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114)
#제114화
“오셨습니까.”
양혜미가 물었다.
“……뭐예요, 지금 이 상황? 아는 분이에요?”
박정우는 답하지 않았다.
간단했다.
박정우는 사도와 결탁한, 이른바 바퀴벌레다.
양혜미는 깨끗한 사람이었을 뿐이고.
남자가 걸음을 옮긴다.
아니, 옮기려 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뒤쪽, 주차 기둥 쪽에서 치직 하는 소리가 들린다.
라이터를 켜는 소리다.
이어서, 후우, 연기를 뱉어 내는 소리도 들렸다.
“……어찌, 네놈이 여기에 있지?”
오히려 주차 기둥에 몸을 기대고 있던 진시후가 되물었다.
“왜? 나는 여기에 있으면 안 돼?”
“…….”
남자의 미간이 구겨진다. 진시후가 연기를 내뿜으며 웃었다.
“연막 한번 펼쳐 봤는데 그걸 바로 속아 버리네.”
두어 번 연기를 흡입한 뒤 꽁초를 발로 비벼 끈 진시후가 말을 잇는다.
“너 같은 악당 새끼들이 하는 생각이야 뻔하지.”
* * *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분명 나는 지능캐가 아니다.
머리가 아닌 몸으로 승부 보는 타입이지만 경험이라는 게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나는 타이탄에서 10년 동안 정말 많은 것을 겪었다.
그때 겪었던 경험들과 교훈은 정말 뜻깊었고, 여러 상황에서 써먹을 수 있을 만한 경우도 분명 있었다. 지금이 그 경우다.
일단 밖으로 나온 나는 곧장 윤영수 비서실장에게 연락했다.
-예, 전화 받았습니다. 윤영수입니다.
“들었어요. 고생이 많으시다고.”
-……지금 장난 아닙니다. 진시후 님이 주신 발몽 덕에 오늘 두 번 죽다 살아났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웃음이 나온다.
“걔 깨어났어요?”
-예, 깨어났습니다. 에고가 있다고 왜 말씀해 주지 않으셨습니까. 제가 얼마나 놀랐는데요.
“원래 뭐든 미리 알면 재미없는 거예요. 스포 방지 같은 게 얼마나 중요한데.”
여하튼, 잡담은 이 정도에서 끝냈다. 지금은 더 중요한 게 있으니까.
거두절미하고.
“지금 제가 구원 길드 비상 대피소에 좀비 하나 데리고 있는 거 아시죠?”
-알다마다요. 거기로 저희 길드원 보냈는데, 아직 도착 안 했습니까?
“도착했죠. 했는데, 이 두 사람 정말 믿을 만한 사람입니까?”
-…….
잠시 워치 건너편에서 침묵이 자리한다.
조금 덧붙이면 잠시가 아니었다. 서로 바쁜 상황에서도 침묵은 무려 2분 정도나 이어졌다.
윤영수는 바보가 아니었다.
-사도들 입장에서 서울이라는 곳에 타격이 거의 없다는 건 좋지 않은 일이겠군요.
“역시 눈치가 빠르시네.”
-그 두 명을 의심하시는 것 같은데, 일단 제가 알기로 양혜미는 깨끗합니다. 사도들과 결탁한 흔적도 없습니다.
양혜미는 지금 비상 대피소 안에 있는 두 명의 각성자 중 한 명의 이름이었다.
남자는 박정우. 여자는 양혜미.
둘 다 차주연이 팀장으로 있는 3팀의 팀원들이다.
그런데 양혜미는 깨끗하다?
“확실해요?”
-예. 불법이긴 하지만, 민간 사찰까지 했습니다.
피식 웃었다.
“과감하시네. 그러다 잡혀가요.”
-이건 확실히 하고 싶습니다. 그것들을 사적으로 이용한 적은 없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여러 일들이 있지 않았습니까? 그 정도 뒷조사는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윤지후 같은 놈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대충 납득했다. 그럼.
“박정우는요?”
-……솔직히 깨끗하다고는 말 못 하겠습니다. 구원 길드로 들어온 지 4년 정도가 되었는데, 구원 길드로 들어오기 전에 블랙 클리어너들을 잡으러 다니는 현상금 사냥꾼이었습니다.
“계속해요.”
-서울 근교에서 가끔 열리는 암시장의 가드로도 일했고, 청부에 관련된 일들도 여러 번 맡았습니다.
“가족 관계는요?”
-노부모가 있고, 시한부인 동생이 한 명 있습니다.
“시한부?”
-예. 대격변 이후의 세상이 변하긴 했지만 변하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특히 암에 관련된 게 그렇습니다. 박정우의 여동생 박시아, 췌장암 4기입니다.
잠시 생각했다.
아무래도 이거, 내 생각이 맞는 거 같다.
“지금 어디세요?”
-저는 지금 강원도에 있습니다.
“멀리도 가셨네. 그래도 전화 같은 걸로 명령 내리는 건 가능하죠?”
-예, 가능합니다. 다만 먼저 마스터께 보고를 하고 해야 합니다.
전의 일 이후로 공과 사가 확실해진 윤영수 비서실장이었다. 곧장 말을 이었다.
“원래 부산으로 가서 누나를 좀 도와줄 생각이었는데, 그거 그대로 하자고요.”
-낚시를 해 보시겠다는 말씀이군요. 알겠습니다. 미끼는 제가 좋은 걸로 한번 구해 보겠습니다.
이래서 윤영수 비서실장이 좋다.
척하면 척이잖아.
-자동차로 이동하는 건 어려울 겁니다. 워낙 사람이 많으니까요. 진시후 씨의 성격상 그냥 날아가는 것도 맞지 않습니다. 서울을 제외한 다른 곳은 지금 난리가 났으니, 그게 어느 정도인지 한번 눈으로 담고 싶을 테고…… 서울 근교에 구원 길드가 운영하는 경비행장이 하나 있습니다. 경비행기를 타고 부산으로 출발한 것으로 하면 어떻겠습니까?
“나쁘지 않은데, 속을까요?”
-속게 만들어야죠. 비서실 직원 몇 명을 동행시킬 생각입니다. 무조건 속게 만들 수 있습니다. 진시후 님.
“네, 듣고 있어요.”
-……조심하십시오. 진시후 님은 인류의 희망입니다.
으.
“지금 닭살 돋았는데. 왜 이래요, 징그럽게.”
-……일은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그러니, 무운을 빌겠습니다.
픽 웃은 뒤 통화를 끊었다.
나는 그대로 주차 기둥에 등을 기댔다.
자연과 동화되는 건 어렵지 않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불청객이 도착했다.
뻔했다.
악당 새끼들의 생각은.
* * *
살아남은 사도들이 진시후에게 가지는 원한의 크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엿 먹이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각오가 되어 있다.
하지만, 그 전에 생각해야 할 게 있었다.
진시후는 강하다. 두말할 필요 없을 정도로 강하다.
그런데 대체 어떤 삶을 살고 어떤 것들을 겪었기에 그 정도의 힘을 가지게 되었을까.
바보라면 가질 수 없는 힘을 진시후는 지니고 있다.
그걸 경계했어야 했다.
진시후가 사도들을 때려잡을 때는 누가 봐도 정말 그냥 직진만 하는구나, 당사자인 사도들도 저놈은 브레이크가 없는 차처럼 미친 듯이 달리는구나, 오만하구나, 그런 이미지가 강했다.
실제로 진시후는 생각하는 것보다 그냥 먼저 움직이고 행동했다. 사도들이 누구로 위장했는지 알고 있고, 위장한 이들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정보력이 있으니까.
그 모든 과정을 이행하는 진시후가 함정을 파는 행동을 하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 그게 진짜 오만이다.
남은 사도는 고작 여섯 명인데, 그 여섯 명은 오만했다.
서울의 엘리트 좀비를 풀어 버리는 것이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 진시후는 브레이크 없는 차처럼 달리기만 하는 천둥벌거숭이였으니까.
그런 생각 때문에 지금 이런 상황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진지후가 발을 내질렀다.
꽈아아아앙-!!
복부를 얻어맞은 사도가 그대로 날아가 벽에 처박힌다.
레고 맞추는 것처럼, 사도는 벽에 말 그대로 끼워 맞춰졌다.
진시후는 묵묵히 걸었다.
겁먹은 양혜미와 더 겁먹은 박정우는 자리에 주저앉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진시후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이렇게 직관하는 건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으니까.
사도는 도망치려 했다. 그대로 벽을 짚은 뒤 옆으로 자리를 박찼다.
그리고.
꽈아아아앙-!!
어느새 다가와 다시 발을 내지른 진시후에 의해 머리를 걷어차였다.
다시 벽에 처박힌다.
진시후가 다시 걷는다. 그렇게, 벽에 처박힌 사도의 앞까지 다가간 진시후가 손을 뻗었다.
그의 머리를 움켜쥔 뒤, 물었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너는 누구 도플갱어냐?”
“……말할 거라고 생각하나?”
“통성명이라도 하자는 거지. 나도 내가 누굴 죽였는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 나중에.”
잠시 생각하는 듯하던 진시후가 바로 말을 이었다.
“육도선인인지 뭔지 하는 새끼한테 말하지. 그리고 네 가족들도 그래야 죽일 수 있잖아.”
섬뜩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진시후에게 사도는 질려 버렸다.
냉정하게 생각해야 했다.
지금 이 비상 대피소에서 도망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인질을 잡으면 가능할 것도 같다.
그래서 저기 주저앉아 있는 양혜미를 향해 자리를 박찼다.
의미 없었다.
꽈아아아아앙-!!
자리를 박차는 것과 동시에 진시후가 발을 휘둘렀으니까.
마치 축구공 차듯, 엄청난 타격음과 함께 사도가 다시 벽에 처박힌다. 힘없이 자리에 주저앉은 그에게서는 이 상황을 모면할 힘이 없었다.
원래 기회라는 것도 힘이 있어야 창조할 수 있는 법이다. 답이 없다.
진시후가 사도 앞에 쪼그려 앉았다.
“우리 쉽게 가자. 나라고 편해서 이러는 줄 알아?”
“…….”
“넌 몇 번째야?”
“22번째다.”
“너 말고 다른 놈은?”
“다 말하면, 편하게 죽여 줄 것이냐.”
진시후가 웃음을 터트렸다.
“이 와중에 바라는 것도 많네. 정보가 괜찮으면 한번 진지하게 고민은 해 볼게.”
“……살 수 있는 가능성은?”
“없어. 꿈 깨.”
진심이다.
그 어떤 협상을 하든, 그 어떤 것을 제시하든, 진시후는 모든 사도들을 세상에서 전부 죽여 버릴 생각이다.
이것에 대해서는 재고의 가능성이 없다. 재고할 생각도 없다.
22번째 사도는 그것을 확실하게 인지했다.
“……나는 22번째 사도 질행귀(疾行鬼)다.”
“나머지 다섯 마리는?”
“……3번째 장로 아귀(餓鬼), 44번째 사도 식수귀(食水鬼). 나머지 세 마리는 나도 누군지 정확하게는 모른다.”
“왜 몰라?”
“연락을 하지 않으니까. 네가 죽인 사도 모두를 내가 알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넓은 마음으로 생각해 보면 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잠시 생각하던 진시후가 뒤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자리에 주저앉아 있던 양혜미와 눈이 마주쳤다. 앙혜미는, 무언가 알아챈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도저히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뭐 알아챈 거라도 있으세요?”
진시후의 질문에 양혜미가 침을 꿀꺽 삼키고는 답했다.
“육도윤회도(六道輪廻道)의 아귀도(餓鬼道)가 떠올라서요.”
“그게 왜요?”
“……아귀에, 질행귀, 식수귀면 아귀도에 기생하는 귀신들 이름이에요.”
“더 해 봐요.”
“네. 식수귀(食水鬼), 정확히는 식수아귀(食水餓鬼), 항상 기아와 갈증에 괴로워하며 물을 찾아 정처 없이 떠도는 귀신이에요. 질행귀(疾行鬼)는 질행아귀(疾行餓鬼), 전생에 승려의 신분이면서 유흥에 빠지고, 환자에게 줘야 할 음식을 빼앗아 먹은 자들을 뜻해요. 무덤을 파헤쳐 시체를 파먹기까지 하는 귀신으로 알고 있는데…… 맞나요?”
질문에 대한 답은 진시후가 할 수 없었다. 진시후가 눈앞에 쓰러져 있는 22번째 사도, 질행귀에게 물었다.
“맞아?”
“……어느 정도는 맞다.”
어느 정도 맞다는 말은 상황에 따라 전부 맞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