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18)
#제18화
지금 윤영수의 머릿속에는 진시후가 떠오르고 있었다.
그는 분명 강하다. 높은 확률로 지금 진송이를 구해 낼 수 있을 거다. 또한 그런 과정에 그의 전력도 확인할 수 있다.
일석이조, 그 단어가 떠올랐기에 미간을 구길 수밖에 없었다.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아니다.
백두산 게이트를 클리어할 때에 비해 각성자들의 수준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다. 진송이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진송이라면 SS급 게이트를 분명, 클리어할 수 있다. 아직 진시후에게 알릴 정도는 아니다. 윤영수가 말했다.
“비행기 준비해. 미국으로 바로 날아갈 수 있는 비행기.”
-예.
통화가 끊기려던 그때였다.
-어…… 잠…… 잠시만요, 실장님.
“왜?”
-게이트의…… 측정 수치가 더 올라갔습니다.
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윤영수는 최대한 침착하게 물었다.
“몇으로?”
-4만…… 8천입니다. 아까 변동되었던 수치에서 정확히 10배입니다.
벌떡 자리에서 일어서고 말았다.
지금껏 저런 숫자의 게이트는 나타난 적이 없다.
굳이 측정하자면 SSS급?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실장님…… 이거 이상합니다. 4만 8천에서 더 오르고 있습니다. 계속…… 오릅니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아니, 이 이상은 불필요했다.
“일단 끊어. 다시 전화 줄 테니.”
곧장 전화를 끊은 윤영수는 짧게 심호흡했다.
더 이상 생각할 이유가 없었다.
지금도 게이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 모른다. 상상조차 할 수 없다.
4만 8천, SSS급 게이트 급에 달하는 수준에서 더 올라가고 있다? 이건 뭐.
더 말할 것도 없다.
찰나, 아주 찰나를 망설이다가 진송이가 죽는다면 이 세상을 더 이상 살아갈 자신이 없다.
윤영수는 곧장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끊기자마자 물었다.
“지금 어디십니까.”
* * *
참 애매한 문제다.
해결하고자 하는 일이 세상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을 때, 그 일을 보통 ‘큰일’, 혹은 ‘대의’라고 한다.
그 대의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게 과연 맞는 것인가.
얼마 전에 있었던 일들처럼 도심 한복판에서 싸우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김민재의 경우처럼 그들이 알아서 공간을 격리시킬 수도 있지만 글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게이트도 엄밀히 말하면 격리된 공간이다. 그런 곳에서 땅을 쳐부수고 뭘 하든 누가 신경 쓰겠나.
내가 그들을 데리고 게이트 안에 들어가서 죽이는 일이, 앞으로 단 한 번도 없을까?
그럴 리 없다. 최소 서너 번 이상은 그런 일이 생길 거다.
그래서 게이트가 내 힘을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을지 파악해 놔야 한다. A급은 이미 해 봤다. S급, SS급, 더 높아져서 SSS급.
한 번씩은 클리어 해 봐야 한다. 그래야 내가 안전하게 도플갱어들을 쳐 죽여 버릴 수 있다.
지금 근처에 S급 게이트가 있다.
그런데 그 게이트는 다른 길드의 소유다. 그 길드가 그 게이트를 클리어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썼다. 돈이든 인맥이든 뭐든.
그걸 내가 중간에 가로채는 건, 조금 아니지 않나 싶다.
내가 그렇게 양아치는 아니다.
게이트 클리어는 나중에 해야겠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걸음을 옮겼다.
매우 가벼웠다.
산책을 한다고 해야 할까.
대충 2시간 정도를 쭉 걸었다. 세상이 많이 변하긴 했다. 사람들도 많고.
‘청주가 커지긴 했네.’
옛날에는 이 정도로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그러다 출출함이 느껴졌다.
배가 고프다. 삼겹살을 먹긴 했지만 모자랐다.
이제 슬슬 집에 가야지. 가서 치킨이나 먹어야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린다.
아까 윤영수가 건네준 워치였다.
기존의 200번째 사도가 내 행세를 하며 사용하던 그게 왜 울리는 걸까.
누구 전화라도 왔나.
그냥 끊어 버리려다 발신인 이름을 보고 흠칫했다.
뜬금없다고 해야 하나. 헤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경북에서 청주로 온 지 지금 1시간도 안 지났다.
일단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그의 말투에 조금 놀랐다.
-지금 어디십니까.
굉장히 다급해 보인다고 해야 할까.
뭔 일이라도 있나.
“지금 집 가고 있습니다. 왜요?”
-그때 말씀하셨던 거 기억나십니까? 마스터께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하라고 하셨던 거.
“기억나죠.”
-지금 마스터가 위험합니다.
“…….”
-마스터가 들어간 게이트가 지금 변동 현상을 일으켰습니다. 측정치가 역대 최고입니다. 지금도 실시간으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잠시 생각하고는 질문했다.
“어딥니까?”
게이트가 어떻게 변했는지, 그 안에 뭐가 있는지, 이딴 건 내 관심 밖의 일이다. 딱 하나만 중요했다. 누나가 위험하다는 거.
-미국 텍사스주입니다. 지금 곧장 미국까지 텔레포트가 가능한 각성자를 수소문 중입니다. 5분 안으로 구할 수 있습니다. 진시후 씨가 거주 중인 곳으로 가겠습니다.
고개를 저었다. 5분은 너무 길다.
“잘 보고, 방향만 조정해 줘요.”
-……네?
“미국이면, 여기에서 동쪽으로 가면 되죠?”
-……네.
그대로 자리를 박찼다.
콰아아아앙-!!
굉음이 터지며 내 몸이 순식간에 앞으로 뻗어 간다.
-뭐…… 뭡니까, 이거.
실시간으로 주변 환경이 바뀌었다.
지금 나는 바다에 있었다.
바다를 밟고 계속 박찼다.
무슨 해저 화산이 폭발한 것처럼 내 발이 닿는 곳마다 엄청난 폭발이 일어난다.
-……설마 저거, ‘센다이 타워’입니까?
“센다이 타워가 뭔데요.”
-……8년 전에 일본 센다이에 B급 게이트가 생겨났던 적이 있습니다. 게이트는 브레이크를 일으켰고, 일본은 ‘군대’를 동원해 센다이에서 모든 몬스터를 박멸했습니다. 그걸 기념하고자 지은 타워인데, 그게 방금 보였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태평양에 계시는군요. 관제 센터가 죄다 난리 났겠습니다.
앞서 말했듯 5분은 길다. 내가 전력을 다하면 지구를 도는 데 5분도 안 걸린다.
다리에 마나를 몰아넣었다.
땅이 접힌다. 수많은 땅들이 점처럼 내 눈에 보인다. 압축되고 넓어진다.
가볍게 자리를 박찼다.
내 몸이 공간을 관통했다.
타이탄에서 이 기술을 ‘축지(縮地)’라 불렀다.
-……신호가 계속 끊기는데, 일단 괜찮을 것 같습니다. 계속 가십시오. 안내하겠습니다.
한 번 더 자리를 박찼다.
그렇게 나는 미국 땅을 밟았다.
여권 없이 하는 첫 번째 해외여행이었다.
#Chapter 5
내부의 구조는 매우 간단했다.
게이트를 통과한 뒤 내부에 진입하면 가장 먼저 이곳이 동굴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코앞에 거대한 입구가 있다.
그 입구를 통해서 이곳까지 온 것이고, 다른 곳에 다른 입구는 없다. 즉, 입구 하나를 완벽하게 막고 있으면 다른 이들에게 피해가 갈 일이 없다는 뜻이다.
그런 진송이의 앞으로 검은색 마나로 이루어진 파도가 뻗어 온다. 진송이가 손을 뻗었다.
코앞에 거대한 장막이 펼쳐진다.
콰아아아앙-!!
한 번.
콰아아앙-!!
두 번, 세 번, 네 번.
연달아 거의 열 번이 넘는 파도가 장막을 후려쳤지만, 장막은 여전했다.
진송이가 주로 사용하는 스킬인 [그레이트 월].
무려 SS등급, 즉 레전더리 스킬이다.
고스트 따위가 뚫을 수 있는 수준의 그런 게 아니었다.
진송이가 눈을 빛냈다.
보통 게이트에는 보스 몬스터가 존재한다.
고스트들이 출몰하는 이곳도 마찬가지다.
이곳에는 고스트 킹이 존재했다. 본래라면 1마리가 존재해야 했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최소 열 마리 이상은 존재할 거다.
그들이 지금 공격한 거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그들의 스킬 명은 ‘다크 웨이브’.
진송이는 겁먹지 않았다. 오히려 여유로웠다. [그레이트 월]을 거두어들인 뒤 천천히 양손을 주머니에 꽂았다. 그녀의 주변으로 다섯 개의 구체가 떠오른다.
진송이의 시선이 주변을 훑는다. 고스트들의 숫자는 정확히 829마리.
킹은 11마리.
곧장 광명구체가 빛을 내뿜었다.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서거거걱-!!
섬뜩한 소리와 함께 829마리의 고스트가 갈가리 찢겨진다.
11마리의 고스트 킹도 예외가 아니었다.
달랐던 점은, 일반 고스트는 천 쪼가리가 찢겨지는 것처럼 허공에서 사라졌다는 점이고 고스트 킹은, 핏물과 뼈, 심지어는 장기들이 허공에서 찢겨져 나갔다는 점이다.
본래 고스트들은 형체가 없다. 하지만 킹은 아니다. 킹은 형체가 있다. 제각기 달랐지만 오크의 몸, 인간의 몸, 그 외 등등.
세상에 알려진 정보에 의하면 고스트 킹은 상대방의 육체를 완벽하게 빼앗는다.
일반적인 고스트가 꿈이나 목소리로 홀리는 것과는 완벽하게 다른 그것은, 고스트 킹만의 특성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다시 한번, 정면의 공간이 일렁인다.
고스트다.
숫자는 어림잡아 천이 넘었다.
미간을 찌푸렸다. 너무 많았다. 어디에 숨어있던 고스트기에.
진송이가 허리를 곧게 폈다.
구체들이 진송이의 주변을 둘러싼다.
멀리서 날아오던 고스트들과 고스트 킹들이 움찔한다. 어림잡아 천 이상이라 했지, 정확한 숫자는 모른다. 사실 얼마인지 관심 없다.
콰아아아아앙-!!
다섯 줄기의 섬광이 순식간에 고스트들을 썰어버렸다. 광명구체 하나하나의 마나를 증폭시키고 닿는 모든 것을 그대로 폭파시키는 그것은, 진송이가 숨겨 두었던 비장의 한 수였다.
띠링 소리와 함께 레벨이 올랐다는 소리가 계속해서 울린다.
무려 다섯 개다.
레벨 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건 상당한 수준의 폭업이었다.
다시 한번 눈앞의 모든 고스트들을 썰어버린 진송이는 슬며시 한쪽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속으로 작게 읊조렸다.
‘천리안.’
천리안은 다른 곳에 제3의 눈을 만들어 멀리까지 볼 수 있는 스킬이다. 진송이가 주로 애용하는 스킬이기도 하다.
감긴 한쪽 눈이 밝아진다. 그 앞에 보이는 것은 게이트 앞에 불안한 표정으로 진을 치고 있는 각성자들이었다.
무사하구나. 그걸로 안심했다.
그대로 다시 눈을 뜬 진송이는 눈앞의 일에 집중했다.
정확히는 집중하려 했다.
몬스터 웨이브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 오는 고스트들을 전부 죽여야 했다. 아니나 다를까, 눈앞에 고스트와 고스트 킹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
말이 나오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했다. 몬스터들이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으니까.
평소였다면 이것 때문에라도 놀랐을 거다.
하지만 진송이가 정말로 놀란 이유는 이런 게 아니었다.
코앞에.
약 50cm. 그 앞에 한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가 누구인지, 진송이는 안다.
알 수밖에 없었다.
이 게이트에 같이 들어왔으니까.
존 마르셀.
그가 지금 몬스터들의 중앙에 있었다. 너무나도 여유로운 모습으로.
“진송이 씨, 정확히 세 개만 물어보겠습니다.”
“……뭐죠? 지금 이 상황.”
“미안한데, 질문은 제가 할 겁니다. 진송이 씨는 대답만 하시면 돼요. 괜히 시간 낭비하지 말자고요. 자, 제 질문은 간단해요. 첫째, ‘진시후’는 어디에 있습니까?”
미간이 구겨진다. 진시후?
“아니지, 이렇게 물으면 안 되겠네. ‘200번째 사도’는 어디에 있습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