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105)
#제105화
Chapter 2
곤륜산에서 이틀 정도 머무른 뒤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스위트룸에 있는 집무실에 앉아 있었다.
깊게 생각할 게 있었다.
눈을 감은 채 생각에 잠겼다.
까놓고 말해서 복잡했다.
육도선인은, 아무리 봐도 매우 중요한 존재다. 여기서 말하는 중요는 별게 아니다.
내가 잡아서 죽여야 할 놈이니까.
협상의 여지 같은 건 없다. 일시적으로 손을 잡는다는 선택지도 없다. 그냥 죽일 거다.
그래서 중요한 존재다.
그런데 그런 놈이 지구에는 있는데 힘을 봉인한 상태라고 한다.
이게 참 애매한 일인데, 그 정도는 되어야 지금 상황들이 설명이 된다.
일단 이건 짚고 넘어가야 한다.
사도들이 ‘그분’이라고 부르는 놈은 태양신 라였다.
그럼 육도선인은 뭐라고 부를까.
상황으로 보면 ‘그분’이라고 부르는 존재가 육도선인이어야 하는데, 태양신 라인 점은 분명 이상했다.
피 공장을 설치한 헬레나와 라자루스에게 나는 같은 것을 요구했다.
사도들을 족쳐서라도 걔들이 부르는 ‘그분’이 누구인지, 그리고 ‘태양신 라’에 대한 존재를 아는지.
그런데 꽤나 의외의 사실이 밝혀졌다.
현재 사로잡은 사도들은 미국에 64마리, 유럽에 48마리.
도합 112마리다.
이 숫자를 제외한 사도들 중 위치 파악이 되지 않는 ‘6마리’를 빼고는 전부 죽였다.
저 112마리 모두가 태양신 라의 존재를 모른다.
아마 진작에 뒈져 나간 놈들도 모를 거다.
제시된 증거들을 바탕으로 상황을 설명해 보면, 육도선인은 일단 200마리의 사도를 지구에 파견시켰다. 그 200마리 모두 육도선인을 ‘그분’이라 불렀다.
육도선인은 시스템의 시선을 피해 숨어야 했으니, 결국 자신을 대신할 존재가 필요했고, 그 자리를 태양신 라에게 일임했다.
그리고 이 모든 사실을 아는 것은 라 혼자였다.
아수라나 야차, 그 외 나머지 장로들도 태양신 라를 육도선인이라 생각하고 있었을 거다.
이러면 모든 게 짜 맞춰진다.
원래 세상일이라는 게 그렇다.
치밀한 계획을 세우는 일에 있어 그 계획을 세운 놈이 자기 자신마저 장기말로 쓴다면 적이든 아군이든 이런 거 가릴 거 없이 매우 위험한 계획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계획을 파훼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하는데, 지금의 경우를 보면 육도선인은 스스로의 힘마저 봉인시킨 상태로 시스템의 휘하로 들어갔다.
분명 지금 지구에 있는데 찾을 수가 없다.
그 정도로 치밀한 계획이니까.
그대로 다리를 꼬며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시간과 공간의 술을 그렇게 쉽게 사용한다는 건, 좀 친다는 건데…….”
유하를 시간과 공간의 술로 500년의 시간 안에 가둬 놨는데도 땀 하나 흘리지 않는다는 건, 육도선인의 힘이 상상 이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생각해 봐야 할 게 있다.
놈이 봉인한 그 힘이 나중에 풀릴 때는 어떻게 될까.
일반적인 육체라면 감당하기도 전에 터져 버릴 거다.
분명 지금 놈이 살아가고 있는 ‘그릇’은, 일반적인 재능을 지닌 존재가 아닐 거다.
물론 그 그릇의 잠재력마저 봉인시킬 수 있다.
그렇다 해도 은연중에 흘러나오는 기운들은 결국 반응한다.
간단했다.
‘비범한 존재.’
이 지구에서 보통의 사람이 봤을 때 비범해 보이는 존재들을 모조리 명단 안에 넣어야 한다.
그들 중의 하나가 육도선인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또 등잔 밑이 어둡다거나 하는 이러는 건 아니겠지?
솔직히 그것도 한두 번이지, 연달아서 등잔 밑에 죄다 있으면 이젠 그냥 등잔을 엎어 버려야 한다.
한숨을 터트렸다.
그때였다. 거실로 나오던 정빈이 나를 발견하고는 환하게 웃었다.
“형님? 언제 오셨습니까?”
“한 시간쯤 됐나?”
말은 안 했는데 지금 시간이 오전 10시다.
“일찍 오셨네요. 식사는요? 하셨어요?”
“기내식 먹고 왔는데, 다 소화됐는지 배가 좀 고프네.”
“에고, 그럼 그냥 저 깨우시지. 룸서비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피식 웃었다.
“그런데, 그 구원 길드 건은 어떻게 됐어?”
“아, 그거요? 그냥 거절했습니다.”
전에 윤영수가 내게 말했었다.
정빈을 구원 길드의 비서실로 데려가고 싶다고.
구원 길드는 거대하다. 비서실은 실질적인 구원 길드의 핵심 부서이고, 그곳에 들어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스펙이 된다.
물론 정빈이 만약 들어가게 되면 일반적인 비서실 직원들이 하는 일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지금처럼 글 쓰면서 내가 이야기하는 것들을 구원 길드에 대신 전달해 주는, 일종의 중간 다리 역할을 윤영수는 정빈에게 맡길 생각이었다.
그런데 거절했단다.
“왜? 그냥 발만 걸치고 있는 것만으로 돈도 벌고 명예도 얻고, 좋은 거 아니냐?”
“그게, 조금 그렇습니다.”
“뭐가?”
“이게 말이 중간 다리지, 조금 다르게 보면 형님 행동 하나하나 염탐해서 보고하는 거랑 뭐가 다릅니까.”
“네가 보고 안 하면 달라지겠지.”
“대신 보고하라고 등 떠미는 사람도 있을 텐데, 굳이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염치가 없는 것도 아니고, 거긴 제 자리가 아닌 것 같습니다.”
웃고 말았다.
보면 볼수록 우리 빈이는 꽤 괜찮은 녀석이다.
“룸서비스 시킨다고 했나?”
“예. 평소 드시던 걸로 시키려고 하는데, 다른 거 드시려고요?”
“그건 아닌데, 3인분으로 시켜. 저기 안쪽 방에서 자고 있는 여자애도 밥은 먹어야지.”
정빈이 무언가 말하려던 그때였다. 벌컥, 문이 열리고 잠옷 차림의 긴 생머리 여자 한 명이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외쳤다.
“야-! 호텔 내부에서 담배를 피우면 어쩌자는 거야! 냄새가 진동하잖아.”
실실 웃으며 다시 담배를 물었다.
“우리 빈이가 많이 컸어. 형 없는 사이에 호텔에 여자도 데려오고.”
“어…… 그게 아니라, 쟤는…….”
이번에도 정빈은 말을 잇지 못했다. 여자가 크게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내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와, 진짜 진시후 님이네.”
“응, 내가 진시후야. 너는?”
“아, 저는 정하니예요.”
“정?”
그러고 보니 묘하게 닮긴 했다. 그렇게 생각하기 무섭게 정빈이 확인 사살을 해 준다.
“제 여동생입니다. 전에 말씀드리려다가 말 끊겨 가지고 말씀 못 드렸는데, 얘가 어제 서울로 올라왔더라고요. 그런데 짐보다 사람이 먼저 도착해 가지고 하루 재웠습니다. 형님, 죄송합니다.”
고개를 저었다.
“죄송할 거까지야. 여동생이었구나. 빈이가 내 동생이니까 편하게 말할게?”
“순서가 이상한데요? 이미 편하게 하시는 거 같은데…… 그보다.”
정빈의 여동생 정하니의 시선이 내 왼손 검지와 중지에 끼워져 있는 담배에 닿는다.
“꺼 줄까?”
“아니에요. 호텔 주인이신데 마음껏 피우셔야죠. 그보다 저 사인 좀 해 주세요.”
조금 재미있는 단어가 하나 있었다.
“내가 여기 호텔 주인이야? 언제부터 주인이 됐대?”
“이야, 연기 잘하시네요. 이미 프런트 통과됐어요. 오늘 점심 중으로 기사 뜰 거예요.”
“무슨 기사?”
“구원 길드가 소유한 화이트 호텔이 진시후 씨의 개인 명의로 넘어갔잖아요. 돈 많으시더라고요. 이거 일시불로 그냥 사셨던데?”
“내가?”
“네.”
“……언제?”
“……네?”
* * *
시작은 정확히 보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진시후는 언젠가 간다르바를 죽이고 그의 저택에서 서류 한 장을 입수했다.
진송이에게 물어본 결과, 스위스에 보관된 6천억 달러라고 한다.
그 돈을 어떻게 사용할지 진시후는 고민했지만, 솔직히 돈이 있어도 딱히 물욕 같은 것도 없고 사고 싶었던 게 있었던 것도 아니다.
차 하나를 가지고 싶었는데 그건 이미 짝퉁 진시후가 미리 사 놨다. 그래서 그걸 그대로 진송이에게 건넸다.
그런데, 솔직히 진송이도 돈이 많다.
버는 돈도 장난이 아니고, 은행에 예금해 둔 돈도 장난이 아니었으며 가지고 있는 건물과 땅의 수준도 장난이 아니다.
그런 진송이가 동생이 주는 돈을 그냥 받았을 리 없다.
그녀는 돈을 쓸 줄 모르는 동생을 위해 이 방면에서 최고의 전문가를 불렀다.
그 결과가 이거다.
6천억 달러라는 돈 중 절반을 뺐고, 그 돈으로 여러 개의 알짜배기 건물들을 샀고, 몇 개 기업의 대주주가 되었다. 땅도 샀고 여러 개의 호텔도 구매했다.
정확히 어제, 서류 절차가 끝났다. 그래서 화이트 호텔은 이제 구원 길드의 것이 아니라 진시후의 것이다.
앞서 말한 게 전부는 아니었다. 지금도 현재 진행형으로 협상 중인 호텔이 많다.
계획대로면 진시후는 매달 배당금과 임대 사업료로만 수십억을 넘게 받는 대부호가 될 거다.
여담인데, 기부 단체도 설립했다.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대단한 인물이 되어 버렸네.”
동생의 말에 진송이는 부드럽게 웃었다.
-눈먼 돈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달라, 호텔이랑 레지던스 한 동 전체를 사고도 남을 돈이잖아. 지금 따로 협상 중인 게 있긴 한데, 이것도 오늘 안으로 끝날 거야. 대한민국에만 네 명의로 된 호텔이 20개가 넘게 될걸. 내일 오후쯤에 총지배인들이랑 가볍게 안면이라도 틀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볼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너무 여유로운 거 아니야? 내일이잖아. 페이즈2가 시작되는 날이.”
-그건 맞는데, 게이트가 어떻게 등장하든 현실은 현실이고 게이트는 게이트야. 네가 약간 방랑벽 같은 게 있는 거 같아서 주로 호텔 쪽을 매입했어. 가끔 우리 구원 길드원들 출장 갈 때 싸게 좀 부탁해.
주는 건 마다하는 성격이 아닌 진시후는 그저 웃었다.
사장 놀이 같은 건 별로 당기지 않는데, 그래도 뭐, 하라고 하면 할 수 있긴 하다.
대충 전문 경영인 붙여서 경영시키면 되겠지.
편하게 생각하는 진시후는 그렇게 누나와의 통화를 끊었다.
다시 식사에 열중하려던 그때였다.
“그런데, 대체 그 타이탄이라는 소설은 어떻게 쓰게 되신 거예요?”
“그거?”
“네. 내용의 흡입력도 장난이 아니고, 너무 현실감이 넘치더라고요. 필력도 엄청나게 상승하신 거 같고, 지금 장르 소설계의 역사를 바꾸고 있잖아요.”
“그런가?”
“네.”
묘한 표정으로 정빈을 바라보았다. 정빈은 알쏭달쏭한 미소를 지으며 고기를 썰고 있었는데, 보니까 말 안 했나 보다.
“그런데, 사실 그 타이탄이라는 소설 네 오빠가 쓴 거야.”
“하하하, 농담도 참.”
“농담 아닌데.”
“우리 오빠가 소설을 쓴다고요? 그것도 타이탄 같은 고퀄리티의 소설을?”
불신의 표정으로 정빈을 바라본 정하니는 이내, 어깨를 으쓱하는 정빈의 모습에 그대로 쥐고 있던 칼을 놓치고 말았다.
“……구라 치지 말고.”
“구라 아니야. 내가 소설을 쓰고 있는 건 맞아. 대필 작가 같은 거지.”
“……나 화낸다?”
“화를 왜 내? 난 사실을 말하고 있는 건데.”
두 남매의 대화를 들으며 고기를 우물우물 씹고 있을 때였다.
“……그럼 아저씨는 하는 게 뭐예요?”
정하니의 물음에 나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