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168)
제168화
홍현이 답했다.
“별 #2403. 네가 있어야 할 곳으로 꺼져라.”
두 가지 선택지 전부 거절한다는 뜻과도 같았다.
그러면 뭐, 어쩔 수 없다.
그런데.
“형한테 그 말투가 맞아?”
“거듭 말하지만 나는 네가 아는 홍현이 아니다.”
버르장머리 없는 동생을 어떻게 훈육시켜야 하는지, 진시후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홍현이 반응하기도 전이었다.
진시후의 손바닥이 홍현의 뺨에 닿는다.
꽈아아아아아앙-!!
굉음이 터지며 홍현의 몸이 콜로세움 한중간에 떨어져 내렸다.
이렇게 훈육시키는 거다.
버르장머리 없는 동생은.
* * *
가볍게 콜로세움 무대로 착지했다.
별의 이야기, 진명 첨삭.
그게 인류의 멸망을 막기 위한…… 음, 무슨 단어가 좋을까.
기구? 조직? 방식?
뭐가 됐든, 12홍현의 말이 전부 사실이라는 가정하에 첨삭은 상상 이상의 힘을 지니고 있다. 또한 옳은 길로 향하고 있다.
이 얼마나 거룩한가.
인류의 멸망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초월적인 기구.
그럼 어떻게 보면 내가 악역인데, 이거 조금 반대로 생각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그게 정말 진실일까.
멸망을 막는 방식이, 잘못된 건 아닐까.
승천자들이나 성좌들이 하는 꼬락서니들을 보면 솔직히 난 못 믿겠다.
더 나아가 12홍현의 말이 전부 사실이고, 승천자들이나 성좌들이 사실은 인류의 멸망을 막기 위해서 움직이는 이들이라고 해도.
나는 승천자들을 살려 둘 마음이 전혀 없다.
정빈은 내 동생이다. 피가 섞이지는 않았으나 내 사람이다.
내 사람이 놈들에 의해 죽었는데, 가만히 있어야 한다?
인류의 멸망이라는 대의에 맞서는 놈들이 어쩌다 실수 한 번 한 거라서 넘어가 줘야 한다?
웃음만 나온다.
“……정말로 승천자들을 적대하려는 것이냐.”
“응, 걔넨 너무 기어올랐거든.”
“하…… 하하하……. 미친놈.”
한동안 웃음을 터트리던 홍현이 내게 말했다.
“승천자들의 입장에서 기어오르는 것은 네놈일 것이다.”
“그거야 상대적인 거고.”
“주인을 무는 개는 살아 있을 가치가 없다.”
나도 웃었다.
“주인과 개를 가르는 가장 큰 차이가 뭔지 알아?”
입고 있던 정장을 벗으며 말을 이었다.
“힘이야. 더 센 놈이 주인 하는 거고, 약한 놈이 애완견이 되는 거지. 지금 네가 그 승천자들 애완견 하고 있는 거랑 같은 거야. 현아, 마지막으로 말…….”
“……그딴 식으로 부르지 마라.”
“정감 가고 좋은데 왜.”
“나는 네가 아는 그 홍현이 아니다. 처음부터 너랑 나는 관계가 없었다. 진송이의 동생이었던 너는……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거참.
“왜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해? 여하튼, 마지막으로 말할게. 내놔, 이동석.”
“불가(不可).”
“현아, 좋게 말할 때 내놓으라니까?”
“그딴 식으로 부르지 말라고 했다!”
12홍현이 자리를 박찬다.
거의, 빛과도 같았다. 고개를 옆으로 틀었다. 얼굴 옆에 홍현의 주먹이 스친다.
사각, 볼이 길게 베어진다.
조금 놀랐다.
제대로 피했다고 생각했는데 공간을 찢은 여파가 생각보다 크다. 오랜만이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상처를 입은 일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홍현의 오른발이 땅에 닿는다. 그 다리가 가볍게 굽혀진다. 이어서 홍현의 허리 근육이 움직인다.
이 일련의 과정들을 지켜본 나는 홍현의 오른쪽 어깨 근육이 꿈틀거리는 것과 동시에 고개를 옆으로 틀었다.
파아앙-!
피했다. 그대로 왼손을 들어 올렸다.
콰아아앙-!!
이어지는 홍현의 왼쪽 주먹을 잡아채려 했는데 오히려 튕겨져 나갔다. 손바닥이 얼얼하다.
홍현의 두 눈이 가라앉는다. 그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내가 아는 홍현은 아직 햇병아린데 얘는 이미 완성이 된 상태다. 정령을 다루던 녀석과는 너무나도 다르다.
육체의 극한.
저 작은 몸에 얼마나 많은 경험과 얼마나 많은 근육이 압축되어 있을까.
오랜만에, 즐거웠다.
고개를 뒤로 크게 젖혔다.
파아아앙-!!
홍현의 발이 얼굴 앞을 스친다. 그대로 회전하며 왼쪽 발뒤꿈치를 강하게 휘둘렀다.
뻐어억-!
홍현의 몸이 옆으로 밀린다. 그와 동시에 홍현의 오른쪽 주먹이 내 옆구리에 박혔다.
장기가 뒤틀리는 느낌이다. 날아가기 직전, 팔을 뻗어 홍현의 오른팔을 잡아챘다. 녀석의 미간이 찡그려진다. 자연스럽게 나는 균형을 잡았다. 홍현의 균형은 무너졌고.
그거면 충분했다.
오른쪽 팔꿈치를 그대로 내려찍었다.
꽈아아아아앙-!!
어깨를 얻어맞은 홍현이 땅에 처박힌다.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기운을 끌어올렸다. 세상이 느려진다.
[금안신공(金眼申功)]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먼지를 뚫고 홍현의 주먹이 날아온다.
그 주먹에 담긴 힘이 상상 이상이다.
놀라웠다.
진심으로 감탄했다.
저거에 아무런 방비 없이 제대로 맞으면 나도 아마 중상 정도는 입을 거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면.
음.
주성철 정도면 그 자리에서 의식도 하지 못한 채 죽지 않을까.
왼손에 기운을 몰아넣었다. 왼손이 흰색으로 물든다. 백련기를 극한으로 끌어올린 뒤 뻗었다.
꽈아아아아앙-!!
내 왼손에 홍현의 주먹이 닿았다.
거대한 굉음이 퍼졌지만 우리 둘은 잠시 움직이지 못했다.
우두두둑, 두두둑.
굉음에 파묻힌 소리다.
내 왼쪽 손목과 어깨가 작살 났고 관절이 뒤틀렸다.
홍현은 더했다.
얼핏 봐도 오른쪽 주먹에 있는 모든 관절과 모든 신경, 모든 뼈가 가루로 변한 게 확실하다.
간단한 거다.
작용과 반작용.
힘과 힘이 충돌했다.
서로에게 반발이 가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홍현보다 먼저, 나는 반응했다.
그대로 오른 주먹을 내질렀다.
[백련교(白蓮敎) 성화칠결(聖火七結).] [3장 혈왕살권(血汪殺拳).]뒤늦게 홍현이 피하려 했지만 의미 없었다.
꽈아아앙-!
홍현이 날아간다.
그대로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어깨 쪽을 힐끗 보니 엉망이다. 이건 뭐, 답도 없다.
그래서 그냥 벗었다.
건너편에서 홍현이 건물 더미를 헤치며 일어서고 있는 게 보인다. 말은 안 했는데 이 콜로세움이라는 거, 지금 다 무너졌다.
성철이가 다 대피시켰으려나.
그냥 그러려니 했다.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왼손을 들어 올렸다.
파아앙-!
주먹이 코앞에서 멈춘다.
“현아, 내가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이번에는 오른손을 들었다.
터억.
내 얼굴로 날아오던 홍현의 손이 잡힌다.
마저 말했다.
“과거에 ‘진시후’랑 뭐 있었나 봐?”
홍현이 움찔한다.
아무래도 맞나 보다. 솔직히 눈치 못 채는 게 이상했다.
홍현은 너무나도 예민했으니까.
“혹시 뒤통수 맞았냐?”
“…….”
“맞았나 보네. 그럼 얼마나 된 거야. 한 수백 년 된 거 아니냐? 아닌가? 수천 년인가? 와, 너 그럼 수천 년 동안 감정 가지고 있는 거야? 이야…… 독하네?”
와락 미간을 구긴 홍현이 그대로 뛰어오르더니 양발을 내질렀다. 손을 놓으며 몸을 옆으로 회전시켰다.
한 치 차이로 스친다.
홍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악에 가득 찬 표정.
수천 년 동안 별 #12를 리셋하며 쌓아 왔던 홍현의 감정이 폭발한 느낌이다.
이게 이렇게 말하긴 조금 그런데, 홍현은 분명 강하다.
강하지만 저렇게 자기감정조차 다스리지 못하면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아까랑 지금의 상황이 달라진 게 그 증거다.
솔직히 타이탄에서 거의 드래곤 로드급에 달하는 힘을 지니고 있는데, 그 힘을 제대로 활용조차 못 하고 있다.
쯧.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금 궁금하긴 한데. 현아, 우리 그냥 깔끔하게 가자.”
홍현이 흠칫한다.
그에게 말했다.
“영역 전개, 전력으로 펼쳐 봐. 내가 지면 깔끔하게 꺼져 줄게.”
“……네가 진다는 것은 이 자리에서 죽는다는 뜻과 같다.”
“아, 그러네. 맞아. 내가 지면 죽겠구나.”
정말이지, 자꾸 별 #2403의 홍현과 매치가 돼 가지고 장난기가 사라지지가 않는다.
“오케이, 그럼 내가 죽는 걸로 하고 내가 이기면 이동석 내놔. 상남자답게 콜?”
“좋다.”
“깔끔해서 좋네. 이번엔 제대로 집중해. 딴 데 한눈팔지 말고.”
“…….”
“한번 보자. 네 [영역 전개].”
홍현의 두 눈이 그제서야 냉철하게 변한다.
이제야 좀 집중이 되나 보다.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
홍현이, 양손을 맞잡은 뒤 내 쪽으로 쭉 뻗었다.
“……이 기술은, ‘형님’과 함께 만들었었다.”
“그 형님이 혹시 별 #12의 초창기 때 ‘진시후’?”
“그렇다.”
인연이라는 단어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결국 이어질 인연은 이어진다.
“계속해 봐.”
“그리고 이 기술로 나는 ‘신’을 죽였다.”
홍현의 주변에서 형용치 못할 정도의 사기(邪氣)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미간이 살짝 구겨졌다.
죽음의 기운이라고 해야 할까.
좀비 엠페러였나. 얼마 전에 죽었던 정빈의 몸에서 저것과 비슷한 기운이 흘러나왔었다. 홍현이 서 있던 땅 주변 마나의 성질이 변하고 공기가 탁해진다. 홍현이 말을 이었다.
“너도 이 기술로 죽게 될 것이다.”
빙긋 웃었다.
“들어와 봐.”
홍현이 작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영역 전개.] [사신의 선고.]쿠구궁.
공간이 떨리며 변형된다.
조용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치 빗방울이 맺힌 유리 너머의 세상 같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간유리 안에 갇혀 그 너머의 세상을 바라보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
분명 뭔가 바뀌긴 했는데 그렇게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
공기의 성질, 마나의 성질, 자연의 성질.
이렇게 말하고 보니 꽤 많이 바뀐 것 같은데, 일단 그러려니 했다.
홍현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홍현의 양손에서 검은색 연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손의 움직임마다 잔상 같은 게 생겨나는데, 그 잔상이 계속 유지가 된다. 그 잔상은, 내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지나치게 사악했다.
공간 자체가 썩었다.
천천히 홍현이 양 주먹을 말아 쥐었다.
“……‘진시후’, 너는 의식하지 못하고 있겠지만 너의 이름은 모든 별에서 모르는 이가 없다.”
“왜?”
“…….”
“말해 봐. 형 이름을 왜 모르는 이가 없는데?”
“……닮았군.”
고개를 갸웃했다. 대화의 흐름이 왜 이래.
“누구랑 닮았는데?”
“……두 가지다. 알게 되거나, 모른 채로 이 자리에서 죽거나.”
잠시 턱을 긁적였다.
천마한테 들은 이야기랑 지금까지 공개된 정보들로 미루어 보면 ‘진시후’라는 이름은 분명 세상 곳곳에 존재했다.
쉽게 보면 그냥 이 세상 전체가 도플갱어들의 세상이라고 보면 편하다.
누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이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다른 별의 홍현도 진짜고, 이쪽 별의 홍현도 진짜다.
그런 이들 중에서 우리 누나처럼 역사의 방향을 뒤흔들 수 있는 존재들은 주변 환경이 어찌 되든 결국 두각을 드러내고 역사를 만든다.
도플갱어 중에서도 그냥 영웅 도플갱어다.
그렇다면 나는?
별 #12의 진시후는 개차반이었다.
별 #2403의 나는 그와 정반대다.
극심한 차이를 보인다.
그래서 내가 이레귤러라고 불리는 게 아닐까 싶다.
혹시.
정말 생각하고 싶진 않은데.
“승천자 중 한 명이 ‘진시후’인 건 아니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