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cult can save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235
235화
테르디안의 말에 나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동안 테르디안도 나와 함께 다녔으니,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 휴가 또한 마지막 휴식이란 것을 알고 있었을 터. 그래서 테르디안은 이번 휴식에 아이반도 데려온 것이 분명했다.
나는 테르디안에게 대답하기 전,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목을 축였다. 그리고 그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입을 열었다.
“네. 그렇습니다.”
“……역시 그랬군.”
“오늘 이후, 우리는 아주 바빠질 겁니다. 아주 큰 전쟁이 일어날 것이고, 어쩌면…… 그보다 더 큰 싸움을 치러야 할 수도 있죠.”
나는 테르디안을 진지한 눈으로 응시하면서 말했다. 그러자 테르디안도 평소처럼 무감한 태도가 아니라 진지하게 나를 보았다.
“그리고 그 끝에는…… 디에고교와 카이로스교 중 하나만 남게 되는 것인가?”
그 부분까지 이야기한 적은 없었지만, 테르디안도 얼추 예상했던 모양이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럴 겁니다. 이번에 일어날 전쟁의 끝에서, 어떻게서든 결론이 날 겁니다.”
메인 퀘스트에 주어진 3년이란 시간이 전부 지나가기 전이기는 하지만, 이번 싸움 끝에서 분명 디에고교와 결판이 나게 될 것이다.
‘물론, 이 역시 히든 루트의 변수로 인해 기간이 앞당겨진 것이기는 하지만…….’
최후의 결전을 치르기 전인 지금, 부족한 부분이 없지는 않았다. 다만, 나는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레비아탄, 아니, 레벨로프 홀든.”
그때, 테르디안이 내 본명을 불렀다. 그의 입에서는 처음으로 나온 이름이었기에 나는 조금 당황했다.
“아, 네?”
“너는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이지?”
“으음, 그건 ‘홀든’가의 막내아들에게 물어보는 건가요?”
“……둘 다. 카이로스교 교주의 생각도 듣고 싶고, 너 개인의 생각도 알고 싶다.”
테르디안의 말에 나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약간의 생각 끝에 말을 내뱉었다.
“교주로서는…… 늘 같습니다. 최대한의 신도를 모으고, 앞으로 일어날 전쟁을 막는 것이죠.”
“그렇다면 레벨로프 홀든으로서는?”
“으음…….”
나는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말을 이었다.
“레벨로프 홀든으로서의 계획도 교주의 계획과 크게 다른 점은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기는 하죠.”
“그게 무엇이지?”
“……그저 진실을 알고 싶습니다.”
“진실?”
테르디안이 의문 어린 눈으로 나를 보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그에게 자세히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내가 알고자 하는 진실은 테르디안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이었다. 그것은 바로 이 세계에 대한 진실이자, 나에 대한 진실이었으니까.
내가 이 세계에 오게 된 후로 줄곧 홀로 생각해오던, 쉬이 답을 내릴 수 없는 문제에 대한 것.
‘대체 이 세계는 무엇이며…… 나는 어째서 이곳에 오게 되었는가.’
물론, 이 부분은 내가 메인 퀘스트를 해결하면 알게 될 가능성이 컸다. 메인 퀘스트의 성공 보상이 무엇인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왠지 그런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 메인 퀘스트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큰 산이 있으니…….’
당장 눈앞에 닥친 전쟁과 디에고교였다.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 테르디안이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말해줄 수 없는 모양이군.”
“하하, 저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 하나 정도는 있는 법이니까요.”
“그래. 이해는 한다. 네 개인적인 일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테르디안 형제님.”
장난스럽게 테르디안에게 말하자, 그의 입매가 느슨하게 풀리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그런 테르디안에게 역으로 물어보았다.
“그나저나 테르디안 형제님의 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나야 뭐, 너도 알고 있지 않나? 너의 계획이 곧 나의 계획이니까. 전쟁이 일어난다면, 너와 아이반, 그리고 카이로스교를 지키기 위해 싸울 것이다.”
“그 후에는요?”
“당연히 디에고교를 이 세상에서 제거해야겠지.”
“디에고교가 사라진 후에는요?”
“글쎄…… 거기까지는 생각해본 적이 없군.”
테르디안의 고민하는 눈빛에 나는 낮게 소리 내어 웃었다.
“그 부분도 생각하는 게 좋겠습니다, 형제님. 아마 조만간, 그때가 올 테니까요.”
“하지만 전쟁이라는 것은, 얼마나 오래 걸릴지 알 수 없는 것이다.”
“네. 그렇죠. 하지만 적어도 몇 개월이면…… 모든 것이 끝날 겁니다.”
나의 말에 테르디안은 나를 빤히 응시했다. 그 깊은 눈빛이 마치 관찰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어 테르디안이 입을 열었다.
“너는 항상 많은 것을 알고, 많은 일을 해왔지. 하지만 어째서 그런 눈을 하고 있는 거지?”
“제가 어떤 눈을 하고 있는데요?”
“너는 마치…… 언제든 이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다. 아득히 먼 곳으로.”
“……그렇습니까?”
“그래. 너는 모르겠지만, 네가 사랑해마지않는 카이로스교도 두고 떠날 수 있는 듯한 눈을 하곤 하지.”
테르디안의 눈에는 내가 그렇게 보였던 것일까. 여전히 나는 이 세계를 좋아하고, 여러 혼란을 겪고 있지만, 나 스스로는 ‘이방인’이라고 여겨서 그런 듯했다.
내게 있어 이 세계는 여전히 게임 속으로 느껴지니까.
“그리고 동시에,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저를 꽤 잘 관찰하셨네요.”
테르디안의 말에 나는 최대한 여유로운 척 이야기했다. 이 자식이 나를 이렇게까지 관찰할 줄은 몰랐으니까. 애써 놀라지 않은 음성으로 나는 말했다.
“……하지만 지금 그런 게 뭐가 중요하겠어요. 당장 우리 앞에 닥칠 일들이 있는데.”
최대한 자연스럽게 주제를 돌려보았다. 그러자 테르디안은 별다른 이야기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선은 중요한 것부터 해결하는 게 먼저겠지.”
테르디안의 태도에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혹여 이놈이 더 깊이 파고들었다면, 나도 꽤나 곤란해졌을 테니까.
***
아이들과의 소풍은 나름대로 즐거웠다. 테르디안과 어느 정도 이야기를 나눈 후, 나도 할머니와 아이들과 놀았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어서 즐거워서 나도 모르게 신나게 놀고 말 정도로.
그러고 나서 우리는 늦은 밤이 되어서야 로벨의 신전으로 돌아왔다. 강아지 카이로스는 그제야 정신체로 돌아갔고, 나는 간부들과 인사를 나눈 후 곧장 교주실로 가서 잠을 청했다.
그리고 새벽녘이 되었을 때, 나는 갑자기 전해져온 음성에 두 눈을 번쩍 떴다.
[교주!]내게로 전해진 음성의 주인은 바로 트로이였다. 트로이는 다급하게 나를 불렀다. 나는 곧바로 두 눈을 비비고는 그에게 응답했다.
“트로이? 무슨 일이지?”
[교주의 도움이 필요하다!]트로이의 말을 듣자마자 나는 본능적으로 올 것이 왔다는 사실을 알아채었다. 마침내, 전쟁의 도화선에 불이 붙고 만 것이다.
하여 나는 곧장 침대에서 일어나 트로이에게 물었다.
“트로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히 말해.”
[요 며칠, 나는 한림국의 수인들을 지켜보고,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힘썼다. 교주의 말대로. 그리고 교주가 왜 나를 이곳에 보냈는지 알겠더군.]트로이는 침잠한 음성으로 내게 이야기했다.
[대륙 내에 남은 수인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다. 그렇기에, 그런 수인을 노리는 자들도 존재했다. 물론, 우리 몬트족처럼 강한 수인들에게는 그리 크게 해당하지는 않은 일이었지만, 한림국의 수인들은 다르더군.]“……그래. 그곳에는 힘이 약한 수인들도 존재하니까.”
[그리고 그런 약한 수인들을 대상으로…… 인신매매가 일어나고 있다. 대부분 인신매매단을 처리하고, 수인들을 안전하게 돌려보내기는 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나설 수가 없었다.]트로이의 말에 나는 잠시간 두 눈을 감았다.
[인신매매단의 수장으로 보이는 이가…… 디에고교의 대주교다.]나는 자인과 트로이가 로벨을 떠나기 전, 그들에게 당부한 부분이 있었다. 되도록 혼자 있을 때 디에고교와는 얽히지 말라고.
그리고 트로이는 그 사실을 명심하고 있었기에 지금 내게 연락을 해온 것이다.
“그래, 트로이. 알겠어. 내가 최대한 빠르게 한림국으로 향할 테니, 너는 몸조심하면서 상황을 살피도록 해.”
[……그래, 알겠다.]트로이와의 연락을 끊은 후, 나는 곧바로 몸을 씻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한림국에서 벌어진 인신매매 사건.
이는 나 역시 예상한 일이었다. 메인 루트에서도 제법 비중 있게 다뤄진 사건이었으니.
그리고 트로이는 인신매매단의 수장이 디에고교의 대주교라고 이야기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진짜 수장은……. 코넬론.’
대주교는 그저 위장에 불과하다. 이번 사건의 진짜 주동자는 바로 디에고교의 4사도, 코넬론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30대 중반의 미남으로, 금색의 생머리와 아름다운 미모를 가지고 있어서 디에고의 신실한 신자 같지만, 그 속내는 까맣게 물들어 있었다.
코넬론은 원래부터 성품이 악한 존재로, 디에고의 인간 버전이나 다름없는 놈이었다. 하여, 그는 인신매매와 같은 심각한 범죄도 저지르고 다녔다.
그러나 디에고는 코넬론의 성품이 자신과 닮았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를 암암리에 눈감아 주었다.
디에고는 그저, 인간들의 숫자만 유지되면 그만이었으니까.
그리고 대륙 전쟁의 발발 원인은 바로 이 ‘수인 인신매매’ 때문이었다.
베론 왕국 선왕의 남동생이자, 현재 섭정인 킬리아스 대공이 한림국의 수인 중 하나를 노예로 잡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사실을 알아챈 한림국에서는 당연히 가만히 있지 않았고, 양국 간의 의견이 조율되지 않자 결국 전쟁으로 치닫게 된 것이다.
‘그리고 우습게도 이 세계에서는 인신매매가 살인만큼의 흉악 범죄로 여겨지지 않고 있지.’
하지만 나로서는 절대 아니었다. 인신매매는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것인데, 어찌 다르게 느끼겠는가.
그렇기에 나는 이 사태를 어떻게 해서든 막아낼 생각이었다. 인신매매의 뿌리를 뽑아내고, 전쟁 또한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알피, 미안하지만 나는 꽤 오랫동안 자리를 비워야겠다.”
[아, 네! 교주님. 알겠습니다!]떠날 준비를 마친 나는 곧바로 알피어스에게 이야기를 전했다. 그리고 미리 연락을 해둔 두 사람을 만나기 위해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왔군, 레비아탄.”
“레비!”
아직 태양이 뜨지 않은 시각, 어두컴컴한 신전 정문 앞에는 나와 마찬가지로 로브를 걸치고 후드를 뒤집어쓴 두 사람이 있었다.
큰 키의 테르디안과 오랜만에 보는 라윈이었다. 그동안 라윈에게는 전쟁을 대비한 수련을 시켜두었기에 자주 보지 못했다.
‘그래도 확연히 이전보다 몸이 좋아졌군.’
나는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는 곧바로 걸음을 옮겼다.
테르디안뿐만이 아니라 라윈도 함께 데려가는 이유는 간단했다. 두 사람은 코넬론과 같은 사도였기 때문이다.
내가 코넬론에 대해 어느 정도 알기는 했지만, 코넬론은 원작에서도 거의 등장하지 않은 인물이었다.
그의 일러스트와 성격, 그리고 최후 정도만 묘사되었을 정도로.
그렇기에 코넬론에 대해 잘 아는 인물이 필요했다.
“그래서 우린 어디로 가는 거지?”
테르디안의 물음에 나는 짧게 대답했다.
“한림국.”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