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cult can save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61
61화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간 것은 디에고교가 자주 사용하던 대종교 전투법에 대한 기억이었다.
디에고교에는 독자적으로 마신의 가호를 뚫는 방법이 하나 있었다.
‘새크리파이스’
얼핏 듣기에는 숭고해 보이는 단어였지만… 그것은 ‘사람’의 희생이 필요로 한 것으로, 말 그대로 사람을 방패로 쓰는 것이다.
여러 사람을 가호에 밀어 넣으면, 잠시간의 틈이 생긴다. 그 틈에 진입하는 것이고.
‘그건 신앙이고 뭐고 그냥 고기방패잖아!’
잔인하고 무도한 짓이지만, 그들은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그 방법을 애용했다. 디에고는 애초에 악신, 그런 디에고를 섬기는 디에고교에서 때때로 사용하기도 하는 것이다.
악신의 최종 목적은 인간을 지배하는 것이라 쉬이 그들을 죽이지는 않는다. 하나 필요한 일에는 서슴지 않고 이용하기에 더욱 잔악하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테르디안의 성정상 그런 일을 자진해서 벌이지는 않을 텐데. 물론, 이 세계가 히든 루트인 만큼 녀석의 설정값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럼 이만.”
잠시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 테르디안이 말만 남기고 사라졌다. 열린 창문이 바람에 달그락거렸다.
‘……에이, 설마. 그래도 아니겠지.’
***
테르디안이 떠나고 나는 다시 식사를 이어갔다. 자인과 트로이에게는 대충 테르디안에게 바쁜 일이 생겨서 떠났다고 전하고, 편히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이후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휴식을 취했다. 그러다 어느덧 자인과 트로이는 잠들었다.
우리가 머무는 방에는 싱글 침대 세 개가 있었기에 서로 편히 잘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도통 잠이 오지 않았다. 두 녀석이 코를 고는 것 때문에 그러기도 했지만, 테르디안이 걸렸기 때문이다.
– 아가야, 어딜 가려고?
‘잠깐 산책 좀 다녀올까 해서요.’
– 그래? 알겠다. 나는 신전 좀 보고 있으마.
‘네. 그러세요.’
나는 카이로스에게 대충 대꾸하고는 로브를 걸쳤다. 후드를 꾹 눌러쓴 뒤 조심히 숙소를 벗어나 바깥으로 나왔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주변을 살폈다. 이제는 퀘스트를 생각할 시간이었다.
‘바하누에서 일어나는 일을 조사하라는 건…….’
정확히 어떤 걸 말하는 거지.
원작에는 없던 퀘스트라서 좀 어렵게 느껴졌다. 그래도 여러 차례 우세법을 겪어본 내 감각이 말해주었다. 힌트를 얻고 싶다면 ‘소문’을 듣거나,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을 ‘상황’을 내가 인식해야 한다.
‘흐음.’
일단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거리 곳곳에는 해피에 중독되어 널브러져 있는 이들이 있었다. 그 외에는 흡사 좀비처럼 걸어 다니는 사람도 있었고.
‘살벌하네.’
로벨에서 처음 보았던 광경을 한참이나 떨어진 이곳에서 다시 보게 되다니.
‘기분도 나쁘고.’
마치 좀비 아포칼립스의 유일한 생존자가 된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나마 나를 공격하지 않는 좀비들이라 다행이지만.
그들의 모습을 훑으며 걷다 보니 어느덧 으슥한 곳에 들어서게 되었다. 골목만큼 좁지는 않았지만, 달빛이 잘 비추질 않아서 캄캄했다.
타악!
누군가가 갑자기 나타난 것은 그때였다.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말 그대로 순식간에 내 앞에 나타난 것이다.
설마 트로이인가? 싶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나는 두 눈을 크게 뜨고 말았다.
밤바람에 흩날리는 보랏빛 머리카락, 어둠 속에서도 눈에 띄는 수려한 외모, 그리고 반라의 몸까지.
망할. 칼리드다.
‘이래서 테르디안이 바하누를 떠나라고 한 건가?’
젠장. 속으로 욕을 삼키고 있을 때, 칼리드가 내게 한 걸음 다가왔다.
“어디서 좋은 향기가 나나 했더니, 너구나. 레비아탄.”
칼리드가 싱긋 웃으며 다가왔다. 그 모습에 일순 소름이 끼치면서, 몸이 굳어버리고 말았다.
사람이 너무 놀라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몸이 굳는다는 게 사실이구나.
그래도 일단 침착하자.
나는 칼리드를 빤히 바라보며 재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원작에서 바하누를 찾는 디에고교 사도는 두 명이었다. 물론, 히든 루트라서 더 늘어날 수도 있을 테지만.
일단 바하누에 있는 디에고교의 사도는 테르디안과 칼리드.
그나마 다행인 점은, 칼리드가 여기에 있다는 건 테르디안도 이 근방에 있다는 뜻일 것이다.
‘……아닌가? 있어야 할 텐데.’
낮에 여관에서 마주친 걸 보면, 분명 테르디안도 근방에 있을 것이다. 그러니 녀석이 나를 발견하기 전까지만 버티자. 아마 칼리드도 쉽사리 나를 죽이지 않을 테니까.
“안녕, 레비아탄.”
칼리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맑은 눈으로 싱긋 웃었다. 그리고는 손까지 들어 보이며 내게 인사했다.
나는 올라가지 않으려는 입꼬리를 애써 힘겹게 올리며 마주 인사했다.
“예, 안녕하세요.”
순식간에 칼리드가 가까이 다가왔다. 그러더니 내가 쓰고 있던 후드를 벗기고는, 손을 뻗어왔다. 녀석의 손이 내 턱을 붙잡아 들었다. 칼리드와 정면으로 시선이 마주했다.
“여전히 예쁘구나.”
남들이 들었다면 기뻐할 칭찬이지만, 내 심정은 그저 하나였다.
무섭다, 젠장.
하나 동요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면 안 된다. 나는 애써 덤덤한 척 말을 이었다.
“칭찬 감사합니다.”
나는 이 자식이 싫다. 너무 싫지만, 겉으로 티를 내지는 않았다.
특히 지난번 카르텔 숲에서의 일만 생각하면 칼리드에게 몽둥이를 휘두르고 싶었지만, 내 목숨은 소중하니까.
참아야지. 그래.
“그런데 여긴 어쩐 일이야? 바하누에서 널 보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칼리드는 곱게 미소 지으며 내 얼굴에서 손을 뗐다. 녀석이 잠시 잡았던 곳이 얼얼했다. 턱을 매만지고 있자, 녀석이 재차 말했다.
“카이로스교 일 때문에 온 거야?”
역시 칼리드는 싫다.
“그냥 선교차 방문한 것뿐입니다.”
나는 고저 없이 대답했건만, 칼리드는 박수까지 치면서 좋아했다. 대체 어느 부분에서 박수가 나오는 거지?
“그래, 그랬구나. 나는 꽤 운이 좋네. 여기서 널 보게 될 줄이야.”
녀석이 남자 여자 가리지 않고 모두를 홀릴 기세로 어여쁘게 미소 지었다. 그러나 나는 면역이 되어 있다. 카이로스가 훨씬 더 아름다우니까.
그때였다. 녀석의 손에 채찍이 나타났다.
‘제길, 설마.’
나는 재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칼리드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휘이익- 파앗!
칼리드의 손에서 채찍이 춤을 추더니 불과 찰나의 순간, 내 오른쪽 손목을 붙잡았다.
“크윽!”
강렬한 고통이 손목을 타고 흘렀다.
“어딜 가려고.”
“이, 이게 무슨 짓입니까.”
나는 입술을 짓씹었다.
“그야 너를 내 저택으로 데려가려는 거지.”
일순, 달빛이 칼리드의 낯을 비췄다. 녀석의 눈이 빛을 받아 광기로 번들거렸다.
‘이 변태 새끼가!’
나는 당장 아이들을 부르려 했다. 하지만.
촤악-!
어디선가 날아온 검기가 내 손을 묶고 있던 채찍을 잘라내었다. 동시에 강한 바람이 귓가를 스쳤다.
“크윽!”
칼리드가 고통에 찬 신음을 흘렸다. 언제 나타난 것인지 테르디안이 칼리드의 채찍 쥔 손을 세게 붙잡고 있었다.
‘올 거면 좀 빨리 오든가.’
그래도 테르디안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나는 두 사람을 훑어보다가 손목으로 시선을 돌렸다. 고통이 강해 피가 나진 않았나 싶었지만, 다행히 자국만 좀 났을 뿐 괜찮았다.
“이게 무슨 짓이지, 5사도.”
그리 생각하는 중에도 테르디안은 칼리드의 손목을 꽉 붙잡고 놔주지를 않았다.
“허어, 그러는 넌 뭐 하는 짓이야?”
칼리드의 미간이 구겨졌다. 하나 테르디안의 눈도 만만치 않게 살벌했다.
“저 녀석은 건드리지 마라.”
“뭐?”
“저 녀석을 건드리는 순간, 이걸로 안 끝나.”
테르디안의 검이 언제부터인지 칼리드의 목에 겨눠져 있었다.
‘저 녀석, 내 생각보다 더 강한 모양이군.’
칼리드도 만만치 않게 강했지만, 히든 루트의 테르디안도 그에 못지않은 모양이었다. 그동안은 크게 인지하지 못했었는데.
“하, 그래.”
칼리드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나를 보았다. 그러더니 그의 입매가 비틀려 올라갔다.
“뭐, 기회는 또 있을 테니까.”
타악!
칼리드가 순식간에 테르디안의 손을 쳐내었다. 그리고 녀석은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칼리드가 사라진 자리를 보고 있을 때. 테르디안이 곁으로 다가왔다.
“레비아탄, 괜찮나?”
“아, 예. 뭐…….”
녀석 덕분에 살았네. 테르디안, 그래도 자신이 한 맹세를 기억하고 있나 보다. 하마터면 진짜 큰일 날 뻔했네.
“고맙습니다.”
“아니다.”
테르디안은 내 손목을 빤히 보다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었다. 그리고 그것을 내게 내밀었다. 녀석의 손바닥보다 작은 사이즈의 피리였다. 이걸 왜 주는 거지.
“이 도시 내에서 내가 필요한 일이 생기면 그걸 불도록 해. 한 번은 도와주지.”
“아니, 이걸 왜…….”
하지만 테르디안은 내게 대꾸도 하지 않고 사라졌다. 손안에는 테르디안이 준 피리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일단 구해줘서 고맙기는 한데.’
저 녀석이 왜 날 도와주는 거지.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 그래도 일단 피리는 챙겼다.
***
높다란 건물 위. 테르디안은 그곳에 서 있었다.
그는 잠시 멍하니 길가에 서 있다가 숙소로 돌아가는 레비아탄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내가 왜…….’
그의 머릿속에 의문이 들었다.
조금 전, 레비아탄에게 피리를 건네준 건 테르디안 자신조차도 이해가 안 되는 일이었다.
사실 낮에 여관에 들어가게 된 것도, 마치 누군가가 들어가라고 지시한 것 같아 홀린 듯 발을 움직인 것이었다.
‘그 녀석… 설마 그 녀석이 날 끌어당기기라도 했다는 건가.’
그곳에서 레비아탄을 만나게 되었고, 그러자 어쩐지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안개가 조금 걷힌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레비아탄의 곁에 잠시 머물렀던 것뿐인데도 머릿속이 맑아졌다.
그 때문임이 분명했다. 레비아탄과 한 맹세 때문에 그를 구한 게 아니라, 그저 레비아탄을 구해야 한다는 기이한 충동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상하군. 하지만…….’
그 충동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기묘한 그 감각은 마치, 본능 속에 내재되어 있는 감각과 같았기에.
***
다음날, 나는 오후가 다 되어서야 잠에서 깨어났다. 전날 밤에 잠이 오지 않아 했던 산책에서 상당한 기력을 소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자인과 트로이에게 간밤에 있었던 일을 굳이 설명하지는 않았다. 다만, 자인에게는 지난번 카르텔 숲에서 만난 놈을 보았던 것 같다고 특히 주의하라고 일러두었다. 트로이에게도 웬 미친놈이 하나 있으니 조심하라고 말했다.
그렇게 어느덧 밤이 깊었을 무렵. 나는 트로이, 자인과 함께 숙소에서 벗어났다.
‘이제 절대 밤에 혼자 돌아다니지 말아야지.’
어젯밤 일로 확실히 깨달았다.
“리제스교로 향하는 거죠?”
“그래. 카이로스님께서 리제스교의 수도 지부가 어디인지 알려주셨으니까.”
원래도 알고 있던 정보이나, 카이로스가 기도를 통해 내게 건네준 정보였다.
우리는 곧장 그곳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