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158)
#제158화
눈앞의 이 남자는 괴물이다. 진정한 의미의 괴물.
진시후가 정말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이쪽 세계의 ‘우리 누나’는 어디에 있어?”
한정아는 생각했다.
진시후.
이 이름 석 자는 적어도 구원 길드의 인원들이 잊을 수 없는 이름이다.
구원 길드의 1대 마스터.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강대국으로 키운 여인.
적어도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의 존경을 받던 여인.
그런 그녀의 친동생이자,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겼던 인물.
그리고.
그런 진송이를 파멸로 이끈 원흉.
그게 진시후다.
진송이가 어떻게 되었냐고?
“구원 길드의 1대 마스터이자, 대한민국의 영웅인 진송이 님은 4년 전에 사망했습니다.”
와락, 미간이 구겨진다.
죽었다고?
“왜?”
질문에 한정아는 말뚝을 박았다.
“친동생, 진시후에 의해 사망했습니다.”
* * *
‘태초의 역사’.
굵디굵은 역사들, 그리고 그 역사 내부에서 살아 숨 쉬는 이들.
세상은 넓다.
온갖 변수가 가득하다.
사람들 하나하나의 개성은 다르고, 각자가 마주한 환경과 만나 왔던 사람들에 의해 개인의 성격은 변한다.
태초의 영혼은 백지다.
백지에 어떤 그림이 그려지고, 어떤 글자가 쓰이느냐에 따라 영혼이 완성된다.
그러나 간혹, 환경에 상관없이 일정한 길을 걷는 이들이 존재한다.
그런 이들이 존재하기에 ‘태초의 역사’가 쓰이는 거다.
리셋을 한 별이든 아니든, 심지어 기원전부터 ‘마나’의 존재가 알려져 있든, 아니면 2000년대 이후에 알려지든.
결국 일정한 길을 걷는 영웅은 반드시 등장한다.
별 #12의 진송이는 별 #2403의 진송이와 거의 흡사했다.
어린 시절, 진급에 실패해 대위로 전역한 진태섭과 국군 간호 장교로 근무하던 어머니는 진송이의 나이 12세 때 이혼했다.
진태섭은 진시후를, 어머니는 진송이를.
그렇게 가족이 갈라졌고, 진송이의 나이 20세 때 운명처럼 진송이의 어머니는 타이완으로 파견 나갔다가 사고를 당해 운명했고 진송이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진송이는 어렸을 때부터 각성자였다.
정부 산하 기관인 ‘한국 각성자 협회’ 소속이었으며 이곳에서 힘을 길렀다.
별 #2403처럼 게이트가 열리거나 그러지는 않았지만, 주기적으로 별 #12의 각성자들은 ‘어비스’로 이동해 그곳에서 괴물들과 싸운다.
진송이는 항상 독보적이었다.
그리고 올곧은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
어비스가 사라진 세상이 오기를 원했고, 대한민국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다.
단 한 순간도 불만 따위 터트리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진송이는 대한민국의 중심이 되었고, 구원 길드를 설립해 대한민국을 강대국으로 이끌었다.
문제는 어비스뿐만이 아니었다.
별 #12에는 지배자가 있다.
그는 10년마다 주기적으로 ‘라그나로크’를 여는데, 그 라그나로크에는 최종 우승자와 준우승자의 국가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국가의 인구 10%가 사망한다.
이건 법이고 규율이다.
헌법, 혹은 국제법으로 규정되어 있지는 않지만 지배자가 진행하는 일이다.
그의 말은 일반법을 초월하며 어기는 즉시 죽음이 내려온다.
또한, 라그나로크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하지 못한 이들 또한 죽는다.
라그나로크는 10년마다 열려 왔고, 인류에게는 그게 당연한 일이 되었다.
자연스럽게 라그나로크에 나서는 인물들은 해당 국가에서 가장 강한 자들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가 그렇듯, 각성자를 더 키우기 위해, 그리고 미래를 위해서 일부러 약한 이들을 내보내는 경우도 있었다.
진송이는 아니었다.
그녀는 22세의 나이에 처음 라그나로크에 입성했고, 그곳에서 우승했다.
또한 32세의 나이에도 라그나로크에 참가했으며 또다시 우승했다.
분명한 진실이다.
진송이는, 대한민국의 중심이었고 현 세계에서 가장 강한 여인이었다.
그리고 그런 진송이가 4년 전에 사망했다.
이유는 별게 아니었다.
아버지였던 진태섭과 같이 자란 진시후는 별 #2403의 그 진시후가 아니었다.
진시후는 진송이에게 독을 먹였고, 약해진 진송이를 다른 각성자들이 습격했다.
진송이는 그렇게 죽었다.
그나마 깨끗하게 죽었다는 게 위안 삼을 일이지만, 그 이후 대한민국은 매우 어지러워졌다.
구원 길드의 1팀장이었던 한정아가 진송이의 뒤를 이어 구원 길드의 제2대 마스터가 되었고, 혼란을 수습했다.
한정아는 가능성이 있는 여인이었다.
강했고, 또 강해졌다.
자연경에 입성했고, 다음 라그나로크를 준비했다.
진송이를 죽인 버러지들을 전부 잡아 죽일 생각이었다. 그녀는 충분한 힘이 있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 지금 한정아만 한 강자가 없다는 게 문제였다.
대통령이 한정아를 라그나로크에 참가시키지 않을 거라 말했으나 국민들은 한정아를 라그나로크에 참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라그나로크의 우승자와 준우승자가 아니면 해당 국가의 불특정 인구 10%가 사망하니 국민들로서는 당연히 가장 강한 한정아를 내보내 최소 준우승은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아니었다.
한정아는 최후의 보류다.
이번 라그나로크는 포기하고 향후 10년 동안 힘을 더 키워 도전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정부의 입장은 완강했다.
그 부분에서 대립이 있었고, 그래서 시위대가 미쳐 날뛴 거다.
별 #2403에서 왔다는 두 남자에게 이 모든 이야기를 전해 준 한정아가 숨을 몰아쉬었다.
복잡했다.
그리고 그 감정에 진시후는 공감했다.
오히려 한정아의 그것보다 더 복잡했다.
그러니까.
“내가, 누나를 죽였다고?”
“……당신이 아니라, 이쪽 세계의 진시후가 죽인 거죠.”
“그거나 그거나, 기분이 좀 그러네.”
담배를 입에 문 뒤 불을 붙이는 진시후를 바라보았다. 그의 발밑에는 담배꽁초가 정확히 네 개가 있었다. 저게 다섯 번째다.
“호칭부터 통일해야겠네. 별 #12 진시후, 12진시후, 뭐가 좋을까.”
대답은 주성철이 했다.
“별 #12의 진시후, 줄여서 12진시후라고 부르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그래, 그럼 그렇게 하자. 한정아야.”
바로 말을 놓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12진시후 어디에 있냐?”
그렇게 묻는 눈앞의 이 남자는, 앞서 말한 대로 12진시후와 다르다. 2403진시후에게 한정아가 말했다.
“미국에 있습니다.”
“그래? 그럼 미국으로 가자.”
“……미국으로요?”
“어, 미국. 그 새끼 면상 좀 보자.”
“……진심이세요?”
“그럼 이 상황에서 드립치고 있으리?”
“…….”
“건물 보니까 꽤 크던데, 전용기 있지?”
“있죠.”
“바로 출발하자.”
그날, 구원 길드의 전용기가 미국으로 향했다.
* * *
12진시후는 생각했다.
살 만한 인생이라고.
가끔 아버지가 돈을 달라며 생떼를 부리긴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돈? 많다. 인맥? 장난 아니다. 지금도 워치를 켜고 1번을 누르고 통화 버튼을 누르면 현직 미국 대통령의 개인 번호로 연락이 간다. 그리고 명성.
이게 조금 애매한데, 그래도 악명도 명성은 명성이다.
대한민국에서만 역적이고 미국과 다른 국가에서는 거의 국빈 대접을 받는다.
그럴 만도 했다.
어비스는 그렇다 치고, 라그나로크는 너무나도 직접적인 위협이다.
어비스가 열린다 해도 일반인들이 죽는 게 아니다. 대부분 각성자가 나서고 각성자가 나섰는데도 막지 못한다면 그때 일반인이 죽는다.
하지만 라그나로크는 아니다.
라그나로크로 10년 주기로 한 국가의 인구수 10%가 사망하는 것은 연례행사나 다름없는 수준이다.
대한민국의 진송이, 12진시후의 친누나는 괴물이었다.
강했고, 편법이 아니었다면 아마 향후 50년, 즉 5차례의 라그나로크에서 대한민국이 우승했을지도 모른다.
그걸 막았다.
그러니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이 12진시후를 국빈 대접하는 거다.
진송이를 제외한 다른 이들의 수준은 고만고만하니까.
흑자는 말한다.
왜 배신했냐고. 왜 친누나의 뒤통수를 쳤냐고.
치지 않았더라면 그냥 진송이의 친동생으로서 부와 명예를 누리고 대접도 제대로 받을 수 있었을 텐데.
분명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인 일에 다른 이들이 왈가왈부하는 것만큼 의미 없는 짓은 없다.
진시후는 아버지 진태섭과 살았다.
진태섭은 폭력적인 사람이었고 단기적인 것밖에 보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어릴 때부터 맞고만 살았다. 어머니와 갈라진 이후, 12진시후는 어머니를 원망했다. 그리고 친누나도 원망했다.
왜 나를 데려가지 않았나.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12진시후가 배울 수 있는 거라고는 폭력과 아집, 그리고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눈앞에 있는 것만 바라보는 좁디좁은 시야.
이런 거 말고는 없었다.
12진시후의 속내에 열등감이 쌓여만 갔다.
진송이는 훨훨 날아다니는데 자신은 날개조차 없이 땅바닥에 기어만 다닌다.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세계를 안정화시키는 일? 하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을 구하는 일? 하고 싶었다.
모두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 되는 것도 하고 싶었다.
원치 않았다.
이런 삶을 원치 않았다.
날아다니는 친누나의 날개를 꺾어 버리고 싶었다.
그래야 내가 의미 있는 사람이 될 테니까, 세계에서 중요한 사람이 될 테니까.
그래서 꺾었다.
후회? 안 한다.
남들이 뭐라 하든, 할 일을 했다.
원하던 결과를 얻었다.
진송이는 죽었다. 대한민국? 알 바인가.
12진시후는 위스키를 물처럼 들이마시며 폭소를 터트렸다.
너무 재미있었다.
살 만한 인생이다.
그때였다.
“이 새끼 봐라.”
와락, 12진시후의 미간이 구겨진다. 지금 12진시후가 있는 곳은 미국 워싱턴주에 있는 개인 호텔의 수영장이다.
여기에 여러 모델들을 불렀다.
정확히 남자는 12진시후 1명뿐이다.
거기에 9명의 여성 모델.
한국인은 일절 없다. 자신을 제외하면 전부 서양인들이다.
그리고 밖에는 12진시후의 가드들이 있다. 전부 수준급의 각성자다. 미국이라는 국가에서 지원해 준 그런 각성자.
그리고 12진시후는 자신의 주변에 ‘한국인’이 오는 것을 싫어한다.
자기가 한 짓이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한국인은 가능하면 철저하게 배제한다. 그런데 지금 머리 위에서 들린 소리가 한국어로 이루어져 있다.
이건 문제가 된다.
그대로 고개만 위로 들었다.
그리고, 들고 있던 잔을 수영장에 빠뜨리고 말았다.
“……뭐야, 이거. 꿈인가?”
“꿈이겠냐?”
씻을 때마다 거울을 보기에, 12진시후는 자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안다.
지금 눈앞에 거울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똑같이 생긴 놈이 있는 거지.
어이가 없었다. 심지어 목소리도 같다.
“누나 죽였다며?”
“……너 누구야. 가드!”
고개를 저은 2403의 진시후가 그대로 손을 뻗었다.
12진시후의 머리채를 잡은 채 그대로 수영장에서 끌고 나온 뒤 벽을 향해 집어 던졌다.
꽈아아앙-!
벽이 부서지며 12진시후의 몸이 바닥에 나뒹군다.
그의 왼손 중지에 있던 반지 하나가 파스슥 소리를 내며 그대로 부서졌다.
이 반지는 아티펙트다.
‘치명상’에 달하는 타격을 입을 경우 그것을 1회 막아 주는 것과 동시에 소멸하는 최상급 아티펙트.
지금 그게 부서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