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cult can save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94
94화
나는 순간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 하나 알피어스가 재차 이야기했다.
[세베누스 홀든님께서 교주님을 찾고 계세요.]어이가 없어졌다.
‘대체 이 자식이 왜 또 신전으로 온 거지?’
바로 홀든 저택으로 귀환하거나 하다못해 세르시온 복구 작업이라도 도울 줄 알았다.
‘무슨 생각으로 또 온 거야.’
나는 미간을 구기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심신이 고단하여 짜증이 울컥 치밀었다. 한숨과 함께 교주실에서 벗어나 사제복으로 갈아입고, 안경까지 벗은 후 신전 건물에서 빠져나왔다.
그러자마자 백마에서 내리는 세베누스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그의 뒤로 기사들은 보이지 않았다.
‘여기까지 혼자 온 거야?’
도통 그 이유를 추측하기가 힘들었다.
“형님? 또 어쩐 일이세요?”
나는 혼신의 힘으로 최대한 좋게 말했다. 왜 찾아왔냐, 이 자식아.
“레비.”
세베누스는 나를 향해 빠르게 걸어왔다.
“교주님께 이야기 들었습니다. 몸은 괜찮으세요? 바로 저택으로 가시지 않고 여긴 어쩐 일이신 거예요?”
세베누스는 대답 대신 내게로 걸어올 뿐이었다. 뭔데.
“형님, 기사들은 다 어디 있…….”
일순, 나는 말을 멈추고 말았다. 순식간에 내 앞으로 다가온 세베누스가 나를 와락 끌어안았기 때문이다.
‘뭐야, 이 상황.’
이 자식, 왜 이러는 건데. 당최 이해가 가지 않은 나머지 나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미안하다, 레비.”
귓가로 세베누스의 음성이 들려왔다.
“형님?”
뭐가 미안하다는 걸까. 내가 의식에 들어간 것 때문에 갑작스럽게 심경의 변화라도 생긴 건가.
“내 너를 좀 더 다정하게 대해주었어야 했는데. 그동안 내가 많이 부족했다.”
“……예? 아니에요.”
“아니다. 몸이 아픈 너를 배려한답시고 했던 나의 행동들이, 어쩌면 네게 상처를 주었을 거라는 생각이 이제야 들었다. 미안하다.”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세베누스의 음성은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얼굴을 기대고 있는 어깨에 뜨겁고 축축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세베누스의 눈물에 어쩐지 나도 모르게 감정이 북받쳐왔다. 나는 세베누스의 등을 조심히 다독여주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형님.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괜찮아요.”
진심을 담아 이야기하자 세베누스의 어깨가 떨려왔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눈을 감았다.
‘……왜 나까지 눈물이 나는 걸까.’
나는 진짜 레벨로프 홀든도 아니고, 세베누스의 동생도 아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마음 한구석에 있던 응어리가 해소되는 기분이 들었다.
– 훌쩍.
문득 들려온 카이로스의 울음소리에 조금이나마 들었던 이름 모를 감정이 누그러졌다.
나는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소리 없이 눈물을 삼키는 세베누스의 등을 조용히 다독여주었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이제는 울음을 그친 것인지 세베누스가 내게서 떨어졌다.
‘민망한가 보네.’
세베누스는 애써 내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의 붉어진 눈가와 코끝이 조금 전까지 울었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처음 보는 세베누스의 감정적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크음.”
세베누스가 가라앉은 목을 가다듬으며, 힘겹게 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이만 돌아가 보마. 기사단을 세르시온 복구 작업에 참여시켜두고 나온 터라, 얼른 돌아가야겠다.”
“아, 그러셨군요.”
“그리고 교주에게 전해주거라. 나를 비롯한 내 기사단들을 구해줘서 고맙다고. 이 빚은 언젠가 갚겠다고.”
이런 식으로 빚을 지우려고 그를 구한 건 아니지만.
“네. 알겠습니다, 형님. 항상 몸조심하세요.”
“그러는 너야말로 건강을 챙기거라.”
세베누스는 미소와 함께 내 머리카락을 한 번 쓰다듬더니 돌아섰다. 그는 큰 보폭으로 걸어가 세워둔 말 위에 올라탔다.
이후, 세베누스는 내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신전에서 벗어났다.
나는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았다.
‘가족…….’
누군가에게는 매우 친밀하고 익숙한 단어일 테지만, 내게는 아니었다.
하지만…… 점점 그 단어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되는 것도 같았다.
***
시간이 흘러 오늘은 알도네 신전을 개장하는 날이었다.
사샤의 카이로스 신상 조각이 끝이 났기에 최대한 빠르게 날을 잡았다.
알도네 신전을 정비하는 동안 틈틈이 주변 시민들에게 홍보도 마친 상태였다.
‘알도네 왕국 관청에도 미리 신고를 해서 트러블도 없었고.’
순탄하게 시간이 흘러 오늘에 이른 것이다.
– 언제 보아도 잘 어울리는구나.
교주복으로 갈아입자, 카이로스가 흡족한 음성으로 이야기했다.
그의 칭찬에 기분 좋게 미소 지으며 나는 교주실에서 빠져나왔다. 복도를 걷는 동안 창문을 통해 신전 입구를 살폈다.
‘많은 수의 신도들이 모였어요.’
-그래. 내 예상보다 더 많은 숫자구나.
이전 로벨의 신전을 개방할 때보다 더 많은 숫자의 알도네 사람들이 보였다.
‘긴장되네.’
로벨에 신전이 개방될 당시, 나는 파나틱과의 체력훈련으로 홀든 저택에 잡혀 있던 관계로 교주 역할을 수행한 것은 변장한 자인이었다. 따라서 사실상 이번 알도네 신전의 개방이 내가 교주로서 신도들을 정식으로 맞이하는 첫 순간이라는 것.
두근, 두근. 기분 좋게 심장이 뛰었다.
“교주님! 준비 다 끝났습니다!”
건물 1층에 다다랐을 때. 아벨의 밝은 음성이 들려왔다. 아벨의 뒤로는 아이들과 제이콥, 자인과 트로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
나는 미소를 지으며 걸음을 옮겼다. 자연스럽게 동료들이 내 뒤에 따라붙었다.
“즐겁게 신도들을 맞이해주자.”
아직 닫혀 있는 신전의 정문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그리고 알피어스와 체스터가 정문을 열었다.
마침내 알도네 신전이 개방된 것이다.
***
나는 신전을 찾아온 신도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아이들과 간부들까지 나를 따라 신도들을 맞이해주었다.
그러고 나서 약간의 시간이 지난 지금. 나는 교주실 복도에서 신전을 내려다보았다.
‘사샤의 조각상이 제일 반응이 좋네.’
정원을 거니는 신도들은 대부분 사샤의 조각상을 보며 감탄을 내뱉었다. 기도실에 있는 카이로스 신상 같은 경우에는 신도가 아닌 이들도 단번에 신도로 만들 정도였고.
“교주.”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을 때. 언제 온 것인지 트로이가 다가왔다.
“트로이, 무슨 일 있어?”
녀석은 사뭇 진지한 눈으로 나를 보았다.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싶어 묻자, 트로이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저, 교주에게 할 말이 있다.”
“아. 그래. 무슨 말인데?”
그의 진지한 태도에 나도 진지하게 대화에 임했다. 트로이의 노란 눈동자가 나를 똑바로 응시했다.
“고맙다.”
“……응?”
요 며칠, 트로이가 한 건 노동뿐인데 내게 고맙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자 트로이가 말을 덧붙였다.
“내게 지옥과도 같았던 이 도시가, 이렇게 아름답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그래서 감사를 전하고 싶었다.”
“아…….”
그제야 나는 그가 무얼 이야기하는지 알아채었다.
‘그래. 그랬겠구나.’
알도네는 트로이에게 고통으로 남아있던 장소. 하지만 지금은, 고통이 있던 자리에 희망이 덧씌워졌다.
“네가 행복해져서 다행이야, 트로이.”
나는 트로이의 어깨를 툭툭 다독여주었다. 그러자 트로이의 굳어 있던 입매가 풀어졌다.
“고맙다, 교주.”
***
알도네 신전의 성대한 오픈식이 끝나고, 밤이 찾아왔다. 포탈을 통해 바하누의 신전으로 돌아온 나는 잠자리에 들기 전, 인벤토리를 열었다.
‘내일이면 바하누 신전도 개방되니까.’
그전에 간부를 더 뽑을 생각이었다. 간부 뽑기권에 손을 갖다 대자, 파아앗- 새하얀 빛과 함께 나는 일전처럼 곧바로 다른 차원으로 이동되었다.
이번에 나는 5장의 뽑기권을 소모하여 다시 한번 대사제를 뽑을 계획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전마다 대사제가 한 명씩은 있어 주는 편이 좋을 테니까.
슬롯머신에서 대사제를 선택하고 레버를 당겼다.
삐용, 삐로롱!
‘제발, 제발!’
귀가 아플 정도의 소리를 들으며 속으로 빌었다. 그리고 슬롯머신이 멈추었을 때.
“와, 진짜 미쳤다! 나 금손인 거야?”
슬롯머신에 드러난 문자는 상상만 해도 찬란한 S라는 알파벳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S급을 뽑게 된 것이었다.
“이 손이 금손이라니!”
전생에선 손대는 족족 재수가 없던 똥손인 내가, 이세계에선 금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어느덧 내 몸은 원래 있던 바하누의 신전으로 돌아와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교주님.”
등 뒤로부터 차분한 음성에 딱딱한 말투가 들려왔다. 소리가 난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곳에는 짧은 갈색 머리카락과 회색 눈동자를 가진 20대 초반의 여인이 보였다.
알피어스와 아벨과 같은 복장을 하고 있는 새로운 대사제였다.
그녀의 키는 나와 비슷할 정도로 컸고, 아벨 못지않을 정도로 미인이었다.
– 반갑구나, 새로운 아이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카이로스님, 교주님. 저는 대사제 셀레나입니다.”
셀레나는 내게 깍듯하게 고개까지 숙여 보이며 인사했다.
“반가워, 셀레나.”
나는 그녀를 향해 악수를 청했다. 그러자 셀레나가 여전히 무감한 표정으로 내 손을 잡았다.
“나는 앞으로 셀레나, 네가 알도네의 신전을 담당해주었으면 해.”
“알겠습니다.”
셀레나가 즉각 대답했다. 최근 아벨에게 당한 게 있어서일까. 이렇게 차분한 셀레나가 나타나 주니, 마음이 상당히 편했다.
“그럼 저는 곧장 알도네 신전을 관리하러 가보겠습니다.”
“그래. 이쪽에 있는 포탈을 이용하면 돼.”
“네, 교주님.”
셀레나는 갈 때도 내게 깍듯이 인사했다.
– 아주 예의 바른 아이구나.
‘그러게요.’
나는 포탈을 넘어가는 셀레나를 보며 미소 지었다. 이번 뽑기는 무척 만족스러웠다.
– 이제 좀 여유가 생기겠구나.
‘아마 그럴 거예요.’
로벨, 알도네, 바하누. 신전마다 대사제를 배치했으니, 다른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일을 도우면 신전의 운영에는 특별히 걱정할 만한 문제가 없을 것이었다.
바하누에 신도가 제일 많아 그쪽으로 지원이 많이 가긴 할 테지만.
‘그렇다고 아벨 한 명에게 무거운 짐을 전부 맡겨둘 수도 없으니.’
사실상 현재 아벨이 관리해야 하는 바하누의 신도 수는 로벨과 알도네의 신도를 합친 것보다도 훨씬 많았다.
하여, 각 신전을 주로 담당하는 대사제를 두고 다른 아이들과 자인, 트로이까지 돌아가며 신전을 돕는 계획을 세웠다.
이미 간부들과 이야기를 나눠놨기에, 그들도 별다른 불만이나 걱정의 목소리 없이 내 의견에 수긍했다.
‘이제 남은 건, 내일 있을 바하누 신전 개장뿐이군.’
바하누 신전 오픈 준비도 알도네와 비슷한 시기에 끝이 났다. 사샤의 신상 조각이 같은 날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하여 원래는 같은 날 신전 오픈을 진행하려다가, 하루의 간격을 두었다.
바하누 신전이 개장되는 날, 아르헨이 참석하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제 어엿한 한 국가의 수장. 아르헨의 일정상 내일밖에 시간이 안 된다고 해서 일부러 날을 맞췄다.
‘이렇게 좋은 홍보 수단을 놓칠 수야 없지.’
신전 오픈 행사에 이 나라의 셀럽이나 다름없는 국왕이 방문해준다는데 그 기회를 어떻게 걷어차겠는가.
– 나의 작은 새야, 표정이 음흉하구나. 무슨 생각을 하고 있기에 그러니.
카이로스가 걱정 어린 음성으로 물었다.
‘음흉하다니요. 다 저희를 위한 겁니다.’
카이로스교가 부흥해야, 나도 살아남으니까.
나는 짙게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