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cult can save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46
46화
휘이익- 퍼억!
그러나 나보다 빠르게, 자인이 화살을 쐈다. 역시 두려움은 사람을 빠르게 만든다.
게다가 화살에 성력을 많이 담았는지 허연 물체가 날아가는 것이 훤히 보일 정도였다.
‘저 녀석 성력이 언제 저렇게 강해졌지?’
정확히 더 강해진 건지, 성력의 운용이 능숙하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어찌 됐건 지네의 머리는 제대로 관통당했고, 연두색 진액을 흘리며 푸쉬시- 녹아내렸다.
“으으, 징그러.”
자인은 자신이 지네를 잡아놓고는 저가 더 두려워했다.
나는 그 모습을 잠시 응시하다가 테르디안을 부축하기 위해 팔을 뻗었다.
그러나 테르디안의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그는 멍하니 자인을 보았다.
뭐야, 왜 저래.
“그 힘.”
테르디안의 눈빛에 나까지 당혹스러워질 즈음, 녀석의 입이 열렸다.
“카이로스교의 힘인가?”
그러자 테르디안의 시선이 자인에게서 내게로 돌아왔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네. 맞아요.”
테르디안의 미간이 좁혀졌다. 왜 저러는데.
“어디 아파요?”
애가 정신이 없어서 그런 건가 싶어 묻자, 테르디안은 대답이 없었다. 어쩐지 그의 눈은 혼란스러워 보였다.
독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그런가?
‘이 녀석한테 주자니 아까운데…… 어쩔 수 없지.’
혹시나 싶어 인벤토리를 열어 얼마 남지 않은 치유 물약 중 하나를 꺼내었다.
“마셔요. 좀 나아질 테니까.”
치유 스킬이 레벨업되면서 효과가 좋아졌고, 정신까지 치료할 수 있게 되었으니 어쩌면 상태가 나아지리라 여겼다. 자인은 나보다 더 아까워하는 눈으로 보고 있었지만.
“이게 뭐지?”
“……으음, 차라고 생각해요.”
굳이 사실대로 말하고 싶지는 않아서 그리 대답하자 테르디안이 내게서 물약을 받아 갔다. 녀석은 잠시간 물약을 뚫어져라 보다가 벌컥 들이켰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그리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크윽!”
테르디안이 제 머리를 붙잡으며 고통스러워했다.
“테르디안?”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람. 놀란 나머지 그에게 다가갔다. 하나 테르디안은 신음만 흘렸다.
“커억!”
피를 토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지만, 두통 때문에 괴로워하는 듯 보였다.
“아니, 주인님? 설마 지금 암살하신 거예요?”
자인이 놀란 눈으로 물었다.
“아니, 그런 거 아닌데.”
테르디안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러나 거대한 체구가 힘없이 축 늘어졌다. 정신을 잃은 것이다. 아니, 대체 뭔데.
“다행히 살아는 있네요.”
테르디안의 코밑에 손가락을 갖다 대던 자인이 읊조렸다.
그나마 다행이네. 다행인데, 뭐지 대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먹인 건 그저 치유 물약이다.
테르디안이 디에고교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치유’의 힘은 해가 되지 않았다. 상반되는 힘이라고 한들 말이다.
분명 제대로 된 치유 물약을 준 건데? 어째서 자인 말대로 암살 시도를 한 기분이 드는 거지.
– 아가야, 네 탓이 아니란다.
아니, 카이로스는 왜 이렇게 말하는 거야.
– 지금 네가 가진 치유의 힘은 저 아이를 해칠 만큼 강하지 않아.
아하. 언젠가 내 힘이 더 강해지면 해칠 수도 있다는 뜻이구나.
……아니, 분명 원작에서 이런 설정 없었는데? 히든 루트라서 생긴 거냐, 이것도.
‘카이로스 님. 그렇다면 어쨌건, 제 탓은 아니란 거죠?’
– 그래. 나도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네 탓은 아니란다. 기본적으로 ‘치유’는 생명을 가진 모두를 아우르는 힘이니까. 그 대상이 아무리 뱀의 아이나, 마물이라고 해도 말이다. 물론, 네 힘이 더 강해지면 그때부터는 공격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아니란 뜻이지.
그러니까 내가 알던 우세법의 지식과 같다는 것인데, 다만 원래 ‘치유’로만 사용되던 치유 스킬을 강화하면 다른 공격용 신성스킬처럼 쓸 수 있다는 의미였다.
“어쩌실 겁니까? 이대로 두고 가나요?”
내 탓이 아니란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자인이 물어왔다.
“몬스터가 나오는데 그럴 수는 없지.”
뭐, 테르디안이라면 이런 곳에 두고 가도 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왠지 암살 시도를 한 기분이 들어서 데려가기로 했다.
나는 자인에게 턱짓했다. 정신까지 잃은 테르디안을 나 혼자 짊어지고 갈 수는 없었다.
그러자 내 뜻을 알아챈 자인이 한숨을 푹 쉬고는 다가왔다. 나와 자인은 각각 테르디안의 한쪽 팔을 어깨에 걸치고, 질질 끌다시피 해서 데려가기 시작했다. 해독제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테르디안이 왜 쓰러진지는 몰라도 지금은 갈길이 멀다.’
자인과 함께 묵묵히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테르디안의 무게 때문에 우리의 말수는 없어졌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사사삭- 사사사사삭-
어느 순간, 사방에서 나타난 사람 크기만 한 지네들에게 포위되고 말았다. 그 숫자는 대략 열 마리.
“으윽. 진짜 싫다.”
차마 보기가 역겨웠는지 자인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 말에는 나도 동의했다.
– 차마 못 보겠구나.
카이로스도 끔찍한 모양이다. 일단 나는 테르디안을 자인에게 맡겼다.
“눈 감고 있어.”
자인은 눈 뜨고 보기도 싫은 모양이니 내가 움직일 수밖에. 자인의 작은 대답을 들은 뒤 성물 몽둥이를 꺼냈다.
사실 이 히든 던전의 난이도가 높은 건, 전부 독 때문이었다. 지네의 독을 버틸 수 있는 게 내가 만들어온 ‘만능 해독제’뿐이라서.
이 지네 동굴은 초중반에 등장하는 히든 던전이지만, 정작 필요한 만능 해독제는 게임 후반부에 레시피를 얻어야만 제작이 가능하다. 그러니 이 히든 던전은 여러 회차를 플레이해본 이들만 깰 수 있는 곳. 이 망할 게임을 여러 번 깬 인물이 나 외에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여하튼 즉, 독이 소용없는 지금 눈앞의 몬스터들은……
아주 쉬운 존재들이었다.
나는 지네들을 향해 몽둥이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
지네들을 마주칠 때마다 열심히 죽여가며 걷다 보니, 어느덧 해독제 효과 지속 시간이 약 10분밖에 남지 않았다.
다행히 우리는 때에 맞춰 보스 방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동굴 자체는 그리 복잡하지 않아서 길만 잘 따라 들어오면 보스 방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지네 동굴의 보스 방은 거대한 공동. 그 안에 뱀처럼 똬리를 틀고 잠들어 있는 대형 지네가 있었다.
– 느껴지는 기운을 보아하니 내가 느꼈던 탁하고 강대한 기운이 저 녀석이었나 보구나.
‘네. 맞는 것 같아요.’
테르디안을 질질 끌며 공동 안으로 들어온 우리는 최대한 소리를 죽여 움직였다. 특히 자인은 비명이라도 지를까 봐 제 입을 손으로 틀어막은 상태였다. 녀석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그럴 수밖에 없다. 여태 우리가 본 지네들은 새 발의 피였으니까. 눈앞에 나타난 보스 몬스터, 대형 지네는 그 크기만 해도 상당했다. 똬리를 틀고 있으면서도 그 크기가 우리의 세 배는 넘었다.
‘게임에서는 몰랐는데 실물로 보니까…… 천 년 묵은 지네답네.’
지네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리자 자인의 동공이 지진이 난 듯 흔들렸다. 그 눈빛은 마치 ‘이 녀석이 깨어나기 전에 도망치는 게 어떨까요?’로 보였다. 나는 곧장 고개를 젓고, 손짓으로 뜻을 표출했다.
‘쟤만 잡으면 보물이 나올 것 같아.’
‘으, 진짜 싫은데.’
‘그럼 나 혼자 할 테니 넌 뒤에서 기다려.’
짧은 대화 끝에 자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협상이 끝나자 자인이 기절한 테르디안을 끌고 뒤로 물러났다.
두 사람이 적당히 멀어진 걸 확인하고 있을 때, 머리 위로 음영이 졌다.
곧장 고개를 돌리자 대형 지네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와.’
나도 모르게 입이 쩍 벌어졌다. 전체 몸의 절반 정도를 일으켰을 뿐인데, 그 정도만으로도 족히 10미터는 넘어 보였다. 잡을 수 있겠지……?
– 힘내라, 내 새끼!
여기까지 왔는데 물러날 수는 없지. 카이로스의 열띤 응원을 받으며, 성물 몽둥이를 소환했다.
그 순간, 훼에엑-!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지네의 꼬리가 움직였다.
수많은 다리가 꿈틀거리는 걸 보니 소름이 끼쳤다. 게다가 꼬리 끝에는 전갈처럼 뾰족한 침이 튀어나와 있는데, 저것을 특히 주의해야 했다.
지네의 꼬리 끝에서는 맹독이 뿜어져 나오기 때문이었다. 만능 해독제를 먹은 상태임에도 주의해야 하는 이유는,
치이익-
꼬리에서 흘러나오는 맹독은 땅을 녹일 정도로 산도가 높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해독제가 독을 중화해준다고 해도 인간의 가죽은 강한 산도에 녹아내리기 마련. 흡사 염산을 떠올리게 하는 산성액은 반드시 피해야만 했다.
– 아가야!
가까스로 맹독을 피해 바닥을 굴렀다. 나는 몽둥이를 붙잡고 빠르게 몸을 일으켰다.
“하아.”
순간 놀랐다. 그래도 이 정도 속도면 해볼 만하겠는데.
훼에엑-!
꼬리가 다시 빠르게 내게로 날아오는 걸 보며, 이번에는 반대쪽으로 몸을 날렸다. 방금과 달리 다리에 힘을 주었기에 구르지는 않았다.
지네의 기다란 꼬리는 반대쪽에 있는 내게 닿기까지 시간이 걸릴 게 분명하다. 원작에서도 그랬으니까.
나는 곧바로 내달렸다. 대형 지네의 공략법은 간단하다.
‘속도.’
타다닥-!
날아드는 꼬리를 지나 바닥에 붙어 있는 지네의 몸통을 타고 달렸다. 지네의 몸통 굵기는 인간의 두 배이니, 올라갈 공간이 충분했다.
그때였다.
쐐에엑!
지네 꼬리가 머리 위를 아슬아슬하게 스쳤다. 고개를 숙여 겨우 피했다.
‘하, X될 뻔.’
우세법을 플레이하던 때와 실제로 겪는 건 차이가 컸기에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
그래도 그간의 단련 덕분에 이 정도는 해낼 수 있었다. 나는 지네의 몸을 타고 끊임없이 달렸다.
대형 지네의 몸통은 광물과 같아서 쉽사리 죽이기가 힘들다. 성물 몽둥이로 여러 번 공격하면 죽일 수는 있겠지만, 이놈은 공격을 당하는 순간 광분하며 날뛰기 때문에 공동이 무너질 수도 있다. 즉, 매장당하고 싶지 않으면 이 방법이 최선이란 것이다.
녀석을 단번에 처치할 방법은 오직 머리를 공략하는 것뿐.
타닥-!
마침내 머리에 가까워졌을 때.
쐐애액!
꼬리가 이전보다 빠른 속도로 날아들었다. 내 행동을 간파한 모양이다. 하지만…….
퍼어억-!
그보다 내가 더 빨랐다.
나는 망설임 없이 성물 몽둥이로 지네의 머리 부분을 후려갈겼다.
키에엑!
대형 지네가 비명을 지르면서, 후두두둑- 꼬리에서 맹독을 뿜어대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대형 지네의 몸체가 크게 흔들렸다.
‘망할! 이러다 독에 맞겠어!’
나는 맹독을 피하기 위해 일단 몸을 바닥으로 던졌다. 하필이면 그 순간 지네가 몸을 흔들어서 방향을 잡을 수 없었다.
쿠당탕!
전신으로 강한 충격이 느껴짐과 동시에 골이 흔들렸다. 벽에 부딪힌 것이다.
– 아가야! 괜찮니?!
다행히, 머리를 감싸고 떨어져서 정신을 잃지는 않았다. 몸이 아프기는 했지만 어디 부러지거나 한 곳은 없었다.
파나틱한테 제대로 낙법을 배워서 다행이다. 치유 스킬을 나에게 사용하며 몸을 일으켰다.
쿠웅-! 큰 소리가 들려왔다. 곳곳에 맹독을 흩뿌려대던 지네가 마침내 바닥으로 추락한 것이다.
“하아, 하아…….”
힘들어 죽겠네. 무너진 벽의 잔해를 짚고 일어나자 자인이 놀란 눈으로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주인님! 괜찮아요?”
녀석이 뛰어오느라 내팽개친 테르디안이 바닥에 쓰러지는 게 보였다. 다행히 맹독 위로 떨어진 건 아니었다.
“어. 난 괜찮아.”
이 정도면 히든 던전치고 쉬운 편이어서 넘어질 때 다친 것 외에는 멀쩡했다. 그마저도 치유 스킬 덕분에 다 나았고.
[히든 퀘스트 클리어!] [히든 퀘스트 보상이 지급됩니다.]지네가 완전히 죽었는지, 이제야 알림이 떴다.
그러자마자 쿠구궁- 한 차례 크게 땅이 흔들렸다.
이윽고 지네 뒤쪽에 있던 벽에 작은 공간이 생겨났다.
저것이 바로 히든 퀘스트의 보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