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137)
#제137화
손을 툭툭 털어 냈다. 멀리서 건물 잔해를 헤치며 몸을 일으키는 천마가 보인다.
그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과 함께 왔던 두 명의 남녀.
이름은 모른다. 종족은 짐작이 갔다.
타이탄에 ‘하프엘프’족이 있긴 한데 딱 그 짝이다.
사람이랑 엘프를 합쳐 놓은 것 같은 그런 거.
분명히 말하는데, 천마는 저 두 남녀가 죽지 않게 막을 수도 있었다. 지금 잔해를 헤치고 나온 것일 뿐 내 공격에 치명상을 입은 게 아니니까.
오랜만이다.
정말 오랜만에 몸속의 기운이 들끓는다.
저 정도의 강자는 드물다.
긴장의 끈이 당겨진다. 그때였다. 머릿속에 천마의 목소리가 울린다.
-너는 적합자인가?
잠시 멈칫했다.
사람의 행동 하나하나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천마 정도의 강자가 뜬금없이 이런 식으로 메시지를 보낸다? 이건 분명 뭔가 있다.
슬쩍 옆을 바라보는 척하면서 고개를 움직였다.
상황상 부정의 의미로 받아들이는 게 맞다.
-묻고 싶은 게 정말 많은데, 시간이 촉박해 짧게 물을 수밖에 없겠군. 승천자들을 적대하는가?
조금 답답했다.
-난 나한테 ‘무언가’를 하지 않은 놈을 적으로 삼지 않아.
-……주변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한다면?
-그게 적당한 수준이면 적으로 삼지 않고 그냥 넘어가겠지.
-적당한 수준의 기준이 어떻게 되는가.
한숨을 터트렸다.
-이걸 왜 물어보는 건데? 그 승천자들인지 뭔지 하는 애들이 지켜봐서 그래? 딱히 기운 같은 건 느껴지지 않는데.
-어떤 술수를 쓰는 게 아니라 그들은 ‘그냥’ 본다.
말이 묘하다.
-‘그냥’?
-그렇다. 그냥 본다. 별 #2403 전체에 별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다. 그 대상이 되는 이들, 예를 들면 각성자가 되겠지. 각성자가 보는 것을 그들도 볼 수 있다. 그보다 내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꼭 해야 돼?
-듣고 싶다, 그 대답을.
잠시 천마를 바라보았다. 쟤 뭔가 이상하다.
대충 상황 보니까 저기 처박혀 있는 고블린 킹 괴우룬이 도서관에서 승천자들이나 시스템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 같은데, 막상 직접 여기로 왔으면서도 적인지 아닌지를 묻고 있다.
아무래도 천마는 승천자들에게 원한이 있나 보다. 어쩔 수 없이 그들의 명령을 듣는다거나 하는 그런 상황이지 않을까.
-길어지는군. 그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대답인가?
솔직히 못 해 줄 것도 없다.
-적당한 수준이라면 너그럽게 넘어가 줄 수 있어. 예를 들면 주먹으로 얼굴을 맞았다거나 하는 그런 거.
-단순한 폭력 정도는 넘어가 준다?
-맞을 만한 짓을 했겠지.
-아무런 목적 없이 휘두른 폭력이라면?
-그걸 우리 쪽에서는 묻지 마 폭행이라고 하는데, 그런 거면 갚아 줘야지.
이 대답을 듣고 싶었나 보다.
천마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고는 천천히 자세를 잡았다.
“방금, 나는 뻗어 오는 너의 주먹을 노렸다. 너의 주먹에 담긴 힘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었기에.”
“그런데?”
“너도 같은 것으로 보였다. 주먹과 주먹이 충돌하려던 순간, 너의 주먹이 방향을 틀었다. 그 방향은 내 사각지대도 아니었고 무의미한 공간이었지. 그런데 그것을 원심력으로 삼아 발을 휘두르더군. 읽지 못했다. 동작의 연속성, 너의 그 모든 동작들에는 단 한 순간의 끊어짐이 없었다. 처음부터 계산했나?”
오랜만이다.
이런 무(武)에 대한 문답은.
이것도 답해 주지 못할 이유가 없다.
“계산 같은 건 안 해. 싸울 때는.”
“……계산한 게 아니다? 그렇군. 너는 천재(天才)로군.”
“음……. 그 말을 꽤 많이 들어 봤는데 맞는 것 같긴 해.”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이 나조차도 손을 한 번 섞었음에도 알아챌 수 있을 정도의 천부적인 재능, 진심으로 부럽구나.”
“칭찬이 너무 갑작스러운 거 아니야?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천마는 말없이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했다.
이어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변수가 될 수 있겠어.”
나는 귀가 좋다. 제대로 들었다.
“무슨 변수?”
천마가 천천히 앞으로 걸어온다. 내 앞까지 걸어온 그가, 나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소개를 다시 하지. 별 #1692의 관리자, 천마(天魔) 주성철(株省哲)이다.”
“아까는 이름 같은 거 버렸다며?”
“버렸었지. 네가 변수가 맞다면 너는 알아야 한다. 내 이름을.”
거울은 없었지만 지금 내 표정은 아마 되게 괴상한 표정을 짓고 있지 않을까 싶다.
“나 주성철은 별 #1692 생존자들의 목숨을 승천자들에게 저당 잡힌 머저리 같은 놈이기도 하다.”
-동시에 승천자들의 목을 베려는 허황된 목적을 지닌 몽상가이기도 하지.
전자는 입으로, 후자는 전음으로.
시간 차를 두고 내 머릿속에 박혔다.
음.
“그렇구나.”
“대화는 충분하다. 이제 실력 좀 보…….”
천마는 말을 잇지 못했다.
당연했다.
지금 그의 얼굴 앞으로 내 오른 주먹이 뻗어 가고 있었으니까.
황급히 그가 고개를 옆으로 틀었다. 완벽한 회피다. 가차 없이 곧장 왼쪽 주먹을 휘둘렀다.
빠아악-!
천마의 얼굴이 젖혀진다. 다시 오른 주먹을 내질렀다.
콰아아앙-!!
어느새 들어 올린 천마의 팔목에 막힌다. 입가에 미소가 그려지고 말았다. 확실히 눈앞의 이 남자는 보통이 아니다.
이걸 반응해?
즉시 고개를 옆으로 틀었다. 얼굴 옆을 천마의 주먹이 스쳐 지나간다. 그대로 무릎을 들어 올렸다. 연이어 뻗어 오던 천마의 발등이 내 무릎에 막힌다.
굉음과 함께 뒤로 밀려났다. 슬쩍 고개를 들었다. 천마 주성철은 환희에 찬 미소를 짓고 있었다.
왜 저렇게 웃고 있는 거지.
천마가 자리를 박찬다.
툭, 그 소리가 귓가를 울리자마자 팔목을 들었다.
콰아앙-!!
천마의 주먹이 코앞에서 멈춰 있다. 내 팔목은 천마의 팔이 접히는 부분에 닿아 있었고.
나는 타격에만 능한 게 아니다.
그대로 오른손으로 천마의 주먹을 잡아챈 뒤 앞쪽으로 강하게 꺾었다.
꽈득-!
천마의 팔목이 그대로 박살 난다. 그와 동시에 그가 발을 뻗었다.
빠아악-!
복부에서 상당한 통증이 올라온다. 제대로 맞은 것 같다. 뒤로 밀리면서 한쪽 발로 몸을 띄운 뒤 그대로 오른발을 강하게 휘둘렀다.
꽈아아앙-!!
천마의 목에 적중한다.
천마가 그대로 멀리 날아간다.
누가 보아도 나와 천마 사이에는 정확히 이 정도만큼의 간격이 있었다.
의식하지 않고 있었는데 지금 천마와 손을 섞으면서 주변이 전부 초토화되어 있었다. 구석에 박혀 있던 괴우룬은 이미 저 멀리 날아간 상태고 심지어 구석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그리고, 다시 잔해 속에 처박혔던 천마가 그 안에서 먼지를 걷으며 모습을 드러낸다.
모습이, 조금 달라져 있었다.
그의 온몸에서 흐르는 검은빛의 아지랑이는 생각보다 농도가 짙었다. 그의 모습에 주변 공기와 마나가 숨을 죽인다.
“너의, 아니, 자네의 전력을 보고 싶군.”
피식 웃었다.
“끌어내 봐, 할 수 있으면.”
“……좋다.”
쿵.
천마가 그 자리에서 연기처럼 사라진다.
이어서 내 주변 공간들이 죄다 찢어지기 시작했다. 정면을 기준으로 정확히 다섯이다. 동서남북, 그리고 머리 위.
고개를 돌렸다. 왼쪽.
그곳에 천마가 있었다. 천마가 뒤고 당기고 있던 팔을 뻗는다. 쫙 펼쳐진 손바닥이, 흡사 태산처럼 보였다.
주먹을 말아 쥐었다. 백련기가 주먹을 감싼다. 그대로 뻗었다.
[백련교(白蓮敎) 성화칠결(聖火七結).] [3장 혈왕살권(血汪殺拳).]내 주먹과 천마의 손바닥이 맞닿는다.
꽈아아아앙-!!
#Chapter 3
승천자(昇天自).
조금 아는 이들은 이 단어를 굉장히 성스럽게 여긴다. 혹은 불길하게 여기거나.
승천자들은 단순히 한 단어로만 정의할 수가 없다.
천마 주성철이 알기로 현 모든 세계에 존재하는 승천자는 총 8명.
본래는 9명이었지만 1명이 실종 상태다. 대외적으로는 죽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확실하지는 않다.
중요한 건 이 8명이, 지금도 계속해서 활동한다는 점이다.
별의 이야기의 스케일은 매우 방대하다.
별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전 우주를 대상으로 한다.
별들은 별의 시련을 겪게 되고 무너져 갔다. 별 자체가 무너진 곳도 있고 무사히 통과한 별도 있으며 실패했지만 생존자가 있는 별도 있다.
천마는 세 번째의 경우였다.
생존자가 있는 별의 지배자였으며 그 별의 최강자였다.
별의 이야기로부터 관리자의 직책을 부여받았고 지금처럼 새로운 별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공간에서 ‘후계’를 양성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었다.
별의 이야기에서는 천마 같은 이들을 ‘성좌(星座)’라 칭한다.
기본적으로 성좌들은 대부분이 초월자들이다.
2차 각성, 즉 대자연기를 각성한 수준으로는 성좌가 되어 봤자 다른 성좌에게 잡아먹힌다.
혹은 다른 성좌들의 비호를 받거나.
승천자들은 이런 성좌들보다 월등히 위에 있는 존재들이다.
그들의 이름을 제대로 아는 이들조차 드물다.
하지만 그들의 힘은 안다. 성좌들이 아무리 용을 써도 그들과는 ‘보이지 않는 격차’가 있다.
대체 승천자들은 누구인가.
유력한 가설 중 하나는 승천자들이 바로 별의 이야기를 만든 이들이라는 거다.
물론 가설일 뿐이다.
본래 천마는 성좌 같은 것이 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승천자들이 강제로 그리 만들었다.
성좌가 되어 #1692의 관리자가 되어라. 거절할 경우 #1692의 생존자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겠다. 그 협박을 받은 천마는 한 가지를 약속했다.
너희 승천자들을, 모조리 땅으로 끌어 내려 죽여 버리겠다고.
그 말을 들은 승천자 중 한 명이 폭소를 터트리며 이렇게 말했다.
‘해 봐. 못 하겠지만.’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리고 지금, 그 기다림이 결실을 맺었다.
변수.
눈앞의 이 남자는 변수가 분명하다.
입가에 흐르는 피를 훔쳐 내며 천마는 웃었다.
이 남자는 별의 이야기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남자다. 그런데 가진 힘은 성좌 이상이다.
아니, 모르겠다.
천마 자신이 성좌들 중에서 거의 최상위권에 달하는 강자이지만 그런 천마조차도 이 남자의 한계를 제대로 짐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남자에게서 천마는 승천자들에게나 느꼈던 ‘보이지 않는 격차’를 느꼈다.
그래서 웃음이 나온 거다.
이 남자는 변수가 맞다.
이 남자의 전력을 보고 싶었다. 그리고 천마 스스로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도 느끼고 싶었다.
두근.
심장이 거세게 뛴다. 온몸의 모든 기운이 용솟음쳤다.
별이 열린다. 성좌 [마의 하늘에 선 자]의 힘이 주변을 덮는다.
검은색의 소름 끼치는 아지랑이가 천마의 몸을 감싼다.
그대로 자리를 박찼다.
[천마신공(天魔神功).] [1장 파천격뢰장(破天格雷掌).]우르릉-!
거대한 번갯불 소리와 함께 천마의 손바닥이 뻗어 나간다. 진시후도 주먹을 뻗었다.
[무신공.] [5장 무신의 주먹은 하늘을 부순다.]손바닥과 주먹이 맞닿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