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cult can save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249
249화
레벨로프의 툴툴거림에 마그누스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 맑고 청량한 소리에 열심히 이야기를 내뱉던 레벨로프가 멈칫했다. 이어 레벨로프는 눈앞에 있는 거대한 빛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지금 웃음이 나오세요?!’
– 하하, 이런. 웃어서 미안하구나.
레벨로프의 눈살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러나 마그누스에게 악의가 없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기에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러자 마그누스가 천천히 이야기를 했다.
– 테르디안, 그 아이는…… 올곧은 성정을 타고났기에 나도 눈여겨보고 있었단다.
‘그 녀석이 제가 플레이하던 게임의 진짜 주인공이었잖아요. 그러니 얼추 알고는 있었어요.’
– 그래. 그 아이는 훗날 인간 중에서 가장 강한 초월자가 될 운명을 타고났지. 그 아이는 세상에 평화를 가져올 능력이 있었단다.
‘아, 설마 그래서…… 제가 그 녀석과 엮일 때마다 돌발 퀘스트를 내주신 건가요?’
레벨로프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질문했다. 그러자 마그누스로부터 낮게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 그래. 그랬단다.
‘하아, 이야기를 전부 듣고 보니…… 저는 정말 이용당한 것이나 다름없군요.’
레벨로프가 어깨를 늘어트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세계에서 비틀린 일을 바로잡기 위해 자신이 이용당한 듯한 찝찝한 느낌을 쉽사리 지울 수가 없었다.
– 이용이라니. 그건 아니란다. 너를 그저 이용하기만 할 생각이었다면, 내가 너를 직접적으로 도와주거나 하지 않았을 것이다.
레벨로프는 문득 이전에 자신이 정말 위험할 때. 시스템 관리자, 마그누스가 자신을 도와주었던 일을 떠올렸다. 자신이 목숨을 잃을 뻔했던 순간과 영지가 위험에 처했을 때.
– 그때, 나는 카이로스로부터 너를 잃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단다. 나는 그 아이를 위해, 그리고 너를 위해 인과율을 무시하고 너를 도왔단다. 하여, 그 대가로 나는 약간의 힘을 잃었지. 몇 개의 차원도 같이 소멸하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든 일이 잘 해결되었으니까.
마그누스의 이야기에 레벨로프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를 돕기 위해 몇 개의 차원을 잃었다니. 생각지도 못한 거대한 스케일이었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좀 죄송해지네요.’
– 아니, 아이야. 네가 미안해할 필요는 없단다. 나 또한 이 모든 일을 위해 너를 희생한 것이나 다름없으니.
‘으음. 그럼 쌤쌤으로 하죠. 어차피 제가 걸어온 길도 만만찮게 힘들었으니까요.’
– 하하, 그래. 그러자꾸나.
레벨로프는 마그누스를 따라 웃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난 부분이 있었다. 레벨로프는 곧바로 마그누스에게 물었다.
‘그런데 이 히든 루트에서 저와 카이로스교의 힘이 신도 수에 비해 원작보다 더 강한 것 같던데요. 설마 그것도 마그누스 님께서…….’
– 맞단다. 압도적인 디에고의 힘을 조금이라도 너희가 이겨내길 바라서, 카이로스에게 틈틈이 나의 힘을 주었단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때론 시스템이 제 뜻대로 움직여주는 것 같기도 했던데…….’
– 그 역시 모두 내가 너를 위해 설정해둔 것들이란다. 네가 좀 더 수월하게 움직이길 바라서, 너의 경험에 입각하여 자동으로 잘 돌아갈 수 있도록 해둔 것이지.
‘그랬군요…….’
레벨로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문득, 또 다른 사실이 떠올랐다. 레벨로프는 조금 진지한 낯으로 마그누스를 향해 물었다.
‘마그누스 님. 그렇다면…… 카이로스 님께서도 이 사실에 대해 다 알고 있는 건가요?’
– 으음, 그래. 그렇단다.
마그누스의 대답에 레벨로프의 표정이 약간 굳어졌다. 처음부터 카이로스는 줄곧 레벨로프에게 이러한 사실들에 대해 언질조차 주지 않았었다.
그저 레벨로프가 ‘빙의자’인 것을 제외하고는 아는 게 없는 것처럼 말이다. 아니, 생각해보면 그것부터가 이상했다.
‘내가 멍청했군.’
레벨로프는 속으로 생각했다. 애초부터 카이로스가 ‘빙의자’인 자신에게 절대적인 편이 되어준 것부터가 이상했는데 말이다. ‘히든 루트’라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지만,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이상했던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러니까 카이로스 님도 원래대로 흘러갔어야 할 세상, 원작에 대해 다 알고 있었단 거죠?’
– 그래. 그래서 내가 카이로스를 위해, 그리고 그 세계를 위해 너의 영혼을 불러온 것이지. 네가 불안정한 세상에서 유일한 희망이나 다름없었으니 말이다.
‘그랬군요.’
– 그래. 그리고 나는 그 과정에서 카이로스에게 모든 것이 안전할 것이고, 특히 레벨로프 네가 위험할 일은 없을 거라고 이야기했단다. 하여 카이로스도 동의했지. 원래 그 아이는 반대했었거든.
‘……네?’
– 카이로스는 네 영혼을 함부로 불러들이는 것이, 네게 있어서는 그리 좋을 일이 아니라고 여겼으니까.
그 말에 레벨로프는 입술을 짓씹었다. 이 일에 대해 모두 알고 있었으면서도 제게 어떠한 말도 해주지 않았던 카이로스가 여전히 밉기는 했지만, 저를 생각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완전히 카이로스를 미워할 수가 없었다.
– 그리고 나의 예상과 달리, ‘변수’가 존재했단다. 디에고가 자리한 그 세상은 불안정했기에 가끔 네게 위험한 일이 발생했지. 그러한 일이 발생할 때마다 카이로스는 나를 찾아와서 호소하고는 했단다. 제발 너를 구해달라고.
‘설마…….’
그제야 지난날, 자신이 위험천만했던 순간에 처했던 당시. 카이로스의 음성이 들려오지 않았던 나날들이 레벨로프의 머릿속을 스쳤다.
– 그래. 카이로스가 네가 위험할 때마다 내게 찾아와서 애원해대는 통에 나는 바쁜 와중에도 여러 방면에서 신경을 써야만 했단다.
‘그랬군요…….’
레벨로프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자 마그누스가 조용히 아무런 말이 없다가 천천히 말했다.
– 더 궁금한 점은 없느냐?
‘으음, 제가 더 알아야 할 사항은 없는 거죠?’
– 네가 궁금한 부분이 있다면 모두 대답해줄 수 있느니라.
‘지금 상황에서 무얼 더 여쭤봐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다만…… 부탁드릴 부분이 있어요.’
– 그게 무엇이든 말해보렴.
레벨로프는 옅게 미소하며 마그누스를 응시했다. 그리고 해맑고, 또 순수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저와 제 주변인들…… 그리고 카이로스 님과 마그누스 님까지 해피엔딩을 맞이하면 좋겠어요.’
그 말에 마그누스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다 이내 작게 웃으며 대답했다.
– 그래. 꼭 그렇게 될 것이란다.
그리고 다음 순간, 마그누스로부터 흘러나온 새하얀 빛이 레벨로프를 삼켰다.
***
두 눈을 떴을 때, 나는 다시 교주실로 돌아와 있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여전히 공중에 부유하는 책이었다. 아무런 제목도 적혀 있지 않은 책을 잡고 내용을 살폈다. 그러자 마치 동화책처럼 오늘 내가 보고 들은 일들이 적혀 있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어이가 없기도 하고, 너무 방대한 일에 휘말리게 된 것 같기도 하고…….’
동시에 여러 가지 감정이 나를 찾아왔다. 그러나 이미 모든 일이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고, 그리고 그 결과도 좋았다.
‘더군다나 나는 모든 진실을 알게 되었고.’
그리 생각하던 순간이었다. 눈앞에 황금빛 빛무리와 함께 오랜만에 보는 강아지가 등장했다. 그건 바로 카이로스였다.
“아이야…….”
카이로스는 조금 풀이 죽은 듯한 모습으로 나를 보았다. 허공에 둥둥 떠서 나를 보는 강아지가 귀엽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마그누스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으니, 나는 쉽사리 표정을 풀지 않았다.
“여긴 어쩐 일이세요?”
나는 카이로스에게 퉁명스럽게 이야기하며 책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그러자 카이로스가 내게 힘겹게 말을 꺼내었다.
“나의 아버지, 그러니까 마그누스 님께 들었단다. 이 세계에 대해 모두 알게 되었다고…….”
“네.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한 보상을 받게 되었거든요. 아, 카이로스 님도 알고 계시죠? 저는 단순히 게임 속에 들어온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그…… 속여서 미안하단다. 네게 이 세상의 진실에 대해 이야기해줄 기회는 언제든지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쩜 그렇게 하나도 모른다는 식으로 연기를 잘하셨어요? 연기 학원이라도 다니셨나 보네.”
나의 퉁명스러운 말에 카이로스의 눈이 촉촉하게 젖어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런, 내가 너무 심했나.
“미안하구나, 정말……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란다. 다만, 언젠가 이야기하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어. 그저 그 때를 제대로 잡지 못했을 뿐이란다. 섣불리 이야기했다가는 너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할까 봐 걱정했단다. 디에고와 여러 일들이 있었으니까…….”
“……하아.”
한숨을 낮게 내쉬자, 카이로스가 더욱 내 눈치를 보았다. 그러고는 그가 조심스레 말을 꺼내었다.
“……아이야. 만일 네가 원한다면, 원래 세상으로 돌려보내 주마. 아버지께 잘 말씀드려보면…….”
“네?”
“이제 내가 싫어졌으니, 이 세상에서 더 머물고 싶지 않을 것 아니냐…… 그러니까…….”
카이로스의 말에 나는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리고 강아지 카이로스의 부드러운 머리털을 쓰다듬어 주었다.
“저는 돌아갈 생각 없어요. 카이로스 님이 싫어지지도 않았고요.”
“그, 그게 정말이냐?”
카이로스의 두 눈이 반짝이며 빛났다. 나는 그에게 미소하며 대답해주었다.
“네. 솔직히 처음에는 여태 카이로스 님이 연기했다는 걸 알았을 때는 실망하긴 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카이로스 님이 저를 아낀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으니까요.”
“아이야……!”
카이로스가 많이 감동했다는 듯이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는 잽싸게 덧붙였다.
“물론, 제가 사랑하는 가족들과도 계속 함께 있고 싶기도 하고요. 여기가 원래 저의 세상이잖아요. 제 모든 기억은 원래 저의 것이었고, 제 가족들도…… 전부 저의 진짜 가족이니까.”
그래. 그랬다. 이전 생에는 내게 가족이 존재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존재했다. 나를 사랑해주고 아껴주는 가족들, 그리고 카이로스교의 간부들까지 전부. 모두 내가 아끼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떠날 생각은 없는걸요. 그리고…… 제가 카이로스 님의 첫 번째 신도잖아요. 제가 없으면, 카이로스교도 제대로 안 돌아갈 테니까. 제가 봉사하는 셈 치죠, 뭐.”
“아이야……!”
나의 말에 카이로스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내게 달려들었다.
“정말 고맙고 미안하단다.”
“하하, 사과하지 않으셔도 돼요.”
나는 그런 카이로스를 마주 안아주었다.
“이 세상에 오고 나서…… 저는 마침내 진짜 인생을 살게 되었으니까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