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106)
#제106화
“나? 조언.”
“…….”
“왜? 믿기지가 않아?”
“이걸 어떻게 믿어요? 저 머저리가 어떻게 그런 소설을…….”
“쓸 수도 있지. 머저리라고 해서 글 못 쓴다는 건 편견이야. 기자라는 애가 그 정도로 두꺼운 색안경을 쓰고 있으면 쓰나.”
“아니, 그거랑 이게 어떻게 같아요.”
그냥 작게 웃어 보였다.
나는 이런 작은 일상 같은 것도 싫어하지는 않는다. 수저를 내려놓고 정빈에게 물었다.
“소설은 어떻게 돼 가고 있어?”
“오늘만 밤새우면 완결까지 끝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건 확실히 해야 한다.
소설 분량은 총 500화다.
길다면 길지만 짧다고 보면 짧을 수도 있는 분량.
권수로 치면 20권 정도 분량이다.
이게 이렇게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타이탄에서 겪으신 그 일들을, 그렇게 많이 도려내도 괜찮을까요?”
“사적인 영역이잖아. 그런 거까지 공개하고 싶진 않아.”
소설 타이탄은 내 일기장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일기가 왜 일기겠나.
사적인 내용들이 한가득 들어 있으니 일기다.
그 모든 이야기를 소설로 풀면 농담이 아니라 50권으로도 모자라다.
그런데 그 모든 걸 푸는 건 말도 안 된다.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는 할 생각이다. 내 개인사는 굳이 들어갈 필요가 없다.
“뭔가 타이밍이 딱 맞네요.”
“뭐가?”
“내일이면 페이즈2가 시작되는데, 딱 그거에 맞춰서 형님 소설이 완결 나니까요. 짧고 굵게 들어가서 세상에 족적을 남긴, 희대의 소설이 될 것 같습니다.”
웃는 정빈에게는 그간 없었던 여유가 보였다. 그럴 만도 했다. 원래 남자의 여유는 지갑에서 나오는 법인데 지금 정빈의 지갑이 매우 두툼하다.
신사임당만 대충 오십 장 정도 들어간 반지갑이 주머니에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다.
왜 그렇게 많은 현금을 넣고 다니냐고 물었더니 한번 해 보고 싶었다더라.
그래서 별말 안 했다. 참 귀여운 놈이다.
그런 우리 둘의 대화를 물끄러미 지켜만 보던 정하니가 물었다.
“두 분 대체 무슨 말씀을 나누시는 거예요? 일기는 또 뭐고, 사적인 내용은 또 뭐예요?”
그저 웃었다.
* * *
정하니는 대한민국의 메이저 언론사 중 하나인 미래 일보의 기자였다.
지방에서 주로 생활했는데, 이번에 서울 본사로 발령이 났다. 솔직히 의아했다.
왜 굳이?
요즘 언론사들이 바쁘다는 말을 듣긴 했었는데 굳이 자기까지 불러올 이유가 있나.
그런 생각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본사 발령이 나쁘지는 않았다.
원래 성공하려면 큰물에서 놀아야 하는 법이고, 대한민국에서 큰물이라 하면 서울밖에 없다.
서울이 가장 크고 서울에서 놀아야 성공해도 크게 성공한다.
그렇게 기분 좋게 본사로 출근한 정하니는 예상치 못한 본부장의 환대를 받게 되었다.
“하하하하, 우리 미래 일보의 자랑, 정하니 기자가 이제야 출근하셨구만.”
“……징그럽게 왜 이래요?”
“하하하하, 우리 정하니 기자, 잠깐만 이리로 와 주겠나?”
본부장은 아무도 없는 탕비실로 정하니를 데려가더니 곧장 문을 닫았다. 그와 동시에 그의 입가에 생겨난 미소가 싹 사라진다.
“야, 하니야.”
“왜요?”
“너 요즘 뭐 잘못한 거라도 있냐?”
“제가 잘못할 게 있긴 해요? 지방에 처박혀서 한 것도 없는데.”
“그래? 그럼 그 양반이 굳이 너를 콕 집을 이유가 없는데…… 뭐지?”
중얼거리는 본부장을 정하니는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미래 일보 장덕수 본부장.
이 남자는 정하니와 정빈이 어렸을 때부터 안면이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옆집 아저씨였고, 아버지의 절친이었으니까.
정하니가 냉장고에 등을 기대며 물었다.
“그래서 아침부터 왜 이러시는 건데요? 아침에 먹은 밥에 누가 약이라도 탄 줄 알았네. 미래 일보의 자랑? 지방으로 쫓아 보낼 때는 언제고.”
“……하니야, 그건 개인적으로 커버 못 쳐 줘서 미안하긴 한데, 너도 그거에 대해서는 할 말 없어야지.”
“왜요?”
“물불 안 가리고 정복자 그룹 비리 파내겠다고 거기 직원으로 취직하는 기자가 세상에 어디 있어?”
“여기 있죠. 제가 스펙은 짱짱하거든요.”
“아니, 스펙이고 나발이고, 정복자 그 새끼들 수틀리면 남자애들은 장기 뜯어서 팔고 여자는 약 먹여서 해외로 팔아 버리고, 내가 너 지방으로 안 보냈으면 너 진작에…… 어휴. 그렇게 되면 내가 나중에 죽어서 그 자식 얼굴을 어떻게 보겠냐. 내가 너 살린 거야. 이 아저씨가 너 살린 거라고.”
“아니, 아저씨, 제가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거기 들어갔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럼 뭐? 그때 말했던 ‘차주연’? 야, 구원 길드의 진송이도 딱히 어떻게 할 수 없던 이성재가 있는 정복잔데 고작 S급 각성자인 차주연이 네 뒤를 봐준다고 뭐 달라지겠냐?”
“적어도 증거 정도는 잡을 수 있겠죠. 그리고 고작 S급 각성자가 아니라 구원 길드의 핵심 중 핵심인 팀장 직급 중 무려 4번째 팀장이에요. 장담하는데 정복자, 저한테 딱 한 달만 있었으면 날릴 수 있었어요. 지금은 뭐. 이미 날아가서 아깝긴 하네요.”
본부장이 한숨을 터트렸다.
진짜 미치겠다, 너 때문에.
“돌겠다. 네 오빠는 게이트 안전 관리부에서 나오지를 않나, 너는 머리에 꽃 꽂은 년처럼 여기저기 뛰어다니질 않나.”
“와, 우리 아저씨가 말씀 험하게 하시네. 꽃 꽂은 년? 그러는 아저씨는 머리에 털 하나 없는 게.”
“이건 남성 호르몬이 정상적으로 분비된다는…… 됐다. 이미 지난 일인데 이제 와서 뭐라 하는 것도 웃기지.”
“이미 다 하셨으면서.”
답하지 않은 장덕수 본부장이 탕비실 블라인드를 슬쩍 내려다보더니 한 번 더 한숨을 터트렸다. 정하니는 정말로 궁금했다.
“그래서 왜 이러시는 건데요? 오면 안 될 그런 사람이라도 왔어요?”
“어.”
“왜요?”
“너 보러 왔다던데.”
“내가 아는 사람이에요?”
“……안면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모르는 사람은 없을걸.”
“그게 누…….”
그게 누군데요?
정확히 이렇게 물어보려 했다. 그런데 하지 못했다. 벌컥,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에.
그리고 그 남자를 정하니는 안다. 장덕수의 말대로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는, 이 수식어가 맞았다.
“아, 여기 계시네요. 처음 뵙겠습니다. 구원 길드의 윤영수입니다.”
윤영수의 시선과 내미는 손.
그 모든 것은 분명 정하니에게 향해 있었다.
정하니가 손을 잡았다.
이 누추한 곳에 귀하신 분이.
“……왜 오셨어요?”
* * *
윤영수는 솔직히 운명 같은 것은 믿지 않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뭔가 지금 돌아가는 상황은 묘하게 ‘운명’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할 정도였다.
정하니라는 인물이 대단한 인물이고 이 세상에서 너무나도 중요한 인물이라서라거나 하는 이딴 이유가 아니다.
‘정빈, 이 남자가 진시후 씨와 만난 그 순간을 정말 단순한 우연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단순한 게이트 안전 관리부 직원과의 친분이라면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진시후가, 겉으로 보기에는 그래도 사회성이 없는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몇몇과 안면을 트게 되고,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다 보면 그게 지인이 되는 법이다. 진시후는 그런 것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해야 할까.
다시 하던 이야기로 돌아오면, 단순한 게이트 안전 관리부 직원이라면 별생각 없었을 거다.
하지만 그 직원이 정빈이다.
정빈에게는 여동생이 한 명 있는데, 그 여자가 바로 미래 일보의 정하니 기자다.
윤영수는 정복자 길드를 어떤 식으로든 방해할 생각이었다.
무너뜨리면 더 좋다.
계획을 짰고 실행에 옮겼다.
압박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궤멸 직전까지 몰아붙이기 위해서는, 결국 여론이 필요했다.
그중 정하니라는 기자에 대해 알게 되었다. 정하니 기자는 정복자 그룹의 비리를 어렴풋이 눈치챈 인물 중 하나였고, 그 비리를 세상에 꺼내려는 의지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다.
딱이었다.
정복자 그룹은 거의 깡패 새끼들 집합소나 다름이 없었다.
의견에 반하는 이들은 팔다리를 잘라 병원에 처박아 두기도 했고, 게이트 안에 던져 놓기도 했으며 그중에는 장기 적출은 기본 패시브로 들어갈 정도였다.
여자의 경우면 조금 달랐다. 장기 적출보다 마약에 찌들게 한 뒤 해외에 팔았다. 일본, 중국, 동남아.
대부분 중국 쪽에 가져다 팔았는데, 윤영수가 파악한 숫자만 해도 무려 1,200명이나 된다.
남자는 대략 3,000명 정도. 여자는 1,200명.
확실한 숫자는 아니다. 이 숫자는 ‘최소치’로 잡은 숫자일 뿐이다.
하지만 정하니는 일반인이었다. 아무리 추진력이 있고, 의지가 있어도 뒤를 봐주는 사람이 없다면 위험하다.
그래서 윤영수는 구원 길드 4팀장, 지금은 3팀장이 된 차주연에게 부탁했다.
정하니의 뒤를 봐 달라고.
그래서 정복자 그룹에 취업하고 내부 조사하던 정하니가 정복자에 들켰음에도 고작 지방 발령에서 끝난 거다.
물론 정하니가 마스터키라는 뜻은 아니다.
준비했던 여러 개의 일들 중 하나였을 뿐이다.
중간에 진시후가 나서서 정복자 그룹을 완전히 해체시켜 버렸기에 준비했던 모든 일들이 백지화되긴 했으나, 정하니라는 인물은 윤영수의 기억 속에 꽤 좋은 인상으로 각인되어 있다.
이걸 정말 단순한 우연이라고 볼 수 있을까.
진시후와 좋은 관계를 맺어 대필 작가가 된 정빈.
그리고 그 정빈의 동생인 정하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사명감이 투철한 기자.
‘……필연 같은 건가.’
고개를 저었다.
아직 판단하기엔 이르다.
윤영수가 이곳 미래 일보에 온 이유는 정하니 기자를 보기 위해서다.
우선, 어제 정하니가 진시후가 머무는 화이트 호텔 스위트룸에서 하루를 숙박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진시후와 따로 육체적인 관계를 갖게 되었다거나 하는 그런 생각 따윈 하지 않았다. 시간상으로 보면 진시후가 비행기 타고 도착하기 훨씬 전에 이미 화이트 호텔에 들어왔으니까.
오빠인 정빈이 방을 내줬을 거고, 그날 아침이 되어서야 진시후는 호텔에 들어왔다.
시간상으로 뭘 해 볼 수가 없다.
윤영수가 주목하는 건 이 세 명이, 함께 룸서비스로 식사를 했다는 건데, 이 식사 자리에서 흘러나온 대화나 상황들 때문이다.
윤영수는 정하니가 어떤 기자인지 안다. 정하니는 진시후에 대해 궁금해할 게 확실했다.
미래 일보에 방문하는 순간까지도, 윤영수는 고민했다.
협박을 해야 하나, 아니면 타일러야 하나.
진시후의 존재는 세상에 감춰져야 한다.
애초에 공개하는 게 미친 짓이다.
공개됐다면 공개된 것마저 전부 감춰야 한다.
진시후는 인류의 비밀 병기로 남아 있어야 한다. 시스템의 지배를 받지 않는 완벽한 이레귤러이자, 언더월드의 존재들마저 감히 어떻게 할 수 없는 인류의 최종 무기이자, 최후의 방주.
진시후는 노아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