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112)
#제112화
막말로 전 세계에 엘리트 좀비가 얼마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대한민국이라는 쥐꼬리만 한 땅덩어리에 무려 6마리나 있었는데, 그보다 더 큰 일본이나 그보다 더 큰 인도나 중국은 과연 얼마나 많을까.
최소 100마리는 넘는다고 봐야 한다.
미친 듯이 강해지는 엘리트 좀비를 모두 죽이라니.
이건 도가 지나치다.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진송이와 구원 길드의 인물들은 미친 듯이 뛰어다녔다.
대한민국의 엘리트 좀비 중 한 마리.
그 한 마리를 제외하고 모두 죽였다.
진짜 문제는 그 이후에 터졌다.
한 번 퍼진 좀비 사태가, 생각보다 엄청난 파급력을 가지고 왔다.
한 번 물린 이가 다른 이를 물고, 또 그 물린 이가 다른 이를 물고.
하루 만에 대한민국의 인구수가 무려 5%가 줄었다.
대격변 이후 여러 사태를 겪으며 총인구수 5,000만에서 4,000만으로 줄어들었던 인구수가 이제 3,800만이 되었다는 뜻이다.
심지어 더 줄어들고 있다.
대한민국이 이럴진대, 다른 곳은 더 심했다.
고작 하루 만에 지구는 너무나도 큰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결국 각성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정해져 있었다.
좀비로부터의 청정 지역을 만드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보이는 좀비란 좀비는 죄다 죽여야 한다.
진송이를 비롯한 대한민국의 모든 각성자들이 뭉쳤다. 그들은 안전 구역을 확보하기 위해 팀을 짜서 움직였고, 보이는 좀비란 좀비는 모조리 쓸어 버렸다.
“……미치겠네.”
미래 일보에서 구원 일보로 이직한 지 하루밖에 안 된 정하니는 하루 만에 달라져 버린 세상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구원 일보로 들어온 뒤, 정하니가 쓰기 시작한 기사는 좀비들에 대한 대응 방법들이었다.
지금 작성하고 있는 건 피해 상황이었는데, 청와대로부터 전해 들은 그 숫자가 상상 이상이다.
“……하루 만에 200만 명이 죽어?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이렇게 말하긴 조금 그렇지만, 서울에 있어서 이 상황들을 체감하기가 힘들었다.
그럴 만도 했다.
서울과 경기도 쪽은 피해가 거의 제로에 수렴했으니까.
진시후와 진송이, 그리고 홍현이 나선 결과다.
정하니는 세계 상황을 살펴봤고, 한 번 더 크게 놀랐다.
한국이 200만인데, 미국은 지금 2,000만 명이 넘게 죽었다고 한다. 중국은 1억이 줄었고, 인도는 2억이 줄었다.
기사를 쓰던 손이 멈춘다.
멍했다.
한 달간의 휴식기가 독이 된 격이라고 해야 할까.
휴식기가 없던 때라면 아마 이 정도의 피해가 있지는 않았을 거다. 세상의 모든 각성자들은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가니까.
이번에는 너무 달랐다. 피해는 더 커질 거다.
그러다, 정하니는 묘수 하나를 떠올렸다.
‘……엘리트 좀비라고 했나? 저걸 만약 죽이지 않으면?’
아이러니라고 해야 할까.
분명 상황은 최악인데, 이런 상황에서 왜 이런 생각이 드는 걸까.
전해 들은 바로는 엘리트 좀비를 죽여야만 좀비 엠페러가 등장한다고 했다.
그런데 엘리트 좀비를 죽이지 않는다면.
만약 그렇게 된다면 좀비 엠페러라는 존재는 등장하지 않을 것이고 phase2는 그대로 중단되지 않을까?
엘리트 좀비는 분명 세상에 버젓이 드러내 놓고 활동해 왔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지성을 회복했다는 메시지와 함께 그들은 세상에 숨었다.
지금 각성자들 중 몇몇은 숨어 있는 엘리트 좀비를 쫓고 있다.
그들을 전부 찾아서 어디 감금해 둔다면 어떨까.
‘가능한 이야기 같은데.’
멈췄던 손이 다시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건 그거고, 지금 세상의 정세가 되게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어디에서는 지금 핵무기를 쓰겠다는 소문까지 돈다.
정하니는 쓰던 기사를 마저 작성한 뒤 오빠인 정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가족이 먼저인 법이다.
* * *
화이트 호텔 스위트룸에서 밖을 바라보던 정빈의 워치가 진동한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와인 잔을 탁자에 내려놓은 뒤 워치를 들었다.
메시지였다.
동생에게서 온 메시지였는데, 내용을 보자마자 정빈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그려진다.
[혹시나 해서 말해 두는 건데, 서울 밖으로 나가지 마. 지금 서울이 가장 안전해. 아마 화이트 호텔에도 사람 많이 몰릴 거야. 사람 많다고 나가거나 그러지 마.]어찌 웃지 않을 수가 있을까.
동생의 걱정이 정빈은 기분이 좋았다. 바로 답장을 보냈다.
[너도 조심해. 무슨 취재 한답시고 다른 곳으로 가거나 그러지 마. 아, 그리고 아직 짐 안 뺐어. 당분간 여기 스위트룸에서 지내. 네 말 대로면 여기가 가장 안전할 테니까.] [거기 오빠 거 아니잖아.] [시후 형님한테는 내가 말해 놓을게. 이런 거까지 외면하거나 그러는 분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그래도 아닌 건 아닌 거야. 차라리 옆방으로 잡아 줘.]잠시 고민하던 정빈은 좋은 생각 하나를 떠올리고는 바로 답장을 보냈다.
[네 말대로 원래 이 방은 시후 형님 게 맞긴 해. 옆방 구해 놓을게. 여기에서 당분간만 같이 지내자.] [당분간? 오빠 독립하게?] [해야지. 타이탄도 이미 완결 났고, 원고료도 들어왔어. 네 오빠 이제 부자야.]그런데, 돌아오는 답장이 굉장히 묘했다.
[……오빠, 괜찮은 거 맞지?] [왜? 나 되게 괜찮은데?] [……그래? 그럼 됐어. 그럼 이따 퇴근할 때 봐.] [응, 고생하고.]정빈이 고개를 돌렸다.
하늘이 맑았다.
그는 다시 와인이 가득 담긴 잔을 들어 올렸다.
이상하게 요 며칠 동안 머리가 맑았다.
힘도 넘쳐흐른다.
작품이 완결 나서 그런가?
원래 작가들도 자기가 쓰던 작품이 완결 나면 한결 개운하다던데, 이게 그건가 보다.
그렇게 정빈은 웃으며 와인을 마셨다.
#Chapter 3
홍현이 최초로 엘리트 좀비를 죽일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진시후가 엘리트 좀비를 죽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원 길드 본관 지하 주차장에는 별도의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원래는 이곳을 대피소로 사용하는데, 지금 모두가 알다시피 서울은 청정 지역이다.
진시후와 진송이가 발 빠르게 움직였기에 감염된 이가 단 한 명도 없다.
그래서 이 길드의 대피소는 텅 비었다.
지금 그곳에 사지가 결박된 엘프, 즉 엘리트 좀비 한 마리와 그 좀비의 앞에 의자 하나를 가져다 놓고 다리를 꼰 채 앉은 진시후가 있었다.
“이건 좀 의외네.”
“…….”
“갑자기 정신이 들어?”
“그렇다.”
이건 단순하게 의외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가 없었다.
놀라운 수준이다.
아까까지만 해도 이성 없이 사람 물어뜯는 것에만 관심 있던 식인 엘프가 이제는 똑바로 말을 하고 있었다.
진시후는 시스템의 종속을 받지 않는다.
그래서 엘리트 좀비들이 지성을 회복했다는 메시지 또한 듣지 못했다.
워치로 따로 메시지가 날아온 것도 아니다. 이게, 다 바빠 가지고 워치에 메시지를 넣을 시간이 없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거다.
진시후가 물었다.
이건 물을 수밖에 없었다.
“타이탄에서 왔어?”
좀비와 진시후의, 아니, 두 사람의 말이 지금 통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간단했다.
언어가 같았다.
타이탄의 서대륙어.
다른 곳에서는 구천의 언어라 불리는 그것이다.
진시후의 질문에 엘프가 답했다.
“아니다. 나는 타이탄 같은 곳은 모른다. 나는 프레시안의 엘프 연합군 제2군단장 메리 프레시안이다.”
“그렇구나. 좋은 거 하고 있었네.”
“…….”
“뭘 질문해야 할까.”
“……답할 수 있는 선에서의 질문이라면 최대한 답해 주겠다.”
“그러니까, 뭘 질문하는 게 맞을까?”
“……그걸 지금 나한테 묻는 것이냐.”
“내가 이런 거에 익숙하지가 않아. 누구 잡아 놓고 질문하고, 솔직히 해 본 적이 거의 없어. 그래서 조금 어색해. 다 아래 애들 시켰는데 여긴 시킬 애들이 영 시원찮더라.”
“…….”
“어디 보자…….”
계속 생각 중이었다. 그러다 머릿속에 질문 하나가 떠오른다.
예의상 이거 정도는 물어봐 줘야 하는, 그런 질문이 아닐까 싶다. 바로 물었다.
“프레시안이라는 땅은 시스템의 시련을 이겨 내지 못한 땅인 거 같은데, 맞아?”
“……맞다. 우리는 phase2에서 무너졌다.”
“의외네. 너 정도 수준이면 꽤 괜찮은 수준인데, 2군단장이라며? 그럼 너보다 위도 있을 텐데, 고작 이런 거에 무너져?”
“……나를 제압할 때의 너를 기억한다. 너 정도의 존재가 우리에게도 있었더라면 우리 프레시안은, 그리고 우리 엘프들은 무너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건 좀 안타깝네.”
“……시련을 이기지 못하면 다음 시련을 받을 땅의 상대가 된다. 그게 법칙이지. 제각기 형태는 다르지만 이 땅에는 사람이 매우 많은 모양이더군.”
“왜 그렇게 생각해?”
“Phase2의 시련이 이런 방식이라는 것은 이 땅의 인구가 생각보다 너무 많기에 택했을 터.”
“그런가?”
“그렇다.”
“일단 알겠어. 그리고 이렇게 말하긴 조금 그런데, 일단 여기에 얌전히 있어 줄래?”
“싫다면?”
“싫으면…… 뭐, 맞을 수밖에 없겠지? 아니면 재생 못 하게 팔다리 뽑아 놓는 방법도 있고.”
“……얌전히 있겠다. 나도 아직은 상황 파악이 되질 않고 있으니.”
“그래라.”
진시후는 그대로 워치를 들어 누나에게 연락했다.
“누나, 구원 길드 비상 대피소에 아까 광장에서 나타났던 엘프 잡아서 처박아 뒀는데, 여기 감시할 사람 몇 명만 보내 줘.”
-……그걸 사로잡았다고?
“왜? 죽일까? 얘 이제 말하고 막 다 하는데?”
-아니야. 죽이면 안 돼. 내버려 둬. 이쪽만 정리하고 올라갈게.
“지금 어딘데?”
-부산.
“멀리도 갔네.”
-지금 알아봤는데, 서울처럼 각국의 가장 큰 도시에 나타난 엘리트 좀비들은 자연기를 쓸 수 있는 괴물들이 맞아. 하지만 다른 곳은 아니야.
진시후는 잠시 생각했다.
아, 얘네들을 엘리트 좀비라고 부르는구나.
그보다.
“뭐가 아닌데?”
-자연기를 쓸 수 있는 엘리트 좀비는 드물어. 특히 방금 지나온 안성과 경북의 엘리트 좀비는 얼마 전에 네가 죽인 이성재와 흡사해.
그럼 뭐.
“별거 아니네. 대충 정리하고 올라와.”
-……그 짧은 사이에 엘리트 좀비에 물린 이들이 생각보다 많아. 소도시 몇 개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수준이야. 시후야.
“왜?”
-이거 정말 괜찮은 걸까?
누나의 말투에서 진시후는 큰 걱정을 읽었다.
“누나.”
-왜?
“버릴 건 버려. 안 될 것도 어떻게든 살려 보려고 애쓰거나 그러지 마. 그럴 시간에 다른 거에 집중하는 게 나아. 그렇게 하면 다 괜찮아질 거야. 무슨 말인지 알지?”
-응.
잠시 침묵이 흐른다. 이어서 우우웅. 진시후의 워치가 진동한다. 바로 확인했다.
[phase2에 대한 모든 정보야. 캡처해서 보냈으니까 한번 읽어 봐.]누나가 보내 준 사진을 바라보았다.
엘리트 좀비들이 죽으면 무슨 게임에서 공지하듯이 세계의 모든 각성자들에게 메시지가 날아간다는 부분에서 헛웃음을 터트렸고, 지급되는 힌트의 수준에 어이가 없었으며 엘리트 좀비들의 능력치가 상승한다는 부분에서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가장 신경 쓰이는 단어 하나가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