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cult can save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236
236화
한림국, 어딘가.
타다다닥-!
토끼 귀와 꼬리가 달린 한 여인은 열심히 달아나고 있었다. 그것도 자신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남자들로부터.
“헉, 허억!”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토끼 수인 메이는 멈추지 않았다. 아니, 멈출 수 없었다. 지금 그들에게 잡힌다면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을 영영 볼 수 없었으니까.
그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몸은 더 이상 자신의 것이 아니게 될 테니까.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메이는 힘들어 죽을 것만 같아도 정신력으로 어떻게든 버텨내었다.
“큭!”
메이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더욱 빠르게 달렸다. 보통의 인간들이라면 토끼 수인인 그녀를 뒤쫓을 수 없었을 테지만, 그들은 달랐다.
그들은 수인들이 자주 다니는 길목에 매복하고 있었다. 그리고 수인들이 쉬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마비침을 쏘았다.
메이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더욱 주의를 기울였다. 하여 그들, 인신매매단이 주변에 있다는 것을 알고 피했건만 빠르게 달려드는 마비침을 피하지는 못했다.
한 번에 수십, 수백 개의 침이 날아들다 보니 아무리 빠른 토끼 수인이라고 해도 모조리 피하지는 못한 것이다.
침에 맞은 전신이 마비가 되어가고 있었고, 이전과 같은 속도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추격꾼들과의 거리가 좁혀지고 있었다.
‘제발, 제발, 조금만 더 빨리……!’
메이는 공포감에 눈물로 흐릿해지는 시야를 애써 바로 잡으며 주먹을 꽉 쥐었다. 토끼로 변해서 달려가고 싶었지만, 전신에 감도는 마비침의 효과로 인해 그마저도 불가능했다.
‘조금만 더 가면 돼……!’
하지만 그럼에도 메이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열심히 달리고 또 달렸다. 불과 몇백 미터만 더 가면 수인족들이 모여 사는 안전지대, ‘중림’에 도달할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중림에 들어서기만 하면 인신매매단은 더는 그녀를 쫓을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현재 중림 전역에서 육식 동물 수인 위주로 순찰을 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제발, 조금만 더…….’
메이는 심장이 너무 빠르게 뛰어 금방이라도 죽을 것만 같았다. 포기하고 싶었다.
“저기 있다!”
그러나 어느샌가 추격자들이 그녀의 바로 뒤까지 쫓아와 있었다.
‘아, 안 돼!’
여기서 잡힐 수는 없었다. 그저, 아픈 동생을 돕기 위해 약을 구하러 나왔던 것뿐인데. 자신이 제때 맞춰 도착하지 못한다면, 제 동생이 죽을지도 몰랐다.
인신매매단에게 붙잡혀 끌려가는 것보다 더 두려운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차라리 잡혀가더라도 약은 전할 수 있었으면. 소중한 가족을 잃고 싶지 않았다.
“저기 있다!”
추격꾼들의 음성이 더욱 가까워졌다. 이대로면 얼마 지나지 않아 잡힐 것이다. 메이는 두 눈을 질끈 감고 달리기에만 몰두했다.
타악!
그러나 바로 그 순간. 메이의 몸이 누군가에게 붙잡혔고, 순식간에 입이 막혔다.
“읍, 읍!”
메이는 발버둥 쳤다. 자신을 붙잡은 자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하지만 강한 악력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쉬이. 진정해요.”
한데 어째서일까. 당장이라도 욕심이 그득그득한 인간의 음성이 들려올 줄 알았건만.
이어 들려온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저는 당신을 해치지 않습니다.”
재차 들려오는 목소리에 메이의 발버둥이 멎었다. 이어 메이는 조심스럽게 두 눈을 떴다. 그러자 그녀의 앞에 동그란 안경을 낀 채 부드럽게 미소를 짓는 한 남자가 있었다.
상황이 이렇지만 않았어도, 그저 잘생겼다고 느낄 만한 남자였다. 그리고 그 남자는 메이의 입을 막은 채 그녀를 커다란 나무 뒤로 숨겨주었다.
“쉬이.”
이어 남자는 자신의 입가에 검지를 갖다 대며 메이에게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했다. 메이는 저도 모르게 홀린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남자의 손이 떨어지고, 메이는 그제야 편하게 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러자 남자가 메이의 뒤쪽을 바라보며 가볍게 고개를 까딱했다.
퍽, 퍼억!
이윽고, 둔탁한 소리와 함께 더는 추격꾼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다. 메이는 동그란 눈을 크게 뜬 채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잘생긴 남자는 그저 미소만 짓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고 있을 때, 그녀의 뒤로 두 명의 남자가 다가왔다.
“쓰레기 같은 놈들.”
한 명은 입에 담기도 힘들 정도로 험악한 욕설을 내뱉었고, 다른 한 명은 조용했다. 메이는 조심히 고개를 돌려 그들을 보았다.
그리고 조금 놀라고 말았다. 눈앞의 남자와 일행인 듯 보이는 두 명의 남자도 무척이나 잘생겼기 때문이다.
키가 큰 남자는 선이 굵은 미남이었고, 그보다 작은 남자는 한마디로 말해 미청년이었다.
“아, 이런. 괜찮으신가요?”
직전까지 험악한 욕설을 내뱉던 미청년이 진심으로 걱정스럽다는 듯이 메이를 향해 말했다. 반면, 키 큰 남자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아, 네. 가, 감사합니다.”
그제야 이 남자들이 자신을 구해줬다는 것을 깨달은 메이는 세 사람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테르디안 형제님, 라윈 형제님. 고생했습니다.”
메이를 구해준 남자, 레벨로프는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그제야 입을 꾹 다물고 있던 키 큰 남자, 테르디안이 입을 뗐다.
“별거 아니다.”
이어 미청년, 라윈도 허겁지겁 말을 했다.
“우, 우리 사이에 뭘 그렇게까지 이야기해요.”
쑥쓰러워하는 라윈을 뒤로 하고 레벨로프는 메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여전히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친절하게 이야기했다.
“어디 다친 곳은 없으십니까?”
“아, 그…… 마비침에 당하기는 했지만 괜찮아요.”
“토끼 수인이신 것 같은데, 그래서 인신매매단을 따돌리지 못하신 거군요.”
레벨로프는 메이를 안타깝게 여기며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일순, 놀란 메이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이어진 것은 그저 새하얀 빛과 몸으로 들어오는 따스함 뿐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저릿하던 몸의 증상이 완전히 사라졌다.
“이제 괜찮을 겁니다.”
“가, 감사합니다.”
메이가 놀란 눈으로 레벨로프를 올려다보았다. 그러는 사이, 레벨로프는 테르디안, 라윈과 함께 걸음을 옮겼다.
“‘중림’까지 저희가 데려다 드리죠.”
레벨로프가 메이를 향해 말했다. 그러자 메이가 걸음을 옮기려다가 움찔, 멈춰 섰다. 레벨로프는 그녀를 안심시켜 주기로 했다.
“저희는 믿으셔도 됩니다. 카이로스님을 모시는 카이로스교의 사람들이니까요.”
그 말에 메이의 두 눈이 크게 뜨였다. 언젠가,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메이는 조심스레 그들을 향해 물었다.
“혹시…… 카이로스교의 교주이신 레비아탄 님이신가요?”
메이의 질문에 레벨로프가 조금 놀랐다. 그러다 이내 옅게 미소했다.
“아무래도 트로이를 아는 모양이군요.”
“네! 맞아요! 트로이님께서는 저희 ‘중림’의 은인이시거든요! 그리고 트로이님이 종종 카이로스교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어요! 수인 중 일부는 카이로스교의 신도가 되기도 했어요! 중림에 트로이님이 구해주신 수인들이 많아서요!”
그제야 메이가 긴장이 풀렸는지 조잘조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 모습에 레벨로프가 작게 소리 내어 웃으며 말했다.
“하하, 그랬군요. 그럼 자매님, 트로이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주시겠습니까?”
“네! 그럴게요!”
그렇게 레벨로프는 메이와 함께 중림을 향해 나아갔다.
***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수인들이 모여서 사는 ‘중림’은 보통의 인간이 쉬이 발견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곳은 특별한 진법이 있었기에 보통의 인간은 출입이 어려웠다.
하여, 수인과 함께 들어가는 것이 가장 편한 방법이었다. 보통의 사람들도 들어갈 수는 있었지만, 진법을 해제하는 것은 꽤 귀찮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근래에는 육식 동물 수인들이 진법이 있는 부근을 지키고 있을 테니까.
‘그래서 인신매매단 놈들도 중림 부근에서 왕성하게 활동할 뿐, 중림 내부로 들어가지는 못하니까.’
중림에서도 인신매매단을 처리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기는 했지만, 그들만으로 해결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존재했다.
디에고교가 개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육식 동물 수인들이 강하다고는 한들, 디에고교의 힘으로 인해 꽤 많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하여,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고, 중림의 경비를 강화하는 것이 그들의 한계였다.
“여기예요. 이곳이 바로 ‘중림’이에요!”
메이를 따라 걷다 보니 순식간에 중림에 도달할 수 있었다. 중림은 말 그대로 숲 가운데에 있는 마을이었다. 하여 그 입구도 숲 그 자체였다.
“메이, 이 인간들은 무엇이냐.”
중림의 입구인 거대한 나무 문을 지키고 있던 호랑이 수인이 메이 뒤의 우리를 보며 경계했다.
“아, 이분들은 제 은인이에요!”
“뭐?”
“인신매매단에 쫓기고 있었는데, 이분들이 저를 구해주셨어요. 카이로스교의 교주이신 레비아탄님과 그 일행들이세요!”
“그게 정말이야?”
“네! 정말이에요!”
호랑이 수인이 놀란 눈으로 우리를 볼 때였다.
타악!
우리 앞으로 무언가가 뛰어내렸다. 그리고 그를 보자마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나는 곧바로 그에게 다가갔다.
“교주, 왔군.”
트로이가 평소와는 달리, 조금 격앙된 어조로 내게 말했다. 나는 그런 트로이의 어깨를 잡으며 인사했다.
“트로이, 고생했다.”
“아니다, 교주.”
인사를 길게 하지 않아도 트로이가 조금 힘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중림 내에 트로이가 구해낸 수인의 수가 꽤 된다는 것만 해도 많은 전투를 치렀다는 뜻이기에.
그래도 내가 주었던 치유 물약 덕분인지 트로이의 몸에 상처 같은 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오, 정말 트로이님이 이야기하셨던 분들이군요!”
트로이까지 우리를 직접 마중 나오자, 호랑이 수인이 그제야 신뢰를 가진 듯했다.
“어서 안으로들 들어가시죠!”
호랑이 수인이 중림의 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나는 일행들과 함께 그 안으로 들어섰다.
“와.”
나는 작게 감탄했다. ‘한림국’은 원작에서 거의 없는 동양 배경의 나라였다. 그 중, 중림은 마치 오래된 동양 소설에서나 볼 법한 공간이었다.
수많은 대나무와 생경한 식물들로 가득 차 있고, 주변의 집들 또한 동양풍이었다. 게다가 거리를 다니는 수인들도 동양 느낌이 나는 옷을 입고 있었다.
“여긴 정말 신비롭군.”
“호오.”
테르디안과 라윈도 놀란 듯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고 있을 때, 트로이가 한 작은 집을 가리키며 말했다.
“교주, 저기로 가지. 저기가 내가 머물고 있는 숙소다.”
“트로이, 이제는 아예 중림 내부에 머무는 모양이네.”
나의 말에 트로이가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그건 아니다. 주로 나는 밤에 중림 주변을 순찰하니까.”
“타박하려던 건 아니야.”
나는 황급히 덧붙이는 트로이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그저 인신매매의 위협은 낮에도 존재하니까.”
“그래. 그건 나도 간과한 부분이다. 내 실책이지.”
트로이가 메이를 보며 어깨를 늘어트렸다. 나는 그의 어깨를 툭, 건드려주었다.
“괜찮아. 이제 우리가 왔으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