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164)
제164화
일본 도쿄 타워.
그곳을 점거한 수백 명의 남녀가 일제히 인벤토리에서 무기를 꺼내 들었다.
그건 저격총이었다.
게이트에 입장하게 되면 현대 무기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그 기조는 여전하다.
지금 꺼내든 이 저격총들은 현대 사회의 그 저격총이 아니다.
마나로 만든 탄을 사용하는 마나 소총을 개조한거다.
사용자가 사용 할 수 있는 마나의 양에 따라 위력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그것을, 이들은 말없이 사방을 향해 겨눴다.
스코프 너머로 사람의 얼굴이 보이자마자, 이들은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타앙-!
수백 명 모두 SS+급 각성자다.
위력이 약할 리 없다.
순식간에 얼굴을 적중당한 수백 명의 각성자들이 그 자리에서 빛이 되어 사라진다.
이들은 쉴 새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도쿄 타워 근처, 건물 파편들밖에 존재하지 않는 곳으로 다른 각성자들은 은폐했고 각자의 은신 스킬을 사용해 자리를 벗어났다.
이게 말이 도쿄 타워지, 실제로는 거의 기둥이 절반도 남지 않은, 심지어 그 무너진 절반이 바닥에 고꾸라져 있는 타워 비슷한 건축물인데 이 정도 높이가 지금 도쿄에 존재하는 모든 건물들의 높이 중 최고층이었다.
이들이 이러는 이유는 간단했다.
보상을 얻기 위해서는 클리어해야 한다.
그리고 클리어하는 시점에 살아 있어야 한다.
클리어하기도 전에 죽으면 그 사람은 보상 없이 라이프만 잃는다. 상대적으로 뒤처진다는 뜻이다.
이미 국가 간의 경쟁력이 곧 각성자들의 힘이 된 세상에서 앞서가려는 자와 뒤에서 따라가려는 자들의 전쟁은 벌어질 수밖에 없다.
그때였다.
수백 명의 각성자들이 스코프에서 눈을 떼 낸 뒤 동시에 같은 곳을 바라보았다.
온몸에 솜털이 돋았다.
“……너희는 하는 짓이 변하지 않는구나.”
그들이 외쳤다.
“한정아다!”
중국어로 외치는 그들의 목소리에 가면을 쓰고 있던 한정아가 손을 뻗었다.
[헬 파이어.]순식간에 생겨난 거대한 화염구가 도쿄 타워를 향해 내리찍힌다.
수백의 각성자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자리를 박찼다.
약 100명.
그 정도의 인원이 불에 타 죽었고 그들은 총구를 한정아를 향해 돌렸다.
일제히 격발했다.
한정아가 자리를 박찬다. 순식간에 수백 개의 총알을 피해 낸 그녀가 도쿄 타워에 자리 잡았고, 그대로 양손으로 철근을 붙잡았다.
그녀의 기운이 철근을 타고 흐른다.
강하게, 움켜쥐었다.
파지지직-!!
철근에 닿아 있던 이들 모두가 감전된 듯 그 자리에서 쓰러진다. 한정아의 손이 하늘로 향했다.
[메테오.]마나가 쭉 빠져나간다. 하늘에서 거대한 운석이 떨어져 내린다. 강하게 감전된 이들은 반응조차 할 수 없었다.
꽈아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사방으로 핏물과 뼛조각이 비산한다.
전부가 죽은 것은 아니었다. 한정아의 등장과 그 공격에 의해 순식간에 자리를 박차며 거리를 벌렸던 이들 중에서도 더 멀리 간 이들.
그들이 살아남았다.
숫자는 2명.
한정아는 그들을 안다.
중국 베이징 길드의 길드 마스터와 부길드 마스터.
이름은 각각 진추안, 궁우전.
한정아는 즉시 자리를 박찬 뒤 도망칠 준비를 하는 진추안의 등을 짓밟았다.
콰직, 소리와 함께 그의 몸이 땅에 박힌다.
“……여전히 추잡해. 그딴 식으로 활동해서 대체 뭘 얻으려고?”
“……한정아, 신경 쓰지 말고 꺼져라. 지구에 가서 구원 길드가 무너지는 걸 보고 싶지 않으면.”
어이가 없는지 피식, 한정아가 코웃음을 터트렸다.
“염병 떨지 마. 진추안, 오히려 내가 경고할게. 한국에 간섭하지 마. 안 그래도 요즘 스트레스받는 일이 많아. 이러다 내가 열받아서 돌아 버리면 너희를 가만히 둘까?”
“…….”
“베이징을 쑥대밭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거 명심해. 착각하지 마. ‘베이징 길드’가 아니라 ‘베이징’이야.”
진추안은 한정아의 말에서 뭔가 묘한 뉘앙스를 느꼈다.
“……라그나로크에서 이강 님에게 죽을 년이 기고만장하구나.”
한정아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저, 가엽다는 듯 진추안을 내려다볼 뿐이었다.
“왜 그렇게 보는 것이냐.”
“…….”
“왜 그렇게 보는 거냐고 물었다!”
길게 말할 이유가 없었다.
“가면 알게 될 거야.”
발에 힘을 주었다.
콰직.
등이 부서지며 진추안이 사망한다.
그의 시신이 곧 연기가 되어 흩어졌다.
고개를 뒤로 돌렸다. 부길드 마스터, 궁우전이 보인다. 이번에도 긴말은 필요 없었다.
자리를 박차며 발을 휘둘렀다.
길게 쭉 뻗은 다리가 궁우전의 머리를 후려친다.
퍼석-!
궁우전의 머리가 터진다. 그의 시체도 곧 연기가 되어 흩어졌다.
한정아가 고개를 돌렸다. 먼 거리에 수백, 수천이 넘는 인기척이 느껴진다.
상관없었다.
이곳은 아시아다.
현재 상황에서, 아시아의 각성자 중 가장 강한 각성자는 한정아 본인이다.
저기 있는 이들이 떼로 달려든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적어도 죽기 직전까지 3분의 2 정도는 쓸어 버릴 수 있다.
심지어 이곳에는 구원 길드의 각성자들도 있다.
이번 메인 스토리 #88 ‘이무기의 동면’의 성공, 실패는 구원 길드가 좌지우지한다.
그렇게 정해졌다.
한정아가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조금 먼 거리에서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걸어오는 남자가 있었다.
넥타이 없는 깔끔한 양복에 구두.
핏이 모델과 다름이 없다.
쫙 벌어진 어깨, 단단한 신체.
머리를 살짝 뒤로 묶은 그 스타일은 그의 얼굴과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분명 알고 있던 ‘진시후’와 같은 얼굴이지만 묘하게 다르다.
사람의 분위기가 저 정도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별 #2403에서 왔다는 진시후가 부드럽게 웃었다.
“제법이네. 마법도 잘 쓰고, 속성도 잘 이용하고, 신체 능력도 좋아. 괜찮네.”
“……고마워요.”
주변으로 천천히 몰려드는 구원 길드의 각성자들이 진시후를 보고 경악했다.
왜 저 남자가 여기에 있나 등등.
한정아는 깔끔하게 설명했다.
“여기 있는 진시후 님은 여러분이 아는 그 진시후가 아니에요. 다른 별에서 온 진시후입니다. 그러니 각별히 언행을 조심해 주세요.”
진시후가 빙긋 웃으며 한정아의 어깨를 두드렸다.
“뭘 그렇게까지 해. 다들 반가워요.”
“……예…….”
바로 믿게 할 생각도 없고, 설득할 생각도 없다.
진시후는 그냥 그러려니 했다.
폐허가 된 도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생전 가 본 적도 없는 일본을 이렇게 와 보네.’
부드럽게 웃는 진시후를 뒤로하고 한정아가 한 사람을 불러들였다.
“차 실장.”
차주연 비서실장이 냉큼 다가온다.
“예, 마스터.”
“이무기, 바로 찾으세요.”
“예.”
차주연이 일사불란하게 명령을 내렸다.
그렇게 정확히 12분 뒤.
폐허가 된 도쿄를 구경하던 진시후에게 한정아가 다가오며 말했다.
“찾았습니다, 이무기.”
“빠르네.”
“한국인 특기잖아요.”
진시후는 조금 기대가 됐다.
이무기라니.
그것도 멸망을 만들 이무기라니.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 * *
도쿄 신주쿠 지하상가.
그곳으로 구원 길드의 각성자들이 진입했다.
이미 지하상가 입구로 왔을 때부터 긴장의 끈을 확실하게 당겨 놨다.
그럴 만도 했다.
먼 거리서 볼 때 이곳은 일단 폐허였다.
신주쿠 지하상가는 신주쿠역과 넘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었는데, 이곳이 지금 대부분 무너져 있었다.
건물의 형태는 죄다 쓸려 나갔고, 지하상가의 천장이 되어야 할 부분은 죄다 박살이 나 있다.
그래서 지하상가 내부가 훤히 보인다.
그 내부에 거대한 허물이 힐끗힐끗 보인다.
얼추 봐도 그 크기가 지구에는 절대로 존재해서는 안 될 생물의 크기다.
한정아가 굳어진 표정으로 손을 들었다.
내부로 진입하던 구원 길드의 각성자들이 그 자리에서 멈춰 선다.
한정아는 상식적으로 생각했다.
어비스를 클리어하는 데 아무런 희생이 없다면 그건 말이 되지 않는다.
생각을 해 보자.
어비스를 클리어할 때 아무런 피해가 없을까.
아무리 라이프가 있다 한들, 죽게 되면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다.
한정아는 진시후가 끝까지 갈 거라는 걸 이미 들었다.
그럼, 진시후랑 한정아 둘이서 가서 해결하고 다른 구원 길드 각성자들은 대기시켜 놓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그래서, 다른 이들은 대기시켜 둔 뒤 진시후의 팔을 붙잡았다.
“……진시후 님.”
한정아의 시선에 진시후는 슬쩍 뒤쪽에 있는 구원 길드의 각성자들을 바라보다 피식 웃었다.
진시후가 막 나가는 건 사실이지만 그게 멍청하다는 뜻은 아니다. 상황이 만든 오류다.
한정아가 뭘 원하는지 진시후는 금방 눈치챘다.
“그렇게 해.”
“괜찮을까요?”
“안 괜찮을 게 있나? 돗자리 깔고 고스톱 치고 있으라 해. 심심하지 않게.”
한정아는 결국 웃고 말았다.
그렇게 구원 길드 각성자들을 대기시켜 둔 뒤 한정아와 진시후는 내부로 진입했다.
진시후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하라 그런가, 여긴 좀 그나마 멀쩡해 보이네.”
곳곳에 보이는 일본어로 된 간판이나 이런 것들은, 분명 폐허가 되어 버린 밖의 상황과 비교했을 때 그나마 멀쩡해 보이긴 했다.
“아마 위에서 꽤나 큰 싸움이 벌어졌던 모양이에요. 지하까지도 피해가 얼추 가긴 했지만 이 정도면…… 상공에서 핵이 터졌거나, 혹은.”
“여기에 있는 무언가가 공격을 막았거나.”
진시후가 검지를 들어 구석에 있는 벽을 가리켰다.
“대충 처리해. 할 수 있지?”
무슨 말인지 한정아는 곧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곧, 이해했다.
벽이 천천히 허물어진다.
그곳에는 온몸이 뼈로 이루어진 존재가 있었다.
스켈레톤과 흡사했다.
“……한 마리가 아닌 거 같은데요.”
그 말대로였다.
우르르르.
벽이 계속해서 무너진다.
그렇게 등장한 스켈레톤의 숫자는 처음 나타났던 스켈레톤을 포함해 총 5마리.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다.
하나하나의 몸에 무슨 초사이언처럼 노란색의 기이한 아우라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진시후가 한정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준다.
“대충 정리하고 천천히 와.”
“…….”
“수고.”
진시후가 묵묵히 걸어간다.
기이하게도 스켈레톤들은 진시후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그들의 시야나 인식 자체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해야 할까.
자연스럽게 한정아는 다섯의 스켈레톤에게 둘러싸였다.
한숨을 내쉬며 기운을 끌어올렸다.
한정아는 별 #12의 ‘고유’ 각성자다.
그녀가 지닌 능력은 ‘초감각(超感覺)’.
그녀의 감각이 외친다.
스켈레톤이 달려들 것이라고.
아니나 다를까, 다섯의 해골들이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사라진다. 한정아도 움직였다.
콰아아아앙-!!
굉음이 터지며 스켈레톤 하나가 멀리 날아간다. 한정아의 가면이 빛을 머금기 시작했다.
[프렐리야의 축복을 받습니다.] [금일 사용 횟수 1/3]그녀의 속도가 증가하고, 그녀의 힘이 상승한다.
콰아아앙-!!
스켈레톤 하나가 더 날아갔다.
한정아는 그 너머로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걸어가고 있는 진시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따라가야 한다.
그런 그녀의 앞을 스켈레톤이 막는다.
마치.
누군가의 명령을 받는 것처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