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cult can save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49
49화
1사도가 말하는 신흥 종교가 무엇인지 테르디안은 바로 알아채었다. 못 알아차리는 게 이상했다. 로벨은 그가 얼마 전, 다녀온 곳이었으니까.
“물론 아주 작은 곳이라 우리가 손을 쓸 필요는 없겠지만요.”
1사도가 웃음기 띤 음성으로 이야기했다. 테르디안은 평소와 다름없는 어투로 답했다.
“네. 그럴 것입니다.”
1사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1사도의 시선이 느껴졌다. 테르디안은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잠시간 테르디안을 관찰하듯 바라보던 1사도가 입을 열었다.
“3사도도 그들과 마주한 적이 있겠지요? 로벨에 다녀왔으니까요. 시기도 얼추 그즈음이라고 들었고.”
“그렇긴 합니다. 하지만,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스스로 무너질 테니까요.”
“흐음, 그런가요?”
1사도가 고개를 갸웃했다. 테르디안의 시선에서는 로브가 살짝 움직이는 것으로 보일 뿐이었다.
“네. 여태 대부분의 신흥 종교들이 그래왔으니까요.”
“흐음…….”
테르디안의 말에도 1사도는 쉽사리 대답하지 않았다. 짧은 순간, 두 사람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1사도의 음성이 먼저 새어 나왔다.
“……그래도 주시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혹여,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잖아요?”
그 나긋한 남자의 음성에 테르디안은 작게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그들에 대한 정보가 들어올 때마다 내게 알리세요. 알겠나요, 3사도?”
“네. 알겠습니다.”
테르디안은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디에고교의 사도들 사이에는 크게 규율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칼리드 또한 저보다 높은 위치인 테르디안에게 허물없이 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1사도에게는 달랐다. 그는 가장 많이 디에고와 소통하는 인물이었고, 누구보다 디에고가 신뢰하는 자.
자연히 1사도에게로 모든 권력이 쏠렸으며, 그에 따른 권위가 존재했다.
평소 직위를 가리지 않는 테르디안도 그에게만은 굽힐 수밖에 없었다.
물론, 테르디안은 1사도에게 카이로스교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전달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가 레비아탄과 한 맹세가 있었으니, 최대한 정보를 축소하여 전달할 셈이었다.
“그리고.”
1사도가 미소를 띠며 말했다.
“리제스교의 행방도 계속 주시하도록 해요.”
“네, 1사도님.”
두 사람 사이에 짧은 대화가 몇 번 오간 후, 테르디안은 1사도에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테르디안이 접견실에서 빠져나갈 때까지 1사도의 시선이 그에게 따라붙었다.
어둠 속에서 벗어난 테르디안은 복도를 거닐며 낮게 숨을 내쉬었다.
다음 목적지는 리제스교가 있는 곳으로 예상되는 ‘바하누 왕국’이었다.
본단으로 귀환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나 테르디안은 곧장 그곳으로 갈 생각이었다.
레비아탄과 마주쳤던 동굴에서 빠져나온 후. 그의 머릿속은 안개가 낀 것이나 다름없었다. 평소처럼.
‘젠장, 답답해 죽겠군.’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안개 사이에서 약간의 빛이 느껴졌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 테르디안은 알지 못했다.
그저 답답함만이 남아있을 뿐.
하여 테르디안은 그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곧바로 본단을 떠나려 했다.
“바하누로 가?”
조용하다 못해 침묵만 흐르던 복도에서 그를 부른 것은 언제 나타난지 모를 칼리드였다.
바깥을 향해 뛰어내릴 것처럼 창틀에 앉아있던 칼리드가 테르디안을 발견하고는 몸을 돌렸다. 칼리드는 곧장 테르디안의 앞을 막아섰다.
테르디안은 대답하지 않고, 칼리드의 옆으로 몸을 움직였다. 그러나 칼리드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테르디안의 옆으로 다가와 친근한 척 미소 지었다.
“잘됐다. 나도 바하누로 갈 건데. 같이 가자.”
테르디안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매번 제 심기를 거스르던 칼리드가 오늘따라 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
1사도에게 카이로스교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 바로 이놈일 테니까.
‘……내가 왜 이러지?’
카이로스교든, 레비아탄이든 어떻게 되든 제 상관이 없었다. 그러나 왜인지 모르게 칼리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마 이전부터 그가 칼리드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테르디안은 그리 여기며 칼리드를 향해 낮게 말했다.
“네가 왜.”
“그야 나도 디에고교의 사도잖아. 디에고님을 위한 일이니 당연히 해야지. 안 그래?”
칼리드의 능청스러운 미소에 테르디안의 미간이 더욱 좁혀졌다. 하나 칼리드는 그 모습을 보며 더욱 짙게 미소 지었다. 이어 장난기가 다분한 말투로 말했다.
“뭐, 그때 만난 레비아탄이 함께 하면 더 좋겠지만…… 아쉬운 대로 너랑 다니려고.”
그 말에 테르디안의 걸음이 멈춰 섰다. 테르디안은 싸늘한 시선으로 칼리드를 응시했다.
테르디안이 칼리드를 싫어하는 본질적인 이유.
그것은 칼리드가 1사도조차 감당하기 어려워하는 미친놈이었기 때문이다.
남자 여자 가리지 않고 예쁜 존재라면 사족을 못 쓰는 칼리드에게는 악취미가 있었다.
그는 제 눈에 어여쁜 존재들을 화려한 외모와 언변으로 꾀어낸 뒤 제 저택으로 데려갔다.
칼리드 본인의 말로는 ‘예뻐해 주는 것’뿐이지만, 테르디안의 눈에는 아니었다.
어느 누구도 사람에게 그런 짓은 하지 않는다.
가령 목줄을 하고 함께 산책한다든지, 마음에 드는 부위를 서슴지 않고 도려내어 저택 곳곳에 박제해놓는다든지.
괴기하기 그지없는 악취미였다.
‘레비아탄 녀석, 하필 이런 변태 자식 눈에 띄어서.’
그리고 그런 가학적인 면모를 가진 칼리드에게 레비아탄이 눈에 띄고 만 것이다.
그래. 테르디안은 레비아탄이 어찌 되든 알 바가 아니었다.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아직 칼리드의 가학적인 성향이 레비아탄에게 발휘된 건 아니긴 했으나, 저만한 관심도라면 언젠가는 그렇게 될지도 몰랐다.
물론 테르디안 또한 칼리드와 처음 대면했을 때. 칼리드가 그에게도 접근을 해왔었다. 하지만 같은 사도를 건드릴 수 없다는 규율로 인해 피해 갈 수 있었다. 만일 칼리드가 그 선을 넘었다면, 테르디안은 그를 찢어 죽였을 테지만.
“설마 싫은 건가?”
칼리드가 눈매를 곱게 접으며 웃었다. 그 모습에 테르디안의 눈빛이 더욱 차갑게 식어갔다.
당장이라도 이놈을 죽이고 싶었으나, 그럴 수는 없었다. 하물며 1사도 또한 당부하지 않았는가.
결국 테르디안은 두 눈을 잠시 감았다가 떴다.
‘마땅한 이유도 없이 무작정 거절했다가는 이 변태놈이 어떻게 움직일지 모른다. 어쩔 수 없지.’
어차피 바하누에 카이로스교나 레비아탄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딱히 거부할 만한 이유라고는 저가 칼리드를 싫어한다는 것뿐이지만, 칼리드는 그런 것에 굴할 놈이 아니었다.
그러니 동행을 수락할 수밖에.
“거슬리지 마라. 그때는 규율이 널 지켜주지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바하누로 움직였다.
***
나는 잠시 교주실을 스윽 훑어보았다. 알피어스와 체스터, 사샤 그리고 자인까지 불러 모은 상태였기에 그들의 시선이 내게로 쏠려있었다.
하나같이 의문 어린 시선이었다. 약간의 정적이 이어진 끝에 입을 떼려는 찰나였다.
“대체 무슨 이야길 하려고 저흴 부르신 겁니까?”
참지 못한 자인이 먼저 물어왔다. 나는 자인을 보며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그동안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 어느덧 여름의 끝물이 찾아왔다. 대륙에 겨울이 오기 전,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베온에서 돌아온 이후 약 한 달이 지난 지금. 지난 시간 동안 나는 신전 내부를 정비했다. 그러니 이제는 다시 바깥으로 나갈 차례.
‘뭐, 내실을 다진다고 해봤자 신자 관리와 신체 훈련 정도긴 하지만…….’
아무튼.
“나는 곧 선교를 떠날 예정이다.”
그 말에 자인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아이들의 반응은 예상했다는 듯이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어느새 강아지로 현신한 카이로스가 등장한 건 그 순간이었다.
“그래! 맞는 말이다. 신도를 모으려면 외부로 나가야지!”
지난 몇 주간 나는 카이로스와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심각한 이야기는 아니었고, 신도를 모으기 위한 회의 정도였다.
그리고 신도를 모으기 위해선 선교가 필수라는 당연한 결론을 낸 것이다.
사실 처음부터 내가 주장한 바가 바로 이 결론이었고, 조금 더 내실을 다지자는 카이로스를 설득한 것이긴 하지만.
“아니, 뭐. 언젠가 그러실 것 같기는 했습니다만…… 어디로 가실 겁니까?”
자인이 애써 진정하며 물었다. 내가 외부로 나가면 당연히 자인도 따라 나가는 것이니, 여간 당황한 모양이었다. 그래도 내가 한다면 꼭 하는 성격이라는 것을 알아서 그런지 힘겹게나마 받아들였다.
“바하누 왕국.”
나의 말에, 자인의 미간이 좁혀졌다.
“바하누요? 뜬금없이?”
아마 제국 내의 어딘가로 생각했기에 이런 반응이 나온 걸 테지.
바하누 왕국.
이곳에 관해 설명하려면, 홀든 영지의 위치부터 이야기해야 했다. 홀든 영지는 헤르페온 제국의 남동쪽에 있었다. 카르텔 숲은 그보다 아래고, 베온 산이 영지 위 동쪽 끄트머리에 있었다.
아무튼, 바하누 왕국은 홀든 영지 기준으로 남서쪽에 있는데, 겨울이 오기 전에 그곳에 도착해야만 했다.
“선택이 아니야. 꼭 가야 해. 쉬운 길은 아니겠지만.”
일단 거리만 봤을 때는 상당히 멀긴 했지만, 이 주가량을 달리면 도착할 수는 있었다. 제국을 벗어난 뒤로도 한참을 가야 했으니 이동에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아마 지금 출발해도 도착하면 가을이 되어 있겠지.
아무래도 바하누 왕국 자체가 대륙 끝에 위치해 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한들 이 주면 되는 일을 왜 겨울까지 그곳에 도착해야 하는가 하면, 바하누 왕국에 가는 길에 가야 할 곳이 더 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겨울이 되면…….’
바하누 왕국에서 대량 살인이 일어날 것이다. 그곳에서 일어날 그 사건을 막지 못한다면, 대륙 전역으로 뻗어나가 수많은 인명이 사망하고 만다. 그래서 바하누로 향하려는 것이다.
“아니, 그런데 왜 하필이면 바하누 왕국입니까? 제국 내에 다른 곳도 많잖아요. 바하누는 일단 제국령이 아닌데.”
자인이 미간을 잔뜩 좁히며 물었다. 대답은 내 입이 아닌 카이로스에게서 나왔다.
“기도가 들려왔기 때문이란다. 신도 몇 명이 바하누 왕국에 머무는데, 그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바하누의 정세가 혼란스럽다고 하는구나. 나는 그 안타까운 이들을 돕고 싶단다.”
정말 운이 좋았다. 안 그래도 카이로스에게 바하누로 가야 하는 이유를 어찌 설명할지 고민하던 차, 카이로스가 먼저 바하누 왕국 이야기를 해온 것이다.
현재 바하누 왕국은 국교가 없지만, 왕이 ‘리제스교’에게 농락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세법의 내용에 따르면, 왕이 ‘해피’에 상당히 중독된 상태이고, 그로 인해 시중에 해피가 손쉽게 유통이 되고 있었다. 그 여파로 국민도 해피에 중독된 이들이 상당수였다.
‘게다가 해피는…….’
리제스교가 부러 해피를 유통하는 이유는, 해피에 완전히 중독된 이들에게 ‘마신의 기운’을 주입시켜 상성이 맞는 이들을 마물로 만드는 실험을 하기 위함이었다. 그 과정에서 상성에 맞지 않으면, 당연히 죽는다.
로벨에 리제스교가 잠입해서 해피를 유통했던 것도 이 이유였고. 물론, 나한테 역으로 당했지만.
아무튼, 바하누에서 시작될 참사는 비단 리제스교 때문만은 아니었다.
참사가 시작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어떠한 한 인물에 의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