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cult can save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58
58화
[서브 퀘스트 ‘희망의 빛’ 4. 클리어!] [서브 퀘스트 보상이 지급됩니다.] [서브 퀘스트 갱신!] [서브 퀘스트 ‘희망의 빛’ 5.내용: 당신은 제한 시간 내에 알도네 왕국을 리제스교로부터 구원했습니다. 이제는 바하누로 떠날 시간입니다.
목표: 일주일 내로 바하누 왕국에 도달하기 (본 퀘스트는 연계 퀘스트입니다)
성공 시 : 다음 퀘스트 흔적
실패 시 : –
최종 성공 보상 : ???
[수락하시겠습니까?] [네/아니오]나는 퀘스트의 내용을 훑고 난 뒤 수락을 눌렀다.
퀘스트 갱신 창은 리제스교 알도네 지부 대사제실에서 마신의 가호를 부쉈을 때 나타났지만, 당시 나타난 알림창이 워낙 많아서 확인을 미뤘었다.
하여 지금 숙소에서 확인한 것이다.
‘뭐가 됐든 바하누로 가야 한다는 건 변함없네.’
우리는 바하누로 떠나기 전, 일단 숙소에 왔다. 못다 챙긴 짐을 챙기기 위함이었다.
사실 내 짐은 대부분 인벤토리에 들어가 있어서 딱히 챙길 게 없었지만, 자인이 자신이 만든 뜨개 용품들이 있다면서 호들갑을 떨어 온 것이다.
“다 챙겼냐?”
“네. 이제 다 됐어요.”
자인은 두툼한 제 짐가방을 들고 흐뭇하게 웃어 보였다. 이제 떠나도 되겠다, 싶어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트로이가 눈에 들어왔다.
‘……이대로 나가면 안 되겠군.’
감옥에서 빠져나와 하멜을 처리한 이후 쭉 동행한 트로이는 아직도 반라의 상태였다. 숙소에 돌아올 때까지 다행히 길을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었지만, 이제는 아침이 되었기에 보는 눈이 많을 것이다.
물론 트로이의 몸은 이전과 달리 깔끔한 상태이긴 했지만, 무엇보다 문제인 것은 이 녀석의 꼬리였다.
‘아무리 대륙 내에 여러 종족이 산다고 하지만…….’
아예 볼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들에게 이종족에 대한 인식은 아직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아무리 나나 자인이 편견이 없다고 한들, 다른 이들의 편견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
나는 인벤토리에서 여분의 로브를 꺼냈다. 그러자 나를 보고 있던 것인지 트로이가 놀란 눈을 했다.
“교주. 교주는 대체 어떤 사람이지? 허공에서 물건을 꺼내다니.”
그에 대한 대답은 내가 아닌 자인에게서 나왔다.
“주인님은 대단하신 분이다. 그러니 예를 갖추도록 해. 반말하지 말고.”
하지만 트로이는 자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끝까지 집착하는 녀석이나 모르는 척하는 녀석이나 제법 합이 맞는 걸지도. 나는 작게 웃으며 트로이에게 로브를 건네주었다.
“불편하겠지만 걸치고 다녀. 우리는 괜찮지만, 다른 사람들 인식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 미안하다.”
“아니다. 괜찮다. 오히려 필요했다. 나도 주목받고 싶지 않다. 고맙다, 교주.”
어째 트로이의 말이 슬프게 다가왔지만, 애써 미소를 지었다. 그러는 사이에도 자인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야, 내 말 무시하냐? 주인님께 예의를 갖추라니까?”
자인이 미간을 좁히며 이야기했지만, 트로이는 또다시 무시했다. 몬트족의 발달한 청각으로 분명 들었을 텐데도 말이다. 작게 소리 내어 웃고 있자, 자인이 나를 노려보았다. 그래서 뭐, 노려보면 어쩔 건데.
– 둘 다 귀엽구나.
‘아, 그 의견은 반대입니다. 자인은 귀엽지 않거든요.’
카이로스와 이야기를 나누며 숙소를 나서자, 두 사람이 양옆으로 따라붙었다.
‘이제 좌 돈벌레, 우 흑표범인가?’
주변이 든든해졌다는 생각에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
숙소를 벗어나 바하누로 향하는 마차를 구하는 데까지 큰 어려움은 없었다. 먼 여정이지만 두 배의 돈을 준다고 하니 마부가 흔쾌히 수락했기 때문이다.
절반의 선금을 지급하고 마차에 올라탔다. 의자가 꽤 푹신해서 오랜 시간을 타도 엉덩이가 쑤시진 않을 것이다.
의자에 몸을 기대자 반대편에 자인이 앉았고, 트로이가 내 옆에 앉았다. 그러자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시 시작이군.’
나는 창밖을 멍하니 응시했다. 이럴 때면 현대 문물이 그리웠다. 대중교통은 물론이고, 하다못해 자전거라도 있었으면.
그런 생각을 할 무렵, 한 사람의 목소리로 마차 안에 흐르던 정적이 깨졌다.
“교주.”
나를 부른 건 트로이였다. 여전히 말이 짧은 트로이로 인해 뜨개질하고 있던 자인이 움찔했지만, 녀석은 조용히 트로이를 노려볼 뿐 별다른 말을 하진 않았다.
“왜, 트로이.”
“바하누에는 왜 가는 거지?”
그러고 보니 트로이한테는 설명을 안 했었네. 나는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노란 눈을 응시하며 조곤조곤 이야기했다.
“카이로스님께서 그곳의 구원을 원하시니까.”
“구원?”
트로이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래. 현재 바하누의 정세는 상당히 어지러워. 카이로스 님께서 틈틈이 알려주시는 정보에 의하면, 그곳에도 리제스교가 있지.”
리제스교, 라는 말에 트로이의 인상이 대번에 싸늘해졌다. 트로이의 두 주먹에는 힘이 들어가 핏줄까지 도드라졌다.
“그렇다면 나도 돕겠다.”
트로이의 눈에 결연한 의지가 깃들어 있었다.
“그래. 고맙다, 트로이.”
“너 원래 도우러 온 거였는데 마음에 안 들면 안 도와주려고 그랬냐?”
“말꼬리 잡지 마라, 쪼잔한 인간.”
“너희 그냥 친해지기 싫은 거지?”
투닥거리는 둘의 모습에 잠시 웃음이 나왔지만, 이내 나는 얼굴에서 미소를 지웠다.
사실 말은 그리했지만, 조금은 걱정스러웠다. 트로이를 제때 구해내어 바하누에서 폭주할 일은 없을 테지만, 혹시 몰랐다. 하여 바하누에 도착하면 트로이를 유심히 지켜볼 생각이었다.
짧은 대화를 나누는 사이 마차는 열심히 달려 어느덧 알도네 왕국을 벗어나 있었다.
다시 시작된 메마른 땅을 보며, 나는 두 눈을 감았다.
바하누까지의 여정은 대략 사흘. 바하누에 도착할 즈음이면, 어느덧 가을의 끝이 찾아올 것이다.
***
바하누 왕성, 서쪽 탑 꼭대기.
작은 창가로부터 달빛이 새어 들어왔다. 보름달이 뜬 깊은 밤이었지만, 탑에 갇힌 이는 잠들지 못했다.
달빛이 닿는 끄트머리에 검은 머리카락과 푸른 눈동자를 가진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두 다리를 끌어안은 채 바닥에 앉아있었다.
푸른 눈동자가 밝은 달빛에 비쳐 영롱하게 빛났다. 하지만 그 시선의 초점은 흐릿했다.
“이제 바하누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인가.”
여인의 눈에서 눈물 한줄기가 흘러내렸다.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인가.’
여인의 이름은 아르헨 바하누였다. 바하누 왕국의 둘째 공주이자, 바하누 왕실의 세 번째 핏줄.
그리고 그녀는 현재 왕실에서 유일하게, ‘맨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아르헨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그녀의 시야에 자신을 가두고 있는 창살이 들어왔다. 그리고 창살 앞에는 ‘해피’가 담긴 약병이 굴러다녔고, 그 옆에는 썩은 빵조각이 담긴 접시가 있었다.
아르헨은 ‘해피’를 보며 입술을 짓씹었다. 저것이 모든 일의 원흉이었다.
‘리제스교…….’
리제스교가 바하누 왕국에 들어온 것은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짧다면 짧은, 길다면 긴 그 시간 동안 한 종교가 왕국을 집어삼킨 것이다.
“하아.”
아르헨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추워진 공기만큼, 새하얀 숨결이 짙었다. 그녀는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아르헨의 아버지, 헤비우스 바하누. 바하누 왕국의 국왕인 그는 리제스교의 신도가 되었다.
특히 그는 ‘해피’에 중독되어 전신이 거의 푸르게 물들어 있었다.
아르헨이 마지막으로 제 아비를 보았을 때, 그는 아르헨의 얼굴도 쉬이 알아보지 못했다.
‘해피의 성분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사람의 이지를 잃게 만드는 건 분명해.’
그리고 상태가 심각한 것은 현 국왕인 헤비우스뿐만이 아니었다. 아르헨의 오라버니, 차기 국왕 자리에 오를 하벤 바하누 또한 상황은 비슷했다.
“멜리나 언니…….”
아르헨은 작게 읊조렸다. 멜리나 바하누, 그녀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끝까지 아버지와 리제스교에 대항했던 인물이었다. 아르헨의 언니였던 첫 번째 공주는 몇 주 전, 아버지인 국왕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아버지도, 오라버니도 제정신이 아니야.’
이제 남은 것은 오직 그녀, 아르헨뿐이었지만, 그녀는 탑에 유폐된 상황이었다.
이대로 간다면 바하누 왕국에는 더 이상 남은 희망이 없었다.
‘만일 내가 이곳을 벗어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텐데.’
그러나 불가능에 가까운 가정이었다. 아르헨을 서쪽 탑에 가둔 것은 그녀의 아비, 헤비우스 국왕이었다.
물론 아르헨은 그것이 국왕의 뒤에서 그를 조종하고 있는 리제스교 바하누지부의 대사제 ‘셀로스’임을 알고 있었다.
하여 아비를 향해 호소해보았지만, 셀로스를 이길 수 없었다.
게다가 그들은 언제든 아르헨을 죽일 수 있었지만 일부러 그러지 않고 있었다.
‘내가 절망하고 무너지는 걸 보기 위해서.’
셀로스는 그런 악독한 인물이었다. 그는 아르헨에게 해피를 권하면서도 강제로 먹이지는 않았다.
‘나한테는 아무런 힘도, 권력도 없으니까.’
그것을 알기에 셀로스가 그녀를 살려둔 것이었다. 멜리나와 달리, 가진 것이 하나도 없는 아르헨. 그 어떤 위험조차 될 수 없는 아르헨이었기에, 셀로스를 비롯한 리제스교가 장난감처럼 그녀를 살려둔 것이다.
“하지만.”
아르헨은 주먹을 세게 쥐었다.
‘나는 포기하지 않아.’
달빛을 받은 그녀의 영롱한 눈동자가, 맑게 빛났다.
‘언제든 내게 힘이 주어진다면 나는 목숨을 걸어서라도,’
이 나라를 지킬 것이다.
아르헨은 굳게 다짐했다.
***
메마른 땅 위에 모닥불이 지펴졌다. 마차가 오가는 길에서 조금 떨어진 허허벌판이었지만, 돌이 거의 없는 평평한 바닥이기에 야영하기 안성맞춤이었다.
모닥불 주위로 간이 천막 두 개가 세워졌고, 그 두 개는 현재 사용 중이었다. 각각 마부와 자인이 잠들어 있었다.
그리고 나는 트로이와 함께 모닥불 곁에서 불침번을 서는 중이었다.
몇 시간 동안 할 게 딱히 없었기에 그저 모닥불을 보며 멍을 때렸다.
‘역시 불멍은 야외에서 하는 게 제맛이지.’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타들어 가는 나뭇가지들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대로면 몇 시간이고 멍을 때릴 수 있을 것 같다.
“교주.”
트로이의 목소리가 들려온 건 그때였다.
“……응?”
오랫동안 말을 안 했기에 목이 잠겼다. 큼, 큼, 목을 가다듬고 있자 트로이가 말을 이었다.
“나는 리제스교를 혐오한다.”
“알아.”
트로이의 과거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우세법을 플레이하면서 여러 번 보았으니.
“그들은 우리의 터전을 짓밟고, 그것도 모자라 나의 가족과 일족을 모두 죽였다.”
“……그래.”
“하여 나 또한 그들을 모두 제거하고 싶다.”
트로이의 눈이 모닥불의 빛을 받아 형형히 빛났다. 나는 그를 보며 잠시 입을 다물었다.
이걸 어떻게 말해줘야 하나. 그런 고민이 들었다.
하나 그 순간, 모닥불 위로 새하얀 빛이 피어났다. 빛이 일렁이며 형상을 갖추는 것을 보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었다.
‘카이로스.’
빛은 서서히 작고 귀여운 강아지의 모습으로 변화했다. 카이로스가 현신한 것이다.
그러자 갑작스러운 상황에 트로이의 두 눈이 크게 뜨였다. 너무 놀라 아무런 말도 못 하는 그를 향해 내가 입을 열었다.
“이건 카이로스님이시다.”
“그게 저, 정말인가? 나보다 작은데? 우리 일족의 아이보다 작다.”
“쉿. 선 넘는 말은 하지 말고.”
트로이가 도통 믿지 못하는 눈을 했다. 하나 이내, 카이로스가 근엄하게 제 가슴을 쫙 펴 보이며 입을 열었다.
“그래. 내가 카이로스란다, 아이야.”
공중에서 나타난 카이로스가 서서히 부유하여 트로이에게로 향했다. 그제야 현실을 실감한 트로이가 벌어졌던 입을 다물고는,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카, 카이로스시여.”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