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159)
#제159화
방금 집어 던져진 게 그 정도의 충격이라는 뜻이다.
고작 벽에 박힌 건데 이게 치명상이라고?
그럴 리 없다.
12진시후의 온몸에서 새하얀 연기가 빠져 나갔다.
아무래도 몸 안에 마나를 주입시켰나 보다. 양이 장난이 아니다. 그 짧은 새에 이게 가능한가?
어이가 없는지, 헛웃음을 터트린 12진시후가 고개를 들었다.
바닥이 울린다.
확실했다.
가드를 부르는 자신의 소리를 들은 게 분명하다. 지금 올라오는 가드들을 놈이 어떻게 당해 낼까.
미국에서 최강이라 불리는 ‘헬리오스 길드’의 최정예 각성자들이다.
그대로 고개를 들었다.
12진시후는, 그대로 모든 행동을 멈췄다.
뭐야, 이거.
빠아악-!! 빠악-! 뻐어억-!
가드들이 날아간다. 한 명은 벽에 처박히고, 한 명은 수영장에 빠지고, 한 명은 건물 밖으로 튕겨져 나가고.
다른 한 명은 그 자리에서 머리가 터지고.
엄청났다.
자신과 똑같이 생긴 남자가 행한 것이 아니었다. 다른 남자가 하나 더 있었다.
그는 굉장히 긴 더벅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움직임이 보이지도 않았다.
가드들이 순식간에 나가떨어진다.
그제서야, 12진시후는 볼 수 있었다.
“……너…… 너……?”
자신과 같은 얼굴의 남자에게 한 말이 아니다. 그 남자의 옆에서 당장이라도 죽일 듯, 어마어마한 살기를 뿜어내고 있는 여인 때문이었다.
면상에 씌워져 있는 가면을 보고는 확신했다.
“……한…… 정아?”
“아는 척하지 마. 내 손으로 죽여 버리고 싶은 거 참고 있는 거니까.”
그런 한정아의 어깨에 자신과 똑 닮은 얼굴의 남자가 손을 올린다. 잠시 비켜 보라는 뜻이었고 한정아는 순순히 자리를 비켰다.
12진시후가 알기로 한정아는 저런 여자가 아니다.
자기 몸에 누군가 손대는 것을 극도로 혐오하는 여자가, 저렇게 순순히 비킨다고?
진짜 꿈인가?
남자가 12진시후의 앞에 와서 쪼그려 앉으며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그러자 멀리 있던 더벅머리의 남자가 번개처럼 다가와 불을 붙여 준다.
만족한다는 듯 연기를 마신 남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생각해 보면, 꽤 재미있어.”
“…….”
“무수한 인과의 갈래 속에서 너 같은 결과물이 나타난다는 건…… 이게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증거겠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냐.”
“이거 머가리도 퇴화됐나.”
말을 잠시 멈춘 남자가 이 상황이 웃긴 듯, 실소를 터트리며 말을 이었다.
“아, 그전에 내 소개를 해야 하나?”
남자가 품에서 담배 하나를 꺼내 들더니 12진시후에게 건넸다.
“난 너야. 별 2403의 너.”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야, 이 미친 새끼가.”
진시후가 웃음을 터트린다.
“재미있네, 새끼.”
그대로 담배를 구긴 진시후가 물었다.
“됐고, 그,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 아무리 다른 별이어도 우리 누나는 누나거든. 내가 도저히 불쾌해서 안 되겠더라.”
“…….”
“해야 할 일이 있었는데 그 전에 이거부터 처리하려고. 그래서 묻는 건데, 우리 누나가 죽던 그 자리에 있었지?”
“……우리가 아니라, ‘내 누나’다.”
진시후가 손을 뻗어 12진시후의 머리채를 잡은 뒤 아직 불이 붙어 있는 담배로 12진시후의 눈을 지졌다.
치지직.
“끄아악-!”
“내가 지금 말도 안 되게 쪽팔리거든. 아무리 세상이 달라도 ‘나’라는 놈이…… 어휴, 됐다. 뇌 한쪽 없는 새끼 상대하는 거처럼 말이 안 나와. 그러니 주둥이 여물고 묻는 말에만 답해, 새끼야. 팔다리 다 찢어서 죽여 버리기 전에.”
고통은 잠시였다. 딸꾹질이 나온다. 온몸이 공포에 잠식되었다.
2403의 진시후와는 다르다. 12진시후는 겁쟁이고, 약자였고 비겁한 버러지였다.
“우리 누나가 죽던 그 자리에 있었지?”
“……네,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새끼들 중에 지금 여기로 부를 수 있는 새끼 있어?”
“……한 명 있습니다.”
“고작 한 명?”
“……두 명까진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래? 다행이네. 그럼 지금 여기로 불러.”
“……제가…… 요?”
“어, 네가요. 불러.”
“불러 주시면…… 살려 주시는 건가요?”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었다.
진시후가 12진시후의 어깨를 짚으며 한쪽 눈을 찡긋했다.
“잘 생각해 봐. 난 너야.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그 두 새끼나 여기로 불러.”
“……네, 알겠습니다.”
12진시후가 워치를 들어 누군가에게 연락했다.
그리고는 환한 표정을 짓는다.
“됐습니다. 지금 바로 오겠답니다!”
“잘했어.”
머리를 쓰다듬던 진시후가 옆에 있는 한정아에게 말했다.
“그, 내가 말을 할까 말까 했는데, 내가 우리 세계의 너랑 그렇게 많은 대화를 나눠 보지 못했어.”
“……그런가요?”
“어. 날도 더운데 가면에 드레스 입고 다니는 게, 좀 정신이 온전치 못한 사람 같더라고.”
“……패션의 한 부분으로 이해해 주시면 안 될까요? 어떤 마음인지 제가 알 거 같은데.”
“여하튼, 이쪽 세계의 우리 누나가 가장 믿는 사람이 결국 너였다는 거잖아? 그래서, 선물 줄게.”
“선물…… 이요?”
무슨 말인지 한정아는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곧 이어지는 진시후의 말에 그녀는 완벽하게 이해하고야 말았다.
“죽여. 양보해 줄게.”
12진시후가 급하게 외쳤다.
“살려 주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내가 언제?”
“……네?”
“미치겠네. 내 얼굴로 그런 얼빵한 표정은 짓지 않아 줬으면 좋겠어.”
“……살려 준다고, 했잖습니까.”
“그러니까,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냐고.”
“…….”
“‘잘 생각해 봐. 난 너야.’, 이렇게만 말했잖아. 이걸 어떻게 해석하면 살려 준다고 받아들일 수가 있냐. 야, 이 새끼야. 왜 살 생각을 해. 넌 오늘 뒈져. 그게 맞아.”
네가 뭔데 그걸 결정하냐고 묻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다.
진시후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야, 한정아야. 뭐 하냐. 이 새끼, 말 더 많아지기 전에 가서 죽여 버려.”
잠시 고민하던 한정아였지만 이내 입가에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12진시후의 머리채를 잡아챘다. 그리고는 안 보이는 곳으로 그를 질질 끌고 갔다.
그런 한정아에게 진시후가 깜빡했다는 듯 물었다.
“그런데, ‘홍현’은 어디에 있어?”
한정아가 의아하다는 듯 되물었다.
“‘홍현’이요? 그게 누군데요?”
그 반응에 진시후가 더 의아해했다.
“‘김민재’도 있고 ‘윤지후’도 있고 ‘정효주’도 있고, ‘정성주’도 있다며? 그런데 홍현이 없어?”
“……죄송하지만 그 이름을 저는 지금 처음 들어 봐요.”
묘한 느낌이 들었다.
영혼이 같다면, 분명 홍현은 존재해야 한다. 중간에 죽었더라도 이름 정도는 알리고 죽었을 거다.
홍현의 잠재력을 진시후는 그 누구보다 잘 아니까.
그런데 ‘처음’ 듣는다고?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곧 여기 온다는 그 두 명은 누구야?”
“……미국 최고의 각성자인 ‘제이미 윌슨’, 그리고 현재 영국 최강의 각성자인 ‘이사벨라 케인’이에요.”
다 익숙한 이름들이다.
진시후는 웃으며, 수영장 선베드에 그대로 드러누웠다.
* * *
12제이미 윌슨의 구겨진 미간은 좀처럼 펴지지 않았다.
방금 온 메시지 때문이다.
[내 누나에 대해서 깊게 할 이야기가 있어. 워싱턴 호텔 스위트룸으로 와.]자존심 강한 제이미 윌슨이지만 그가 가진 책임감은 진짜였다. 그런 제이미가 판단하기로 진송이는 분명 대단한 여인이었다.
거슬렸던 적도 있다. 어비스에서는 동료지만 라그나로크에서는 적이다. 그런 그녀를, 제이미는 ‘존경’했다.
라그나로크에서 무려 두 번이나 격돌했다.
그리고 두 번 모두 제이미는 준우승을 했고, 두 번 모두 진송이는 우승했다.
아마 진송이가 계속 살아 있었더라면 향후 서너 번 이상은 더 우승했을 거다.
진송이가 가진 [광명구체]는 강했고, 빨랐다.
또한 그 구체의 활용도 진송이는 자유로웠다.
몸에 구체를 두르기도 하고,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 구체를 만들기도 했으며 차지하고 있는 공간 전체를 구체로 만들기도 했다.
[영역 선포]라는 고유 스킬을 가진 제이미도 안다.솔직히 [광명구체]보다 [영역 선포]가 더 기술적으로 우월하다는 것을.
그럼에도 졌다.
이유는 간단했다.
진송이의 진짜 강함은 스킬이 아닌 그녀 스스로의 의지에서 나오니까.
그녀는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우월했다.
그녀가 존재하는 한, 미국은 우승할 수 없다.
오직 준우승으로만 만족해야 한다. 한 걸음이라도 삐끗하면 인구의 10%를 잃는, 그 어중간한 2위.
그거에 만족할 수 없다.
존경하는 진송이에게 미안하지만 제이미는 결심해야 했다.
그녀가 죽던 마지막 순간, 그녀는 제이미에게 말했다.
‘……죄책감 가지지 마.’
‘가지지 않는다.’
심장이 뚫려 차가운 바닥에서 죽어 가던 진송이가 피식 웃었다.
‘웃기지 마. 그럼 왜 울고 있는데.’
눈가가 촉촉하다 싶더니,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나 보다.
그 제이미 윌슨이, 부모가 죽었을 때도 눈물 하나 흘리지 않았던 그가 지금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한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넌 해야 할 일을 했던 거야. 고개 들어.’
고개를 들었다.
하늘을 바라본 뒤 다시 시선을 내렸다.
이미 진송이의 숨은 멎어 있었다.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그제서야, 제이미 윌슨은 자신이 품고 있던 감정을 깨달았다.
진송이를 동경하고, 존경하던 게 아니다.
죽었다 깨어나도 절대 따라 하지 못할 그녀의 올곧은 심성, 그리고 죽음을 마주한 상황에서도 초연할 수 있는 태도.
후회와 아쉬움이 가득했을 테지만 그것마저 감춘 채 자신을 ‘배신’한 이들에게 관용까지 베풀어 주는 배포.
정신력, 신체적인 강함, 가지고 있는 외모도 아름다웠지만 그 내면이 너무나도 찬란했다.
가질 수 없음을 알기에, 또한 너무나도 가지고 싶었기에 그 감정이 질투로 표현이 되었다.
제이미 윌슨은, 진송이를 사랑했다.
자신의 진짜 감정을 확인한 제이미는 그제서야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렸다.
떨리는 손으로 진송이의 시신을 끌어안았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날 이후로, 제이미는 매일매일 똑같은 악몽을 꿨다.
진송이가 죽던 그 순간이 담긴 그 꿈에 제이미는 매일 눈물을 흘리며 일어난다.
무너질 수 없었다.
진송이는 왜, 마지막에 죄책감을 가지지 말라는 말을 남겼을까.
간단했다.
진송이는 제이미가 품고 있던 마음을 알고 있던 거다.
또한, 제이미가 무너지지 않게 유언을 남긴 거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각성자.
진송이가 죽으면 그다음은 제이미 윌슨의 시대다.
제이미의 힘은 다른 국가의 각성자들보다 월등하다.
그나마 영국의 이사벨라 케인과 중국의 이강이 제이미를 따라잡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격차가 꽤 벌어져 있다.
제이미가 무너지면 ‘어비스’를 막지 못한다.
제이미는 무너질 수 없었다.
죽는 순간까지 매일매일 후회할 것이다. 그리고, 죽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저벅저벅.
걸음을 옮겼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은 진작부터 느꼈다.
주변에, 정확히 9명의 가드들이 제각기 다른 형태로 죽어 있었다. 곳곳에는 선혈이 낭자했으며 저쪽 벽에는 등을 기대고 있는 더벅머리의 남자 한 명과 제이미도 익히 아는 현 구원 길드의 마스터인 한정아가 있었다.
제이미는 선베드에 누워 있는 ‘진시후’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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