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118)
#제118화
양손을 뻗었다.
바닥에 있던 사막의 모래가 그대로 창의 형태가 되어 뻗어 갔다.
진시후는 아까 회수했던 창을 고쳐 쥔 뒤 무슨 놀이를 하듯 빙빙 돌리기 시작했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이후, 진시후가 몸도 회전시켰다.
그제서야 아귀는 이해했다. 진시후가 지금 무엇을 한 건지.
진시후의 창과 진시후의 몸놀림이 만들어 낸 거대한 막.
아귀가 던졌던 수천 개의 창들이 그 막에 닿은 순간, 그대로 방향을 바꿨다.
힘과 위력을 유지한 채, 수천 개의 창들이 이번에는 아귀를 향해 날아온다.
어이가 없었다.
뭐 이런 새끼가 다 있지.
한 번 더 양손을 뻗었다.
주변에 있던 사막의 모래가 일제히 일어서더니 거대한 장벽을 만든다.
그 장벽에 수천 개의 창들이 막혔다. 다음 수를 준비하려던 아귀는, 이후 본능적으로 몸을 옆으로 틀었다.
하지만 늦었다.
쌔애애액-!
콰아앙-! 푸욱.
먼지 사이로 아귀는 보았다.
진시후가 창대를 집어 던진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을.
방금 만들어 낸 모래로 이루어진 장벽은 아귀 본인이 쏘아 보냈던 수천 개의 창들은 막았지만 진시후가 던진 저 창 하나는 막지 못했다.
공기를 뚫고, 장벽을 부수고, 지금 아귀의 명치를 꿰뚫었다.
그게 지금 상황이다. 한쪽 무릎이 땅에 닿는다.
“괴물 새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묵묵히 아귀의 앞까지 다가온 진시후는 정말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아귀는 분노했다.
놈이 강한 것은 알겠지만 놈에게 무시당할 정도로 아귀 본인은 약자가 아니다.
진시후가 눈앞에 당도하기 전까지 그 누구도 아귀에게 이딴 태도를 취하지 않았다.
그 분노는, 아귀 본인도 모르던 ‘닫혀 있던 잠재력’을 활짝 열어젖혔다.
아귀의 두 눈에 분노와 탐욕이 깃든다.
“네놈을 집어삼킬 것이다.”
業果起始(업과기시).
“네놈의 영, 네놈의 혼, 죄다 집어삼킬 것이다.”
貪夫殉財(탐부순재).
“네놈이 가진 모든 것을 탐할 것이다.”
餓狼之口(아랑지구).
“네놈이 살아생전 품었던 모든 감정들마저 탐할 것이다.”
如蛾赴火(여아부화).
“네놈 주변의 모든 것도 집어삼킬 것이다.”
貪者殉財(탐자순재).
“세상을 방랑하며, 네놈과 관련된 모든 것을 집어삼킬 것이다.”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
진시후가 한마디 했다.
“주접떨지 말고.”
“주접인지 아닌지는 보고 판단하라.”
명치가 뻥 뚫린 아귀가, 그대로 양손을 맞잡았다. 그의 몸에서 빛이 터져 나온다.
[영역 전개(領域 展開).] [육도윤회도(六道輪廻圖).] [아귀도(餓鬼道).]세상이 뒤집어졌다.
* * *
어두웠다. 태양이 사라지고 달이 떠오른 세상.
그럼에도 밝지는 않고 지나치게 어두운 그 세상에, 나는 와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
——!!
———!!
알 수 없는 언어로 외치는 괴물들이 보인다.
그러다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처음에는 대화처럼 느껴졌는데 지금 보니 전혀 아니었다.
이건 고통 섞인 외침이다.
끄아아아, 끄어어어, 그런 느낌인데, 대체 여긴 어디지.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와그작와그작 무언가를 씹어 먹는 듯한 소리에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정말 거대한 괴물이 하나 있었다.
온몸이 검은색이었는데 두 눈은 작았고, 코도 작았다. 하지만 덩치는 기이할 정도로 거대했고, 주둥이가 그 덩치만큼 거대했다.
얼굴의 3분의 2 이상이 입이었다.
그 입에다 무언가를 쑤셔 넣고 있었는데, 보니까 황금이었다.
바닥에 쌓여 있는 황금을 계속해서 집어 먹고 있었다.
조금 불쾌해질 정도다.
배는 계속해서 불러 갔지만 전혀 만족스럽지 않다는 듯 동전으로 된 황금을 계속 집어 먹는다.
터질 듯 부풀어 올랐음에도 멈추지 않았다. 계속, 황금을 먹었다.
탐욕의 결정체라고 해야 할까.
그 괴물의 배는 얼핏 봐도 사람 열 명 정도가 들어가도 남을 정도로 불러 왔다. 멈추지 않고 계속 황금을 먹던 괴물이 멈칫한다.
정신없이 먹을 때는 눈길조차 안 주더니, 이렇게 계속 쳐다보고 있으니 부담스러웠는지 내 쪽을 바라본다.
눈이 마주쳤다.
놈의 눈에 불신이 깃들고, 공포가 깃든다.
마치 이 황금을 빼앗길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나 보다. 그의 손이 더 빨라지고 입의 저작 운동도 더 빨라진다.
그렇게.
퍼어어어어어엉-!!
쉬지 않고 먹어 대던 괴물의 배가 폭발했다.
미간을 구겼다. 호신강기가 펼쳐져 있지 않았더라면 황금과 괴상한 액체가 내 몸에 닿았을 거다.
괴물이 꺼억꺼억 소리를 내며 흐느낀다.
그러더니, 내 쪽으로 달려들었다.
————!!
이게, 약간 보디랭귀지 해석하는 느낌인데 너 때문에 터졌다, 너 때문에 더 먹지 못했다, 이런 느낌으로 달려드는 것 같다.
옆으로 슬쩍 몸을 피했다. 놈이 나를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그렇게 피한 곳에는, 또 다른 괴물이 있었다.
웅덩이가 져 있었는데, 그곳에는 흙과 피로 섞인, 굉장히 걸쭉한 액체 같은 게 있었다.
그것을 게걸스럽게 먹고 있는 괴물이 보인다. 어이가 없는 건 그 괴물의 배가 뚫려 있다는 거다.
입으로는 웅덩이 안의 저 더러운 물을 먹는데 그게 계속 뚫린 배로 흘러 내려온다.
이런 당황스러운 장면은 보기 힘들다.
내가 살면서 본 것 중 한 열 번째로 당황스러웠다.
놈이, 내 쪽을 바라본다.
놈의 눈에 아까 그 황금 괴물처럼 불신과 분노가 깃든다.
마치 나 때문에 물을 못 먹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여기에는 정상적인 새끼가 단 하나도 없나?
놈이 달려든다. 이번에도 슬쩍 옆으로 피했다. 주변을 다시 둘러보았다.
다시 봐도 굉장히 특이한 영역 전개다.
구현화 계열, 혹은 특질 계열 같은데 맞나?
마치 다른 차원으로 이동한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이 정도로 수준 높은 영역 전개는, 굉장히 오랜만이다. 이런 거 펼치는 애는 거의 타이탄의 드래곤 로드나, 동대륙의 무신, 혹은 천마. 딱 이 정도만 펼칠 수 있는 수준인데.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귀는 앞서 이야기한 세 명과 비교했을 때 거의 발톱 때 정도의 수준이다.
그런 놈이 이 정도의 영역 전개를 펼칠 수 있다? 상식적으로 이건 불가능하다.
한 가지 가설이 떠오른다.
내가 볼 때 사도들은 만들어진 존재다.
정확히는 ‘본바탕’이 있고, 그 본바탕의 ‘기억’ 몇 개를 제거하고 ‘힘’을 주입시킨, 일종의 키메라다.
그렇다면 그 작업을 시행한 자는 과연 어느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을까.
즉, 육도선인은 대체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고, 육도선인은 어느 수준의 영역 전개를 펼칠 수 있을까.
그 답이 지금 나온 거다.
육도선인과 직간접적으로 이어진 장로급의 사도인 아귀는 자신도 모르게 육도선인의 영역 전개를 불러온 거다.
아마, 이 과정에서 아귀는 엄청난 것을 대가로 지불했을 터.
수명일지 혹은 존재 의의일지, 뭔지는 모른다.
사실 관심도 없다.
문득 상념에서 벗어났다.
아까부터 뭔가 조용하다.
그냥 조용한 게 아니라 적막에 잠겨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황금을 미친 듯이 처먹다가 배가 터진 괴물과 배가 뻥 뚫려 있는데도 물을 흡입하던 멍청한 괴물, 그 외 주변에 보이는 수백이 넘는 괴물들이 일제히 하던 행동들을 전부 멈춘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와락, 미간이 구겨진다.
이 느낌, 이 불안감, 오랜만이지만 요즘 들어 정말 많이 느꼈던 이 감각.
간단했다.
살기다.
오직 나만을 노리는 살기.
이 살기 안에는 나를 향한 원망, 분노, 질투, 추악한 모든 것이 들어가 있었다.
웃으며 기운을 끌어 올렸다. 그와 동시에 주변에 있던 수백의 괴물이 나를 향해 달려든다.
* * *
진시후를 따라가던 랑웨이와 라자루스는 순간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이곳은 분명 사하라의 눈이었다.
그런데, 정말 눈 깜빡할 시간에 사막은 사라지고 매우 어둡고 불길한 느낌만이 풍기는 굉장히 이상한 장소에 와 있었다.
흡사 게이트에 진입해 다른 공간으로 이동한 것처럼.
사도들에게는 자신들만의 공간을 따로 만들어 내는 기술이 있다. 초선술 공간 격리였나.
그것과 흡사하지만 뭔가, 결이 다른 듯한 느낌이다.
두 남자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
“…….”
솔직히 할 말이 없었다.
일단 이 두 남자가 이렇게 만나게 된 경위는 진시후 한 명 때문이다.
두 남자는 모두 진시후를 만나러 왔다. 그런데 무슨 할 말이 있겠나. 애초에 일루미나티의 뱀파이어와 천외천의 군단장인 랑웨이.
이 두 사람이 친분을 만들었다면 그것만큼 어색한 일이 없다. 이러나저러나 해도 결국 적이니까.
그래도, 그나마 이 정도 말은 할 수 있었다.
“1군단장, 오랜만입니다.”
“마찬가지요. 오랜만에 뵙는구려, 일루미나티의 군주.”
“…….”
“…….”
다시 침묵이 자리한다. 여전히 할 말이 없었다. 두 남자는 다시 서로가 이곳에 온 목적을 떠올렸다.
진시후.
진시후를 만나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감각을 끌어 올린 둘은 동시에 흠칫했다.
입이 닫힌다. 미간이 구겨지고 정말 자연스럽게 갈무리되었던 기운들이 풀어 헤쳐진다.
라자루스의 옷깃이 휘날리고, 랑웨이의 머리카락도 휘날린다. 기의 폭풍 속에서 두 남자는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았다.
라자루스는 왼쪽, 랑웨이는 오른쪽.
각각 바라본 그곳에 있었다.
왼쪽에는 팔다리가 없이 혓바닥으로 땅을 푹푹 찍으며 다가오는 괴물, 오른쪽에는 ‘네 다리’로 기어 오는 인간 형상의 괴물.
이 두 남자가 이렇게까지 경계한 이유가 있다.
저 두 괴물의 힘이, 자연경에 육박한 두 남자와 매우 흡사하다. 그러니까, 말도 안 되는 수준이라는 뜻이다.
“서로 할 말 없는 건 매한가지일 텐데, 내게 마침 할 말이 생겼소. 해도 되겠소?”
랑웨이의 말에 라자루스가 힐끗 고개를 돌렸다. 랑웨이가 말을 잇는다.
“이 공간, 높은 확률로 사도 한 명의 영역 전개일 터인데, 나는 이런 영역 전개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없소. 혹시 이 공간에 대해 아시는 게 있소?”
단호하고, 깔끔하고, 명확하게 답할 수 있었다.
“1군단장, 저는 이 공간에 대해 아무것도 모릅니다.”
“…….”
“겸손이 아니라, 살면서 이런 건 처음 봅니다. 오히려 천외천의 천자인 한폐제가 더 잘 알고 있지 않겠습니까? 혹, 들으신 게 아무것도 없으신 겁니까?”
“……없소.”
“그럼 한폐제도 모른다는 뜻이겠군요.”
순간 랑웨이가 묘한 표정으로 라자루스를 바라보았다.
라자루스의 말은, 적어도 랑웨이가 듣기에는 이러했다. 유하는 너를 매우 신뢰하고 있으니 유하가 알고 있는 게 있었다면 너에게 숨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유하가 말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저 유하도 아는 게 없었을 뿐, 충분히 이해한다.
이런 식의 이야기였다.
솔직히 말하면 듣기 나쁘지 않았고 오히려 좋았다.
라자루스, 처세술에 뛰어나고 가진 바 능력이 매우 출중한 남자, 그리고.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진조 뱀파이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