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cult can save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220
220화
어머니와 세베누스를 비롯해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기사들까지, 모두의 시선이 내게 쏠려 있었다. 아무래도 갑작스레 이곳에 등장한 내가 이상하게 느껴질 테니까.
‘휴가를 같이 온 것도 아니고.’
물론, 카이로스교 교주가 신출귀몰하게 세상 곳곳을 돌아다닌다는 소문은 진즉 퍼져 있었다. 전부 포탈 덕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포탈에 관해 설명하는 것도 우스웠다. 다른 기사들은 몰라도 어머니와 세베누스는 내 정체를 짐작하고 있을 테니까.
내가 걸치고 있는 로브 자락 사이로 ‘레벨로프 홀든’이 입고 있던 바지가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머니와 세베누스는 그것을 확인하였는지 상당히 놀란 눈을 하고 있었다.
확실했다. 기사들은 여전히 그저 당황스러운 표정인 반면, 어머니와 세베누스의 눈에는 충격도 깃들었으니까.
‘그래도 기사들에게까지는 내 정체가 밝혀지지 않겠군.’
계산을 마친 나는 두 사람을 비롯한 기사들에게까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우선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부상자들부터 치료하겠습니다.”
“……아, 네. 그러시죠.”
나의 말에 세베누스가 경직된 표정으로 대답했다. 나는 어머니와 세베누스를 뒤로하고 기사들에게로 향했다.
혹여 기사들이 내 옷을 보지 못하도록 로브 자락을 더욱 여민 후.
“부상을 입으신 분들은 제게로 오세요.”
내가 전투에 참여하기 전, 이미 부상을 입은 기사들이 존재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사망자는 당연히 없다는 점이고, 상처를 입어도 그리 크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른 이도 아니고 대형 트롤을 해치워준 은인이자, 그들도 믿는 카이로스교의 교주가 하는 말이었다. 그래서 부상자들은 쉬이 내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나는 그들의 상처를 한 번에 쭉 확인한 뒤, 치유 스킬을 사용했다.
파앗-
광역 치유 스킬을 사용하자 새하얀 빛이 부상자들을 감쌌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내게로 몰렸다.
어머니와 세베누스까지도. 두 사람의 표정은 여전히 놀라움과 충격으로 가득했다.
‘이제…… 어떻게 설명을 하면 좋을까.’
치료를 마친 후. 나를 찾아온 고민으로 인해 나는 재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아무리 생각을 해도 쉬이 답이 내려지질 않았다.
“감사합니다, 교주님!”
“저희를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을 때. 기사들이 내게 감사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아닙니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니까요.”
영업용 미소와 함께 반사적으로 인사를 했다. 그러고 있자, 어머니와 세베누스가 내게 다가왔다. 두 사람은 잠시간 나를 바라보다가 기사들에게로 몸을 돌렸다.
“다들 고생했다. 우선 전투는 끝났으니 다들 휴식을 취하도록.”
어머니는 기사들에게 인사 후, 부기사단장 스미스에게 그들을 인솔할 것을 명했다. 스미스의 인솔하에 기사들은 빠르게 돌아갔다.
어느덧 벨세스 마을 입구 부근 초원에는 나와 어머니 그리고 세베누스밖에 남지 않았다.
어머니와 세베누스는 조금 멍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 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듯 보였지만, 쉬이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진실을 이야기하기 전에 두 분께 먼저 사과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나는 허리 숙여 어머니와 세베누스에게 사죄했다. 그리고 천천히 걸치고 있던 안경을 벗었다.
“여태껏 두 분을 속여서 죄송합니다.”
마침내 인지 부조화 안경이 벗겨지고, 맨얼굴을 드러내자 어머니와 세베누스의 표정이 다시금 놀라움과 당황으로 뒤덮였다.
“……제가 바로 카이로스교 교주입니다.”
두 사람에게 줄곧 감춰왔던 진실을 입 밖으로 꺼내자 찾아온 감정은 후련함뿐만이 아니었다. 동시에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미안함이 밀려왔다.
할머니에게 진실을 밝혔던 때와는 달랐다. 이 두 사람에게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어떠한 사실도 이야기하지 못했으니까.
“여태껏 두 분을 속여서 죄송해요.”
나는 여전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두 사람을 향해 연거푸 사과했다. 그리고 횡설수설,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변명을 내뱉었다.
“두 분께서도 아시다시피 카이로스교 교주 자리는…… 여러 곳으로부터 위협을 받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혹여 제 정체가 드러나게 되면 두 분이 위험해질까 봐 걱정되어 차마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절대 두 분을 농락하거나 그러려던 건-”
궁색하게 변명을 내뱉는 순간이었다. 따스한 온기가 훅 느껴져 왔다. 온기의 정체는 바로 어머니와 세베누스였다.
두 사람이 나를 와락 끌어안은 것이다. 그로 인해 나는 어떠한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어머니와 세베누스는 어떠한 말을 하는 대신 그저 나를 가만히, 그리고 세게 안아주었다. 그와 동시에 두 사람으로부터 미약하게나마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순식간에 내 양쪽 어깨가 축축하게 젖어 들어갔다. 그러나 나는 두 사람을 떼어낼 수가 없었다.
오히려 나도 모르게 두 사람을 세게 끌어안고 말았다.
“흐윽…….”
마치 나를 다독여주는 듯한, 그간의 내 고생을 알아주는 듯한 가족의 포옹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두 사람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를 끌어안은 것만으로도 괜찮다고 위로해주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나는 두 사람의 품에 안겨서 꽤 오랜 시간 울고 말았다. 그리고 그것은 어머니와 세베누스도 마찬가지였다.
– 참 다정한 가족이로구나.
카이로스가 훌쩍이는 소리도 들려왔지만 나는 그를 무시했다.
“…….”
“…….”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우리 세 사람의 울음소리가 잦아들었다. 나는 조금 어색하게 두 사람을 끌어안고 있던 손을 풀었다.
그러자 어머니와 세베누스도 내 곁에서 떨어졌다. 두 사람의 얼굴을 보니 눈가가 퉁퉁 부어있었다. 그렇다는 건 지금 내 눈 상태도 비슷하리란 뜻이었다.
“레비…….”
어머니가 잠긴 음성으로 나를 불렀다. 나도 모르게 그 순간 조금 긴장했다.
“그동안 고생이 많았겠구나.”
하지만 어머니는 내게 어떠한 책망도 표현하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나를 안아주었을 때처럼 부드러이 나를 다독여주셨다.
“그래, 레비. 그동안 마음고생이 많았지?”
세베누스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표정은 여느 때보다도 부드럽게 풀어져 있었다.
“……네.”
나는 두 사람에게 옅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어머니와 세베누스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사실, 이 어미는 간혹, 레비아탄 교주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우리 레비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단다.”
“저도 그랬습니다.”
이런, 최대한 티를 안 내려고 했는데 비슷하게 들렸던 모양이다.
“하지만 레비아탄 교주와 레비, 두 사람을 각각 본 적도 있으니 아니라고 여겼단다.”
“아…… 그건, 카이로스님의 힘을 빌려 그렇게 했습니다.”
“역시 카이로스님께서는 위대하시구나.”
“하, 하하…….”
애써 웃고 있자, 어머니가 조금 진지한 눈으로 내게 물었다.
“그런데 레비, 어떻게 교주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니?”
“그…… 제가 한창 말로네 병으로 고생할 때. 카이로스님의 음성을 듣게 되었습니다. 저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으신 카이로스님께서 저를 돌봐주신 거고요. 그분 덕분에 병도 완치하게 되었고, 카이로스님께 은혜를 입은 만큼 보답하기 위해 카이로스교 교주로서 사람들을 도우며 살고 있습니다.”
나의 말에 어머니와 세베누스는 감격한 표정이었다.
“그래, 그런 일이 있었구나. 모두 카이로스님이…….”
“네. 그리고 조금 더 효율적으로 카이로스님을 돕기 위해서 출가를 요청드린 것이고요.”
“……이제야 모든 일이 이해가 되는구나.”
어머니와 세베누스가 찬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세베누스가 내게 물었다.
“그런데 레비, 혹시 할머니께서는 이 사실을 알고 계시는 것이냐.”
“아, 네. 사실 할머니의 병을…… 제가 카이로스님께 치료해달라고 부탁드린 거예요. 할머니께서 카이로스교의 성기사단장이 되신 것도, 카이로스님이 신도의 병만 치료해주실 수 있어서였고요. 그래서 제 정체를 말씀드리고 할머니를 설득한 거예요.”
“그랬구나…….”
“두 분께도 미리 말씀드려야 했는데 죄송해요.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저는 두 분을 지키고 싶었거든요.”
내가 재차 사과하자 어머니와 세베누스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다, 레비. 네가 우리를 걱정해서 그런 것이니 괜찮단다.”
“그래, 레비. 오히려…… 네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이 형은 속이 다 후련하구나. 매번 신전에 방문할 때마다 네 얼굴을 보기가 힘들어서 사실 걱정했었단다.”
“지금 생각해 보니 교주 일을 하느라 그랬던 모양이구나.”
두 사람 다 그동안 있었던 여러 일을 떠올리며 풀리지 않던 퍼즐을 맞춰갔다.
“……죄송해요. 진심으로.”
나는 두 사람에게 다시금 사죄했다.
“아니다, 레비. 정말 괜찮단다.”
“그래, 레비. 이제는 다 괜찮아.”
나는 진심으로 내 사과를 받아준 두 사람을 향해 미소를 보였다.
“감사해요, 어머니, 형님. 그리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저의 정체는 비밀로 해주세요.”
두 사람에게 혹시 몰라 당부했다. 그러자 어머니와 세베누스가 옅게 미소했다.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말렴, 레비.”
“그래, 레비. 나와 어머니는…… 우리의 안위보다 너의 안위를 우선시하니까. 네가 위험할 일은 만들지 않을 거란다.”
“어머니, 형님…….”
두 사람의 애정이 가득한 말에 나는 다시금 감동했다. 가슴 안쪽이 찌르르, 울리는 이 감정은 필시 가족의 애정을 느껴서겠지.
그동안 말할 수 없었던 비밀을 이야기함으로써 두 사람과 진정한 가족이 된 기분이 들었다.
“그럼 이제…… 돌아가자꾸나.”
“가자, 레비.”
나는 두 사람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카이로스교 교주로서 안경을 걸칠까 고민하던 것도 잠시. 나는 안경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기사들에게는 마침 근방에 들렀던 카이로스교 교주님이 우릴 도와주고 가셨다고 이야기해두마.”
“그렇게 해주시면 저야 감사하죠.”
어머니의 말에 나는 크게 안도했다. 그리고 두 사람과 함께 벨세스 마을 안쪽으로 들어갈 즈음.
세베누스가 의문 어린 눈으로 내게 물었다.
“그런데 레비, 교주일 때는 어떻게 우리가 너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니.”
“아, 그건 카이로스님의 힘 덕분이에요. 제가 쓰는 안경에 카이로스님의 힘이 깃들어 있거든요.”
“그렇구나. 카이로스님은…… 정말 강한 분이시구나. 그 덕분에 대형 트롤들을 수월하게 무찌를 수 있었으니 말이다.”
“네. 모두 카이로스님 덕분이에요.”
나는 옅게 웃으며 속으로 카이로스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항상 감사드려요, 카이로스님.’
– 아니다. 아이야. 나야말로 고맙구나. 훌쩍.
‘……아직도 우시는 거예요?’
– 그야 너와 너희 가족들이 너무 감동적이잖니.
그리고 카이로스의 훌쩍임은 우리가 별장으로 돌아갈 때까지 이어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