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cult can save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50
50화
그자는 리제스교에서 일을 하던 인물이었다. 진짜 리제스교의 신자가 아니었으나, 그들에게 강제로 착취를 당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어떤 사건을 계기로, 그는 자신의 목숨을 바쳐 금기된 저주를 사용한다.
그 저주는 리제스교에 의해 마물화된 인간들을 제물로 삼키며 성장하였다.
순식간에 성장한 저주는 바누하 왕국 전역을 뒤덮었다. 붉은 비가 하늘에서 내리기 시작하였고, 비에 맞은 이들은 모두 신체가 녹아내리며 죽었다. 건물에 피신해도 마찬가지였다. 붉은 비는 건물을 포함한 모든 것을 녹였다. 그리고 멈추지 않았다.
바하누 왕국에서 시작된 붉은 비는 왕국을 넘어 대륙에까지 번졌다.
그 비로 인해 수많은 이들이 사망하며, 대참사로 역사에 기록되게 된다.
‘어디까지나 겨울 전에 바하누 왕국에 도착하지 못했을 때의 이야기지만.’
나는 그 전에 참사를 막을 것이었다.
“카이로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 또한 기꺼이 바하누로 향하기로 했다.”
내 입에서 확언이 나오자 자인의 표정이 더욱 일그러졌다.
메시지가 뜬 건 그와 동시였다.
[서브 퀘스트 발생!] [서브 퀘스트 ‘희망의 빛’ 1.내용: 미의 신 카이로스는 바하누 왕국의 혼란스러운 정세를 안타까워합니다. 부디 미의 신 카이로스를 위해 바하누 왕국의 예정된 참사를 막아주세요.
목표: 한 달 내로 바하누 왕국 인근, 알도네 왕국에 도달하기 (본 퀘스트는 연계 퀘스트입니다)
성공 시 : 다음 퀘스트 흔적 발견
실패 시 : –
최종 성공 보상 : ???
[수락하시겠습니까?] [네/아니오]퀘스트 발생 타이밍이 기가 막히네. 그나저나 이 퀘스트, 원래 우세법에서는 메인 퀘스트였다.
하지만 현재 내게는 메인 퀘스트가 따로 있으니 서브 퀘스트로 등장한 모양이다. 어찌 되었건 나는 카이로스교를 부흥시키기만 하면 되는 입장이니까.
‘어차피 갈 생각이었으니 개이득이네.’
아무튼, 퀘스트가 없었어도 나는 바하누로 향했을 것이다. 그곳에서 얻어야 할 것이 있으니까.
퀘스트를 수락하고 나자, 최종 보상이 마음에 걸렸다. 이건 왜 물음표지? 우세법에서 보상이 경험치였기 때문인가.
내가 원하는 건 바하누에서 직접 얻을 수 있으니, 퀘스트 보상은 사실 안 받아도 그만이긴 하다.
“주인님.”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 자인이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그거 저도 가는 거죠?”
나는 환하게 미소 지었다.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어.”
“젠장…….”
자인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
바하누로 가겠다고 선언한 이후 나는 바쁘게 움직였다.
신전의 일을 돌보면서 약 사흘에 걸쳐 각종 물약을 만들어냈다. 성력을 쥐어짜 치유 물약도 미리 제작해두고,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해독제와 변신 물약도 만들었다.
[교주님, 교주님.]물약 제조를 마치고 남은 약초를 인벤토리에 넣고 있을 때. 알피어스의 다급한 부름이 들려왔다.
“무슨 일 있어, 알피?”
[그, 교주님의 형님께서 오셨어요.]내가 잘못 들었나?
“다시 말해줄래?”
[교주님의 형님이요. 세베누스 홀든님께서 신전에 방문하셨어요!]아니, 세베누스가 왜? 설마 나를 보러 온 건가?
[교주님을 뵙고 싶대요! 그러니까 정확히는 레벨로프 홀든님이요!]이런, 맞구나. 젠장.
나는 허겁지겁 정리를 마치고는 교주복부터 갈아입었다. 미리 인벤토리에 넣어둔 사제복을 누르자 모습이 바뀌었다.
최근에 생긴 카이로스교 공식 사제복은 사샤가 직접 만든 옷으로, 새하얀색에 교주복과 모양이 비슷하였지만, 그보다 덜 화려했다.
‘도대체 왜 온 거야?’
옷을 갈아입고 교주실을 나선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안경을 벗었다.
그리고 재빠르게 응접실로 향했다.
아니, 세베누스는 대체 갑자기 왜 온 거야? 도통 이해가 되질 않았다.
똑똑.
노크하고 응접실 문을 열자 반듯한 자세로 앉아있는 세베누스가 보였다. 오랜만에 보네.
“레비.”
세베누스는 내가 들어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긴 다리로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나를 끌어안았다.
얘가 왜 이러냐, 대체.
민망했지만 살짝 마주 안아주고 뒤로 물러나니, 세베누스가 나를 빤히 보았다.
“형님, 오셨어요?”
넉살 좋게 웃어 보이는데, 어째 세베누스의 눈빛이 뭔가 이상했다.
“왜 이렇게 수척해진 거지?”
“……네?”
내가 수척해졌다고? 나 그대론데?
– 오히려 얼굴에 살이 붙은 것 같은데.
카이로스도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말투였다.
“신전의 음식이 부실한 것인가?”
“아, 아뇨. 저 잘 챙겨 먹고 있어요.”
“그럴 리가. 얼굴 살이 이렇게 빠졌는데. 안 되겠다. 당장 어머니께 연락을-”
“혀, 형님! 저는 정말 괜찮아요. 일단, 일단 앉으세요.”
나는 세베누스의 팔을 끌어당겼다. 이 자식, 힘은 왜 이렇게 센 거야. 그래도 다행히 녀석이 이끌려와서 자발적으로 의자에 앉았다.
맞은편에 앉은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면서도, 겉으로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나저나 형님께선 잘 지내셨어요?”
“그래. 나는 잘 지냈다. 하지만 네가…….”
녀석이 또 내가 살이 빠졌네 뭐네 하면서 뭐라 할까 봐 선수를 쳤다.
“그보다 여기까진 어쩐 일이세요?”
얼른 용건만 말하고 돌아가, 이 자식아.
“그냥, 네 얼굴을 보러 왔다. 못 본 지 꽤 되었으니까…….”
……이거 실화야? 정말 그냥 왔다고? 설마, 그럴 리가.
나는 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 입에 갖다 댔다. 일단 차라도 마셔야 어색함이 가실 것 같아서.
“그 악덕한 교주가 고생시키지는 않고?”
하마터면 마시던 차를 뿜을 뻔했다. 세베누스가 빤히 나를 들여다보고 진지한 낯을 띠고 있었다. 진심으로 한 말이냐? 내가 악덕하다고?
“교주님이 악덕하다니요. 아닙니다. 좋은 분이에요. 제 병도 낫게 해주셨잖아요.”
“그렇기는 하지만…… 내 입장에선 하나뿐인 동생을 뺏어간 놈으로밖에 보이질 않는구나.”
네가 그렇게까지 날 생각했다고? 어이가 없었다.
– 눈물 나는 형제애구나.
‘지금 저 녀석이 카이로스교 교주 욕하는 건 못 들으셨어요?’
– 엄밀히 따지면 그게 너잖니, 아가야.
‘맞는 말이라 할 말이 없네요.’
어이가 없어 입을 다물고 있자, 세베누스가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입을 뗐다.
“그래도 네가 원한 것이니 이해하려고 한다.”
“아, 네…….”
“그리고 어머니께서 널 많이 보고 싶어 하시니, 한 번 들르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저택에는 나중에나 가봐야지.
“그런데 형님, 정말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그러니 얼른 용건만 말하고 돌아가, 이 자식아.
“말했잖느냐. 그저 네가 보고 싶어서 왔다고.”
돌아온 대답에 나는 정말 당황하고 말았다. 아니, 진짜로? 정말이야? 그저 나를 보기 위해 신전까지 왔다고? 도통 믿기지가 않았다.
“네 얼굴을 봤으니 이제 되었다.”
세베누스는 그리 말하고는 가려는 듯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나도 급히 따라 일어나자, 세베누스가 옅게 미소 지었다.
“조금 더 함께 있고 싶었는데 미안하구나.”
“아닙니다.”
“항상 식사 잘 챙겨 먹고, 혹여 신전 생활이 지루해지거나 못 견디겠다면 언제든 돌아오거라.”
응접실에서 나와 잠깐 걷는 동안에도 세베누스는 입을 쉬지 않았다.
“네 방은 항상 준비되어 있으니 말이다.”
“네, 형님. 알겠습니다.”
결국 세베누스는 기사들이 기다리는 신전 입구에 도달할 때까지도 내 걱정을 잊지 않았다.
“다음에 또 오마. 편지 쓰는 것도 잊지 말고.”
세베누스가 말에 올라탄 뒤에도 내게 당부했다. 편지, 여태 한 통도 안 썼는데. 꼭 써야 하냐.
“잘 지내라, 레비.”
그렇게 세베누스는 기사들과 돌아갔다. 나는 그가 완전히 멀어질 때까지 잠시간, 그 뒷모습을 보았다.
잠깐에 불과한 짧은 만남이었지만, 어째 마음이 이상했다. 싱숭생숭하면서도 가슴 한구석이 따스해지는 기묘한 감각.
원래 가족이란, 이런 건가.
신기하게도 웃음이 흘러나왔다.
***
그로부터 이틀 뒤. 마침내 출발일이 되었다.
지난번, 베온 산에 갔을 때처럼 어김없이 새벽녘을 출발 시간으로 정했다.
그래야 신전을 빠져나올 때 신도들의 눈을 피할 수도 있으니까.
“교주님, 조심히 다녀오셔야 해요. 언제든지 저희 불러주시고요!”
“걱정하지 마, 알피.”
“위, 위험해지시면 꼭 저를 불러주세요.”
“응, 알겠어. 체시.”
“……잘 다녀오세요.”
“고마워, 사샤.”
나는 아이들의 배웅을 받으며 신전에서 빠져나왔다. 이번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아이들이 신전을 잘 돌봐주겠지.
로브의 후드를 걸치고, 뒷골목으로 향했다. 간간이 카이로스교 신도들의 모습이 보였다. 일찍부터 새벽기도를 오는 신자들이었다.
– 참 갸륵하기도 하지.
‘그러게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리제스교의 신전이었던 이곳이 카이로스교의 본단이 되고, 이제는 신도들의 발이 끊이질 않게 되다니. 문득 감회가 새로웠다.
‘이게 바로 새벽 감성인가.’
감성에 젖어있을 시간이 없었다. 나는 빠르게 발을 옮겨 뒷골목으로 향했다.
비밀상점 부근에서 자인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번쩍 팔을 들어 흔들어 보이는 자인에게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왜 매번 저희 둘만 가는 겁니까?”
자인이 툴툴거렸다.
“어차피 애들은 다른 방법이 있지만, 너는 아니잖아.”
“그, 그건! 그 아이들은 특별하잖아요.”
자인도 느끼고 있는 모양이다. 아공간을 이용해 내가 부르는 곳이면 나타나고, 성인 남성보다 힘이 몇 배는 강하며, 각 능력에 특화된 아이들. 자인에게 굳이 설명을 해주지는 않았지만, 카이로스의 힘에 의해 태어난 아이들인 것을 눈치챈 듯했다.
“제 말은 어째서 매번 주인님께서 저를 대동하시냐, 이거죠.”
“그럼 나 혼자 가라고?”
“그게 더 편하지 않으시겠어요?”
“아니. 전혀.”
“왜요?”
“잡일꾼이 있는 게 편하잖아.”
내 말에 자인이 입술을 삐죽였다. 나는 미소 지으며 품에서 돈주머니를 꺼내 자인에게 건네주었다.
“매번 두둑하게 챙겨주는데, 뭐가 그리 불만이냐?”
“아휴, 감사합니다. 제가 불만을 가졌다니요! 아닙니다. 그냥 말해본 거예요!”
돈을 받자마자 자인의 태도가 바뀌었다. 이 돈미새 자식.
짧은 대화를 마친 우리는 근방에서 대기하고 있던 마차로 향했다.
지난번에 자인이 직접 준비한 것보다 훨씬 고급스러운 마차였다. 먼 길을 떠나야 하니 당연한 선택이었다. 웃돈을 얹어서 준 마차의 승차감은 꽤 좋았다.
홀든가의 것에 비하면 못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상등품이었다.
마차에 앉아 몸을 기대자, 맞은편에 자인이 앉았다. 녀석은 창밖을 보다가 뭐가 좋은지 환히 미소 지었다.
“그나저나 주인님과 바하누 왕국에 가게 될 줄은 몰랐어요.”
“나도 몰랐다.”
“한 번쯤은 가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가게 될 줄이야.”
직전까지 미소 짓던 녀석이 금세 시무룩해졌다.
“그렇게 힘들지는 않을 거야.”
나는 자인을 애써 다독여주었다.
아쉽게도 내 말은 거짓이다. 자인은 힘들 것이다. 그리고 자인보다 내가…… 더 힘들 것이고.
“후우.”
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떠올리는 사이,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