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153)
#제153화
“……포인트 상점이 따로 있다. 그 상점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업적 포인트가 필요하다.”
“뭘 살 수 있는데?”
“……기술력, 문명, 과거의 초월자가 사용했던 아티펙트 등등 많은 것을 살 수 있다.”
조금 의아했다.
“기술력? 문명? 그런 걸 살 수 있다고?”
“살 수 있다.”
“언제부터 살 수 있는데?”
“phase2가 시작한 이후부터 곧장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네가 속한 별 #2403은 chapter2는 지나야 사용할 수 있을 거다.”
“이유는?”
“네가 잘 알지 않느냐.”
생각을 한번 해 보았다. 걸리는 게 없다.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이프칼립토가 한숨을 터트리며 말했다.
“……괴우룬을 죽였지 않았느냐. 괴우룬이 죽고 난 뒤 별 #2403에서 모든 고블린들이 철수했다. 관리자가 없는 별의 페널티 중 하나는 업적 상점을 뒤늦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모르고 저질렀느냐.”
“몰랐는데.”
“…….”
“아, 그리고 이제부터 네가 뒤에서 케어 좀 해 줘.”
“싫…….”
“혹시나 해서 말해 두는 건데, 싫다고 하면 이 자리에서 바로 죽일 거야.”
이프칼립토의 표정이 와락 구겨진다. 화가 난 것 같다.
“거래를 하지 않았느냐!”
“거래? 아, 그 포인트 쓰면 봐주는 그거? 그래서 살려 줬잖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야기 끝난 거고, 이건 새로운 거래야.”
“……이런 생양아치 새끼…….”
“어허, 말 곱게 해야지. 이거 전체 이용가야, 인마.”
“…….”
“뒤에서 케어 좀 해 줘. 업적 포인트도 좀 지원해 주고, 우리 현이한테도 잘해 주고. 그러면 또 모르는 거 아니야? 현이가 네 화신이 될 수도. 내가 인마.”
팔을 들어 이프칼립토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 현이한테 그 정도는 돼. 현이한테 너의 화신이 되라고 하면 생각할 필요도 없이 딱 1초 만에 현이는 너의 화신이 되는 거야. 이야, 괜찮지? 내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우리 현이가 괜찮은 애거든. 잠재력은 뭐 더 말할 것도 없고. 아마 너 정도까지는 성장할걸?”
딱히 이프칼립토도 내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럼 거래하는 걸로 알고 있으면 되나?”
“……좋다.”
거래는 성립됐다.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 잠깐.
“우리 누나한테 화신이 되라느니, 이딴 염병질은 하지 마. 애초에 넘어갈 생각도 없겠지만, 그딴 거 하면 너는 물론이고 정령이란 정령은 죄다 죽일 거니까. 이해했지?”
“……이해했다.”
“오케이. 그럼 일 봐.”
그런데, 아까 이스마엘이 뭐라 했더라.
22CA라고 했던 거 같은데.
“야, 이프칼립토야.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묻자.”
“……뭐지?”
“22CA, 거기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냐?”
이프칼립토가 손을 들어 서쪽을 가리켰다.
꽁초를 구석에다 대충 던졌다. 이제 여기 29CA에서의 볼일은 없다.
“성철아, 가자.”
“……예.”
* * *
진시후는 이곳 별 #875라는 곳에 대해서 아는 게 거의 없다.
끽해야 감옥이라는 게 있고, 잘못을 저지른 이들, 성좌를 비롯한 이들이 유배를 온다는 것, 그리고 한번 유배를 오게 되면 다시는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거.
딱 이게 전부다.
그래서, 천마와 함께 29CA에 있는 소장의 궁전을 나섰을 때, 별 #875라는 곳에 대해 약간의 궁금증이 생겼다.
“탁하네, 공기가.”
“……탁한 수준이 아닐 겁니다. 이곳의 공기는 ‘오염된 공기’니까요.”
진시후도 바보는 아니었다. 물끄러미 주변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어두웠다.
어두웠지만, 정말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데 이게 ‘밤’이기 때문은 아니었다.
저 어두운 하늘 위에 새파란 하늘이 있다는 것을, 진시후는 확실하게 눈치챘다.
공기를 마셔 보았다.
보통의 사람이었으면 한 모금 마시자마자 죽었을 거다. 탁한 수준이 아니었다. 공기 내부에 있는 이 악질적인 기운, 이 기운은 몸속으로 들어오자마자 무슨 염증을 없애려는 백혈구 마냥 신체 내부의 모든 것을 찢어발기고, 부수고.
“어후, 이건 좀 심하네.”
어떻게 보면 이건 일종의 감탄이었다.
“대체 무슨 악의가 있어야 여기를 이 지경으로 만들 수 있을까.”
“……무언가를 느끼신 겁니까?”
오히려 진시후가 의아해했다.
“넌 몰라?”
“……모릅니다. 별 #875는 유배지라고만 알려져 있지, 세부 정보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거의, ‘삭제’되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삭제?”
“너무 당연한 사실이지만, 별 #2403, 그리고 별 #875, 별 #1. 이 뒤에 붙는 숫자들은 별의 이야기가 진행된 순서를 의미합니다. #2403은 2403번째, #1은 첫 번째, #875는 875번째. 저도 확실하게는 모르지만 별 #875의 모든 이야기가 끝난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거의 사천 년은 되었습니다. 더 되었을 수도 있고요.”
“그래? 생각보다 기네. 그런데 정말 모르겠어?”
“……모르겠습니다. 이곳의 공기에서 무엇을 느끼신 겁니까?”
진시후는 정말 깔끔하게, 단 한마디로 압축해서 말해 주었다.
“한 사람의 악의.”
“……한 사람의 악의요?”
진시후가 손을 내밀었다. 펼쳐진 오른손 위에 공기가 모인다.
그것은 곧 작은 원이 되었다. 사람들은 보통 공기를 묘사할 때 흰색을 이야기한다.
보통 그게 맞긴 하다.
진시후 정도의 강자들은 허공의 기운들을 한곳에 응축시킬 수 있는데, 마나의 색은 보통 파란색, 공기는 투명함에 가까운 흰색, 대충 이런 식이다.
지금 진시후는 공기를 응축시켰다.
그리고 그것의 색깔은 칠흑처럼 어두웠다. 심지어 벌레처럼 꿈틀거리기까지 했다. 진시후가 작은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이거 한 놈이 한 거야. 공기에 장난질하는 거. 이게 말이 쉽지, 대단해. 이 정도로 감탄해 본 적이 없는 거 같은데 대단해.”
그 진시후가, 한 번도 아니고 대단하다는 말을 무려 두 번이나 했다.
의도야 어찌 되었든 감탄은 진심이었다.
“별 하나를 멸망시킬 정도의 악의. 그 악의를 실현시킬 정도의 힘. 재미있네. 사천 년이라고?”
“한 별에서 이야기가 끝난 이후 다른 별에서 곧장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준비 기간도 있고, 그런 걸 대충 감안해 보면 그냥 사천 년이 아니라 최소 사천 년입니다.”
“흥미롭네.”
이 정도면 충분했다.
진시후가 마저 걸음을 옮긴다. 천마도 걸음을 옮겼다.
황폐화된 사막을 두 남자는 가로질렀다.
문명의 흔적 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사막이었다.
두 남자는 한동안 그렇게 쭉 걸었다.
걸어간 시간만 따지면 거의 삼십 분은 넘을 거다.
진시후가 말했다.
“성철아.”
“……예.”
“뛰어갈까? 너무 오래 걸리네.”
“그러시죠.”
자연스럽게 두 남자는 뛰기 시작했다.
발이 땅에서 튕겨져 나갈 때마다 두 남자의 몸은 수십 미터씩 이동했다.
엄청난 속도로 이동하던 두 남자는 흠칫, 동시에 자리에서 멈췄다.
바다였다.
검은색의 바다. 흡사 타이탄에서 진시후가 주로 보던 흑해와 같았다.
“타이탄에서 비슷한 걸 본 적이 있는…….”
말이 끊어진다.
검은색의 바다를 바라보던 진시후의 시선이 어느 한구석으로 향한다.
진시후의 표정이 정말 괴상하게 변했다.
이게 뭐지.
뭔가 영화에서 이런 비슷한 장면을 본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이 나오는 게 당연했다.
진시후가 걸음을 옮긴다.
진시후가, 손을 들어 코앞에 있는 ‘건축물의 일부’를 매만졌다.
실제로 가서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영화나 사진, 진시후는 여러 가지 매체에서 이것을 봐 왔다.
미국 뉴욕 리버티섬에 세워진 93.5m의 키에 204t의 엄청난 크기와 무게를 자랑하는 여신상.
그것은 아메리칸드림의 상징이라 여겨진다.
머리에는 7개의 대륙을 나타내는 뿔이 달린 왕관을 쓰고 있고, 오른손은 횃불을 치켜들고, 왼손으로는 독립 선언서를 안고 있는 그것의 이름은, 자유의 여신상이다.
지금 진시후가 매만지고 있는 이것의 이름도 자유의 여신상이다.
너무나도 오랜 시간 동안 방치되어 색이 바랬지만 분명하게 알아볼 수 있었다.
진시후가 바보도 아니고, 어렸을 적 공부도 꽤 했다. 그리고 우연찮게도 이곳으로 오기 전 지구에서 보았던 드라마가 바로 자유의 여신상에 관련된 드라마였다.
‘JULY IV MDCCLXXVI.’
여신상이 든 책에 쓰여 있는 단어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모를 리 없다.
로마 숫자로 1776년 7월 4일.
미국의 독립 기념일이다.
왜 이게 여기에 있는 거지?
진시후가 고개를 돌렸다.
“이거 뭐냐?”
“……저도 처음 보지만, 설명은 할 수 있습니다.”
“해 봐.”
“……이곳 별 #875는 ‘지구’입니다.”
미간을 구겼다.
“뭔 소리야.”
“이곳은 지구가 맞습니다. 그것도 ‘과거’의 지구.”
진시후의 표정이 구겨진다.
그때였다.
“허허, 별 #875에서 탈옥을 하다니. 정말이지, 간이 부어도 단단히 부은 새끼들이구나.”
진시후와 천마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꺼져. 생각 좀 하게.”
22CA의 소장.
[창천검제]는 방금 들은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뭐라?”
“꺼지라고.”
창천검제가 헛웃음을 터트린다.
성좌다.
성좌로서 상위권의 강자로 추앙받아 왔다. 감옥을 관리하며 ‘그분’들의 충성심도 얻었다.
거리낄 게 없는 창천검제는 이곳 22CA에서 왕 그 이상이다.
그가 자리를 박찼다.
진시후가, 몸을 돌리며 손등을 휘두른다.
꽈아아아아앙-!!
창천검제의 의식이 날아갔다.
창천검제는 그냥, 얼굴에 무언가 맞았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바닥에 처박힌 창천검제의 얼굴을 짓밟으며, 진시후가 말했다.
“마저 말해 봐. 납득이 가게.”
* * *
수많은 천문학자들은 말한다.
전 우주에 외계인이 존재할 확률은 99.99%라고.
그나마 100%가 아닌 이유는 아직 만나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대격변이 시작된 이후, 천문학자들을 비롯한 세상의 모든 학자, 모든 직장인, 모든 백수, 은퇴한 이들이 입을 모아 말한다.
외계인이 존재할 확률은 이제 100%라고.
태양계가 수천억 개 모여 은하를 형성하는데, 이 은하가 현재 알려진 것만 조 단위가 넘는다.
그렇다면 다른 은하에 살고 있는 생명체들은 어떤 삶을 살아갈까.
평행 우주처럼 또 다른 내가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혹은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판타지 세상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지 않을까.
전부 정답이다.
실제로 평행 우주처럼 똑같은 지구가 우주에 여러 개 존재한다. 몇몇은 망했고, 몇몇은 아직도 흥하고 있으며 몇몇은 아직 신석기 시대도 벗어나지 못했다.
역사는 반복된다.
이 부분에서 진시후는 고개를 갸웃했다.
“역사가 반복되고, 평행 우주가 있다. 다 이해했는데 이상하잖아.”
“무엇이 말입니까?”
진시후가 검지로 자유의 여신상을 가리켰다.
“이게 왜 여기에 있는지는 설명이 됐는데, 왜 여기에 적혀 있는 숫자가 이거냐고.”
‘JULY IV MDCCLXXVI.’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