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Disaster-Class Necromancer Retires RAW novel - Chapter (199)
199화
온몸에 넘실거리는 마력과 사기를 이용해 고위력 마법을 미친 듯이 난사한다.
“다크 밤. 블랙 스톰.”
사기로 이루어진 거대 폭풍이 마왕을 휘감고 그 안에서 쉴 새 없이 터져 나가는 폭발들.
하지만 나는 그걸로 멈추지 않았다.
사기를 이용한 네크로맨서의 마법뿐만 아니라 일반 원소 마법까지, 그야말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마법을 난사한 나.
그렇게 한차례 마법 난사가 끝나자 그 모든 걸 견뎌 낸 마왕이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강하구나, 네크로맨서! 괜히 자신만만해했던 게 아니였어! 내 상상 이상이야!”
나는 생각보다 멀쩡한 마왕의 모습을 보고 혀를 차며 말했다.
“쯧. 역시 강하네.”
그때 마왕이 나에게 달려들며 말했다.
“그럼 이제 답례를 해 볼까?”
나는 마왕의 주먹에 실린 어마어마한 마력을 느끼고 뒤로 물러서며 다시 한번 마법을 난사했다.
“죽어! 죽어!”
그렇게 마왕과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공방전.
마왕은 즐겁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이거다! 이거야말로 내가 원했던 결투다! 서로가 목숨을 내놓고 겨루는 진정한 결투!”
수십 년 동안 안전한 곳에 숨어 언데드만 내세웠던 나한테 한이라도 맺혔는지 나와의 일대일 전투를 진짜 즐기기라도 하는 듯 기뻐하는 듯한 마왕.
“지랄 노노. 너는 하이브리드지만 나는 순정 마법사라고. 그리고 마법사는 결투 따위는 하지 않아!”
“네가 뭐라고 하든 상관없다! 너와 싸워 온 수십 년의 세월 중에서 오늘처럼 즐거웠던 적은 처음이니까! 이제는 인정해 주지! 너야말로 내 평생의 호적수다!”
“호적수는 니미. 너, 내 미트 골렘한테 당했던 건 기억 안 나냐?”
그러자 아픈 기억을 찔리기라도 했는지 즐거워하던 마왕의 표정이 굳는다.
“···잠깐 즐겨 보려 했더니 아픈 곳을 건드리는군. 좋아. 그럼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까?”
그렇게 마왕이 살기를 풀풀 내뿜자 나도 넘실거리는 사기와 마력을 과시하며 다시 한번 손을 까딱거렸다.
“좋아. 덤벼라.”
세계 각지에 퍼진 언데드들로부터 마력과 사기를 회수한 덕분에 마왕과 그럭저럭 비등비등한 싸움을 이어 가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는 나.
하지만 사실 이건 위태로운 외줄 타기나 다름없었다.
‘오래는 못 버텨.’
나는 분명 객관적인 전투력에서 마왕보다 아래다.
그 격차를 회수해 온 마력과 사기의 압도적인 양으로 커버하고 있을 뿐.
굳이 비유하자면 마왕은 스포츠카고 나는 보조 연료 탱크를 장착한 세단이랄까?
보조 연료 탱크를 장착한 덕분에 연비 걱정 없이 풀 액셀을 밟고 있어서 초반에는 어떻게든 스포츠카에 비비고 있지만, 결국 그 한계는 명확하지.
나는 수용할 수 있는 한계치를 아득히 넘어서는 마력과 사기로 인해 내 마력의 그릇이 과부화되어 가고 있음을 느끼며 생각했다.
‘길어야 20분. 그 안에 승부를 봐야 해.’
보조 연료 탱크를 장착한 세단의 결말은 뻔하다.
보조 연료 탱크가 동나며 멈춰 서거나 풀 액셀로 인한 과부하로 엔진이 고장 나거나.
아무리 보조 연료 탱크를 장착했다 해도 세단과 스포츠카는 기본적인 출력 자체가 완전히 다르니까.
하지만 이런 속내와 다르게 여유로운 척을 하며 마왕을 도발하는 나.
“미트 골렘한테도 따인 놈한테 지면 창피해서 얼굴도 못 들고 다닌다고. 그러니 빨리 끝내자, 허접아.”
내 말에 마왕이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 후회하게 만들어 주지.”
*
드론을 통해 실시간으로 방송되는 게이트인과 한지혁의 대결을 손에 땀을 쥔 채 바라보는 남자.
“게이트인도 게이트인이지만 한지혁 회장도 진짜 괴물처럼 강하구나.”
세계 최강의 각성자라 불리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보유한 소환수의 전력까지 포함해서 그런 거고, 본신의 무력은 한참 낮을 거라 예상하는 게 대부분이었지만 그 예상은 모두 빗나갔다.
저 괴물 같은 게이트인에 맞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맞상대해 나가는 한지혁.
그때 방송에서 앵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지금 한지혁 회장이 소환수를 모두 다른 곳에 버려 둔 채 이동해 게이트인과 전투를 벌이고 있는데요. 그 이유가 뭐라 생각하십니까?
-일본에 도착한 게이트인은 한지혁 회장을 피해 다니며 사람들을 공격하는 데만 집중했습니다. 아마 소환수와 함께한 한지혁 회장을 상대로는 승산이 없다 판단해서 그런 거겠죠. 그런데 갑자기 소환수를 다른 곳으로 보내 버리고 단둘이서 승부를 보고 있다는 건 아마 게이트인이 사람들을 더 이상 공격하지 않는 대신 한지혁 회장도 소환수를 배제한 채 전투를 치르기로 양측이 합의를 본 게 아닐까 추측됩니다.
그 말에 남자가 감동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차포 다 떼고 목숨 건 채 싸우고 있다는 소리잖아.”
돈이면 돈, 무력이면 무력, 뭐 하나 부족한 것 없는 세론 그룹의 회장이 그 누구도 나서라 등 떠민 적 없음에도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모든 걸 내걸고 스스로 위험한 상황에 몸을 던진 상황.
이런 한지혁의 희생정신을 보고 어찌 감동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남자는 자신의 옆에 무너져 내려 있는 스켈레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한 회장이 오죽하면 이렇게까지 했겠어.”
남자는 세론에서 스켈레톤 장기 임대를 통해 돈을 벌어 왔었다.
당연히 한지혁이 갑자기 6개월이나 잠적했을 땐 스켈레톤 산업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닌가 두려워했고 방금 전 갑자기 스켈레톤이 무너져 내렸을 땐 분노까지 했지만, 그 이유가 저 광폭한 게이트인을 막기 위함이라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남자는 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말했다.
“많은 것 안 바랍니다.”
이 모든 사태는 한지혁이 게이트인을 처리해 복귀하면 정상으로 돌아올 터.
그렇기에 남자의 소망은 단 하나였다.
“게이트인 처리 하고 무사히 돌아만 오세요.”
바로 한지혁이 무사히 돌아오는 것.
하지만 그러는 사이 한지혁은 더욱더 과열된 전투로 인해 궁지에 몰려 가고 있었다.
*
“크학!”
결국 마력과 사기의 과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그릇에 금이 가기 시작하며 피를 토한 나.
그러자 마왕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슬슬 한계인가. 그 정도면 제법 오래 버텼다. 칭찬해 주지.”
그래.
저 괴물 같은 마왕 놈이 내 상태 하나 파악하지 못했을 리 없지.
나는 입가에 묻은 피를 닦으며 말했다.
“아직 할 만해, 이 새끼야.”
“아직까진 그렇겠지, 금이 간 그릇이야 다시 복구하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마왕이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완전히 깨진 그릇은 다시 이어 붙일 수 없다. 그 정도는 너도 잘 알 텐데.”
마력 수련법은 근육을 키우는 것과 비슷하다.
운동을 통해 찢어지고 다시 회복되는 과정을 반복하여 근육을 단련하는 것처럼 마력의 그릇 역시 계속해서 혹사해 확장하고 또 확장하는 게 마력 수련법의 기본 원리.
그렇기에 어느 정도까지는 문제없지만, 그릇 자체가 완전히 깨져 버리면 사실상 다시 복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상관없다.
애초에 그렇게까지 무리할 생각도 없고, 무엇보다 그릇이 깨질 정도면 그다음을 고민할 틈도 없이 마왕에게 목숨을 잃을 테니까.
“그릇이 깨지나 너한테 지나 어차피 죽는 건 매한가지인데 문제될 것 있나? 물론 뭐, 나는 그릇을 깨트릴 생각도 없고 너한테 지지도 않을 거지만.”
내 말에 마왕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네가 더욱더 발악해 주면 나야 감사하지. 아무튼 이제 한계가 온 것 같으니 슬슬 끝내 볼까?”
그러자 갑자기 마왕의 몸에서 어마어마한 마력이 풀풀 뿜어지기 시작한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생각했다.
‘괴물 같은 놈. 이제야 전력을 보이는 건가?’
보조 연료 탱크를 달고 풀 액셀을 밟고 있는 세단을 상대로 정속 주행을 해 오던 스포츠카가 드디어 똑같이 풀 액셀을 밟기 시작한 상황.
그리고 이 상황이야말로 내가 일대일 대결을 유도하고 지금까지 무리해 가며 버텨 온 이유였다.
‘전력을 다한 공격은 빈틈이 생기는 법이지. 그 빈틈을 노려서 완전히 마무리한다.’
한번 속도가 붙어 무리하기 시작한 스포츠카는 속도를 줄이거나 방향을 틀기 힘든 법.
그때를 노리는 거다.
이게 바로 내가 마왕의 도주를 봉쇄한 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자. 이제 죽어라, 네크로맨서!”
그와 동시에 마왕의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대한 마력 광선.
나는 기합을 내지르며 그 광선을 향해 마법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으아아!”
이 공격은 마왕도 전력을 다한 공격이다.
이것만 막으면 된다.
이것만.
하지만 마왕이 전력을 다한 공격답게 내가 마법을 무차별로 난사했음에도 전혀 흔들림 없이 나에게 쇄도한다.
결국 아공간에서 뼈를 무더기로 꺼내 마력과 사기를 무한정 투입한 뼈 방패를 만들어 방어에 돌입한 나.
“크윽!”
강하다.
평소의 나였으면 이것 한 방에 리타이어됐을지도 모를 만큼.
하지만 막아야 한다.
전력을 다한 공격인 만큼 이것만 막아 내면 빈틈이 생긴 마왕에게 반격할 기회가 생기니까.
“더더더! 마력과 사기가 더 필요해!”
다급하게 전 세계에 퍼진 언데드 들의 마력과 사기 회수량을 증폭시킨 나.
당연히 그에 비례해 내 마력 그릇이 급속도로 금이 가기 시작한다.
“으윽!”
입가에서 핏줄기가 흘러내리지만 버티고 또 버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서서히 사그라져 가는 마왕의 마력 광선.
“마, 막았다.”
그리고 그 순간 무리를 한 대가로 그릇이 누더기처럼 갈라지며 입에서 피가 분수처럼 토해진다.
“컥!”
그렇게 바닥에 엎드려 피를 토하고 있자 마왕이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헉헉. 대단하군, 이것조차 막아 내다니.”
“으으.”
“하지만 이게 진짜 마지막이다, 너의 그릇은 이미 깨지기 일보 직전이니까. 드디어 원한을 갚는구나. 후우.”
마왕이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잘 가라, 네크로맨서.”
그러곤 마왕의 손에 응집되기 시작한 마력.
“흐흐흐.”
“···웃어?”
“이제 끝이구나 싶어서.”
“드디어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이냐?”
나는 이제 진짜 한계다.
지금 당장은 몸을 움직일 기력조차 없으니까.
하지만 상관없다.
“나 말고 너, 이 새끼야.”
그렇게 내가 손가락을 살짝 튕긴 바로 그 순간.
마왕의 위에 아공간이 생성되며, 동시에 아공간 안에서 무언가가 순식간에 튀어나와 마력을 응집시키고 있던 마왕의 팔을 물어 버린다.
그것은 바로 지구 언데드 군단의 유일무이한 결전 병기인 울트라 베어.
“크아아아!”
울트라 베어는 마왕의 팔을 순식간에 물어뜯어 버리고는 전력을 다한 앞발로 마왕을 후려쳐 바닥에 내리꽂는다.
“컥!”
그렇게 치명상을 입고 울트라 베어의 앞발에 깔린 마왕이 경악한 표정으로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어, 어째서 이 괴물이 여기에······! 설마 한 개가 아니었나!?”
분명 일대일 대결을 하자며 이쪽으로 올 때 언데드 군단과 함께 남겨 두고 온 울트라 베어가 뜬금없이 아공간에서 또다시 나타난 상황.
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아니, 한 개 맞아. 두 개였으면 진작에 꺼냈겠지.”
“그, 그럼 어떻게······?”
“아까 남겨 두고 온 건 가짜였거든.”
바로 알고리즘 보강을 위해 스켈레톤 리그에 도입했던 울트라 베어 열화판.
그게 바로 남겨 두고 온 가짜 울트라 베어의 정체였다.
“부, 분명 엄청난 사기와 마력이······!”
“너 속이려고 쫓아가는 중에 즉석에서 마력이랑 사기를 무지막지하게 때려 부었지.”
마력과 사기를 때려 부은 울트라 베어를 두고 오는 척한 다음 나를 미끼로 전력을 다하게 유도하여 빈틈이 생기면 숨겨 둔 울트라 베어로 마무리를 한다.
이게 바로 내가 생각한 작전이었다.
나는 몸을 일으켜 울트라 베어의 앞발에 깔려 있는 마왕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도망도 못 가겠네.”
만약 내가 이 정도로 무리하지 않았다면 이 기회는 오지 않았을 거다.
내가 정말로 모든 걸 쏟아부은 덕분에 마왕은 내가 정말 언데드 군단을 모두 두고 왔다 생각해 방심했고, 그 결과 나에게 오롯이 전력을 쏟아부으며 지쳤기에 가능한 일.
만약 지치지 않았고 계속 경계 상태였다면 저 치밀한 마왕은 내가 아공간을 열어 울트라 베어를 소환할 빈틈조차 주지 않았을 테니까.
“이 비열한 새끼!”
“칭찬 땡큐. 지구에서는 게임 치사하게 하거나 비열하게 한다는 말이 극찬이거든.”
그렇게 지친 몸을 이끌고 마왕에게 다가간 나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자. 이제 진짜 끝내자, 마왕.”
*
한 팔이 물어뜯겨 나가고 치명상을 입은 상태에서도 필사적으로 저항한 마왕.
하지만 마왕은 결전 병기보다 빠르기에 도주는 가능할지 몰라도, 전투력 자체는 결전 병기보다 약하기에 승패는 금방 결정이 났다.
차로 비유하자면 결전 병기는 트럭이고 마왕은 스포츠카인데, 기습을 당해 타이어가 펑크 나고 한쪽 면이 완전히 아작 났으니 제아무리 마왕이라 해도 어떻게 버텨 내겠나.
울트라 베어와의 전투로 인해 완전히 몸이 작살난 마왕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다니.”
“허무라니, 덕분에 나도 진짜 죽을 맛이었는데.”
“하늘이 원망스럽구나.”
“난 고마운데? 이제 난 자유니까.”
나는 황홀한 표정으로 말했다.
“섬에 남은 언데드만 정리하면 진짜 은퇴다.”
언데드를 재가동하던 마왕이 사라지면 더 이상 언데드 군단은 나타나지 않을 테니까.
“은퇴, 은퇴! 은퇴!”
그때 마지막 생명이 타들며 서서히 눈을 감아 가는 마왕.
그런데 마왕의 입꼬리가 꿈틀거린다.
“은퇴··· 라. 완전히 손을 씻고 평온하게 살아가는 완벽한 은퇴, 이게 네가 이렇게까지 무리해서 나와 싸운 이유라 이거지?”
“당연하지. 이젠 지겨워. 그냥 편하게 쉬고 싶다고.”
“그렇다면 다행이군.”
“···다행?”
뭐지?
이 불길한 느낌은?
“죽을 땐 죽더라도 마지막까지 널 괴롭힐 수 있으니까.”
“무슨 소리야, 그게.”
“저쪽 세상에 남은 언데드 군단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나?”
“엉?”
“이쪽으로 건너오기 전 남은 언데드 군단 전체를 휘감는 대규모 마력 집약진을 설치해 두고 왔지. 비록 내가 몬스터를 잡아 마정석을 공급해 줄 때처럼 빠르지는 않겠지만, 자동으로 정지된 언데드들을 하나둘 재가동시킬 거다.”
마왕이 완전히 눈을 감으며 말했다.
“그리고 재가동된 언데드들은 저쪽 세상을 배회하다 일반 몬스터처럼 이상 현상에 휘말려 이곳으로 건너오겠지.”
“이, 이런 미친?”
“당연히 그 위치와 시기는 모두 랜덤이지, 내가 유인을 하지 않으니까. 그러니··· 계속 막아라, 쉬지 말고. 너의 완벽한 은퇴를 위해서 말이야.”
“야, 이 개자식아!”
마왕이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말했다.
“당황한 목소리를 들으니 이 죽음도 좀 덜 억울하게 느껴지는군.”
그 말을 끝으로 모든 생체반응이 멈춰 선 마왕.
“뭐? 랜덤?”
이제는 내 주변이 아니라 완전히 랜덤으로 나타난다고?
그것도 결전 병기가 둘이 포함된 남은 세론 언데드 군단이?
물론 마왕의 사체도 생겼겠다, 부활 방지를 위해 이걸 기반으로 결전 병기급 언데드를 만들고 전력을 다시 확충하면 그만이긴 하지만, 그 대신 지금까지처럼 언제 어디서 언데드가 또 나타날지 예의 주시 하고 있어야 한다는 소리잖아!
“아니, 진짜 씨벌이네?”
은퇴란 게 뭔가.
속세와의 연결 고리를 차단하고 오롯이 남은 삶을 즐기는 거다.
그런데 언제 어디서 언데드 군단이 나타날지 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으면 그게 무슨 은퇴야!
그렇다고 내버려 둘 수도 없는 게, 일본에서 결전 병기 없이 고위급 언데드만 나타났음에도 각성자와 사람들이 무더기로 죽어 나간 것처럼 내가 개입하지 않으면 인명 피해는 불 보듯 뻔한 상황.
나는 절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 은퇴. 내 은퇴!”
그렇게 울부짖던 그때 누군가에게서 전화가 걸려 온다.
그 사람은 바로 김덕배.
“예, 부회장님.”
-회장님! 괜찮으십니까? 드론 영상을 보니 피를 토하시던 것 같던데요.
“좀 힘들긴 한데 그럭저럭 나쁘지는 않습니다.”
그릇에 금이 가긴 했지만 이 정도는 다시 복구하면 그만이니까.
-그거 정말 천만다행이군요. 그나저나 이제 막 힘든 싸움을 끝낸 회장님께 드리기 죄송스러운 말이긴 하지만, 지금 난리가 났습니다. 공장들이 전부 멈춰 섰고 돈을 받고 소유권을 넘겼던 스켈레톤까지 전부 정지돼 버려서 말이죠.
“아.”
맞다.
이것도 있었지?
“어, 얼마나 정지됐습니까?”
-거의 대부분이 정지됐습니다.
나에게 사기와 마력이 모두 빨려 버린 스켈레톤들.
당연히 이걸 복구하려면 스켈레톤을 다시 만드는 수밖에 없다.
그것도 내가 지구에 돌아온 이후 쉴 새 없이 만들어 온 그 수많은 스켈레톤을 전부 다 말이다.
나는 울먹이는 표정으로 말했다.
“마, 만약 복구 안 하면 어떻게 될까요.”
-계약 위반으로 인한 위약금은 말할 것도 없고, 스켈레톤에 의존도가 높은 저희 사업 특성상 그룹 전체가 사실상 마비되겠죠.
그룹 전체가 마비되면 그룹에 종사하고 있는 직원들과 관련 산업 종사자들 모두 길바닥에 나앉는다는 말.
나는 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말했다.
“···조만간 복구해 준다고 최대한 달래 주세요. 제가 지금 사람들 지키려고 무리하다 보니 그런 것 아닙니까. 그 정도는 이해해 줘야죠.”
-물론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바닥에 머리를 박은 채 줄줄이 업무 지시를 내린 나.
“···그렇게 정리해 주세요, 조만간 몸이 회복되는 대로 바로 복구 시작할 테니까.”
-알겠습니다, 회장님. 아. 이 말씀을 먼저 드렸어야 되는데 제가 마음이 급해 회사 일부터 쏟아 냈군요.
김덕배가 웃음기 띤 목소리로 말했다.
-무사히 돌아오신 걸 환영합니다, 회장님.
그렇게 김덕배와의 통화를 마친 나는 외쳤다.
“돌아가기 싫다고! 나 일하기 싫어! 제발 나 좀 은퇴하자!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