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cult can save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211
211화
나는 이제 익숙해진 뜨개질을 하며 맞은편에 앉아있는 테르디안을 힐끔힐끔 보았다.
‘역시. 내 예상대로군.’
테르디안의 뜨개질 솜씨는 내가 처음 했을 때보다도 더욱 처참했다. 손이 크고 굵어서인지 녀석은 실을 제대로 활용할 줄 몰랐다. 방법은 제대로 알려줬음에도 말이다.
‘다행이…… 아니, 내가 왜 다행이라는 거지.’
뜨개질만 시키면 죄다 나보다 잘한 탓인가. 쓸데없는 부분에 괜한 열등감이라도 생긴 모양이었다. 그리 생각하며 나는 테르디안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지금 내가 할 일에나 집중해야지.’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오늘치 목표의 절반가량을 달성했을 때.
“이제야 방법을 좀 알겠군.”
테르디안의 낮은 음성이 들려왔다. 뭐지, 싶어서 고개를 들자.
“……어?”
나보다 월등히 빠른 속도로 뜨개질을 하는 테르디안이 보였다. 지금 내가 제대로 보고 있는 게 맞나? 잘못 보는 건가?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레비아탄?”
테르디안은 거의 손가락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뜨개질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것도 정확한 방법으로.
그로 인해 순간 나는 테르디안이 아닌 자인이 내 앞에 앉아있는 건가 싶었다.
심지어 테르디안의 속도는 능숙한 자인의 것보다도 더 빨랐다.
‘뭐야, 이 자식.’
나만큼이나 못하는 줄 알았건만. 아니, 나보다 더 못할 줄 알았는데!
“왜 대답이 없지?”
심지어 테르디안은 뜨개질을 하는 와중에도 나를 제대로 바라보고 있었다. 다음에 뜰 코를 보지도 않고 뜨개질을 한다는 뜻이었다.
‘저건 아직 나도 못 하는 건데……!’
어쩐지 기분이 나빠져서 대답을 하지 않자, 테르디안의 입매가 옅게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아아, 이런. 레비아탄, 너는-”
“자랑하지 마시죠. 형제님.”
테르디안이 무어라 말을 이으려던 순간, 일부러 내가 그의 말을 끊었다.
‘분하다. 진짜 분하다.’
어째서 항상 이런 인간들이 있는 거지? 망할 재능충들.
“그래. 그러지.”
나의 말에 테르디안은 별다른 말 없이 그저 흡족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래. 완벽한 나의 패배였다.
‘제길. 저놈을 무시하면 안 되는 거였는데.’
잊고 있었다. 테르디안은 저래 봬도 원작 주인공이다. 온갖 재능을 물려받고, 주인공 버프도 받은 이 세상의 주인공.
‘……으으, 열받아.’
가뜩이나 치트키를 쓴 것 같은 재능이 있는 놈에게 뜨개질의 재능까지 있을 줄이야.
결국, 분한 나는 마차가 멈춰 설 때까지 테르디안과 시선도 마주치지 않고 뜨개질에 몰두했다.
***
일견 의미 없어 보이는 뜨개질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마차는 꾸준히 움직였다. 중간에 한적한 숲에 내려서 야영도 하고, 식사도 하는 등의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마차가 목적지에 도달했다.
“감사했습니다.”
나는 마차를 운행해준 마부에게 감사 인사를 하며 돈주머니를 건넸다.
“아이고! 이렇게나 많이 챙겨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조심히 돌아가세요.”
“예, 예. 두 분께서도 부디 무사히 여정을 마치시길 빕니다!”
마부는 서둘러 마차를 끌고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그제야 우리가 도착한 곳을 바라보았다.
마차가 우릴 내려준 곳은 페르다 사막의 인근에 있는 유일한 마을 앞이었다.
페르다 사막은 워낙 위험한 곳이기에 그 근방에 사람은 살지 않았다.
하지만 이 마을만은 유일하게 사막 부근에 존재했다. 그리고 여기가 바로 페르다 사막에 들어가기 전, 들러야만 했던 경유지이다.
“……작군.”
마을을 바라보던 테르디안이 짧은 감상을 내뱉었다. 눈앞에 있는 ‘스켈스’라는 이름의 마을은 대략 서른 채 정도의 작은 집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여기에도 볼 일이 있는 건가?”
테르디안의 물음에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일단은요. 가죠.”
아직 사막에 들어간 것은 아니었지만, 스켈스 마을의 일대는 사막처럼 건조했다.
들어선 마을 곳곳의 집들에는 농사를 위한 낫과 괭이 등이 걸려 있었다. 그래도 환경 자체는 몇몇 식물이나마 경작할 수 있는 곳이었기에 마을 곳곳에서는 농사를 짓는 듯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어째서인지 마을 내부에 있는 식물들 대부분은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 보였다. 그리고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은 비단 식물만이 아니었다.
“……상태가 그리 좋은 마을은 아니군.”
마을 안으로 들어서자, 벌써 주변 확인을 마쳤는지 테르디안이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이 마을의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다. 주변이 황량해서 더욱 그렇게 보이기는 했지만, 마을 자체의 생기가 없었다.
– 여기 사람들은…… 물을 제대로 마시지 못한 건가?
언제 온 것인지 카이로스까지 감상을 덧붙였다.
‘아무래도 그런 듯해요.’
간혹 보이는 마을 사람들은 비쩍 말라 있는 것은 물론이고, 입술과 피부가 상당히 건조했다. 특히 입술은 잔뜩 메말라 갈라져 있기까지 했다.
“누, 누구…….”
차분히 마을 안으로 들어가자, 상당히 마르고 허리가 굽은 한 노인 한 명이 우릴 향해 말했다. 하지만 노인은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지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저희는 지나가던 여행자입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잠시 머물러도 괜찮을까요?”
나는 노인에게 정중히 인사하며 물었다. 그러자 노인이 끄응, 앓는 소리를 내며 말했다.
“나는 이 마을의 장로 헤뮨이오.”
노인이 침을 한 번 삼키더니 겨우 말을 이었다.
“당신들을 환영해주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 마을의 상태가 좋지 않다오. 보시다시피 가뭄에 시달리고 있어서 마을 사람들도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오.”
역시 그랬군. 헤뮨의 말을 들은 나는 곧장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러자 헤뮨의 눈이 크게 뜨였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물건을 꺼내고 있었기에 그런 모양이다.
뭐, 이제 이런 시선은 익숙해졌으니.
“여기 물입니다. 드세요.”
나는 신전을 떠나기 전, 인벤토리에 물을 잔뜩 챙겼었다. 그래서 이 마을 사람들 전부에게 나눠줘도 충분히 남을 만한 양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페르다 사막 내에서 나와 테르디안이 마실 양만큼 더 있었고.
‘정 모자라면 포탈을 설치해서 신전에 다녀와도 되는 거고.’
그리 생각하여 헤뮨에게 물을 건네자 그의 두 눈이 크게 뜨였다.
“저, 정말 주는 거요?”
그가 믿기지 않아 되물었다. 그뿐만 아니라, 주변을 돌아다니던 마을 사람들이 ‘물’이라는 소리에 우릴 향해 다가왔다.
“네. 드세요. 거기 다른 분들도 오세요. 물을 나눠드릴게요.”
나는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인벤토리에서 물을 잔뜩 꺼내었다. 어른, 아이, 너 나 할 것 없이 수통을 건네주자 벌컥벌컥 물을 들이켰다.
“여기 있다, 꼬마야.”
내가 사람들에게 물을 챙겨 주고 있을 때. 테르디안도 물을 받지 못한 아이에게 제 몫을 건네고 있었다.
그렇게 사람들이 물로 실컷 배를 채우는 것을 보며 나는 말했다.
“저희는 단순한 여행자가 아닙니다.”
“예?”
나의 말에 가장 먼저 물 섭취를 마친 헤뮨이 조금은 생기가 도는 눈으로 물었다.
“저희는 카이로스교에서 나온 사람들입니다. 저는 교주, 레비아탄이고 이쪽은 성기사 테르디안입니다.”
“아아, 역시 신의 사자셨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카이로스 신이시여.”
헤뮨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은 우리를 구세주처럼 찬양했다.
[스켈스 마을의 주민 전부가 카이로스교 신도가 되었습니다!]적절하게 등장한 메시지까지 완벽했다. 나는 흐뭇하게 웃으며 헤뮨에게 물었다.
“저, 그런데 혹시 이 가뭄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입니까?”
“아아, 그게…… 대략 한 달 정도 되었습니다.”
“한 달이요?”
“예. 원래 저희 마을은 사막 부근에 있지만 물이 풍부한 마을이었습니다. 땅 아래로 흐르는 물이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한 달 전. 갑자기 나타난 ‘무덤’이 저희 마을의 수원인 우물을 뒤덮었습니다.”
“무덤이라면…….”
“저기, 높이 솟아있는 곳 보이십니까?”
헤뮨이 마을 옆에 있는 곳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둥글고 볼록하게 솟아있는, 흡사 무덤과 같은 땅이 있었다.
“원래 저곳에 저희 마을에서 사용하는 우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 달 전, 갑자기 생겨난 무덤으로 인해 우물이 사라졌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주하지 않으신 겁니까.”
사람들에게 물을 건네던 테르디안이 헤뮨에게 물었다. 그러자 헤뮨이 침음했다.
“저희는 원래 부랑자들이었습니다. 이곳에 정착하고 이만큼 꾸리는 데 걸린 시간이 20년입니다. 차마 저희가 이룬 삶의 터전을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헤뮨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갔다. 겨우 정착한 곳을 버리고 싶지 않았을 테니까.
“그리고 저 무덤만 없어지면, 설령 우물이 무너졌다고 한들 수원만 멀쩡하면 괜찮으리라 여겼습니다. 하여 몇 번이고 무덤 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그 안에는…… 해골처럼 생긴 몬스터들이 있었습니다.”
헤뮨이 말하는 것은 필시 스켈레톤들일 것이 분명했다.
“다행히 무덤 밖으로는 못 나오는 것 같지만, 저놈들을 해치우지 않는 한 저희의 생존은 어려워질 것입니다.”
헤뮨이 어깨를 축 늘어트리며 말했다. 나는 그런 헤뮨과 마을 사람들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 무덤은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
***
“조,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헤뮨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은 우릴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나는 그들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어 주며 무덤 앞으로 향했다.
“내가 앞장서지.”
“네, 그러세요.”
테르디안의 뒤를 따라 무덤으로 향했다. 성인 남자 두 명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캄캄한 입구에 발을 디뎠을 때.
퀘스트가 등장했다.
[히든 던전 ‘숨겨진 왕의 무덤’을 발견했습니다!] [히든 퀘스트 ‘스켈레톤 킹을 처치하라’가 발생합니다!] [히든 퀘스트 발생!] [히든 퀘스트 [스켈레톤 킹을 처치하라>내용: 오랜 세월 지하에서 묻혀있던 스켈레톤들이 근방의 강대한 마력으로 인해 깨어났습니다! 간악한 스켈레톤 킹을 처치하여 평화를 되찾으세요!
목표: 스켈레톤 킹 처치
성공 시: ???
실패 시: -] [수락하시겠습니까?] [네/아니오]
퀘스트를 보며 나는 흡족하게 미소했다. 역시 제대로 찾아왔군.
‘마침내 그 아이템을 얻을 수 있겠어.’
그리고 퀘스트 설명에 적혀 있는 ‘근방의 강대한 마력’이 무엇인지도 나는 알고 있었다. 페르다 사막 내부에 있는 거대하고 강력한 힘.
‘……뭐, 그건 그렇다 치고.’
나는 캄캄한 무덤 내부를 바라보다가 인벤토리에서 램프를 꺼내었다. 그러자 주변이 확 밝아졌다.
“쉿.”
그러자마자 앞서가던 테르디안이 내게 신호했다. 기척을 죽이라는 뜻이었다.
다그락-
그와 동시에 앞에서 뼈가 맞춰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함께 우리 앞에 스켈레톤 병사 셋이 나타났다.
퍼억!
테르디안이 빠르게 발길질을 날려 스켈레톤 세 마리를 때렸다.
그의 타격과 동시에 스켈레톤들이 바닥으로 무너져내렸다.
하지만.
다그락-
죽은 듯 보였던 스켈레톤들은 부서진 제 뼈를 조립하여 다시 일어나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테르디안에게 말했다.
“형제님, 무기 꺼내세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