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cult can save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68
68화
격한 고통에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속에서 무언가가 울컥 치밀어올라 흘렀다. 뜨거운 피가 입가를 타고 흘러내렸다.
“교, 교주!”
“주인님!!”
“레비아탄!”
동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나 점점 시야가 흐려졌다.
아, 젠장.
결국, 이렇게 모든 게 끝나는 건가?
푸욱-
“……!”
자르켈이 나를 꿰뚫던 손을 빼냈지만, 비명조차 내지를 수가 없었다. 점차 전신에서 힘이 빠지며 시야가 뒤바뀌었다.
바닥으로 몸이 고꾸라졌지만 그 고통은 가슴에서부터 퍼지는 통증으로 인해 느껴지지 않았다.
‘이렇게 죽는 건가.’
아직 못한 일이 많은데. 나는 이 세계를 구해야 하는데.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아직…… 죽고 싶지 않아.’
그러나 이런 나의 의지와 다르게도 의식은 점차 흐려져 갔다.
그리고 나는 눈을 감았다.
***
“나는 소시지가 먹고 싶구나.”
강아지 모습으로 현신한 카이로스는 로벨에 있는 제 신전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의 곁에서 조용히 책을 읽고 있던 사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카이로스를 위해 부엌으로 향했다.
홀로 남은 카이로스는 소파에 앉아 간지러운 몸을 뒷다리로 벅벅 긁었다.
기이잉-!
불길한 예감이 느껴진 것은 그 순간이었다.
“아가야……?”
동시에 자신의 첫 번째 아이이자 자신과 연결되어 있는 사도, 레벨로프의 숨이 약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순식간에 그는 힘을 모았다. 일순 새하얀 빛이 카이로스의 몸을 감쌌다.
이후, 그의 모습은 신전에서 사라졌다.
이윽고 그가 모습을 드러낸 곳은 아주 멀고 깊은 차원이었다.
새파란 하늘과 푸른 잔디밭이 드넓게 펼쳐진 공간에 카이로스의 신영이 나타났다.
직전까지만 해도 강아지였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불어오는 바람결에 아름다운 적빛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카이로스는 다급하게 제 첫 번째 사도의 상황을 살폈다. 그러자 허공에 커다란 화면이 나타났다.
[커헉!]화면 안에는 마신의 자식 중 하나에게 가슴이 꿰뚫린 레벨로프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카이로스의 두 눈이 크게 뜨였다. 이어 그는 다급하게 하늘을 바라보며 외쳤다.
“—-!!”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가. 이건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
카이로스가 다시금 하늘을 향해 외쳤을 때. 푸르던 하늘을 부유하던 구름 속에서 황금색 빛이 쏟아져 내렸다. 그 빛은 카이로스를 감쌌다. 카이로스는 빛을 향해 다급히 말했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이건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
카이로스는 심장이 뜯겨나가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하늘에 호소했다.
“어찌하여 내 아이가, 이렇게 죽어야 합니까! 이 영혼이라면 해낼 것이라고 했잖습니까!”
카이로스가 허공을 향해 분개하며 항변했다. 그때, 조용하던 하늘에서 웅장한 음성이 들려왔다.
[이런, 이건 나조차 예상하지 못한 일이구나.]나긋한 음성에 카이로스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내 아이를 살려야 합니다. 이대로라면 아이도, 이 세계도 무너질 것입니다!”
“대체 어찌하여 고작 바하누에서 내 아이가 다친 것입니까!”
[……말했잖느냐. 지금의 그 세계는 불안정하다고. 하여, 그 아이를 네게 보낸 것이라고.]“그렇지만 당신께서 말하지 않았습니까. 이 아이가 위험해질 일은 없을 거라고!”
[그래, 그랬지. 하나, 변수라는 것은 언제든 존재하는 법이란다.]“그럼 그때마다 제가 매번 이렇게 해야 하는 겁니까?”
카이로스의 눈가가 촉촉이 젖어 들었다.
[웬만해선 그럴 일은 없을 거란다.]“확실한 겁니까?”
[……일단 그 아이부터 살리마.]돌아오는 대답에는 피곤이 서려 있었다. 그것을 잘 알기에 차마 카이로스는 더 이상 의견을 피력할 수가 없었다.
그는 주먹을 세게 쥔 채, 초조하게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
띠링!
익숙한 알림음이 들려왔다. 그제야 잠들어 있던 것처럼 몽롱한 의식이 깨어났다.
‘뭐지……?’
분명 내 마지막 기억은, 자르켈에게 가슴을 뚫린 것이다. 그리고 나는 죽었지.
한데 어째서 깨어나게 된 것일까.
‘이 세계가 게임 속이라서 그런가?’
나는 쉽사리 뜨이지 않는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나 있었다.
[시스템 오류 발생!] [비정상적으로 상승한 난이도 조절을 위해 밸런스 조정을 시작합니다!] [사용자의 보호를 위해 사용자의 영혼을 강제 이동했습니다.]눈앞에 나타난 메시지를 찬찬히 읽어보니, 약간이지만 감이 왔다.
‘그래, 이건 좀…… 아무리 히든 루트라고 해도 너무하긴 했어.’
본래대로라면 마신의 66번째 자식이 등장했어야 할 자리에, 두 번째 자식이 나타났다.
이건 난이도가 갑자기 헬모드로 돌입한 것이다.
사실상 지금 내 수준은 초급 수준이나 다름없는데, 끝판 보스를 만난 느낌이지.
‘그런데 시스템이 나를 보호해줬다고?’
역시 이 시스템, 내게 호의적인 게 분명해.
‘그렇다면 이후로도 내가 위험에 처하면 나를 보호해주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 때쯤. 주변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있는 곳은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공간이었다. 흡사 우주처럼. 그런데 저 멀리서 작은 빛이 보였다.
음성이 들려온 건 그때였다.
[그건 아니란다.]이건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였다. 울림의 방식은 카이로스가 하는 것처럼 머리를 통해 전달되지만, 목소리는 남성과 여성의 것이 합쳐진 듯했다.
그런데 아니라니? 설마 내 생각을 읽고 대답하는 건가?
[이번 일은 어디까지나 ‘변수’에 의한 것. 나조차도 예상 못 한, 지금의 네가 뛰어넘을 수 없는 사건이지.]이 자의 말을 듣자 확신이 들었다. 내게 말을 거는 이 자는, 나를 이 세계로 오게 만든 시스템의 ‘관리자’가 분명하다. 혹은 그와 비슷한 존재거나.
‘당신은 누구죠?’
[하하! 지금 같은 상황에서도 내 존재가 궁금하다니.]‘당연한 거 아닙니까? 나를 이곳으로 보내고, 말도 안 되는 퀘스트를 내린 게 당신인 것 같은데.’
[내 예상보다 더 똑똑하구나. 하나 아이야, 지금은 때가 아니란다.]‘그게 무슨…….’
[언젠가 때가 올 것이야. 그러니 그때가 오기 전까지, 이 세계를 구해주렴.]목소리의 크기가 점점 줄어들었다.
‘이봐요! 잠시만요! 아직 묻고 싶은 말이 더 있다고요!’
[걱정하지 말아라. 이 세계는 — — –니까.]그 음성을 끝으로 목소리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어둠을 가로지르던 빛도 사라졌다.
보이는 것은 시스템창뿐이었다.
[시스템이 리부팅됩니다.] [인물들의 기억을 소거하고, 변환합니다.] [밸런스 조정 완료.]시스템 문구를 읽어내리는 순간, 의식이 흐려졌다.
아, 또야?
***
다시 눈을 떴을 때.
주변 환경이 뒤바뀌어있었다. 나는 완연한 어둠 속이 아닌, 바하누 왕성에 서 있었다.
내 앞에 서 있던 자르켈은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쩌저적-
허공에 금이 가며 균열이 열리기 시작했다.
어? 설마…….
“주, 주인님! 저게 대체…… 저거 설마 균열입니까?!”
“마, 말도 안 된다!”
자인과 트로이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심지어 이건 아까 들었던 것과 같은 말이었다.
뭐지? 나도 모르게 미간이 좁아졌다.
“오오. 오십시오!”
쉰 음성으로 외치는 셀로스의 말도 똑같았다.
설마, 시간이 되돌아가기라도 한 건가? 나는 황급히 고개를 숙여 내 몸을 살폈다. 그러자 헤비우스 국왕을 해치웠던 직후와 같은 몸이 보였다. 꿰뚫리지 않은 가슴, 여기저기 해진 옷까지.
그제야 머리가 핑핑 돌아갔다.
얼추 정리하자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 난이도에 죽어간 나를 시스템 ‘관리자’가 살렸고, 인물들의 기억을 소거하고 변환한 뒤 시간까지 되돌린 건가.
그때, 마치 정답이라고 말하듯 메시지가 또 한 번 등장했다.
[관리자의 특별 보상이 지급됩니다.] [관리자의 사과(버프) : 30분간 모든 능력치가 10배 상승한다.]……미친. 이게 뭐야.
내 능력치가 10배나 상승한다고? 잠깐만. 그런데 내 상태창에서 스탯은 볼 수가 없지 않나? 말로만 10배 상승한다고 하면 내 힘이 얼마나 되는지 어떻게 알아.
“오오! 위대하신 헬리스시여!”
버프를 확인하는 사이, 셀로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헬리스라면, 원작과 같은 66번째 마신의 자식이다.
나는 시스템창에서 시선을 떼고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균열에서 나온 한 여인이 보였다.
푸른 빛의 머리카락과 검은 몸, 그리고 검은 비늘이 달린 꼬리.
인어의 외형을 한 이 여인이 바로 헬리스였다.
‘그래. 진즉 이랬어야지.’
바하누에서 자르켈이 튀어나오는 게 말이 되냐!
나는 시스템을 향해 화를 내며, 옅게 미소 지었다. 그래도 나를 살려냈으니 넘어가야지.
“네가 나를 방해한 애송이구나.”
헬리스가 허공에 부유한 채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 목소리는 상당히 감미로웠다.
“흐음, 외형은 내 취향이네.”
그녀가 유혹하듯 내게 손을 내밀었다.
“자, 이리 온. 너는 특별히 내 첩으로 삼아주마.”
고혹적인 음성과 나를 매혹하는 눈빛. 나는 천천히 헬리스를 향해 다가갔다.
“그래, 옳지.”
그녀가 아름답게 미소 지었다.
헬리스와의 거리가 고작 몇 발자국 정도 되었을 때.
파앗-!!
나는 손에서 성력을 방출했다.
[히든 아이템 ‘천 년 묵은 지네의 내단’의 효과로 ‘인어의 유혹’이 무효화됩니다.]애당초 ‘저주’나 다름없는 헬리스의 유혹은 내게 통하지 않았으니까.
그리 생각하며 성력을 방출했는데.
‘이런 미, 미친. 이거 크기 실화냐?’
이전까지 내가 방출했던 성력은 기껏해야 손바닥 두 배 정도 되는 크기였다. 한데 지금 내 성력은 헬리스의 상반신을 그대로 ‘지워’버렸다.
그러니까, 나는.
[주의! 당신은 마신의 66번째 자식 헬리스를 처치했습니다.] [마신이 당신의 존재를 눈치챌 수도 있습니다.]단 한 방에 헬리스를 처치한 것이다.
‘……미쳤다.’
이게 바로 관리자 버프인가.
그나저나 이 버프, 내 힘을 10배나 상승시킨 거랬지. 그렇다면 내가 힘을 10배나 키우면 마신의 자식도 한 방에 골로 보낸다는 건데. 문제는……
‘어느 세월에 그렇게 힘을 키우냐.’
허탈함에 실소하며 몸을 돌렸다. 그러자 절망한 셀로스의 얼굴이 보였다.
“아, 안돼, 헤, 헬리스님이……!”
그 모습을 보니, 정말 사람들의 기억이 바뀐 게 맞나 보다. 그렇다면 자르켈의 기억도 바뀌었겠군. 녀석의 얼굴이 다시금 떠오르자,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그놈은 관리자 버프가 있는 지금도 상대하기 힘들 것이다. 현재 자르켈을 이길 만한 인물이 있을까.
고심 끝에 결론을 내렸다.
아직은 테르디안이나 트로이, 체스터도 힘들다.
‘하루빨리 힘을 더 키워야겠군.’
나는 주먹을 가볍게 쥐었다 펴며, 동료들에게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