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cult can save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83
83화
“허억!”
“저게 무슨……!”
동료들이 놀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나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한 채 그저 눈만 깜빡였다.
실제로 마주하게 된 검은 달 곰은 상당히… 아니, 굉장히 거대했다. 호수 위로 보이는 부분만 족히 3미터가 넘었으며, 그 덩치만 해도 사람의 네 배 이상.
외형은 검은색 곰이었지만 송곳니가 길게 튀어나와 있었고 앞발의 발톱도 웬만한 검만큼 길었다.
“흐이익!”
카투가 기겁하는 소리와 동시에 검은 달 곰이 움직였다. 우리를 매서운 눈으로 보던 검은 달 곰의 앞발이 날아왔다.
퍼억!
다행히 곰의 앞발에 맞은 이는 없었다. 하나 그 파괴력은 가히 놀라웠다. 바닥이 운석에 맞은 듯 움푹 패었기 때문이다.
“다들 정신 차리고, 공격해!”
“알겠다, 교주.”
“네, 주인님.”
나의 외침에 트로이가 검은 달 곰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자인도 활을 빼 들었다. 나는 그들과 함께 몽둥이를 들고 검은 달 곰에게로 향했다.
부웅-
곰의 거대한 팔이 정확히 나를 노려왔다. 잽싸게 몸을 구른 덕분에 공격에 당하지는 않았다. 하나 바닥을 구르던 중 생채기가 나기는 했다.
– 아가야!
‘이 정도는 참을 만해요.’
무릎에서 피가 났으나 작은 상처 따위를 신경 쓸 여력이 없던 나는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트로이가 곰의 공격을 피하며 손톱을 휘두르는 모습이 보였다.
잘 벼려진 칼날과도 같은 트로이의 손톱이 곰의 팔을 공격했다. 하나 생채기만 났을 뿐 깊은 상흔을 새기지는 못했다.
휘이익-!
때맞춰 날아간 자인의 화살은 아예 곰의 피부를 뚫지도 못했다.
“자인, 눈을 공격해.”
나는 자인에게 명을 내리고는 그의 답을 듣기도 전에 곰에게로 빠르게 달려갔다. 달려가던 속도를 그대로 살려 몸을 날린 나는 트로이를 상대하던 곰의 팔을 몽둥이로 가격했다.
퍼억!
우지끈,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통한다.
“그어어!”
고통을 느낀 곰이 비명을 지르며 나를 향해 마구잡이로 팔을 휘둘렀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두 팔이 동시에 나를 공격했다. 다친 다리로 피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터무니없이 빠른 속도였다.
– 정신 차려라, 아이야!
나도 모르게 편안히 게임으로 즐기던 것과 생사가 오가는 현실이 오버랩되어 멍하니 서 있을 때.
“교주!”
누군가가 나를 낚아챘다. 트로이였다.
“괜찮은가!”
“아, 고마워. 트로이.”
“멍하니 있으면 안 된다!”
“미안. 다리를 좀 다쳐서.”
“많이 다쳤나?”
“그 정도는 아니야.”
잠시 대화를 나누는 사이, 곰이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우리를 목표로 삼고 두 팔을 휘두르려는 순간.
파악!
자인의 화살이 곰의 왼쪽 눈을 꿰뚫었다.
“크어억!”
“주인님, 괜찮아요?!”
“어. 잘했어, 자인.”
곰이 고통에 찬 신음을 내질렀다. 트로이가 틈을 놓치지 않고 공격을 이어갔다.
– 전투 중에 넋을 놓으면 안 된다, 아이야!
‘네, 카이로스님. 잠깐 놀라서 그랬던 모양이에요.’
나는 전투 상황을 지켜보며 고심했다. 지금 상태에서 몽둥이를 휘두르는 것보다는 원거리 공격으로 전환하는 게 나아 보였다.
하여 왼팔을 들고 성력을 끌어모았다.
‘어, 그런데 이전보다 성력이 더 많이 모이는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며 일단 성력을 방출했다.
파아앗-!
환한 빛과 함께 날아간 성력은.
“……!”
정확히 검은 달 곰의 이마 위를 날려버렸다. 그에 따른 분비물이 공중에서 흩날렸다.
풍덩!
검은 달 곰이 호수로 추락했다. 더 이상의 움직임은 없었다.
“주, 주인님. 그 힘은 대체……. 그런 힘이 있는데 저희는 왜 지금까지 개고생한 겁니까?”
“나도 몰랐어.”
“그게 무슨…….”
자인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눈으로 나를 볼 때.
“교주, 괜찮나?”
“맙소사.”
트로이와 카투가 놀라서 내게 다가왔다. 그들보다 더 놀란 것은 바로 나였다.
조금 전 내가 사용한 성력 방출의 크기는 이전과 비슷했다. 한데, 힘의 밀도가 이전보다 월등히 강해졌다.
대략 두 배 정도?
바하누 사태 이후, 성력 방출은 처음이라 현재 내 힘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물론, 헬리스를 상대했을 때보다는 훨씬 약한 힘이기는 하였다.
그래도 이만한 파괴력을 가졌을 줄이야.
– 대단하구나, 아이야!
어쩐지 이전보다 성력 방출을 사용할 때 모이는 성력의 양이 더 많다 했다.
힘이 강해진 만큼 성력의 소비도 더 커진 것이다. 그래도 이건 내가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니, 이후에는 조절해야겠네.
‘그나저나…….’
바하누 일로 신도의 숫자가 급증하고 카이로스로부터 성력을 꽤 많이 공급받았기에 이만한 힘을 낼 수 있던 모양이다.
검은 달 곰 자체가 그렇게까지 강한 몬스터는 아닌 것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내가 직접 몽둥이를 휘두르는 것보다 훨씬 세네.’
아니면 나도 자인처럼 몽둥이에 성력을 좀 실어볼까.
그리 생각하다 문득, 퀘스트 완료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트로이, 저 곰 분명 죽었지?”
“그렇다. 완전히 숨이 끊어졌다.”
그렇다는 건, 루푸를 검은 달 곰 둥지에서 꺼내와야 퀘스트가 완료되는 뜻이었다.
“저, 교주님. 루푸는 언제쯤…….”
“안 그래도 방법을 고민 중이었습니다, 형제님.”
헤엄을 쳐서 검은 달 호수를 건너야 하나 고민 중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몬스터의 시체가 있는 호수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다.
하여 선뜻 말을 못하고 있을 때. 트로이가 흑표범으로 변모했다.
“내가 데려오겠다.”
녀석은 그리 말하고는 호숫가 가장자리로 갔다. 검은 달 곰의 둥지와 육지가 가장 가까운 위치로 이동한 것이다.
그리고 흑표범이 단번에 도약했다.
“세상에.”
“와…….”
“역시 몬트족!”
자인과 나, 카투가 트로이를 보며 감탄했다. 트로이는 검은 달 곰의 둥지에 안착해서는 루푸의 옷자락을 입에 물었다. 그리고 다시금 힘있게 도약해 우리에게로 돌아왔다.
“아이고, 루푸!”
트로이가 루푸를 바닥에 내려놓자 카투가 엉엉 울며 루푸에게로 향했다. 그사이 트로이는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고생했어, 트로이.”
“아니다.”
나는 트로이의 어깨를 두들겨 녀석을 칭찬해주었다. 역시, 트로이가 내 편이 되어서 다행이다.
“루푸, 루푸! 정신 차려!”
한편 카투는 엉엉 울며 정신을 잃은 루푸의 몸을 흔들었다. 루푸는 카투와 똑같이 생겼으나 걸친 옷이 달랐고, 이마에 큰 사마귀가 있었다. 그리고 몸 곳곳에 긁힌 듯한 상처가 존재했다.
“아무래도 호숫가에서 검은 달 곰에게 붙잡혀서 목숨은 부지한 모양입니다. 검은 달 곰은 제 먹이를 둥지에 갖다두고 싱싱하게 보관하거든요.”
“싱싱하게 보관…….”
“언제 또 먹이를 구할지 모르니까요. 그래도 매일 먹이를 섭취하지 않고, 사흘 간격으로 먹는 놈이라 타이밍 좋게 구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어지는 자인의 설명에 나도 모르게 미간이 구겨졌다. 이럴 땐 눈치를 갖다 버린 거나 다름없군.
나는 인벤토리에서 치유 물약을 꺼내 루푸에게로 다가갔다.
“잠시만요, 형제님.”
그리고 카투를 떼어낸 뒤 루푸에게 치유 물약을 먹였다.
얼마 안 있어, 루푸의 눈꺼풀이 올라갔다.
“여긴…….”
[서브 퀘스트 클리어!] [서브 퀘스트 보상이 지급됩니다.] [서브 퀘스트 보상으로 ‘드워프의 보은’을 획득합니다.] [드워프의 보은: 카투와 루푸로부터 아이템 제작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단, 3개 한정)]드디어 퀘스트가 완료되었다.
“루푸! 정신이 드는 게야?”
“카투? 네가 왜 여기…… 나는 분명.”
“널 구하러 왔지, 인마!”
카투와 루푸의 재회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시선을 돌려 시스템 메시지를 읽었다.
‘드워프의 보은’은 제작 보상 같은 건가 보군. 그나저나 아이템 제작은 3개뿐이라니. 아쉽긴 했지만, 드워프 제작 아이템 3개면 꽤 좋은 성과였다.
“루푸, 내가 말했지? 카이로스교를 믿게 되었다고.”
“아아, 그래. 편지에 그리 적혀 있었지.”
“이분이 바로 카이로스교 교주님이셔. 그리고 옆에 계신 분은 몬트족인 트로이님이시고, 이분은 자인님이시지.”
카투가 루푸에게 우리를 소개하며 여기까지 오게 된 여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내가 카이로스님께 기도를 올렸더니, 이분들이 와주셨어. 그래서 널 구할 수 있던 거라고!”
“오, 이럴 수가. 그랬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검은 달 곰에게 잡혔을 때는 꼼짝없이 죽은 줄로만 알았는데!”
루푸가 우릴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형제님의 부탁이었으니까요.”
인자하게 미소 지으며 말하자, 카투가 루푸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교주님!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일은 꼭 보답하고 싶습니다!”
“맞습니다. 제 생명의 은인이시니, 혹시 필요한 게 있으시다면 가능한… 아니, 불가능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만들어 보겠습니다! 저희가 이래 봬도 드워프 중에서 실력이 가장 뛰어납니다!”
카투와 루푸가 두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그리고 자인이 내 옆구리를 쿡 찔렀다. 녀석이 말을 하지 않아도 무슨 뜻인지 알아채었다. 그래도 일단, 여기서는 좀 벗어나야지.
“우선 안전한 곳으로 이동부터 하죠.”
***
호수 주변의 몬스터를 처치하며, 트로이를 타고 검은 달 호수 부근에서 벗어났다.
몬스터가 출몰하지 않는 메마른 땅에 서자 카투와 루푸가 다시금 내게 다가왔다.
“교주님! 말씀만 하십시오!”
“맞습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데까지는 보답을 하고 싶습니다!”
나는 두 사람에게 미소와 함께 답했다.
“그럼 저희에게 장비를 하나씩 제작해주실 수 있나요?”
“물론이지요!”
“당연하죠!”
그러자 자인과 트로이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드워프의 제작품 세 개를 다 내가 가질까 하다가, 자인과 트로이에게 하나씩 넘기기로 했다.
어차피 나는 이 세상 곳곳에 숨겨져 있는 것들을 얻으면 되니까.
하지만 그중에도 방어형 아이템의 숫자는 적었으니, 기회가 닿았다면 하나 정도는 드워프 제작 아이템으로 얻어두는 것 또한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크으, 감동입니다. 주인님.”
“교주, 고맙다.”
“뭘. 당연한 걸 가지고.”
– 마음 씀씀이가 역시 내 아이답구나.
자인과 트로이는 나와 쭉 함께할 녀석들이니, 미래를 위한 투자인 셈이었다.
‘자발적으로 만든 제대로 된 드워프의 장비는 돈만 준다고 구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니니.’
간혹 드워프의 제작 솜씨를 노리고 그들을 노예 삼아 마치 공장처럼 장비를 뽑아내는 일도 더러 있었는데, 해당 장비들은 꼭 하나씩 문제를 일으키곤 했다.
그런 의미에서 제대로 된 장비는 든든한 보험 하나를 들어두는 것과 비슷한 성능이었으니 받아둬서 나쁠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리 생각할 때, 두 드워프가 우리에게 공통 질문을 해왔다.
“그럼 여러분은 어떤 장비를 원하십니까?”
“저는 활입니다.”
“나는 갑주를 원한다.”
“저는 신체 보호 능력이 있는 물건이면 좋겠습니다.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는 거면 더 좋고요. 목걸이나 팔찌류도 괜찮습니다.”
자인과 트로이에 비해 내 말이 길어지자 카투와 루푸가 고심했다. 두 사람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더니 조심스레 말했다.
“교주님, 혹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그러니까 ‘아티팩트’를 원하시는 겁니까?”
“네. 제가 원할 때 보호 효과가 발동되면 좋겠습니다.”
“우선 자인님과 트로이님의 장비 같은 경우에는 당장 제작이 가능하지만, 아티팩트 같은 경우에는 특수한 재료가 필요합니다.”
“마력석이군요.”
카푸의 말에 자인이 답했다. 상인답게 녀석은 마력석에 대해 알고 있었다.
“예. 맞습니다. 마력을 담을 수 있는 특수 광물인 마력석이 필요합니다.”
아쉽게도 내 수중에 마력석은 존재하지 않았다. 마력석은 시중에서 쉬이 구할 수 없기도 했고, 구한다고 한들 하급 마력석에 불과했다. 내가 원하는 건 볼품없는 하급 마력석이 아니다.
그래도 어디서 고급 마력석을 얻을 수 있는지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일단 저희 마을로 가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바로 드워프 마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