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163)
제163화
“동행, 권?”
“네. 여유롭게 있으니 걱정 마시고요. 같이…… 가실래요?”
진시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진시후의 곁으로 천마가 다가온다. 같이 갈 거라고 생각했나 보다.
“성철아.”
“예, 주군.”
“너는 여기 남아.”
“…….”
“솔직히, 넌 다 알잖아.”
“……다 알긴 하지만 제가 아는 건 ‘중원’에 대한 스토리입니다. 성좌가 된 이후에는 승천자들의 사냥개로 활동했기에 누구의 배후성이 된다거나 하는 일도 일절 없었습니다…….”
“궁금해도 안 돼. 너까지 가면 재미없잖아.”
진시후는 이미 마음을 굳혔다.
천마는 여기에 두고 갈 거다.
“오래 안 걸리니까, 좀 놀고 있어.”
고개를 끄덕이는 천마를 뒤로하고 진시후와 한정아는 어비스로 입장했다.
* * *
[메인 스토리 #88, 이무기의 동면] [당신은 아시아 소속입니다.] [가장 가까운 곳으로 배정됩니다.] [이곳은 도쿄입니다.] [도쿄 내에 있는 멸망의 근원을 찾아 섬멸하십시오.] [클리어 시, 기여도 1위에게는 10,000 업적 포인트가 분배되며 2위와 3위에게는 5,000 업적 포인트가 분배됩니다.]메시지가 연이어 들려온다.
[당신은 별 #12의 플레이어입니다.] [보유한 라이프는 ‘5개’입니다.] [배후성, ‘장렬하게 불타 죽은 장군’이 가호를 부여합니다.] [어비스 내의 ‘죽음의 일격’을 최대 한 번 회피할 수 있습니다.] [‘장렬하게 불타 죽은 장군’이 그 남자는 지금이라도 돌려보내는 게 어떠냐고 묻습니다.]한정아가 고개를 저었다.
[‘장렬하게 불타 죽은 장군’이 업적 포인트 1을 사용하며 메시지를 보냅니다.] [아무리 자네가 진실을 알았다 해도 저 남자는 다른 별에서 온 존재라네. 엮이지 않는 게 좋아. 특히 저 남자가 하려는 일에는 절대로 엮여서는 안 된다네. 엮인다면 나조차 그대를 보호해 주기 어려워.]중후한 음성이 머릿속에 꽂힌다.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고, 울림도 있었다.
명확하게, 머리에 그냥 때려 박히는 느낌이다.
동시에 한정아는 표정을 굳히고 말았다.
목소리의 위압감 때문이 아니었다. 내용 때문이었다.
다른 별에서 온 존재다. 저 남자의 일에는 엮이지 마라…….
그러니까.
“……알고, 계셨어요?”
진시후와 천마 주성철을 만난 이후 성좌들의 개인적인 메시지는 단 한 개도 날아오지 않았다.
그 흔한 감정 표현의 메시지도 없었다.
마치 모든 성좌들이 입을 다물기로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알고 계셨는데도, 그동안 아무 말씀 안 하신 거예요?”
침묵.
한정아의 배후성인 [장렬하게 불타 죽은 장군]은 침묵으로 답했다.
솔직하게 말하면 이미 ‘여러 개의 별’이 존재한다는 것 정도는 한정아도 이미 알고 있었다.
어비스를 통해 이미 수도 없이 마주해왔으니까.
하지만, 지금 한정아 본인이 있는 별 #12가 ‘리셋’을 반복한 별이라는 것과 별 #2403이라는 지구와 똑같은 별이 존재한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지금 상황에서 별 #2403은 오리지널이다.
저 별은 리셋 같은 것을 한 번도 거치지 않은, 그냥 새삥이다.
하지만 한정아 본인은 아니었다.
이미 지금 있는 별 #12에서 수많은 한정아가 이미 존재했었다.
중고품 중에서도 중고.
이건 기분이 정말 좋지 않은 진실이었다.
그건 분명 감춰져 있던 진실이었고, 한정아도 바보는 아니기에 그 진실을 성좌들이 함구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은 했었다.
문제는 생각만 한 거랑 실제로 듣는 거랑은 천지 차이라는 거다.
성좌는 알고 있었다.
여러 개의 별이 있고, 그 별들 모두 별의 이야기를 진행 중이라는 거.
이 세상에는 절대자 밑에서 리셋을 반복한 실험용 쥐새끼 같은 존재들이 있다는 거.
[‘장렬하게 불타 죽은 장군’이 이미 예상하고 있던 거 아니냐고 메시지를 보냅니다.]“……예상은 했죠. 그리고 지금 확답을 받았으니 당황스러운 게 당연하지 않을까요.”
[‘장렬하게 불타 죽은 장군’이 업적 포인트 1을 사용하며 메시지를 보냅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뿐만이 아니라 ‘모든 별의 성좌’들이 제약에 걸려 있다. 그렇기에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제약을 조금이라도 무시하며 너에게 경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엮이지 마라. 그가 하려는 일과는 철저하게 남남처럼 행동하라 이 말이다. 그러지 않으면 너뿐만이 아니라 이 별 모두의 생명이 위험해진다. 내가 해 줄 말은 이게 전부다.]한정아는 결국 눈을 질끈 감았다.
다른 별에서 온 존재, 도플갱어도 아닌 그냥 또 다른 존재.
그 존재가 별과 별을 이동하며 일으키는 일들의 무게가 어느 정도로 무거운 일인지 지금 간접적으로 들은 것 같다.
“표정이 왜 그래? 그 성좌라는 애랑 대화가 잘 안 풀렸나 봐?”
진시후의 말에 바로 반응이 온다.
[‘장렬하게 불타 죽은 장군’의 표정이 구겨집니다.]그게 전부였다.
성좌들은 예민하다. 평소라면 노발대발했어야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냥 표정이 구겨진 게 전부다.
조금, 흥미로웠다.
한정아는 묵묵히 입을 열었다.
“당신이 하려는 일과 엮이지 말래요. 철저하게 남남처럼 행동하래요. 그러지 않으면.”
“그러지 않으면?”
“……이 별의 모든 생명체가 위험해진대요.”
“그래? 금시초문인데.”
진시후는 잠시 생각했다.
이게, 상식적이라고 해야 할까.
상식적으로 별에서 별로 이동하는 게 가능한 게 지금의 세상이다. 그렇다면 과정은 둘째 치고 한 별에 같은 존재가 두 명 이상 존재한다면 어떻게 될까.
두 명을 넘어서 세 명, 네 명, 그렇게 존재하게 된다면?
그게 아니더라도 다른 별을 지배했던 괴물이 또 다른 별로 가서 생태계를 망쳐 버리면?
별의 이야기는 그런 행동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별의 이야기와 연관된 이들 또한 그 행동을 눈 뜨고 지켜만 볼 리 없다.
“이해해 줘야 하나.”
중얼거리는 진시후의 말을 한정아는 분명히 들었다.
이후, 진시후가 물었다.
“그, 이름 모를 성좌야. 내가 여기 이 어비스를 클리어하는 것도 큰 문제가 되나? 이미 들어와 버렸는데?”
[‘장렬하게 불타 죽은 장군’이 업적 포인트 1을 사용하며 메시지를 보냅니다.] [이미 여러 명의 각성자를 죽였다. 그 각성자들의 배후성들이 첨삭에게 정식으로 항의를 하고 있고, 시스템은 그 항의를 받아들일 것이다. 분명히 말하는데 지금 상황은 심각하다. 아무리 ‘리셋’을 거친 별이어도 용납되는 일과 되지 않는 일은 존재하는 법이다. 저질러서는 안 되는 일이고 방해받아서도 안 된다. 너 혼자서 감당하겠다면 말리지는 않겠으나 별 #12의 인간들은 무슨 죄인가. 한 사람의 무모함이 다른 사람에게까지 피해를 주게 된다면 그것은 업보가 된다. 부디 더 큰 업보를 쌓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턱을 긁적인 진시후는 솔직히 별생각이 없었다.
“이렇게 하자.”
진시후가 검지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난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거거든. 할 말 있으면 나한테 직접 와서 해. 별 #12에 피해가 가거나, 별 #2403에 피해가 가거나, 내가 들렀던 별들에 피해가 간다면 내가 무슨 짓을 할까.”
“…….”
“그냥 모든 별이란 별은 다 돌아다니면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고, 첨삭이라는 것과 관련된 이들을 찾아서 전부 죽일 수도 있고, 그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피해가 누적될 거고…… 자, 생각을 해 봐. 엄밀히 말하면 난 별의 이야기라는 것의 피해자야. 피해자가 아파서 날뛰는데 왜 벌부터 줄 생각을 해? 당근을 줘야지.”
모두가 할 말을 잃게 만드는 논리 전개였다.
진시후가 타이탄으로 갔었던 일은 성좌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이야기다. 솔직히 모르는 사람이 없다.
타이탄에서 저 정도로 강해졌다는 것에 경악하는 이들만이 남았을 뿐이다.
그렇다면 진시후가 왜 타이탄으로 갔는가.
육도선인에 의해 타이탄으로 가게 되었다.
육도선인이 과거에 무엇이었는가. 승천자였다.
승천자들과 별의 이야기는 같은 존재는 아니지만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적어도 성좌들이 알기로 승천자들은 별의 이야기에 조언도 하고 별의 이야기의 진행에 도움도 준다.
별 #2403에서 200명이라는 인물들이 타이탄으로 가고 다른 인물로 대체될 동안 별의 이야기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논리를 확대하면, 승천자가 뿌린 씨앗이 문제를 일으켰고, 그 문제를 방관한 건 별의 이야기다.
“이야기 끝났지? 야, 한정아야. 메시지 같은 거 차단 못 해?”
“……할 수 있어요.”
“해, 그럼. 두 번 말하게 하지 말고.”
눈을 질끈 감은 한정아는 결국 모든 메시지를 차단했다.
둘만 남았다.
이후 진시후는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듣게 되었다.
“이제 저와 당신의 대화를 들을 수 있는 건 별의 이야기밖에 없어요.”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진시후는 메시지 차단 기능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한정아가 말했다.
“메시지 차단 기능은 phase2 chapter3부터 적용되는 기능이에요. 성좌들의 모든 시선을 차단할 수 있고, 실제로 여러 번 사용한 적도 있어요. 지금 저와 당신이 무슨 말을 하든 성좌들은 듣지도, 보지도 못해요. 오직 별의 이야기만 보고 들을 수 있죠.”
“그래? 별게 다 있네.”
그런 진시후에게 한정아가 물었다.
“정말…… 갈 데까지 가시려고요?”
진시후가 피식 웃는다.
“이게 천성인지 모르겠는데 내가 누군가한테 막 굽히는 게 안 되더라고, 이 무릎이랑 허리에 막 경련이 와.”
“…….”
“갈 데까지 갈 거냐고? 당연히 가야지. 그래야 나한테 줄 당근의 크기가 더 커지지 않을까?”
“……시스템이 당신에게 정말로 접근할 거라고 생각하세요?”
“안 하면 어쩔 건데.”
진시후의 이 압도적인 자신감에 한정아는 입을 떡 벌렸다.
“가자, 멸망을 막으러.”
폐허가 된 도쿄를 진시후가 걸었고, 한정아는 그 뒤를 따랐다.
* * *
메인 스토리 #88.
이무기의 동면.
그 누구도 클리어해 본 적 없는 스토리다.
내용은 간단했다.
멸망의 근원을 찾아 섬멸하는 것.
성공하면 보상을 얻고 다시 지구로 돌아가는 거고, 실패하면.
보상 없이 가지고 있는 ‘라이프’를 하나 잃은 채 지구로 돌아간다.
이게 phase2 chapter2부터 시작되는 메인 스토리의 방식이다.
phase2는 실패해도, 그리고 게이트 내부에서 사망해도 실제로 죽지 않는다.
이들에게 지급되는 ‘라이프’는 그런 용도다.
라이프가 전부 소진되었을 시 플레이어는 사망한다.
이게 가장 큰 문제가, 사람들이 경각심을 갖지 않는다는 점이다.
라이프는 업적 포인트로 살 수 있는데 1개의 라이프를 사기 위해서 필요한 업적 포인트는 고작 10포인트다.
고작 10.
메인 스토리를 클리어하기만 해도 모든 플레이어들은 최소 100의 업적 포인트를 얻는다.
그렇기 때문에 경각심이 없다는 거다.
죽어도 실제로 죽지 않는데 왜 경각심을 가져야 하나.
클리어도 클리언데, 어비스에 진입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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