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cult can save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250
250화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어느덧 세상에서 디에고교가 사라진 지도 몇 달이 지난 어느 봄날. 헤르페온 제국의 국민들은 봄 축제를 맞이하여 모두 거리로 나왔다.
그리고 그건 홀든 영지의 영지민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모두 부푼 마음으로 카이로스교 신전에 들렀다.
“드디어 오늘이지?”
“그래, 오늘 맞다니까!”
“오늘 드디어! 우리 카이로스교가 헤르페온 제국의 국교가 되는 날이 온 거여!”
“마침내 이날이 오게 되었구나!”
그랬다. 오늘은 헤르페온 제국의 황제가 카이로스교를 국교로 선포하는 날이었다. 그로 인해 기존의 카이로스교 신자들 모두 기쁜 마음으로 신전에 들러 카이로스의 신상 앞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다들 조심해서 안으로 들어오세요!”
그리고 그런 신자들을 간부들이 맞이해주고 있었다. 처음에는 마냥 어린아이 같았던 대사제 알피어스와 성기사 체스터, 그리고 같은 기사의 반열에 오른 사샤까지.
그들은 어느덧 처음, 레벨로프와 만났던 순간보다 조금씩은 자란 모습으로 신도들을 향해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정식 사제인 세릴을 비롯한 일반 신도 출신의 견습 사제들도 신도들에게 인사를 했다.
“후후, 마침내 오늘 같은 날이 오게 되다니 신기하구나.”
홀든 가의 주인이자, 영지의 주인인 레이라 홀든도 부푼 마음을 안고 신전에 들어섰다. 그녀의 옆에 내려선 세베누스도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폐하 앞에 선 레벨로프의 모습을 직접 보지 못한 게 아쉽기는 하네요.”
“그건 나도 그렇단다. 이제 마침내, 레벨로프가 ‘교주’로서 자신의 진짜 신분을 드러내게 됐는데 말이야.”
베일에 싸여 있던 카이로스교의 교주, 레비아탄. 오늘은 그 정체가 마침내 세상에 밝혀지는 날이었다.
레벨로프는 더 이상 자신과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위협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마침내 결심을 하였다.
그리고 그 중대한 사실을 측근들에게만 먼저 이야기를 하였고, 오늘 있을 국교 선언식에서 직접 발표를 할 계획이었다.
***
“왜 제가 더 긴장되는 거죠, 주인님.”
홀든 영지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헤르페온 황궁, 귀빈실. 자인은 단장을 마친 레벨로프를 향해 말했다.
새하얀 교주복을 걸친 레벨로프는 크게 꾸미지 않아도 그 미모가 더욱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전까지 걸치고 있던 인지 부조화 안경도 더는 그의 얼굴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계약이 끝난 지 언젠데 아직도 나를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거야, 자인.”
레벨로프는 옅게 웃으며 자인의 어깨를 두드렸다. 두 사람의 계약은 디에고교가 세상에서 사라진 직후 끝이 났다.
하지만 심지어 자인의 누이인 에밀리까지 카이로스교의 사제로서 일하게 된 지금도 자인은 레벨로프를 주인으로 모시고 있었다.
“입에 붙기도 했고, 또…… 그간 교주, 아니 주인님께서 걸어오신 행보를 제가 직접 보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저는 영원히 당신을 주인으로 모실 겁니다.”
자인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에 옆에 서 있던 트로이가 대꾸했다.
“좋은 정신이다, 자인. 우리 교주님은 평생을 주인으로 모셔도 충분한 분이시지.”
트로이는 어느덧, 레벨로프를 향해 꼬박꼬박 존칭을 붙여주고 있었다. 물론, 여전히 말이 짧은 건 마찬가지였지만.
“후후, 그래. 교주님께서는 우리의 은인이시니까.”
레벨로프의 단장을 도와주던 에밀리도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름 화기애애한 상황에서 유독 조용한 한 남자가 있었다.
“테르디안, 너 표정이 별로 안 좋은데. 어디 아파?”
레벨로프가 그를 발견하고 물었다. 이제 테르디안과도 알게 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일까. 레벨로프는 더 이상 그에게 ‘형제님’이란 단어를 붙이지 않았다. 그리고 테르디안 역시 크게 개의치 않았다.
“속이 좀 좋지 않군.”
“아니, 너 지금 안색이 창백한데. 설마…….”
레벨로프는 빠르게 테르디안에게 다가갔다. 그러고 재빠르게 성력을 테르디안의 몸으로 뻗었다.
테르디안의 신체를 한 바퀴 돌고 다시 레벨로프에게 돌아간 성력이 그에게 일러주었다.
“너…… 말로네 병에 걸렸구나.”
레벨로프의 한쪽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그간 신도의 숫자가 상당히 늘어난 덕분에 레벨로프는 제힘으로 쉬이 타인이 앓고 있는 병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테르디안은 말로네 병에 걸려 있었다.
“말로네 병이라. 그건…… 예전에 네가 걸렸던 병이 아니었나?”
“맞아. 그것 때문에 고생 좀 했었지.”
레벨로프는 픽 웃으며 이제는 지나간 옛일을 떠올렸다. 그러고는 이내 테르디안을 향해 두 손을 뻗었다.
“나는 그 병을 치료하기 위해 직접 독을 마셨다고.”
물론, 레벨로프가 전파한 치료법대로 테르디안을 치료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파앗-
레벨로프의 두 손에서 흘러나온 새하얀 빛이 테르디안의 전신을 감쌌다. 그리고 삽시간에 테르디안이 입을 감쌌다.
“크윽-!”
테르디안은 속에서부터 울컥 치밀어오른 무언가를 토해냈다. 그건 바로 말로네 벌레였다.
“으, 여전히 징그럽네.”
그것을 목격한 레벨로프가 곧장 몸을 돌렸다. 그래도 이걸로 테르디안의 치료를 마친 것이다. 레벨로프는 새삼스레 강해진 제 성력에 다시금 놀랐다.
어느덧 카이로스교의 신도 숫자는 1억 명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대륙 전역의 대다수 인구가 카이로스교를 믿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리고 오늘은 마침내, 헤르페온 제국의 국교로서 선언되는 날이었다.
‘사실, 이제 제국민 거의 전부가 카이로스교를 믿어서 의미가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런 날이 오게 된 게 나쁘지는 않았다.
똑똑.
“교주님, 이제 식이 시작될 시간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시간이 되었다.
***
“오늘부로 카이로스교가 대 헤르페온 제국의 국교가 되었음을 선언하는 바이다.”
헤르페온 제국의 황제, 칼리오나가 선언했다. 그러자 얼마 전, 황태자 자리에 오른 세드릭을 비롯한 황실 인사들과 황궁 앞에 모인 수많은 제국민들이 환호성과 우레와 같은 박수를 쳤다.
“카이로스교 만세!”
“카이로스 신 만세!”
“레비아탄 교주님 만세!”
그 환호성을 들으며, 칼리오나 황제는 레벨로프에게 손짓했다. 이제 자신이 나갈 차례가 되자 레벨로프는 떨리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켰다. 그리고 연신 자신을 연호하는 제국민들 앞에 섰다.
“어, 어라, 저분은……!”
“저분이 교주님이셨나?”
그러자 레벨로프의 진짜 얼굴을 처음 보게 된 국민들이 당황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레벨로프는 그들에게 그림 같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아무래도 이 모습이 더 익숙한 분들이 계시겠죠.”
레벨로프는 능청스레 이야기하며 품에 넣어두었던 안경을 꺼내어 썼다. 그러자 사람들이 다시금 놀랐다.
“어, 교주님……!”
그리고 레벨로프는 걸치고 있던 안경을 벗으며 사람들에게 다시 소개했다.
“그동안 여러분은 저를 ‘레비아탄’ 교주로 알고 있었겠지만, 사실 제 진짜 이름은 레벨로프 홀든입니다. 그간,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전면에 나서지 못하였고, 제 모습을 이 마법 안경으로 숨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본교와 가족들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지요.”
레벨로프의 말에 신도들은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그래도 교주를 향한 신뢰는 조금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간 카이로스교 교주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구해왔던가. 사실상 지금 대륙 내에서 가장 유명하고, 신임 있는 사람이 바로 그였다.
“이 자리에 서기까지 정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레벨로프는 수많은 국민들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살짝 들어 푸르른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의 머릿속에 여러 기억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레벨로프는 잠시간 말이 없었다. 그러다 이내,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천천히 말을 이었다.
“카이로스교에 수많은 위협이 있었고, 제 주변에도 각종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었죠. 하지만 우리는 카이로스 님의 사랑과 은혜를 입어 위기를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카이로스의 이름이 나오자 신도들이 연신 그를 연호했다. 그러자 카이로스가 정말 응답하기라도 한 듯, 따스한 햇볕이 황궁을 내리쬈다.
“저희 카이로스교는 앞으로도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나아갈 것입니다. 이 세상에 아픈 사람이 없도록, 슬픈 사람이 없도록, 외로운 사람이 없도록. 카이로스님의 교리를 받들어…… 더 널리 사랑을 전파하겠습니다.”
레벨로프는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과 함께 연설을 마쳤다. 이건 이 세상에 오게 된 후 처음으로, 신도를 모집하겠다는 생각 없이, 오로지 진심만을 담아 한 첫 번째 연설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진심을 들은 수많은 신도들이 그를 향해 환호했다.
***
황궁에서 있었던 국교 선언식 이후, 나는 일행들과 함께 곧바로 로벨의 신전으로 돌아왔다. 카이로스교의 로벨 신전은 ‘본단’으로서 그 규모가 이전보다 더욱 커졌다.
그래서 예전보다 방문하는 신도의 숫자가 늘었기에 내가 할 일이 참 많았다.
매일같이 여전히 내 앞에는 서류가 잔뜩 쌓여 있고, 간부들과 함께 처리해야 할 일도 가득이었다.
그리고 종종 곳곳에 나타나 사람들을 괴롭히는 몬스터 토벌도 우리 카이로스교에서 맡고 있었기에, 할 일은 점차 더 늘어만 갔다.
‘그래도…… 이런 삶, 나쁘지 않네.’
늦은 밤, 교주실에서 홀로 서류를 처리하던 나는 문득 어두컴컴한 창밖을 보게 되었다. 밝고 커다란 보름달이 뜬 깊은 밤. 어느덧 사람들은 모두 잠들어 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오늘, 카이로스교가 헤르페온 제국의 국교로 선포되어서일까. 여전히 내 심장이 빠르게 뛰고, 기분 좋은 설렘이 계속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낮에, 이 세계에서 겪었던 모든 일들이 내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처음, 이 세계에서 눈을 떴던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카이로스의 현신을 만나고, 종교를 설립하고, 지금의 간부들을 만나고, 수많은 사건과 사고를 지나…… 마침내 대륙민 대부분이 카이로스교의 신도가 되었다.
레벨로프는 그 순간들을 하나하나 되짚어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이 망할 사이비 루트에서 벗어나고만 싶었는데.’
나도 모르게 픽, 웃음이 흘러나왔다.
“아이야, 뭐가 그리 재밌느냐.”
그러자 내 집무 테이블에서 엎드려 자고 있던 강아지 카이로스가 내게 물었다. 카이로스는 곧바로 둥둥 날아서는 내 옆으로 다가왔다.
“아아. 그저 옛날 생각이 좀 나서요.”
“옛날? 옛날이라면 얼마나 오래전을 말하는 게냐.”
“왜요, 그…… 제가 처음에 우리가 ‘사이비’ 같다고 생각했던 그때요.”
나의 말에 카이로스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사이비라니! 그때도 아니었지만, 지금은 더더욱 아니란다.”
“네, 알아요. 하지만 조금 웃기지 않아요? 사이비로 시작했지만, 결국 그 사이비가 세상을 구해냈다는 것이.”
나는 창가에 기대며 작게 웃었다. 그러자 카이로스도 결국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하하, 그래. 그렇구나. 시작은 미약했지만…… 결국 그 끝은 창대하게 되었어. 물론, 우리의 행보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지만 말이다.”
카이로스의 말에 나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맞아요. 우리는 이제 시작인걸요.”
-[사이비가 세상을 구하는 방법>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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