 카르텔 숲으로 향하세요.
목표: 24시간 이내 카르텔 숲 어딘가, 미의 신 카이로스에게 간절한 기도를 올리는 신도 찾기. (본 퀘스트는 연계 퀘스트입니다)
성공 시 : 다음 퀘스트 흔적 발견
실패 시 : –
최종 성공 보상 : 간부 1회 뽑기권 (5장)
[수락하시겠습니까?] [네/아니오]갑자기 등장한 퀘스트 창을 쭉 읽어내린 뒤, 나는 잠시 고민했다.
‘카르텔 숲’ 퀘스트라면, 우세법에서도 숱하게 본 적 있는 것이었다.
문제는, 내가 이 퀘스트를 한 번밖에 클리어하지 않았단 것이다.
이유야 간단하다. 퀘스트에 들인 시간에 비해 보상이 짰으니까.
하지만 이건 수락하지 않을 수가 없는 조건이었다.
최종 보상이 간부 뽑기권 5장?
‘이걸 어떻게 거부하냐……?’
나는 홀린 듯이 ‘네’ 버튼을 눌렀다.
– 아이야, 고맙구나!
수락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카이로스가 감격한 목소리로 말했다.
‘뭘요. 얼마 없는 저희 신도를 위한 일이잖아요.’
물론 나는 보상 때문에 가는 거긴 하지만.
사실 카이로스의 힘이 어느 정도 회복한 지금, 그를 조르면 뽑기권 몇 장 정도는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괜한 도박으로 관계를 악화시키고 싶지는 않다.
‘뭐든 확실한 게 좋지.’
그나저나 이 타이밍에 퀘스트가 등장하다니. 원작과는 조금 달랐다.
우세법에서 카르텔 숲 퀘스트는 홀든 영지에서의 일을 모두 마친 테르디안이 다음 도시로 향하는 길, 카르텔 숲 인근에서 등장한다.
처음 ‘카르텔 숲’ 퀘스트를 받았을 때는 클리어했지만, 보상이 시원찮은 걸 알게 된 뒤로는 그냥 무시하고 지나갔다.
어차피 원작에서도 서브 퀘스트일 뿐이었으니까.
‘원래 퀘스트를 거부하면 ‘망자의 저주’라는 귀찮은 디버프가 걸리긴 하지만…….’
버프 지속 시간이 3시간 정도뿐이라 크게 상관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카이로스교 신도가 기도를 올림으로써, 내가 카르텔 숲 인근에 가지 않아도 퀘스트가 등장한 것이다.
‘혹시 내가 끼어들어서 전개가 또 바뀌기라도 한 건가?’
그게 아니라면, 이 서브 퀘스트의 전제 조건이 ‘홀든 영지에서의 일이 일단락된 후 며칠이 지난 뒤’라는 건가.
뭐가 되었든 크게 의미는 없지만.
‘그나저나 현시점에서 카르텔 숲에 도달한 신도라면…….’
– 로벨의 신도거나 혹은 몇 없는 엘륀의 신도가 아니겠느냐.
‘그야 그렇겠죠.’
지금 카이로스교 신도는 그 정도뿐이었다. 그나마 로벨의 신도들이 열심히 전도를 하는 덕분에 엘륀에도 신도가 늘어난 거긴 하지만.
일단 시간이 많지 않으니, 자인에게 연락부터 해야겠네.
“자인.”
[예, 고객님.]육성으로 소리를 내자, 귓가로 자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신성의 서’ 계약을 통해, 자인이 내게 종속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쉽게 말해, 게임 시스템의 ‘귓속말’ 정도라 보면 된다.
근데, 뭐?
“고객?”
이 자식이. 빠져가지고.
[아, 아뇨. 주인님.]“그래. 지금 바로 말 두 필 준비해 놔.”
홀든령에서 카르텔 숲까지는 거리가 꽤 있으니, 이동 수단이 필요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말 두 필이면, 혹시 동행자가 있으신 겁니까?]“응. 당연하지.”
[실례가 안 된다면, 누구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이걸 꼭 말해줘야 아나?
“당연히 내 동행자는, 너다. 이 자식아.”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