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14)
#제14화
살려둘 이유? 없다.
있어도, 없다.
없다고 생각할 것이며 있다는 가정 자체를 하지 않을 생각이다.
이 자리에서 내 동료의 면상을 뒤집어쓰고 있는 이 버러지는 죽는다.
주먹을 강하게 말아 쥐었다. 흰색 연기가 불타오른다.
당황한 표정의 놈이 보인다. 무시했다.
그대로, 한 번 더 주먹을 내려찍었다.
[백련교(白蓮敎) 성화칠결(聖火七結).] [3장 혈왕살권(血汪殺拳).]콰아아아아앙-!!
거대한 크레이터가 파이고 그 속으로 놈이 처박힌다.
먼지로 뒤덮였지만 내 눈에는 보였다. 입가에 피를 토하면서 매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놈의 면상이.
그대로 엄지와 중지를 말아 쥔 뒤 그대로 튕겼다.
퉁.
[백련교(白蓮敎) 성화칠결(聖火七結).] [1장 파천탄지결(破天彈指訣).]퍼버벅-!
흡사 탄환과도 같은 그것이 바닥에 처박혀 있던 놈의 복부에 꽂힌다.
놈이 한 번 더 피를 토해냈다.
쿨럭.
그 소리가 들리는 것과 동시에 입을 열었다.
“너는 몇 번째 사도지?”
“……네놈은…… 대체 누구냐. 대체 누구길래 이런 힘을…….”
한 번 더 손가락을 튕겼다.
퍼억.
놈의 복부에 피가 치솟아 오른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게 뭔지 알아?”
“……쿨럭.”
“머저리 새끼랑 대화하는 거야. 질문은 내가 하고 답은 네가 한다, 그게 우리 규칙이라고 말한 지 이 분도 안 지났는데 그걸 까먹어? 이건 뭐 돌대가리도 아니고.”
그때였다.
“……하, 새끼가 규격 외의 힘을 이딴 식으로 쓰면…… 어휴.”
의외라고 해야 할까.
생각 외로 멀쩡한 목소리였다.
눈을 좁혔다. 놈의 몸에 난 상처들은 전부 사라져 있었다.
재생이 분명하다.
놈이 그대로 몸을 일으켰다. 주변을 한 번 바라보더니 그대로 크게 박수를 쳤다.
[초선술(初仙術).] [1장 공간 격리(空間 隔離).]눈앞이 변했다.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묘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은 공간 안의 공간.
차원의 외곽에 있는 공간이 분명하다.
놈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크레이터는 그대로였지만 주변에 ‘구경’을 하고 있던 사람들은 사라졌고, 무너진 공간들은 무너지고 있는 상태 그대로 멈춰 있었다.
시간이 멈춘 공간이라고 해야 할까. 굉장히 묘한 세상이 분명했다.
“별 웃기지도 않는 기술을 쓰고 있네.”
놈이 천천히 목을 풀었다.
뚜두둑.
“오리지널이 돌아올 줄은 몰랐는데.”
“나도 몰랐어. 진짜 돌아오게 될 줄은.”
“어떻게 돌아왔지?”
“말하면 아냐? 돌대가리 새끼한테 말해 봤자 이해도 못 할 텐데.”
“…….”
“틀린 말도 아닌데 표정이 왜 그래.”
한 걸음, 놈이 움직인다. 그와 동시에 놈의 등 뒤에서 날개가 솟구쳤다.
“나는 189번째 사도다.”
“기네.”
“사도의 숫자는 강함의 순서를 의미한다. 네놈의 행세를 하고 다니던 200번째보다는 높지.”
“높아 봤자 거기서 거기 아닌가? 189나 200이나, 똥개 생후 1개월 기준으로 일주일 차이 나는 수준일 텐데 너무 자신만만해하는 거 아니야?”
놈이 피식 웃는다.
“이곳에서라면 사도는 전력을 개방할 수 있다.”
“아, 그러세요?”
“인간 세상 따위가 사도들의 힘을 감당할 수 있을 리 없지. 그래, 네놈이 그렇게 기고만장해하는 것도 여기까지라는 거다.”
턱을 긁적였다.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입을 열려던 그때였다.
놈이 자리를 박찬다. 움직임이 의외다. 꽤 빨랐으니까.
놈의 손에는 어느새 빛나는 검이 쥐어져 있었다.
일반적인 검은 아니다. 저건 마나로 이루어진 검이다.
그가 그대로 휘둘렀다. 마찬가지로 빨랐다.
이 모든 과정에 걸린 시간은 고작 0.1초 남짓.
그래, 딱 거기까지였다.
콰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내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린다.
간단했다.
내 오른손에는 놈의 검이 잡혀 있었고, 놈은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
거리는 대충 20cm.
어이가 없는 어조로 말했다.
“이거 돌대가리가 맞았네.”
“……뭐?”
“여기에서는 전력을 쏟아 낼 수 있다고? 그게 왜 너한테만 해당될 거라고 생각해.”
오른손에 힘을 주었다.
콰직-!
마나로 이루어진 놈의 검이 그대로 개박살 난다.
허공으로 퍼지는 마나를 바라보며 마저 말을 이었다.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니들은 누구 명령받고 움직이는 거냐?”
“…….”
“시스템?”
189번째 사도는 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충분한 답이 되었다.
“비슷한가 보네. 지구도 개판으로 만들고 사람을 이백 명이나 다른 세상에 보내 놓고 짝퉁들로 그 자리를 대신하게 만들고. 그래서 최종 목적이 뭔데?”
그대로 왼손을 뻗었다.
콰악, 자연스럽게 놈의 목이 잡힌다.
그때였다.
놈의 두 눈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자연기다.
자연기가 뭉쳐서 섬광처럼 뻗어 온다.
“엑스맨이야 뭐야.”
여유롭게 말할 수 있는 이유가 있었다. 내 몸에는 닿자마자 전부 사라졌으니까. 호신강기라고 하는 건데, 마나를 몸 주변에 덮은 거다. 분명 자연기는 마나보다 상위의 기운이다. 그런 자연기가 뚫지 못한다는 건 나와 놈의 차이가 그 정도로 난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걸 눈치챈 놈은 당황했다. 내 손에서 벗어나려 발악한다. 하지만 의미 없었다.
내가 놓아줄 생각이 없었으니까.
“물었는데, 최종 목적이 뭐냐고.”
“답해 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안 해 주면 여기서 죽을 텐데,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말은 참 잘하는군. 해도 죽일 것 같은 표정으로.”
웃고 말았다.
“의외네. 돌대가리가 그 정도 눈치는 가지고 있었구나.”
“…….”
“사실 별로 궁금하진 않아. 목적이 뭐든, 그냥 전부 죽여 버리면 되니까.”
“…….”
“고문하면 말할 생각 있냐?”
“없다. 해도 의미 없을 것이다. 금제가 걸려 있으니.”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된 거다.
“아쉽네. 진심이야. 고문이라도 할까 했거든.”
“……뭐?”
“그런데 내가 아는 사람 얼굴이라 차마 고문까지는 못 하겠네.”
“…….”
시간을 너무 낭비했다.
“지금부터 딱 한 대 때릴 거거든. 이거 버티면 살려 줄게.”
놈이 미심쩍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사실이다.
나는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한번 버텨 봐.”
그대로 오른 주먹을 뒤로 당겼다.
화르륵.
하얀색 연기가 내 주먹을 휘감는다. 흡사 흰색 불꽃과도 같았다.
놈이 만들어 낸 공간이 일그러진다. 놈의 눈이 크게 떠진다.
그 이상은 없었다.
직선으로 주먹을 내질렀다.
[백련교(白蓮敎) 성화칠결(聖火七結).] [3장 변결(變結) 혈천활령살권(血天豁靈殺拳).]콰드드드드드득.
공간이 일그러지며 주먹이 뻗어나간다. 그 주먹은 놈의 얼굴에 닿았다.
그렇게.
퍼석-!
놈의 머리가 흔적도 없이 터졌다. 뼛조각, 핏물, 이딴 것도 없었다.
그냥 사라졌다.
머리가 아무리 돌대가리여도 내 주먹을 버틸 정도는 아니었나 보다.
동시에 내가 있던 공간 전체가 진동한다.
술법은 술사가 죽으면 풀리는 게 정석이다. 세상 그 어떤 술법도 그 법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만약 벗어나는 술법이 있다면 그건 시전자가 미리 준비를 해 둔 장치가 이미 존재할 경우다. 그리고 그런 경우에는 그 장치조차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어떤 식으로든 술사가 죽으면 술법은 풀린다.
나는 그렇게 원래의 장소로 돌아왔다.
어느새 ‘인간’의 몸으로 돌아온 189번째 사도와 함께.
#Chapter 4
“소설이라고 하기엔 너무 사실적이고, 수필이라고 하기엔 너무 비현실적입니다.”
진송이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남자가 한 말이었다.
그는 미국 국적의 각성자로서 등급은 S-급이지만 게이트를 클리어하거나 하는 그런 쪽의 각성자는 아니었다.
스튜어트 밀.
각성자가 되기 전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저명한 언어학자였으며 각성자가 된 이후로는 게이트에서 등장하는 여러 개의 ‘문명’들을 분석하고 그곳의 언어들을 해석하는 쪽으로 활동했다.
그는 흔하디흔한 전투 스킬 같은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의 스킬 중에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바로 ‘번역’이었다.
무려 번역 스킬의 등급이 SS급이다. 지구에서 번역 스킬을 최상위 수준까지 끌어올린 유일한 인물.
그가 지금 저렇게 말하고 있었다.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이곳에 적힌 언어들은 지구의 영어, 그리고 한자와 매우 흡사합니다. 타이탄 대륙…… 정확히는 타이탄 행성이라는 이곳은 말 그대로 판타지 세계입니다.”
“그런가요?”
“예. 용과 오크가 살아가며 고블린도 살고, 그 외에도 수많은 몬스터들이 살아가는 그 세상은 마법과 무공, 즉 현세대의 동양과 서양이 섞여 있는 판타지 세계라고 보시면 편할 겁니다. 이건 그 세상의 기록이 분명합니다. 문제는.”
스튜어트의 표정은 시종일관 진지했고, 또한 심각했다.
“이게 정말 사실이냐는 겁니다.”
“…….”
“현재까지 단 한 번도 타이탄이라는 곳은 등장했던 적이 없습니다. 게이트는 주로 저희 지구의 과거 문명들, 이집트나 그런 게 등장했고 가끔 ‘요론 대륙’과 ‘메이자 대륙’이 주로 등장했었습니다. 익히 아시듯 A급 게이트에서 주로 등장하는 골렘들이 바로 메이자 대륙의 것이지요. 확실히 세상은 넓군요. 어쩌면 이건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아, 이건 제 사견이라 크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스튜어트는 학자다. 학자는 항상 상상을 하고 생각을 한다.
조사를 하고 추론을 하며 사실을 밝혀낸다.
여기서 중요한 건 하나다.
번역이 끝났다는 거.
“이 앞부분에 각인되어 있는 이 글자들과 문양들, 보이십니까?”
[이이백괴異二百怪], [금사자 용병단], [백련교白蓮敎], 그리고 [신성 제국神聖帝國].이이백괴를 제외한 단어들 옆에는 도장으로 찍은 듯한 문양들이 있었다. 스튜어트가 문양들을 하나하나 짚으며 말을 이었다.
“보통 게이트에 남아 있는 비석들이나 중요한 기록들 같은 것을 보면 은은하게 ‘마나’의 느낌이 있습니다. 아마 진송이 님이라면 아실 겁니다. 지구의 마나와 게이트 내부의 마나는 다르면서도 같다는 거.”
“같은 마나지만 농도나 그런 게 많이 다르다는 그 부분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네, 알아요.”
“이 문양들에서 마나의 향이 나고 있습니다. 고문서 같은 곳에서나 있을 법한 매우 진한 향. 장담하는데 지금까지 제가 지구에 살면서 보았던 수백, 수천 개가 넘는 게이트에서 단 한 번도 등장한 적이 없던 마나의 향기입니다.”
“…….”
“아까 말씀드렸지만 이건 소설이라기보다는 수필에 가깝습니다. 비록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개괄적인 배경이 사실이라면 있을 법합니다. 다만 여기에서 나오는 ‘진시후’라는 남자는, 혹시…….”
스튜어트는 이 말을 하기가 매우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해야 했다.
“진송이 님의 동생, 되시는 겁니까?”
굳이 숨길 생각은 없었다. 스튜어트가 어디 흔한 동네의 사람도 아니고 세계적으로 저명한 언어학자다. 하지만 그렇다고 떠벌리고 다닐 생각은 없었다. 저 질문에 대한 진송이의 대답은 침묵이었다.
진송이는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교수님의 지식이 매우 큰 도움이 되었어요.”
스튜어트 교수는 굳이 따지거나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애초에 이 고문서를 해독하는 데 ‘침묵 서약서’에 동의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 침묵 서약서는 일종의 마법 스크롤이다. 이 서약서에 서명을 하면 해당 사안에 대해서 철저하게 비밀을 지켜야 한다.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진송이를 제외한 다른 이에게 말을 한다면 그 즉시 진송이에게 그 소식이 전해지고, 진송이는 스튜어트 교수의 목숨을 그 즉시 끊을 수 있다.
그런 서약서에 서명을 했음에도 이 고문서에 나오는 존재가 ‘그 진시후’라는 것을 진송이는 이야기하지 않은 거다.
스튜어트 교수는 섭섭해하지 않았다. 그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늘 미국으로 가신다고 하셨는데, 저랑 같이 가는 거 맞습니까?”
“네, 맞아요.”
“밑에서 커피 마시고 있겠습니다. 천천히 오십시오.”
“네, 금방 따라갈게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