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123)
#제123화
블랙 고블린이 묘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전부 얼어 있었다. 심지어 블랙 고블린의 몸도 얼어 있었다.
[재미있군요. 이 정도의 능력이라…… 그렇다고 약자인 건 변하지 않아요.]블랙 고블린이 얼어붙은 손을 가볍게 까닥였다.
그러자 처음으로는 그의 몸에 있던 얼음이 녹고, 두 번째로는 주변 모든 얼음이 깨졌다.
굳어진 제이미에게, 블랙 고블린은 그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무료하다는 듯, 한숨을 터트릴 뿐이었다.
[별의 이야기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답니다. 당신은 지금보다 더 강해지겠죠. 지금은 이리도 약하기에 당신의 말에는 그 어떤 설득력도, 그 어떤 힘도 없어요. 그러니 입 닥치고 거기 있어요.]블랙 고블린은 잠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거대한 원이 있었는데, 무슨 재질로 만들어진 건지 지나치게 찬란했고 매우 단단해 보였다. 심지어 거대했다.
[약육강식.]블랙 고블린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진다.
[약자는 강자에게 잡아먹히는 게 이 세상의 유일한 진리랍니다. 승천자들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그 별은 살아 있을 가치가 없어요. 당신들은 지금껏 아무런 대가 없이 평화를 이뤄왔고 아무런 대가 없이 살아왔죠. 이젠 그것도 끝입니다.]블랙 고블린이 고개를 들어 4인의 지구인을 바라보았다.
[제 이름은 괴우룬, 블랙 고블린들의 왕이자, phase 2의 총 관리자입니다.]이 자리에 있는 네 명의 고유 각성자 중 세 명.
제이미 윌슨, 니콜라 벤자노, 이사벨라 케인.
이 세 명은 아무 말 하지 못했다.
괴우룬의 기세가 장난이 아니었으니까.
그는 그저 그곳에 있을 뿐인데 주변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존재 자체만으로 다른 이에게 압박감을 줄 수 있는 존재.
이 세 명은 이런 존재를 살면서 처음 보았다.
오직 한 명.
진송이는 달랐다.
“질문을 좀 해도 될까요?”
[……해봐요.]“별의 이야기, phase 2의 관리자라고 하셨는데, 그럼 phase 3, phase 4의 관리자도 당신인가요?”
[……이것 봐라, 정보력이 꽤 대단하시네.]“그게 제 질문에 대한 답인가요?”
[그건 아니에요. 좋아요. 당신 정도면 그래도 강자 비슷한 것의 예우를 받기에는 충분한 존재. 그러니 답해드리겠습니다. phase 3와 phase 4의 관리자는 제가 아닙니다. 관리자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어요. 저는 phase 2만을 관리할 뿐이죠.]그럼.
“당신이 죽는다면 어떻게 되나요?”
[……내가…… 죽어요?]“세상은 넓고 예측 불가능한 일은 많으니까요. 어디까지나 만약의 경우를 가정한 거예요. 별의 이야기인지 뭔지, 그걸 저희는 끝까지 할 생각인데 중간에 당신이 죽어서 이야기가 멈춘다거나 하면 낭패잖아요. 안 그래요?”
[하하…… 하하하하하하하!]아하하하하하하하하.
괴우룬은 웃었다. 하염없이 웃었다.
정말 광소라는 단어가 어울릴 정도로 그는 웃었다.
배까지 아픈 모양이다. 꺼억꺼억거리며 그가 말했다.
[와…… 아하하하, 대단하네. 생각보다 알고 있는 정보도 많은 것 같고…… 좋아요. 이번 별 #2403은 꽤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제가 원래는 아무런 대가 없이 정보를 주거나 그러지는 않는데. 당신이 마음에 들었어요. 그 배포, 그 패기, 그 자신감. 특별히 업적 포인트 100개는 주어야 답해 줄 수 있는 이야기를 해드리죠.]괴우룬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별의 이야기는 phase 4가 끝입니다. 이 phase 4를 끝마친다면 별 #2403은 완전한 자유를 얻게 되실 거예요. 물론 당신들이 가지고 있는 현재의 힘도 완전하게 유지가 될 거랍니다. 어쩌면 리미트에 걸린 현재의 힘이 아니라 그다음 단계까지도 넘볼 수 있겠죠. 이걸 듣고 싶었던 거죠?]“……네.”
솔직히 말하면 진송이는 속으로 놀랬다.
눈치가 지나치게 빠르다고 해야 할까.
그저 다음 페이즈의 관리자가 당신이냐고 물었을 뿐인데, 그다음의 질문, 그리고 그다음의 다음까지 건너뛰고 괴우룬은 답을 했다.
진송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대답이었고 진송이뿐만이 아니라 이 자리에 있는 모두와 이 영상을 보고 있는 모든 이들이 듣고 싶었던 대답이었다.
이 시스템의 시련, 정확한 명칭으로 별의 이야기는 phase 4에서 끝난다.
그때가 되면 모두 자유로워진다.
물론 그때까지 꽤 큰 개판이 벌어지겠지만 그래도 시스템인지 뭔지 하는 게 있는 것보다는 낫다.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이다.
[이런 정보를 드렸는데, 입을 싹 닫으시는 건 예의가 아닐 거고, 하나 묻고 싶은데 답해 주실래요?]“해 보세요. 질문.”
[누구한테 들었어요?]“무엇을요?”
[뭔지 아시잖아요. 누구한테 들었어요? 별의 이야기가 phase 4까지 있다는 거.]진송이가 잠시 입가에 묘한 미소를 띠며, ‘메시지 전달’ 마법으로 괴우룬에게 말했다.
-육도선인.
대외적으로 숨기는 게 맞다고 진송이는 판단했다. 그리고 그게 맞았다.
그 이름을 들은 괴우룬이 눈을 크게 뜬다. 매우 당황한 게 분명했다. 눈만 크게 떠진 게 아니라 서 있던 자세에서 잠시 비틀거리기까지 했다.
[……이거 의외군요. 그 패배자가, 이상에 젖은 그 떨거지가 이곳에서 수작을 부리고 있다? 좋아요. 좋아.]괴우룬은 지금 진심으로 당황했다.
육도선인.
그 이름의 무게를 괴우룬은 안다.
그러다 이런 의문이 하나 떠올랐다.
‘왜 이걸 나는 지금 알게 된 거지?’
미간이 찌푸려진다. 원래는 표정 관리도 철저했던 괴우룬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럴 수가 없었다.
이 사실이 의미하는 바를 그는 깨달았으니까.
‘성좌들 중 상당수가 진송이를 주목하고 있었다. 그런 이들이 이 사실을 몰랐을 리 없어.’
하나밖에 없다.
‘입을 맞췄군. 버러지 같은 새끼들.’
육도선인이 지구에서는 ‘적’으로 규정될지라도 다른 곳에서는 아니다. 그가 하는 일들과 그가 해왔던 업적들을 성좌들은 안다. 입소문으로라도 들어서 안다.
지지를 받는 거다.
진송이를 응시하던 괴우룬이 말을 잇는다.
[생각보다 큰 정보를 얻었어요. 이걸 포인트로 환산하면 업적 포인트 200개는 충분할 겁니다. 그러니 괜찮은 정보를 ‘여러분’께 하나 드리죠.]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진송이는 의아했다. 이게 그 정도의 정보인가?
일단 괴우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지금까지의 phase 1은 튜토리얼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앞으로 phase 2는 실전이고, 약하면 반드시 죽어요. 멍청해도 죽고, 밑받침되는 실력 없이 오만하면 죽습니다. 상황판단 못하고 기어올라도 죽어요. phase 1과는 정말 차원이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겁니다.]“…….”
[phase 2, chapter 1은 이곳 별 #2403을 별의 이야기에 적합한 땅으로 만드는 데 집중되어 있어요. 도시는 쓸데없이 많고, 인구는 더 많죠. 금일 각 도시에 나타났던 ‘엘프’들은 여러분들의 거점들을 완벽하게 타격할 것이고, 인구수를 줄일 것이며 많았던 도시들을 줄일 거랍니다.]괴우룬의 말을 조용히 듣던 진송이가 물었다.
“정보가 너무 제한적인 거 아닌가요?”
[제한적이다? 어떤 점이 말이죠?]“어떻게 줄일 건지에 대한 것을 말해 주세요.”
[……좋아요. 당신은 그럴만한 자격이 있으니 말씀해 드리죠. 감염입니다.]“감염?”
[엘프들의 ‘타액’이 생명체의 몸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면 그 타액은 곧 기생충이 되어 생명체를 집어삼키게 됩니다. 타액에 감염된 생명체는 심장이 멎고 이성을 잃습니다. 하지만 움직일 수는 있어요. 기억이라는 것은 완전히 사라지겠지만 가지고 있는 능력은 그대로죠.]이미 이 정도는 파악된 정보였다.
[여러분들은 이것들 두고 ‘좀비’라고 부르는 것 같던데, 뭐, 틀린 말은 아니에요. 그런데 이런 게 궁금한 건 아니시죠? 이미 대부분 파악된 정보일 테니까.]당연하다.
곧장 괴우룬이 말을 이었다.
[아마 이게 궁금하실 겁니다. 이걸 듣고 싶었을 거예요. 감염된 개체는 반드시 죽습니다. 제가 여러 번 경험해 봐서 아는데, 치료 같은 건 의미 없어요.]진송이의 미간이 구겨진다.
가장 듣고 싶었던 정보였지만 반대로 가장 듣고 싶지 않았던 정보이기도 했다.
괴우룬이 말을 잇는다.
각 대도시에 나타난 숫자들을 보면 얼추 저 숫자가 맞긴 하다.
[이 150명의 엘프들을 모두 죽이면 ‘엠페러(Emperor)’가 등장하게 되는데 phase 2, chapter 1의 클리어 조건은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이 엠페러를 죽이는 것입니다.]“죽이지 못하면요?”
[그거까지는 말씀드릴 수 없네요. 왜냐면 지금부터 할 이야기가 모든 차익을 정산할 테니까.]“…….”
[감염체의 숫자는 굉장히 많아질 겁니다. 아마 하루 안에 수십만, 수백만이 늘어날 수도 있죠. 이게 무슨 말인지 여러분들은 아실 거예요.]안다, 모를 수가 없다.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일이니까.
[시간 싸움이라는 뜻인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많아지는 감염체들을 여러분들 모두가 죽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겠죠? 하지만 유일한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그게 뭐죠?”
[엠페러를 죽이면 된답니다. 엠페러를 죽이면 이곳에 존재하는 ‘모든 감염체’들은 그 즉시 생체 반응을 잃을 것이고, 여러분들은 감염체를 상대할 필요가 없어져요.]괴우룬이 즐겁다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등급이 막혀있다고 좌절하는 자, 스스로의 한계에 울부짖는 자, 스스로를 증명하시면 별의 지배자들의 관심과 후원을 받게 될 것이고 그것으로 여러분들은 한계를 깰 수 있게 될 거랍니다.]“…….”
[아 그리고, 별 #2403의 ‘독일’이라는 국가의 도시 ‘뮌헨’은 저희 관리자들이 거점으로 쓰겠습니다. 그러니 이 도시에 있는 분들은 하루 안에 다른 곳으로 가주세요.]괴우룬이 양손을 펼치며 말했다.
[할 말은 다 했습니다. 무운을 빌죠.]그렇게 네 명의 고유 각성자가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빛의 궁전’에 홀로 남은 괴우룬이 긴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육도선인…… 그가 이곳에 있다고? 또 무슨 짓을 꾸미는가.”
* * *
페이즈2의 관리자 괴우룬과의 만남은 고유 각성자 네 명이 승낙하면서 이루어졌고 그 대화가 세상에 퍼졌다.
그리고 거기까지였다.
관리자들이 지금 딱히 무언가를 하는 게 아니었다.
관리자면 관리를 해야 하는데 그때의 그 대화 이후로 관리자는 잠적했다.
독일의 뮌헨에서 무엇을 하는지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았다.
사실 사람들도 딱히 관심이 없었다.
그럴 만도 했다.
그보다 더 큰 일이 벌어졌으니까.
관리자와의 대화에서 나왔듯, 현재 엘프들이, 아니, 엘리트 좀비들이 휴전을 요구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