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cult can save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227
227화
엘제스와 하이엔은 잠시간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눈앞의 남자는 너무 비현실적으로 생겼기 때문이다.
처음 몇 초간 두 사람은 마차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그 남자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이내 다음 순간, 자신들을 도와주겠다고 마차에 타라는 말을 듣자 정신이 차려졌다.
그리고 두 사람은 빠르게 고민을 끝내야만 했다. 이러고 있는 와중에도 디에고교의 추격대는 계속해서 가까워지고 있었기에.
엘제스는 하이엔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 뜻을 알아챈 하이엔도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가 하이엔을 부축하였다.
“어서 오세요.”
두 사람이 최대한 빠르게 마차로 다가가자 남자, 레벨로프가 미소를 지으며 반겼다.
끼익- 탁.
이윽고 세 사람이 탄 마차의 문이 닫혔다. 레벨로프는 두 사람을 의자에 앉게 한 후 옅게 미소했다.
‘찾으러 다닐 필요도 없어졌군.’
레벨로프는 당연하게도, 엘제스와 하이엔을 보자마자 이들의 정체를 알았다.
‘반란군 간부와 막내의 조합이라니.’
레벨로프는 자꾸만 올라가려는 입매를 겨우겨우 끌어내렸다. 그리고 제 발로 굴러들어온 반란군을 향해 애써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했다.
“어디 다치신 겁-”
쾅쾅!
레벨로프가 두 사람 중 막내 하이엔에게 이야기하려던 순간이었다. 누군가가 마차를 세게 두드렸다.
“당장 내려라!”
“내리지 않으면 마차 채로 부숴버리겠다! 마부도 죽이겠어!”
마차 밖에서 들려오는 험악한 말에 레벨로프의 미간이 좁혀졌다. 동시에 엘제스와 하이엔이 벌벌 떨기 시작했다.
“죄, 죄송해요. 저희 때문에…….”
그중 하이엔이 레벨로프의 눈치를 보며 사죄했다. 레벨로프는 미소를 잃지 않고 고개를 내저었다.
“아뇨. 괜찮습니다.”
이어 그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뭐, 뭐 하시려는 건가요?”
레벨로프가 움직이자 하이엔이 놀라서 물었다.
레벨로프는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끼이익-
이윽고, 레벨로프가 마차의 문을 열고 내렸다. 문이 닫히자, 엘제스와 하이엔의 두 눈이 크게 뜨였다.
“어, 어쩌면 좋죠? 저희가 민간인을 끌어들이게 된 것 같아요.”
하이엔이 두려움이 가득한 눈으로 엘제스를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엘제스가 입술을 짓씹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두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저 비현실적인 외모의 천사 같은 이가 부디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랄 뿐.
***
같은 시각, 마차 바깥.
직전까지만 해도 미소를 짓고 있던 레벨로프는 싸늘한 얼굴로 마차에서 내렸다. 그러자 마차 주변을 점거하듯 서 있는 이들이 보였다.
그들이 입고 있는 옷을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레벨로프는 그들이 어떤 자들인지 파악했다.
‘역시 디에고교 놈들이 움직였군.’
주교 한 명과 사제 넷, 그리고 기사 다섯.
총 열 명의 디에고교 신도가 반란군 두 명을 쫓고 있었다.
레벨로프는 그들을 차가운 시선으로 한 번 훑어본 후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이 자리한 곳에는 마부가 있었다.
디에고교에게 둘러싸인 채로 말이다.
그 모습을 보자 레벨로프의 눈빛은 차갑다 못해 더욱 싸늘하게 식었다.
“너는 뭐냐! 뭔데 감히 저자들을 마차에 태운 것이지?!”
디에고교의 기사 중 하나가 레벨로프를 향해 외쳤다. 그러자 그들의 우두머리인 주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잠깐, 그만둬라! 이자는-!”
주교는 마차에서 내린 이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이 얼굴은, 교단 내에서도 몇 차례나 언급이 되었던 자의 것이 분명했으니까.
하지만 주교가 무어라 말을 덧붙이기 전, 레벨로프의 입술이 열렸다.
“디에고교도 갈 데까지 간 모양이군요.”
레벨로프의 입매는 한쪽으로 비스듬하게 올라가 있었다. 명백한 디에고교를 향한 멸시였다.
“그게 무슨…….”
주교가 되물었다. 그러자 레벨로프는 디에고교의 성기사들 사이에서 벌벌 떨고 있는 마부를 가리키며 말했다.
“누구보다 사람을 소중히 한다는 문구로 신도를 모집하는 교단이, 한 사람을 저렇게 겁박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건, 그…….”
“내 말이 틀렸습니까?”
레벨로프의 말에 디에고교의 주교도, 사제도, 성기사들도 무어라 말을 잇지 못했다.
그때, 주교가 성기사들에게 말했다.
“마부를 풀어주거라!”
“예? 하, 하지만……!”
성기사가 무어라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주교는 차가운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지금 우리 앞에 있는 이 사람은, 카이로스교 교주이다.”
그 말에 이제야 레벨로프의 정체를 알게 된 이들의 두 눈이 크게 뜨였다.
비록 주교처럼 그의 초상화를 본 것은 아니었지만 성기사들 역시 카이로스교에 대한 교육은 받은 상태였다.
이윽고, 마부가 그들에게서 풀려났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마부는 허겁지겁 레벨로프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등 뒤에 몸을 숨겼다.
“교주, 교주가 타고 있던 마차를 조사해도 되겠습니까?”
그때, 주교가 레벨로프에게 물었다.
당연하게도 레벨로프는 고개를 내저었다.
“안 됩니다.”
“하지만 지금, 저희가 추적하고 있는 자들이 교주의 마차에 타고 있습니다. 그들은 범죄자이니, 저희가 데려갈 수 있도록 해주시죠.”
주교는 레벨로프를 향해 다시금 말했다.
그러나 레벨로프는 단호했다.
“안 된다고 했을 텐데요.”
“……이건 황명입니다.”
주교가 나지막이, 그와 동시에 힘을 주며 레벨로프에게 말했다. 그러나 레벨로프는 여전히 무표정하게 대꾸했다.
“황명이라면, 그 증거를 보이십시오. 폐하의 문양이 찍혀 있는 문서든, 인장이든. 무엇이든 간에.”
그 말에 주교는 입술을 짓씹었다.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었다.
사실 이번 일은 황제의 명이 아니었고, 디에고교 내에서도 사도가 아닌 고작 대주교의 명령으로 이뤄진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레벨로프도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기에 꺼낸 이야기였다. 그러자 주교가 낮게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수하들에게 고갯짓을 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요. 저희가 직접 끌어내는 수밖에!”
주교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를 따르는 수하들이 앞으로 나섰다. 기사들은 검을 빼 들었고, 사제들은 두 손을 모아 디에고가 그들에게 나누어준 ‘성력’을 응축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오시겠다면야.”
레벨로프는 무력을 앞세우는 이들을 보며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몽둥이를 손에 쥐었다.
“말 안 듣는 망나니들에게는, 몽둥이가 약이지.”
그리고 작게 중얼거린 후 저를 향해 달려오는 이들을 보며 씨익 미소했다.
퍼억-!
레벨로프가 몽둥이를 한 번 휘둘렀다. 그러자 그를 향해 달려들던 기사들이 나가떨어졌다.
동시에 사제들이 레벨로프에게 검은 성력을 방출했으나 레벨로프는 그것을 한 손으로 막아내었다.
파앗-
이어 레벨로프의 손에서 새하얀 성력이 뿜어져 나왔고, 그것에 휩싸인 사제들은 쓰러졌다.
‘이 인원들이 한순간에…….’
순식간에 디에고교 측에서 전투가 가능한 인원은 주교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사실 그 또한 알고는 있었다. 카이로스교 교주를 상대로는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하지만 저자가 한 명이라도 살해했다면, 그것을 빌미로 사도님들을 불러들일 수 있었을 텐데……!’
한 가지 희망이라면 그가 누구라도 디에고교의 신도를 죽여 명분을 만드는 것이었지만…….
그러나 안타깝게도, 레벨로프는 자신의 힘 조절을 완벽히 하여 누구도 죽게 만들지 않았다. 그 누구도.
“저희 디에고교에서는 이번 일을 좌시하지 않을 겁니다.”
주교는 이를 악물고 이야기했다.
레벨로프는 그저 미소를 지은 채 답했다.
“그러시든지요.”
이어 레벨로프는 곧장 그들에게서 몸을 돌렸다. 그리고 마부와 함께 다시 마차로 향했다.
“괜찮으시다면 다시 운행해주시겠어요?”
레벨로프가 마부에게 말했다.
그러자 마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 물론이죠! 목적지까지 빠르게 모셔다드리겠습니다.”
“감사해요.”
마부가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 후, 레벨로프도 다시 마차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상황을 지켜보던 엘제스와 하이엔이 놀란 눈으로 레벨로프를 올려다보았다.
레벨로프는 그들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맞은편에 앉았다. 그러자 마차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맞은편에 앉은 두 사람이 입을 연 것은 바로 그때였다.
“가, 감사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레벨로프가 그리 이야기하며 옅게 미소하자, 두 사람의 뺨이 상기되었다. 그러다 이내, 엘제스가 레벨로프를 향해 물었다.
“카이로스교 교주님이시죠? 조금 전, 저희를 쫓던 자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아, 네. 맞아요. 볼 일이 있어서 우연히 지나가다가…… 이렇게 만나게 되었군요. 저는 카이로스교 교주, 레비아탄입니다.”
레벨로프가 두 사람에게 정중히 자기소개하자 엘제스와 하이엔도 이름을 밝혔다.
“저는 엘제스입니다. 이 아이는 하이엔이고요.”
“처음 뵙겠습니다…….”
“네. 반갑습니다. 그런데 하이엔 형제님. 조금 전에 보니, 다리를 다친 것 같은데 제가 볼 수 있을까요?”
레벨로프는 조금 전, 마차에서 내리기 전에 보았던 모습을 떠올리며 말했다.
“아, 네?”
그러자 하이엔이 놀란 눈으로 대답했다.
“혹시 불편하시다면 보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레벨로프는 부드럽게 미소하며 다시 말했다.
그리고 그는 가볍게 손을 뻗은 후, 광역 치유 스킬을 발동했다.
파앗-
레벨로프의 손에서 따스하고 새하얀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 빛은 하이엔뿐 아니라 엘제스까지 감쌌다.
순식간에 두 사람에게 있던 상처들이 모두 사라졌다. 하이엔의 다리에 있던 깊은 상처까지 전부.
“세, 세상에…….”
“이게 대체…….”
그렇게 빛무리가 완전히 모습을 감췄을 때.
신체에서 통증이 사라지자 두 사람 다 놀란 눈으로 레벨로프를 보았다.
“이제 아픈 곳은 없죠?”
“네, 네!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교주님!”
엘제스와 하이엔이 두 눈을 빛내며 레벨로프를 보았다.
“카이로스교 교주님이 어마어마한 치유 능력을 갖췄다고 듣기는 했지만, 이렇게 엄청날 줄이야……!”
“다리가 부러진 것 같았는데, 이제 하나도 안 아파요!”
두 사람이 진심으로 행복하다는 듯이 웃었다.
특히 엘제스는 다리를 다쳤던 하이엔이 자신 스스로를 쓸모없다고 여겼던 순간을 떠올리면 마음이 아팠었다. 하지만 지금, 하이엔의 다리가 말끔히 치료되어서일까.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져 있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희를 도와주신 것뿐만이 아니라, 치료까지 해주시다니. 어떻게 보답을 해드려야 할지 모를 정도예요.”
레벨로프에게 감사를 표하는 엘제스의 눈가에는 눈물까지 맺혔다. 그러자 레벨로프가 눈매를 곱게 접으며 말했다.
“그렇게 두 분이 제게 감사하다면…….”
이어 그는 상큼한 미소로 덧붙였다.
“저를 당신들의 본거지로 데려다주세요.”
그리고, 그 순간 들려온 본거지라는 말에 엘제스와 하이엔의 심장이 쿵, 소리와 함께 내려앉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