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151)
#제151화
Chapter 1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짧게 가자. 별 #12로 가는 이동석의 위치는?”
“……말해 줄 수 없다.”
한숨을 터트렸다. 쉽게 갈 거라고는 생각 안 하긴 했는데, 그래도 쉽게 가기를 원했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뒤쪽에 손짓했다.
“야, 너희 둘 이리 와 봐.”
주성철과 이스마엘이 내게 다가온다. 둘에게 물었다.
“누가 할래?”
주성철이 말하기도 전이었다.
“제가 하겠습니다!”
이스마엘이었다.
“네가?”
“예.”
“할 수 있겠어?”
“맡겨 주십시오. 새로운 주군께 저의 가치를 증명하겠습니다.”
와락 미간이 구겨진다.
“내가 왜 네 주군이야.”
“……아니었습니까?”
“아닐걸.”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주군주군’거리나.
지금 시간으로 따지면 거의 10분도 안 됐다. 이스마엘은 내게 있어서 아직까지는 그냥 도움이 될지도 모르는 마법사, 딱 이 정도다.
이스마엘이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다.
“섭섭합니다. 저를 구해 주셨는데, 주군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고 말았다.
“됐고, 별 #12로 가는 이동석 행방이나 알아 와.”
“예, 5분이면 됩니다.”
“그려.”
“제 가치를 증명하겠습니다!”
“슬슬 부담스러워지려고 그래.”
“믿음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5분 안에 오겠습니다!”
웃으며 이프칼립토에게 다가가는 이스마엘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았다.
경험이라고 해야 할까.
내가 살아 봤는데, 저런 놈은 뭔가 숨기고 있는 놈일 확률이 높다.
물끄러미 이스마엘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주성철도 나와 마찬가지로 이스마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시선이 조금 묘하다.
“넌 또 왜 그래?”
머리를 긁적이던 주성철이 내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알아서 잘 판단할 거라 믿지만, 그래도 성좌들이나 별의 이야기에 관련해서는 제가 더 전문가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래서 말씀드리는 건데, 저 이스마엘에게 일을 맡기는 것은 시기상조인 것 같습니다.”
고개를 갸웃했다. 시기상조라고?
“그러니까. 왜?”
“아래에서부터 이곳에 올라오기까지, 저는 저 이스마엘이라는 남자의 입에서 ‘새로운 주군’이라는 단어를 정확히 세 번 들었습니다.”
“섭섭했겠네.”
“……제가 말입니까?”
“아니야?”
“제가 애도 아니고, 그런 거 아닙니다.”
피식 웃었다.
뭐, 생각해 보면 주성철은 여기 별 #875에 오기도 전에 나와 아주 깊은 대화를 나눴고, 내게 목숨까지 바치겠다며 무릎을 꿇었다.
이스마엘이랑은 분명 다른 경우다. 섭섭해할 만도 했다.
다 안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니 주성철이 와락 미간을 구긴다.
“……그런 거 아닙니다. 정말로.”
“그렇다고 치고, 계속해 봐.”
“성좌들의 세계에서 누군가를 ‘주군’으로 모신다는 건 스스로의 격을 낮추는 행위입니다.”
“그게 그렇게 되나?”
“예. 성좌들은 각각의 세상에서 괴물, 왕, 황제, 무신, 등등 붙일 수 있는 존경의 단어란 단어는 죄다 들어 봤던 이들입니다. 그렇기에 성좌들 대부분은 ‘독립적’으로 움직입니다.”
대충 어떤 맥락인지 이해를 했다. 그래서 그냥 묵묵히 들었다.
“그런데 ‘새로운 주군’이라는 단어를 쓴다는 것은 이미 이전부터 누군가를 모시고 있었다는 건데, 별 #122의 관리자이자 별을 떨어뜨렸다는 대단한 이명이 있을 정도의 존재가 모실 수 있는 존재는 매우 한정되어 있습니다. 대충 손가락 ‘아홉 개’ 정도로.”
“누군가를 모시는 건 스스로의 격을 떨어뜨리는 거라며?”
“예외가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아홉 명, 즉 구천의 지배자이자 성좌의 자리에서도 승천하여 별들의 위에 있는 존재, 연합을 꾸린 성좌들의 모임인 성운보다 훨씬 위에 있는 존재, 그런 승천자들의 수하가 된다는 것은 성좌로서 완벽한 인정을 받았다는 뜻이며 성좌들의 세계에서는 치욕이 아니라 오히려 훈장으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번에도 묵묵히 들었다.
“성운에 속해 있는 성좌들도 자신들을 누군가의 ‘수하’라고 지칭하지는 않습니다. 함께하는 ‘동지’, 내지 ‘아군’으로 지칭하죠. 자랑스럽게 누군가의 수하를 자처한다, 누군가를 모시고 있었다, 너무 뻔합니다.”
내가 어휘력이나 독해력이 모자라지 않는다.
나름 학교 다닐 때 다른 건 몰라도 국어 쪽은 반에서 1등, 2등 했고, 모의고사 때는 1등급도 여러 번 찍어 봤다.
그러니까, 주성철의 말은.
“쟤가 승천자들의 수하였다?”
“예. 이스마엘은 승천자를 모셨던 존재인 것이 확실합니다.”
“음…….”
“그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나는 모르겠지만 그대는 알고 있지 않습니까.”
“대충은 알지. 너랑 비슷해.”
“……그 정도의 존재가 왜 별 #875에 갇혔는지는 모르겠지만, 결론만 말씀드리면 매우 수상합니다.”
피식 웃었다.
“그렇구나. 너 제법이다.”
“칭찬이라면 고맙게 받겠으나, 이런 곳에서 낭비할 시간이 없습니다.”
나도 딱히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았다.
고개를 돌렸다.
이스마엘은 이프칼립토의 머리에 손을 얹은 채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뭔지는 모르지만 뭘 하는지는 안다. 아마 머릿속을 휘젓고 있을 거다.
마법 중에 정신 쪽 계열 마법을 저렇게 쓰는 애들을 몇몇 봐서 대충 안다.
마침 내 시선이 닿는 것과 동시에 무언가를 알아챘나 보다.
이스마엘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러고는 이프칼립토의 오른손을 들더니 허공에 휘저었다. 흡사 붓질하는 것 같았다.
그러자 공간이 일그러진다. 아공간이다.
그곳에 손을 넣더니 무언가를 쭉 빼냈다.
대충 보니, 이동석이다.
이스마엘이 환하게 웃었다. 그가 고개를 돌린다.
“진시후 님! 알아냈습니다!”
호칭이 변했다. 묘한 표정으로 이스마엘에게 다가갔다. 정확히는 다가가려 했다. 그가 손을 펼친다.
그의 주변에 바람이 휘몰아쳤다. 뭘까.
공격하려는 의도는 아닌 것 같은데.
“별 #12로 향하는 이동석은 22CA의 소장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
“예. 이명은 [창천검제(蒼天劍帝)], 별 #888의 최후의 생존자라고 합니다.”
“확실한 거야?”
“이프칼립토의 정신을 휘저으면서 알아낸 정보입니다. 확실합니다.”
슬쩍 주성철을 바라보았다. ‘저거 믿어도 될까?’, 이걸 눈으로 물었더니 주성철도 확신하지는 못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여하튼.
“좋은 정보는 고마운데, 네 손에 있는 그건 뭔데?”
“아, 이건 제 개인적인 일입니다. 꼭 봐야 할 사람이 있어서요.”
“아, 그래? 그 전에 잠깐 이리 와 봐.”
이스마엘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 구해 주신 건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본의 아니게 두 분이 나누는 말씀을 들었는데…… 아무래도 제가 거기로 가면 좋은 꼴은 못 볼 거 같아서요.”
“모르는 거지. 빨리 와. 한 대 맞을 거 열 대 처맞지 말고.”
“……그, 한 가지만 말씀드려도 될까요?”
“해 봐.”
“플라티가 있는 구천은 별 #12와도 연결되어 있지만 별 #2와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
“예. 구해 주신 은혜는 정말 고맙지만 이 정도로 갚았다고 치겠습니다.”
“그게 그렇게 쳐도 되는 건가? 정산할 거면 내가 정산하는 게 맞지 않아?”
“……이게,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지금 진시후 님이 너무 무섭습니다.”
“왜? 안 때린다니까? 이리 와 봐.”
“한 대 때리신다면서요.”
“안 때려. 와 봐.”
이스마엘은 대마법사였다. 확실히 대마법사가 맞다.
이유는 간단했다.
어느새 10m 정도 앞에 있던 이스마엘의 몸이 흐릿하게 변했으니까.
잔상이다.
고개를 돌렸다.
대략 100m.
꽤 먼 거리에서 이스마엘이 손에 들고 있던 이동석을 부순다. 그의 몸이 빛에 휩싸였다.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그를 바라보았다. 주성철이 뒤늦게 달려 나가려 했지만 대충 손으로 그를 제지했다.
이스마엘에게 물었다.
“야, 후회 안 하겠어?”
“……후회를 정말 많이 했는데, 제 몸이 지금 정상입니다. 이 몸으로 꼭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원래 인연이라는 게 쉽게 끊어지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분명 다시 보게 될 겁니다.”
“그런가?”
“예, 확실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때는, 지금의 이 무례를 사죄드리겠습니다. 저는 승천자 [프리고진(Prigozhin)], 비열하고 멍청하고, 버러지 취급도 아까운 새끼의 수하였습니다.”
“가기 전에 많은 거 알려 주네. 그냥 이리 오지 그래?”
“……진시후 님의 눈이 너무 무섭습니다. 제가 바보는 아닌지라 정말 많이 맞아 봐서 아는데, 지금 가면 죽기 전까지 맞을 것이 확실합니다. 그래서 도망치고 싶습니다.”
저런 유형은 또 처음 본다.
도망가겠다고 허락을 받는 놈이라니. 어이가 없었다.
옆에 있던 주성철도 어이가 없어 보였다.
“정보는 확실한 거지?”
“예, 확실합니다. 22CA, 그곳의 [창천검제]가 별 #12로 향하는 이동석을 지니고 있습니다. 만약 그게 틀렸다면 이프칼립토의 기억이 잘못된 것이겠지요. 하지만 저는 확신합니다. 분명 [창천검제]에게 있을 겁니다. 그는 [플라티]의 12성좌 중 하나니까요.”
턱을 긁적였다.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이 정도면 넘어가 줘야지.
“가 봐.”
“……감사합니다. 이 은혜도 반드시 갚겠습니다.”
금발의 미남자, 이스마엘이 열린 공간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머지않아 이스마엘의 몸이 사라졌다.
옆에 있던 주성철이 내게 묻는다.
“왜 그냥 보내신 겁니까?”
분명 나는 중간에 막을 수 있었다. 이스마엘이 공간을 부수기 전, 그가 잔상을 만들고 이동하는 그 모든 것을 눈치챘으니까.
심지어 이스마엘이 이동석을 부순 뒤에도 막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막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귀엽잖아.”
“……다른 건 몰라도 그건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그런가? 왜? 내 눈엔 귀여운데. 신선해. 도망친다고 허락을 구하는 놈이라니.”
한 번 더 강조하자면 이스마엘도 내 허락 없이 여기를 떠날 수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알기 때문에 이동석을 부순 뒤에도 곧장 이동하지 않고 나를 설득했던 거다.
만약 이동석을 부수자마자 말없이 도망쳤다면 나는 그 자리에서 이스마엘의 멱살을 잡은 채 땅에 처박아 버렸을 거다.
대충 팔을 휘저었다. 우두둑, 몸을 풀었다.
“언젠가 만나겠지. 그러니 대충 그러려니 해.”
이프칼립토의 머리 앞에서 쪼그려 앉은 뒤 손바닥으로 뺨을 쳤다.
찰싹찰싹.
“야, 괜찮냐?”
“……끄으…….”
“괜찮나 보네. 그,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입가에 미소가 그려진다.
“살려 줄까?”
“……뭐?”
“살고 싶지 않아?”
이프칼립토의 표정이 와락 구겨진다.
“……무슨 수작이지?”
“별건 아니고, 몇 개 해 줬으면 하는 게 있어서.”
“…….”
“왜? 싫어?”
싫지는 않은 듯, 이프칼립토가 고개를 저었다.
그거면 된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