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110)
#제110화
“주변 통제하던 인원들 빼고 따라와요. 저거 포위합니다.”
“예.”
그렇게 걸음을 옮기는 윤영수의 손에는 진시후가 건네주었던 유일 등급의 아티펙트.
발몽이 들려 있었다.
그렇게 알몸의 남자 앞에 서게 된 윤영수는 묘한 느낌이 들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잠시, 세상과 격리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구원 길드의 비서실 직원들과 타격대원들이 각자 무기를 꺼내 든 채 경계하고 있는 모습들이 마치 슬로 모션처럼 보였다.
공기의 흐름, 바람의 흐름, 마나의 흐름.
모든 것이 느려진 것 같다.
느려진 세상 속에서, 윤영수는 들려오면 안 되는 소리에 잠시 놀라고 말았다.
-킥킥.
웃음소리가 분명했다. 누가 웃은 거지? 아니지, 누가 웃은 건지는 둘째 치고 왜 웃음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리는 거지?
다시 느려진 세상이 원래 세상으로 돌아온다.
달라진 건 하나였다.
코앞의 남자가 눈을 뜨고 있다는 거.
피처럼 새빨간 두 눈을 본 순간 윤영수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드원 몇몇이 남자를 향해 무기를 겨눈다.
정체가 뭐냐고, 그렇게 물으려는 길드원들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두 가지 이유였다.
다급한 표정으로 달려든 윤영수가 두 길드원의 목덜미를 움켜쥔 뒤 뒤쪽으로 집어 던진 게 첫 번째 이유였고, 두 번째 이유는 방금 전까지 자신들이 있었던 자리에 알몸의 남자가 와 있다는 점이었다.
어느새?
그리고 비서실장이 이렇게 빨랐나?
유일한 단점이 무력이라고 알려진 사람인데.
털썩, 자리에 주저앉은 두 남자에게 윤영수가 말했다.
“전부 뒤로 물러서요.”
발몽의 검 끝을 알몸의 남자에게 겨눈 윤영수의 몸에서 기이한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적어도 길드원들과 구경꾼들의 두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푸른색의 아지랑이.
매우 짙은 색의, 그리고 묘하게 영롱해 보이는 그 아지랑이를 뿜어내는 윤영수를 알몸의 남자가 돌아본다.
그때였다. 다시 세상이 느려진다.
-너 뭐 해? 명상해, 지금?
말이 들려오는 것과 동시에 알몸의 남자가 손을 뻗는다. 그것마저 느리게 보였다.
본능적으로 들고 있던 검을 뻗었다.
-그걸 지금 반응하면 어떻게 해? 그리고 왜 이렇게 느려? 미치겠네.
알몸의 남자는 빨랐다.
분명 윤영수의 인식상 모든 것이 느려져 있었는데 이 속도는 뭐지? 순식간에 손끝이 윤영수의 턱 끝에 닿았다.
순간 윤영수는 자신이 살아온 모든 날들이 스쳐 지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주마등이다.
욕이 절로 나온다.
한 게 뭐 있다고 벌써 주마등 같은 게 떠오르나.
-쯧.
머릿속에서 다시 한번 울리는 그 어린 목소리, 그리고 그 어린 목소리가 혀를 차는 그 순간.
윤영수의 몸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띠링!
[발몽과 융화됩니다.] [대자연의 힘을 깨우칩니다.] [당신의 육체가 종을 초월합니다.] [당신의 기운이 강대해집니다.] [당시의 격이 급격하게 상승합니다.] [warning! 시스템의 허용치를 초과했습니다.] [warning! 시스템이 변수를 감지합니다.] [warning! 시스템은 허용하지 않습니다.] [warning! 시스템이 개입합니다.]-이건 또 뭐야.
[승천자들이 이 정도 핸디캡은 괜찮을 것 같다고 제안합니다.] [시스템이 조건부 허용을 택합니다.] [‘일시적’으로 대자연의 힘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당신의 육체가 ‘일시적’으로 강대해집니다.] [당신의 기운이 ‘일시적’으로 강대합니다.] [당신의 격이 ‘일시적’으로 상승합니다.]-웃기네, 이거. 대체 시간이 얼마나 흐른 거야?
윤영수가 무어라 말하기도 전이었다.
-머리 숙여.
본능이 앞섰다. 그 말대로 머리를 숙였다.
머리 위로 쭉 뻗은 손날이 스쳐 지나간다. 한눈에 봐도 위력이 심상치 않았다. 피하지 않았더라면 머리가 그대로 뚫렸을 것이다.
-오른발을 축으로 삼고 몸을 틀어.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말대로 움직였다. 코앞에 알몸의 남자의 긴 머릿결이 찰랑인다.
딱, 이빨이 허공에서 부딪친다.
목을 깨물려 했나 보다.
-발 들어서 명치 걷어차. 그리고 검 뻗어.
그대로 발을 들어 알몸인 남자의 명치를 걷어찼다. 밀려나지 않는다. 발몽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뭐 이리 사내새끼가 매가리가 없어? 검 뻗지 말고 그냥 휘둘러.
손아귀에 힘을 준 뒤 휘둘렀다.
서걱-!!
알몸의 남자 목을 살짝 스친다. 피가 흐른다. 그가 뒤쪽으로 물러섰다.
윤영수는 검을 쥔 채, 그를 노려보았다. 머릿속에 다시 목소리가 울린다.
-민재는 어디 갔어? 너 민재 동생이야? 아니면 민재 지인? 이 새끼, 뒈지기 전까지는 다른 사람한테 나 넘기지 말라고 그렇게 신신당부했는데.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추론할 필요도 없었다.
이 목소리의 주인은 발몽이다. 지금 들고 있는 이 검이 머릿속으로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이런 건 진시후 씨한테 들어 본 적이 없는데.”
윤영수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에 발몽이 기겁을 했다.
-……누구? 진시후? 그 괴물 새끼?
“사이가 좋지 않았나 봅니다.”
-……그건 아닌데, 걔가 맨날 민재 두들겨 패니까, 좋게 볼 수가 없지. 그런데 그 괴물 새끼 아직도 안 뒈졌어? 드래곤 로드랑 싸울 때 거의 동귀어진할 기세였는데…….
윤영수도 듣는 귀가 있다.
그리고 소설 타이탄의 내용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윤영수가 말했다.
“인사드리겠습니다. 윤영수입니다. 전에 당신을 사용했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당신의 주인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어떻게 말씀드리는 편이 좋겠습니까?”
-……사용이라고 하자.
아무래도 발몽은 무언가를 눈치챈 것 같다.
“전에 당신을 사용하던 김민재 씨는 사망했습니다. 그때까지도 당신을 쥐고 있었다던데, 기억 안 나십니까?”
-응, 안 나. 그때 내가 봉인될 각오 하고 민재한테 온 힘을 불어넣어 줬거든. 그때 민재가 그랬어.
“뭐라고 했습니까?”
-그동안 즐거웠다고. 그리고 고마웠다고. 그리고.
그리고.
-미안하다고.
“…….”
-민재는 죽은 거지?
“……예, 현시점에서 2년 전에 사망하셨습니다.”
-……죽을 만했어. 장로 드래곤 두 마리랑 로드가 습격했거든. 장로 목을 따긴 했는데, 거기까지였어. 중간에 진시후가 와서 드래곤 로드랑 싸우는 거까진 봤는데, 결국 민재는 못 살렸나 보네. 로드는 거기서 죽인 건가?
“제가 알기로 그 자리에서 진시후 씨는 드래곤 로드를 놓쳤습니다. 장로 드래곤 두 마리가 더 나타나서 방해했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결국 죽이긴 했을 거 아니야. 그 진시훈데, 그치?
죽이긴 했다.
분명 진시후는 타이탄의 드래곤을 전부 썰어 놓고 왔다고 했다. 드래곤 로드는 직접 회를 쳤다고 했고.
윤영수가 물었다.
“진시후 씨를 잘 아시는 것 같습니다.”
-지금 농담하는 거지? 이 세상에서 진시후를 모르는 놈이 어디 있어? 그 괴물 새끼, 맨날 우리 민재 뚜드려 패던 싸가지 없는 새끼. 그런데 재능 하나는 비범한 새끼. 한 번 뒤통수친 놈은 진짜 타이탄 땅끝까지 찾아서 죽여 놓는 미친놈. 내가 타이탄에서 대충 천 년 정도 있었는데 그런 놈은 처음 봐. 그놈은 그냥 괴물이야. 너 혹시라도 걔한테 잘못한 거 있으면 당장 가서 무릎 꿇고 빌어. 그게 나아.
“……아직까진 없는 것 같습니다. 잘못한 점이.”
-그럼 다행이고.
그런 윤영수를 비서실 직원들은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윤영수 시점이니까 대화의 흐름처럼 보이는 거지, 다른 사람이 볼 때는 그냥 혼잣말하는 미친놈이다.
이성재가 귀하디귀한 북유럽 탁자를 부숴 버리는 것을 눈앞에서 직관했을 때처럼, 김선재가 눈을 질끈 감았다.
잘 이직했다고 생각했는데, 혼잣말하는 미친놈이랑 일하게 생겼다.
질끈 감긴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올 지경이다.
-일단 저거부터 죽이고 다시 이야기하자.
* * *
진송이는 바보가 아니다.
페이즈2가 어떤 식으로 시작이 될지, 사도들을 고문하면서까지 정보를 얻으려 했다.
하지만 얻어 낼 수 있던 정보가 없다.
그렇다면, 결국 진송이 스스로 계획을 짜고, 대비해야 한다는 건데, 이런 상황에서 진송이는 정말 냉정하게 생각했다.
페이즈2가 어떤 식으로 올지는 정말 모르지만, 만약 그게 어떤 일이든 간에 이 세상에서 목숨은 무조건 보전할 수 있는 존재가 누구일까.
전 세계를 기준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에 있는 이들을 기준으로 생각하는 거다.
대한민국으로 한정하면 일단 가장 먼저 진시후가 떠오른다. 그리고 그다음으로는 자기 자신이었다. 그다음으로는 홍현이었고, 그다음으로는 의외로 윤영수였다.
윤영수는 진시후가 준 발몽이라는 아이템 때문에 네 번째로 이름을 떠올린 거다.
진시후는 이렇게 말했다.
‘발몽이 언제 깨어날지 모르겠는데, 안 깨어나든 곧 깨어나든, 윤영수 씨는 누나랑 홍현 다음으로 강한 사람이 될 거야. 물론 대한민국에서만.’
깨어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아직도 잘 모르지만, 그냥 그러려니 했다.
진시후는 허튼 말을 하지 않는다.
진시후가 그렇다면 그런 거다.
그리고 윤영수 다음으로는 구원 길드의 팀장들이 있다.
그렇다면 이들을 한데 모아 놓는 게 나을까, 아니면 떨어뜨려 놓는 게 나을까.
홍현은 텔레포트라는 수단이 있다. 거기다 얼마 전 멕시코의 가브리엘라라는 새로운 고유 각성자와 함께 지낸다. 어떤 일이 발생하든 결국 홍현은 가브리엘라와 함께 이동할 수 있다.
그래서, 진송이는 홍현의 텔레포트 범위를 생각해 경기도 전역을 이동할 수 있는 중간 지점인 수원에 홍현을 배치시켜 놓았다.
수원시청 옥상 정원에서 대기하던 후드를 뒤집어쓴 호리호리한 체형의 남자가 워치를 들었다.
구원 길드 팀장들에게만 전하는 마스터의 메시지가 와 있었다.
[전 세계 각지에 나타난 알몸의 남녀는 지금부터 ‘엘프’라 부르겠습니다.] [서울에 있는 엘프는 자연기를 깨우친 각성자급으로 강합니다. 이 엘프에게 물린 이는 전염되고, 전염된 이는 다른 이를 전염시킵니다.] [지금부터의 상황을 ‘좀비 웨이브’로 규정하겠습니다.] [모두 물리지 않게 조심하시고, 물린 이가 있다면 가능할 경우엔 격리, 그게 힘들 경우엔 반드시 사살하세요. 심장에 기생충 같은 게 있는데, 심장을 터트리셔도 좋고 머리를 터트려도 좋습니다. 과감해지세요.] [변이 시간은 물린 시점부터 정확히 5초, 타액이 심장으로 뻗어 가고 그곳에서 기생충이 되는 시간입니다. 이 점 유의하세요.] [수원에 있는 홍현은 시청 앞에 있는 괴물을 상대할 때 조심하고, 비서실장님과 나머지 분들은 최대한 전면전을 자제한 채 시간을 끌어 주세요.] [팀원들은 일반인의 안전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행동하고, 정부의 지침이 곧 내려올 테니 그거에 맞춰서 움직여 주세요.] [저는 지금 경기도 안성으로 가고 있습니다.]워치를 내린 홍현은 즉시 주변에 있는 1팀원들에게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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