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140)
#제140화
“잘 들어. 정확히 딱 한 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진시후의 시선은 괴우룬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진시후가 말을 잇는다.
“내 주변 사람들 건드리면 전부 죽인다. 별의 끝에서 끝까지, 운하를 건너든 시공간을 찢든, 무슨 짓을 해서라도 전부 죽일 거다. 이해했어?”
아마 이해했을 거다. 잘 전해졌을 거고.
그런 진시후에게 괴우룬이 한마디 했다.
“……네놈의 최후가 머지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할 뿐이다.”
“그래?”
“승천자들께 이빨을 들이민다? 알량한 힘을 믿고 기고만장해하는 꼴이 참으로 우습구나.”
“그게 그렇게 들렸나?”
“하, 멍청한 새끼. 네놈은 후회할 것이다. 네놈의 모든 이야기를 들은 승천자들께서 이미 충분히 노하셨다. 네놈은 곧 죽는다.”
“다행이네. 난 내가 허공에 혼잣말하는 줄 알고 조금 걱정했잖아.”
“…….”
“난 분명 경고했어. 그걸 들을지 말지는 니들 문제지 내 문제가 아니야. 자, 이제 본론으로 좀 들어가 볼까?”
“……본론?”
“거래 좋아한다며. 우리 거래해야지.”
질렸다는 듯한 표정의 괴우룬이 한숨을 터트렸다.
“……하……. 이 인간 같지도 않은 새끼.”
“칭찬 고맙고, 그런데 아까는 못 보던 주머니가 하나 있네?”
괴우룬이 화들짝 놀랐다.
잊고 있었다.
천마와 진시후의 싸움을 구경하느라 생각할 겨를 자체가 없었다.
애초에 괴우룬은 천마가 진시후를 이길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승천자들에게 가져다줘야 할 ‘그것’을 미리 꺼내 놓은 상태다. 부피가 그렇게 크지 않았기에 작은 주머니에 넣어 놨었는데 지금 그 주머니를 진시후가 본 거다.
재빨리 괴우룬이 아공간에 주머니를 집어넣으려 했지만 늦었다.
홱 하는 소리와 함께 주머니가 진시후의 손에 들어간다.
“아…… 안 돼…….”
“뭐가 안 되는데.”
“……내놔라. 늦지 않았다.”
진시후가 피식 웃었다.
“이것 봐라. 이게 뭐길래 반응이 이렇게 변해?”
슬쩍 내부를 확인한 진시후가 안에 있던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작은 반지였다.
“음……. 이거, 어디에서 본 거 같은데.”
“그럴 리가 없다. 그것을 네놈 따위가 어디에서 볼 수 있을…… 어?”
괴우룬은 지금 이 순간 진심으로 당황했다.
지금까지 몰랐다. 솔직히 진시후와 만난 이후 괴우룬은 진시후라는 인간에 대해 궁금해했지, 그가 입고 있는 옷이나 그가 끼고 있는 액세서리 같은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우선순위라는 단어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지금, 괴우룬의 눈에 진시후가 왼손 약지에 끼고 있는 반지가 보인다.
그 반지와 주머니에서 꺼내 든 반지는 매우 닮았다.
“희한하네. 이거 같은 종류 같은데?”
굳이 두말할 필요 없었다.
괴우룬이 눈을 끔뻑인다. 당황과 경악, 그 모든 감정이 그곳에 담겨 있었다.
“어찌…… 어찌 네놈이 천존의 반지를…….”
“아, 이게 그거야? 그 세트 아이템이라던 그거?”
“…….”
“내가 다른 각성자들처럼 정보 보기 같은 게 없어서 뭔지 잘 모르겠는데, 이거 좋은 거지? 이 가면 반지도 꽤 쓸 만하더만.”
진시후의 약지에서 작은 빛이 터져 나오더니 곧, 진시후의 얼굴에 가면이 씌어졌다.
그 가면을 옆으로 돌린 진시후가 히죽 웃는다.
“이거는 또 어떤 효과가 있을까. 원래 이런 거 잘 안 모으는데 이건 좀 궁금하네.”
쿨럭, 괴우룬의 입에서 피가 터져 나온다. 여전히 그의 명치에는 비수가 박혀 있다. 진시후가 말했다.
“그 비수 그거, 대충 느꼈겠지만 일반 비수가 아니야. 아마 이대로 5분 정도 지나면, 너 죽어.”
“…….”
“자, 이제 제대로 된 거래를 해 볼까?”
괴우룬은 생각했다.
뭐 이런 생양아치 새끼가 다 있지.
“……방금 그 ‘천존의 연성 반지’를 가져가지 않았더냐.”
“뭔 소리야. 이건 내가 주운 거야. 네가 준 게 아니라.”
어이가 없었다.
“……양아치 같은 새끼.”
“고마워. 그런데 갑자기 궁금해지네. 이걸 왜 겉으로 보이는 주머니 같은 거에 넣어 놨을까.”
“…….”
“보니까 그 승천자라는 애들이 나를 지구에서 추방시키려고 천마를 보낸 거 같은데, 네가 맨입으로 요청했을 리는 없고. 거기다 거래를 좋아한다고 했으니…… 이게 그 ‘대가’인가 보네?”
“귀신 같은 새끼.”
“오케이. 그런데 내가 갑자기 막 필요한 게 생겼어.”
“……그게 무엇이냐.”
“천마가 말했던 별 #875, 거기로 가는 차원의 돌.”
“……차원의 돌이 아니라 정확한 명칭은 이동석이다.”
“그게 뭐든.”
“……그거면 나를 살려 줄 것이냐.”
“살려 줄게. 아, 그리고 돌아오는 차원의 돌, 아니지, 이동석도 내놔.”
“……좋다. 두 개의 돌을 건네주겠다.”
“혹시 모르니까, 네 개 내놔.”
“……네 개?”
“#875로 가는 거 2개, 지구로 오는 거 2개.”
“…….”
“왜? 싫어? 싫으면 말고.”
제삼자가 보았을 때, 이 대화에는 그다지 특별한 게 없었을 거다.
하지만 아니다.
단순한 대화 사이사이에는 생략된 이야기들이 너무 많았다.
괴우룬은 눈앞의 진시후가 자신을 정말 살려 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품고 계속 진시후에게 질문을 던졌고, 진시후는.
이건 확실히 해야 한다.
진시후는 괴우룬을 살려 둘 생각이 없었다.
죽일 생각이다.
원래 한번 한 약속은 무조건 지키긴 하지만 예외가 있다.
뒤통수를 친 놈들에게, 진시후는 약속 따윈 지키지 않는다.
“네 개, 지금 바로 주겠다.”
괴우룬이 아공간에서 이동석 네 개를 꺼내 들었다. 돌 겉면에는 2개가 #875, 나머지 2개가 #2403.
이렇게 적혀 있었다.
“확실한 거냐, 이거?”
“……확실하다.”
“못 믿겠는데.”
“나는 거래에 있어서는 신의를 지킨다.”
“그런 놈이 뒤통수를 쳐?”
“…….”
“주접떠는 건 그렇다 치고, 이제 듣고 싶은데.”
“무엇을?”
진시후가 빙긋 웃었다.
“유언.”
“…….”
“말해 봐. 들어는 줄게.”
“약속도 지키지 않는 자는 따르던 이들조차 등을 돌리기 마련이다.”
웃음은 여전했다. 끊임없이 명치로부터 올라오는 고통에 표정을 일그러뜨린 괴우룬과는 정말 달랐다.
“너도 내 뒤통수쳤잖아.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몰라? 네가 쳤으니 나도 쳐야지. 그래야 공평하잖아. 이게 진짜 신의지.”
“……아까부터 느낀 거지만 궤변에 능하군.”
괴우룬은 이미 포기했다.
이 자리에서 살아날 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 제로에 수렴한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앞서도 이야기했듯 이 대화에는 수많은 것들이 생략되어 있다.
괴우룬은,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눈앞의 이 남자가 지니고 있는 천존의 유물이 한 개도 아니고 무려 두 개다.
승천자들과 이 남자는 어떤 식으로든 만나게 되어 있다.
괴우룬이 보기에, 반드시 승천자와 진시후 둘 중 하나는 죽는다.
괴우룬은 후자에 걸었다.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으마.”
“그러든지.”
그대로 발을 내질렀다.
퍼걱-!
괴우룬의 머리가 터진다.
털썩, 그의 시체가 바닥에 쓰러졌다.
그대로 발에 묻은 이물질을 대충 털어 낸 진시후가 네 개의 이동석을 아공간에 집어넣은 뒤 몸을 돌렸다.
당초 계획은 독일의 모든 좀비를 정리할 생각이었는데, 기왕 바뀐 거 그냥 새로운 계획을 짜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워치를 들어 진송이에게 연락했다.
[남은 엘프가 몇 명이야?]답장은 금방 날아왔다.
[32마리.] [빠르네. 원래 100마리가 넘지 않았어?] [헬레나랑 유하도 움직였거든. 내일 중으로 전부 소탕 가능해.]진시후가 새로 세운 계획은 별거 아니었다.
엠페러.
좀비 엠페러를 죽일 생각이다.
그것을 죽이면 모든 좀비도 죽는다. 페이즈2의 챕터1은 그렇게 끝나는 거다.
길게 끌 필요 없었다.
[전부 움직이라고 해. 오늘 안에 전부 정리하게.] [……너무 서두르는 거 아니야?] [길게 끌 이유도 없잖아.] […….] [오늘 중으로 끝내자. 누나가 지휘해. 불만 있는 놈은 나한테 보내고.]잠시 동안 답장이 없었다.
한 2분 정도가 흘렀다.
[너, 괜찮은 거 맞지?] [응, 괜찮아.] [……좀비 엠페러를 잡을 생각인 것 같은데, 맞아?] [맞아.] [네가 하게?] [응, 혼자 하는 게 나을 거 같아서.] [알겠어. 지금까지 모인 힌트들 다 정리해서 너한테 보낼게.]그대로 팔을 내렸다.
왜 이렇게 불안할까.
그리고 누나에게서 온 엠페러에 대한 모든 힌트들을 확인한 진시후는.
말없이 한숨을 터트렸다.
* * *
승천자들은 꺼져버린 화면을 한동안 말없이 바라만 보았다.
할 말이 없었다.
아니, 할 말을 잃었다고 보는 게 정확한 표현일 거다.
별의 이야기는 절대로 멈춰서는 안 된다.
그냥 멈추는 것 자체가 재앙이다.
승천자들에게 재앙이라는 게 아니라, 이 모든 세상에 재앙이라는 뜻이다.
별의 이야기는 숭고하다.
방식이 잔인하여 수도 없이 많은 이들이 죽어 나간다 해도 그것은 향후, ‘미래의 인과율’을 막을 수만 있다면 언제든지 치를 수 있는 대가다.
수천 년, 그리고 수만 년의 역사 중에서 별의 이야기 자체를 완전히 깨부수려던 남자가 하나 있었다.
천존(天尊).
그는 그냥 천존으로 불렸다.
그는 유일하게 별의 이야기를 부술 뻔했던 존재였으며 승천자들은 저마다의 ‘대가’를 치른 채 그를 막았다.
하지만 천존은 절대로 만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언젠가.
머나먼 미래 혹은 까마득한 과거 중에서 누군가는 자신의 유지를 이을 것이라 생각했고 별의 이야기를 깨부술 수 있던 ‘무구’들을 이 세상에 숨겨두었다.
그 무구는 총 다섯 개.
승천자들이 알기로 다섯 개의 무구 중 한 개는 별의 이야기가, 그리고 다른 네 개가 별 곳곳에 퍼져있다.
별의 이야기가 그 무구를 지니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천존이, 죽던 순간에 별의 이야기와 거래를 했기 때문이다.
그 거래의 내용을 승천자들은 모른다. 정확히는 이 세상 그 누구도 모른다.
그 무구 중 하나가, 얼마 전 ‘진송이’의 손에 들어갔고 진송이는 그것을 동생인 진시후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괴우룬이 별 #1200에서 구했던 천존의 유물도 진시후의 손에 들어갔다.
지금 다섯 개의 무구 중 무려 ‘두 개’가 한 사람의 손에 있게 되었다.
하물며 그 한 사람이 지금 승천자들과 묘한 관계다.
여성 실루엣은 가감 없이 그냥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했다.
“그냥 무시하기에는 가지고 있는 힘이 상상 이상이던데.”
정말로 진심이었다.
사냥개였던 천마가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있건 그딴 건 전혀 관심이 없었다. 천마 주성철의 힘은 허용 범위 안에 있고 주성철이라는 인간 자체를 언제든지 밟아 죽일 수 있는 벌레였으니까.
하지만 별 #2403의 진시후는 아니었다.
천마를 제압했을 때의 그 힘.
그리고 천마를 제압한 이후 그의 몸 상태.
이 자리에 있는 이들만이 눈치챌 수 있었다.
진시후는 단 한 순간도 ‘전력’을 보이지 않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