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130)
#제130화
살아 있는 국민의 숫자가 많아야 사백만? 모르겠다.
말을 해 준 레오폴드도 자세하게는 모르는 것 같다.
이러니, 한숨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음.
“혹시 다른 나라로 갈 생각 있어요?”
“다른 나라면…… 대한민국 말입니까?”
고개를 끄덕이자 레오폴드가 복잡한 표정을 짓는다.
“독일을 버리고, 다른 나라로 망명해라?”
“그렇게 받아들이셔도 좋고 아니셔도 좋고.”
레오폴드가 고개를 젓는다.
“내가 나고 자란 나라입니다. 죽어도 이곳에서 죽겠습니다.”
힐끗 보니, 한나 슈미츠도 레오폴드와 같은 의견인 것 같았다.
이러면 나도 어쩔 수 없다.
쯧.
머리를 긁적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빚 같은 거 좀 적당히 달아 두는 건데.”
한숨을 터트리며 워치를 들어 연락처 목록을 뒤졌다.
바쁘게 혼자 움직이는 거보다 손을 더 보태는 게 나은 법이다. 솔직히 많이도 필요 없다.
딱 한 명.
지금 머릿속에 떠오른 남자 한 명이면 된다.
곧장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두 번 정도 울렸을까.
-예. 홍현입니다.
바로 물었다.
“현아, 뭐 하냐. 자냐?”
-대기 중입니다.
“무슨 대기?”
-마스터께서 엘리트 좀비들을 한꺼번에 칠 거라며 지금 구원 길드의 모든 정예 병력들을 소집했습니다.
그렇구나.
“그런데 너 독일 와 본 적 있냐?”
-독일이면, 예전에 베를린 페르가몬 박물관 게이트를 클리어하러 가 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 그럼 독일 지리 잘 알겠네.”
-……그때 갔던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인데요.
“오늘 오면 두 번이겠네. 두 번이면 많이 온 거 아니야? 난 오늘이 처음이거든.”
-…….
“독일로 와. 형이랑 일 하나만 같이 하자.”
-제가 자리를 비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마스터께 한번 여쭤보겠습니다.
“그렇게 해.”
한 20초 정도가 흘렀다. 홍현이 말했다.
-마스터께서 허락하셨습니다. 독일 어디로 가면 되겠습니까?
“뮌헨 대학 병원. 많이 올 필요 없어. 너 혼자 와. 20분이면 되나?”
-……20분이요? 저 지금 한국에 있는데.
“힘들어?”
-……20분은 어렵습니다. 최대한 빠르게는 가 보겠습니다.
“그래, 오면 대충 신호 보내.”
한국으로 가면 편하긴 했겠지만 뭐 어쩌겠나.
여기 슈미츠 가문 사람들이 독일에 있고 싶다는데.
그러면 독일을 정리해야 한다.
많은 사람? 앞서도 말했듯 필요 없다.
광역기로 주변을 순식간에 정리할 수 있는 홍현 하나면 충분하다. 들어 보니까 각성자들은 좀비로 변한 사람들을 죽이면 경험치가 오른다는데, 오늘 홍현은 세계 구급 강자가 될 거다.
고개를 들었다.
“일단 여기부터 정리를 좀 할까 하는데, 잠시들 모여 계실 수 있죠?”
레오폴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 감각에 의하면 이곳 뮌헨 대학 병원에 있는 좀비들의 숫자는 약 488명.
정리하는 데 5분이면 충분하다.
“금방 올 테니까, 좀 쉬고 계세요.”
“……혼자 되겠나?”
웃고 말았다.
“저기 있는 쟤들 누가 저렇게 만든 건지 모르고 물어보신 거 아니죠?”
눈을 끔뻑이는 레오폴드를 바라보다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로비 쪽을 벗어나기도 전에 발이 멈춘다.
내 시야에 부서진 책상 다리가 하나 보였다.
꽤 두껍다.
그대로 집어 들고는 어깨에 걸친 채 다시 걸음을 옮겼다.
홍현이 오기 전에 주변 정리를 좀 해 놔야겠다. 결계도 좀 쳐 놓고.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
* * *
근본적인 질문이었다.
관리자들은 대체 무엇을 하는가.
그들의 역할은 대체 무엇인가.
독일의 뮌헨에 거점을 두고 그들은 무엇을 하는가.
괴우룬은 그 의문을 해소시켜 줄 생각이 없었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다.
검은색 페도라를 쓴 괴우룬이 걸음을 옮긴다.
순식간에 그의 몸이 공간을 뚫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한 건물이었다.
그곳 최상층에 거대한 집무실이 있었다.
책상이 있고 컴퓨터가 있고 의자가 있고 탁자가 있는.
벽에 걸려 있는 거대한 그림은 누가 봐도 명화처럼 보였다.
잠시 그것을 바라보던 괴우룬이 고개를 돌린다.
집무를 보고 있던 한 남자가, 눈썹을 꿈틀했다.
괴우룬이 페도라를 벗으며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반갑습니다. 관리자 괴우룬이라고 합니다.”
남자가 답했다.
“……관리자가 여기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정중해 보이는 말투였지만 이게 이 남자의 평상시 말투다.
일루미나티의 군주이자 유럽 뱀파이어들을 이끄는 라자루스 블러드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런 라자루스에게 괴우룬은 정말 뜻밖의 질문을 던졌다.
“라자루스 블러드, 당신의 기원을 아십니까?”
갑자기 이게 무슨 뜬금없는 소린가.
“……기원이요?”
“지금은 멸망해서 흔적도 거의 남지 않은 별 #1. 그곳은 모든 별의 기원이 되는 존재들이 살았던 ‘판타지아’였습니다.”
라자루스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솔직히 모른다.
왜 이곳 지구에 라자루스 블러드와 헬레나 로얄 마이어스라는 어울리지 않는 종족이 존재하는가.
지구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했다?
애초에 그렇게 생각하는 거 자체가 웃긴 거다.
라자루스의 부모와 헬레나의 부모는 분명 ‘지구’, 즉 별 #2403에 있었다.
라자루스와 헬레나는 지구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기원’은 모른다.
그런데 지금 그 기원에 대해 괴우룬이라는 관리자가 이야기를 꺼냈다.
별 #1.
판타지아.
“블러드 가문의 후계가 #2403에 있을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그런데요, 좀…… 심하시네.”
대체 무엇이 심하다는 걸까.
평온한 표정으로 괴우룬이 말했다.
“블러드 가문의 마지막 씨앗이, 지금 그 나이 처먹도록 종도 초월하지 못했다는 게 말이 되는 겁니까?”
“…….”
“물론 저도 블러드 가문의 뱀파이어들을 실제로 본 건 아닙니다. 하지만 기록으로는 수도 없이 봤어요. 별 #1에는 이런 말이 있었답니다. 별 #1의 지존은 블러드 가문, 혹은 마이어스 가문의 뱀파이어 중 나온다. 마이어스 쪽은 더 볼 것도 없어요. 당신, 지금 절박하지 않나요?”
라자루스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한다.
절박하다, 이 단어는 다른 이들은 몰라도 지금의 라자루스에게 정말 어울리는 단어였으니까.
“그릇이 깎여 나갔고, 선천지기의 수급도 너무 늦게 이루어져서 복구하기도 힘든 지경에…… 심지어 그마저도 얼마 남지 않았군요. 1년? 2년? 그 안에 당신은 죽어요. 맞죠?”
답을 바라고 한 질문이 아니었는지 괴우룬은 곧장 말을 이었다.
“나랑 거래 하나 하시겠습니까?”
“……거래?”
“당신이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드리겠습니다. 진정한 블러드 가문의 후계로서 스스로의 진정한 잠재력을 열어젖힐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주겠다, 이 말입니다.”
“대가는?”
괴우룬이 씩 웃었다.
“그건 나중에 알게 되실 겁니다. 미리 말씀드리면 저는 지금 ‘관리자’로서의 일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렇게 말한 괴우룬이 품에서 작은 물건 하나를 꺼내 들었다.
오색(五色)의 빛이 매우 영롱한 그것은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물건처럼 보였다.
괴우룬이 그것을 라자루스에게 건넨다.
“결심이 서면 그걸 부수세요. 그거면 된답니다.”
그 말을 끝으로 괴우룬이 다시 페도라를 썼다.
라자루스가 무언가 질문하기도 전이었다.
툭.
그 소리와 함께 괴우룬의 몸이 연기처럼 사라진다.
라자루스는 손에 들린 오색 빛의 수정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 *
라자루스를 만난 괴우룬은 곧장 ‘중국’으로 향했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굉장히 어수선했다.
흥미로운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던 괴우룬은 이내, 앞에 보이는 큰 동굴로 걸어 들어갔다.
그 안에는 한 남자가 눈을 감은 채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그가 천천히 눈을 뜬다.
아까처럼 이번에도 페도라를 벗으며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반갑습니다. 이번 phase2의 관리자를 맡고 있는 괴우룬입니다.”
“왜 왔지?”
그 질문에 괴우룬은 묘한 웃음을 지었다.
늑대인간.
이들은 과연 어디에서 기원했는가.
솔직히 괴우룬은 전부 말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굳이 그러고 싶지 않았다. 눈앞의 이 남자는 라자루스의 경우와는 매우 달랐으니까.
“한폐제 유하, 당신에게 묻고 싶은 게 있어서 왔습니다.”
“허한다.”
잠시 미간이 꿈틀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잠시였다. 괴우룬이 입을 열었다.
“왜 별의 이야기에 플레이어로 참가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플레이어는 괴우룬 같은 관리자들이 사용하는 단어다.
보통 사람들은 그냥 ‘각성자’라고 부른다.
“꼭 해야 하나?”
“하지 않아도 되겠죠. 하지만 지금 계신 곳에서 그 너머를 바라보려면 별의 이야기에 참가하시는 게 좋습니다.”
유하가 실소를 터트렸다.
“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 각성자가 되라는 말이었군.”
그 말에 괴우룬이 고개를 저었다.
“각성자가 되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플레이어가 되라는 말씀도 아니고요.”
괴우룬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더 큰물에서 노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고 있는 겁니다.”
괴우룬이 품에서 라자루스에게 건넸던 것과 흡사한 오색 찬란한 빛의 수정을 하나 꺼내 들었다.
“작은 물에서, 그것도 경쟁할 존재도 거의 없을 만큼 작은 우물에서 계속 살고 싶으시면 아무것도 하지 않으시면 되고, 그와 반대로 더 큰 물에서, 당신과 같은, 혹은 당신과 흡사한 존재들과 겨루고 또 겨뤄 정상에 서고자 하는 욕망이 있으시다면.”
괴우룬은 천천히 자신의 앞에 수정을 내려놓았다.
“이것을 부수면 됩니다.”
말 없는 유하를 바라보던 괴우룬이 천천히 뒤로 물러서며 말을 잇는다.
“한 번 더 강조하면 당신 정도의 강자는 다른 별에 널리고 널렸습니다. 숫자로 세기조차 민망할 정도로요.”
“…….”
“아마 말로만 하면 잘 이해가 가지 않으실 겁니다.”
괴우룬이 그대로 손가락을 튕겼다.
[영역 전개(領域 展開).] [만상불상천하사(萬狀巿上天下事).]순식간에 주변 풍경이 바뀐다.
유하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두 눈에는 족히 수천 개는 넘어갈 듯한 거대한 저울과 천칭이 보였다.
크기도 엄청났다.
한 개의 크기가 거의 2층 건물 높이만 하다.
그 중심에서 한 손에 페도라를 든 검은색 고블린이 빙긋 웃는다.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의지를 지닌 이가 제자리걸음을 한다면, 그건 정말 의미 없는 행동이랍니다.”
따악-!
다시 한번 괴우룬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영역 전개가 풀린다.
다시 두 남자는 동굴로 와 있었다.
“부디 현명한 선택을 내리시길. 그리고 이건 여담인데, 그대를 기다리는 분들이 아주 많습니다.”
“……기다린다?”
“가능성이 있으시거든요. 그쪽은.”
“…….”
“그럼 전 이만.”
그렇게 괴우룬은 라자루스의 경우처럼 그 자리에서 연기처럼 사라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