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cult can save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3
3화
사용인들은 화들짝 놀라며 레벨로프를 향해 고개 숙였다.
“안녕.”
레벨로프가 어색하게 인사했다. 그 모습에, 몇몇 이들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세상에, 우리 도련님께서 아침 식사를 하러 나오시다니!’
‘이게 꿈이야 생시야!’
‘그나저나 우리 도련님…… 그사이에 더 아름다워지셨네.’
사용인들은 집사와 함께 지나가는 레벨로프를 바라보며 설레했다.
‘저렇게 아름다운 분이, 그런 몹쓸 병에 걸리시다니…….’
‘신께서 레벨로프님을 보살펴주시기를.’
동시에 그들의 표정에 안쓰러움이 깃들었다.
정작 이목이 쏠린 장본인은 어색해할 뿐이었지만.
“그럼 다들 고생해.”
레벨로프가 어색한 미소와 함께 식당 쪽으로 사라지자, 남겨진 사용인들은 굳고 말았다.
‘도련님 미소, 최고……!’
‘부디 건강을 되찾아주세요!’
***
‘어색해 죽는 줄 알았네.’
깔끔하면서도 세련되게 꾸며져 있는 복도를 지나, 식당으로 향하는 길. 꽤 많은 사용인을 만났다.
그들은 나를 보며 상당히 놀란 얼굴을 했다. 몇몇은 눈물까지 보인 걸 보니, 레벨로프는 많은 사랑을 받았구나.
왠지 입맛이 썼다.
“들어가시지요.”
식당 앞에 도착하자 폴이 문을 열어주었다. 나는 옷매무새를 점검하고는 그 안으로 들어섰다.
“레벨로프……?”
“…….”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옮기며 먼저 식사를 하던 두 사람을 향해 미소하며 인사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어머니. 형님.”
두 사람 모두 놀란 낯으로 나를 보았다. 나는 담담하게 자리에 앉았다.
“레벨로프…… 몸은 좀 괜찮은 거니?”
힘겹게 눈물을 참으며 내게 말을 건넨 이 사람은 레이라 홀든. 홀든 가의 가주이자 헤르페온 제국의 변방을 책임지는 전쟁 영웅이었다.
“네, 어머니. 오늘따라 몸이 가벼워서요.”
그녀는 나와 달리 은색의 머리카락과 보랏빛 눈동자를 가졌으며, 맞은편에 앉은 형 세베누스 홀든도 그녀와 같은 색을 지녔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강인한 육체를 가진 기사란 점이었다.
“지난 며칠, 신경이 날카로웠다던데.”
세베누스 홀든이 나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말했다.
들려온 음성은 꽤 차가웠다.
‘그러고 보니, 원작에서도 저런 캐릭터였지.’
무뚝뚝한 가문의 후계자.
‘나이가 스물여덟이었던가.’
나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몸이 좀 안 좋았었어요. 지금은 괜찮습니다.”
그리 답하자 세베누스와 시선이 마주쳤다. 보랏빛 눈동자가 나를 꿰뚫듯 바라보았다.
뭐야, 왜 그렇게 쳐다봐.
지난 며칠 동안 신경이 날카로웠던 건, 내가 아니라 진짜 레벨로프였다.
극심한 고통으로 인해 괴로운 나머지 그는 날카롭게 굴었고, 그러다…….
나를 잠시간 바라보던 세베누스는 제 어깨에 흘러내린 긴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시선을 돌렸다.
‘……눈빛 한번 살벌하네.’
나 역시 세베누스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때, 레이라 홀든과 눈이 마주쳤다.
“좀 나아졌다니 다행이다. 내가 일이 바빠 자주 들여다보지 못해 미안하구나. 하다못해 카인이 있었더라면…… 네가 외롭지는 않았을 텐데.”
레이라 홀든의 눈가가 젖어 들었다.
카인 홀든, 금발과 푸른 눈을 가진 청초한 미인으로 레벨로프와 세베누스의 아버지였다. 그리고 그는 몸이 약해 10년 전, 세상을 떠났다.
그러니 내가 함께 식사하러 온 지금, 레이라 홀든이 눈물을 보이는 게 당연했다.
‘사별한 남편을 나한테 겹쳐보는 거겠지.’
하지만 막상 이렇게까지 기뻐하는 그녀를 보니 미안해졌다.
진짜 레벨로프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나는 가짜니까.
-아가야.
내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인지, 여태 잠잠하던 카이로스의 음성이 들려왔다.
-네가 미안해할 필요는 없단다. 그 아이는, 스스로 삶을 떠난 것이잖니.
‘네. 알고 있어요.’
진짜 레벨로프는 시한부인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세상을 떠났다.
어린 나이에 말로네병이 발병한 그의 세상은 자신의 방뿐이었다.
그래서 그는 떠난 것이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는 진정으로 자신의 가족을 사랑했단 것이다.
‘그러니 나도, 네 몫까지 너의 가족들을 아껴줄게.’
그것이 레벨로프가 마지막으로 바란 유일한 소망이란 것을 알기에.
나는 물을 한 모금 마시며 레이라와 세베누스를 살폈다. 이제는 나의 어머니이자, 형이 될 두 사람. 없던 가족이 생기니 묘한 기분이 들면서도 싫지는 않았다.
“나도 참, 주책이구나.”
금방 눈물을 그친 어머니가 밝아진 얼굴로 나를 보았다.
“자, 그럼 식사를 하기 전에 디에고 님께 기도부터 드리자꾸나.”
“네, 네?”
순간적으로 놀란 내가 되물었다.
“응? 왜 놀라고 그러니? 식사 전에 디에고 님께 감사기도를 드리는 건 당연하지 않니.”
“아, 참, 그랬죠. 하하.”
레벨로프의 기억에선 그런 장면이 없었다. 아니, 지금 생각해보니 있다. 다만 너무 어릴 적이라 잊었을 뿐이다. 혼자 밥을 먹기 시작한 이후로는 굳이 디에고에게 식사기도를 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하필이면 디에고에게 기도해야 한다니. 홀든 가문은 물론이고 제국… 아니, 대륙 대부분이 디에고 교를 믿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나는 어머니와 세베누스를 따라 두 손을 모았다. 기도 자세는 전생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카이로스 님, 죄송해요.’
-괜찮단다. 어쩔 수 없는 일이잖니.
그의 말대로, 당장 어머니와 세베누스에게 개종을 요구할 수는 없었다. 내가 갑자기 카이로스를 믿으라고 하면 사이비로 보일 게 뻔하니까.
뭐, 그들로선 사이비가 맞긴 하지만.
‘흠, 아니면 카이로스 덕에 건강해졌다면서 두 사람을 꾀어볼까.’
생각보다 괜찮은 작전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옅게 웃었다.
그나저나 얼마나 더 기도해야 하는 걸까. 딱히 카이로스에겐 할 말이 없으니, 어머니와 세베누스처럼 디에고한테 기도나 할까.
‘디에고 님, 만일 제 기도를 듣고 계신다면 엿이나 드십시오.’
기도를 마치고 나자 식사가 시작되었다.
스프로 위부터 보호하고, 샐러드와 고기를 차례로 먹었다.
생각보다 입에 잘 맞아서 다행이다.
그렇게 식사를 하고, 얼추 마무리되었을 즘.
나는 두 사람을 향해 선언하듯 말했다.
“어머니, 형님.”
“그래, 레벨로프.”
“…….”
“저도 이제 저택 밖을, 돌아다녀 보고 싶어요.”
나의 말에 두 사람의 눈동자가 커졌다.
레벨로프 홀든은 한 번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었으니까.
“레벨로프, 아니, 레비. 괜찮겠니?”
“네. 괜찮아요.”
사실, 이 저택을 몰래 빠져나가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다가 걸리게 되면 곤란해지는 건 나였으니까.
게다가 내가 아무리 원작을 꿰고 있다고 한들, 그래픽으로 보던 세상과 실제로 보는 세상은 다를 것이다.
그러니 미리 적응도 할 겸, 원하는 것도 구할 겸, 이야기를 꺼낸 것이었다.
“흐음. 그래, 네가 원한다면 그래도 괜찮지만…….”
“저는 반대입니다.”
하나 예상치 못한 복병이 있었다.
세베누스는 제 입가를 닦고는 나를 뚫어져라 보았다.
“밖을 돌아다니다가 쓰러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지?”
“세비, 그건 호위 기사를 붙이면 되잖니.”
“그뿐만이 아닙니다. 오히려 레벨로프의 병세가 심해질 수도 있습니다. 체력도 약하고, 면역력도 약하니까요.”
세베누스의 말에 어머니는 입을 꾹 다물었다.
나도 조금 놀랐다. 이렇게까지 반대할 줄은 몰랐으니까.
“하지만…… 형님.”
나는 세베누스를 불렀다. 어떻게든 설득을 해야만 했다.
하나 다시금 입을 여는 그 순간이었다.
목울대를 타고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오르더니, 기침이 터져 나왔다.
“쿨럭!”
재빠르게 입을 틀어막았지만, 뜨거운 액체는 왈칵왈칵 흘러나와 주변을 삽시간에 붉게 물들였다.
“아…….”
각혈이다.
“레, 레비!!”
“……!”
걸쳤던 치렁치렁한 옷과 식탁까지 붉게 물들어버렸다. 그리고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두 사람이 보였다.
나는 두 사람을 향해 웃어주었다.
“저는 괜찮, 괜찮아요.”
약간 어지럽긴 했지만 정말 괜찮았다. 헌데 어째서인지, 시야가 핑 돌았다.
“레비!!”
비명을 내지르는 어머니와 화들짝 놀라 내게 다가오는 세베누스가 보였다.
이내, 의식이 뚝 끊기고 말았다.
***
다시금 눈을 떴을 때, 이제는 익숙해진 천장이 보였다.
내 방이다.
그러니까 분명, 식사 자리에서 피를 토하고 쓰러졌었지.
‘……한시라도 빨리 치료제를 구해야겠는데.’
그리 생각하며 몸을 일으키려던 순간.
두꺼운 팔이 불쑥 나타나 나를 제지했다.
“좀 더 누워있어라.”
차디찬 음성의 주인은 세베누스였다.
그의 뒤로 훤히 드러난 창밖으로 노을이 지고 있는 하늘이 보였다.
이렇게 하루가 사라졌다니!
창밖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을 때, 세베누스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는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나를 보고 있었다.
‘왜, 뭐.’
이내, 세베누스가 입을 열었다.
“……레벨로프.”
“네, 형님.”
몸이 좋지 않아서인지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렇게도 저택을 벗어나고 싶으냐.”
“아……? 네.”
그래야 치료제를 구하지.
“그래. 알겠다.”
“네?”
“네가 원하는 대로 하거라.”
“가, 감사합니다.”
쟤가 왜 저러지?
식당에서는 강경하게 반대하더니.
세베누스는 구태여 말을 잇는 대신,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몸을 일으켰다.
“폴에게 말을 해둘 테니, 외출하고 싶으면 이야기해라.”
세베누스는 그 말만 남기고 방을 벗어났다.
그제야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아가야, 괜찮으냐! 네가 쓰러져서 깜짝 놀랐단다. 어찌 그리 몸이 안 좋은 게야.
‘깜짝이야! 제가 더 놀랐잖아요!’
카이로스의 음성이 쩌렁쩌렁 들려왔다.
-불쌍한 것, 나의 첫 번째 신도가 이리도 몸이 약하다니. 내가 힘이 좀만 더 강했어도…… 흐윽.
어째서인지 카이로스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카이로스 님, 울지 마세요.’
안 그래도 골이 울린다고요.
몸 상태가 식당에서보다는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좋지 않았다.
-흑, 흐윽. 울지 않을 수가 없단다. 내가 조금만 더 강했어도, 그깟 병쯤은 쉬이 낫게 해주었을 텐데. 흐윽.
‘울지 마세요. 조만간 나을 테니까요.’
-뭐? 그게 정말이더냐?
‘네. 그러니까 그만 우세요. 골 아파요!’
-흐읍, 아, 알겠다.
울음을 그친 카이로스는 내가 쓰러진 뒤 놀랐다며 자신의 심경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조금만 더 힘이 있었더라도, 내게 신성력을 줄 수 있었을 거라면서 몹시 안타까워했다.
-그러니 아가야, 얼른 낫고 신도들을 모집하자꾸나. 내 힘이 강해지면 네 몸도 건강해질 수 있을 거란다.
‘네. 알겠어요.’
카이로스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문득 궁금한 점이 떠올랐다.
‘카이로스 님, 그럼 카이로스 님의 신도가 늘어나 힘이 강해지게 되면 이렇게 소통은 못 하게 되는 건가요?’
-왜 그렇게 생각하지?
‘그야 격의 차이가 생기니까요.’
-그럴 수도 있지만, 그 정도가 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거다. 그리고 또 너는 내 첫 번째 신도이니 네가 힘을 기르면 사실상 문제가 되지 않는단다. 아가야.
능글맞은 웃음소리까지 이어지니, 힘을 기르고 싶지 않아졌다. 딱히 나 자신의 힘을 기를 생각은 없었으니 잘된 건가.
카이로스가 무어라 더 덧붙였지만 나는 대충 무시하였다. 다시 혼자가 되었으니, 할 일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