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186)
제186화
“보통 그렇게 말하는 놈들이 후회하더라.”
하시모토는 말로 하지 않았다.
그의 몸이 그 자리에서 연기처럼 사라진다.
콰아아아앙-!!
하시모토는 진시후의 앞에 있었다. 그의 다리가 진시후의 얼굴 코앞에 멈춰 있다.
하시모토의 시선이 자신의 종아리 쪽으로 향한다. 진시후의 왼팔이 종아리를 움켜쥐고 있다.
느껴지는 악력이 상당하다.
하기야.
이 정도는 되어야 이곳 구천에 올 수 있었겠지.
진시후는 웃었다.
“성철아.”
“예, 주군.”
“가서 정리해. 나는 얘랑 좀 놀고 있을 테니.”
“존명.”
주성철이 자리를 박찬다.
* * *
움켜쥐고 있던 하시모토의 종아리를 그대로 옆으로 집어 던졌다.
그러자 하시모토의 몸이 회전한다. 고개를 뒤로 젖혔다. 코앞에 하시모토의 반대쪽 발이 스친다. 이어서 왼발을 굴리며 뒤쪽으로 이동했다.
파아아앙-!!
코앞의 공간이 깨진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공중 3단 돌려 차기? 연속 돌려 차기?
그냥 본능적인 움직임이라고 하자.
뒤로 물러나지 않았더라면 복부나 머리 둘 중 하나가 공격당했을 거다. 하시모토가 땅에 착지한다. 그의 날개가 펄럭이며 먼지가 양옆으로 날아간다.
인상적이다.
날개가.
“묵계(默契)라는 말을 아나?”
훅 들어오는 질문에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묵계면.
“불문율?”
“그렇다.”
“그래서 그게 왜?”
하시모토가 품 안에서 삼단 봉을 꺼내 들며 말을 이었다.
“승천자, 이 단어는 우리들에게 있어서 지켜야 할 존재이며 우상시하는 존재다.”
“그래서?”
“네가 그분들을 적대한다고 해도, 적어도 서로 간에 지켜야 할 암묵적인 약속은 있는 법.”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래서 어쩌라고.”
“……폐하를 보러 이 먼 곳까지 왔으나, 보기도 전에 죽을 수 있다는 소리다. 또한 존중받고자 한다면 먼저 적을 존중해라.”
“누구한테? 너한테?”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누구에게든. 너부터 존중을 하지 않…….”
“야, 총감아.”
“…….”
“개소리 늘어놓는 건 종특인가. 적한테 무슨 존중이 필요하고 예의가 필요해.”
“그리하면 적어도 적이 너에게 존중을 표할 테니까.”
“그 존중은 결국 유의미한 결과로 남나?”
“……무슨 의미지?”
“말 그대론데. 적에게 존중받는다? 그래서 뭐가 남냐고.”
“…….”
“어차피 서로 죽일 사이고, 둘 중 하나가 무조건 죽을 텐데 존중이 왜 필요해?”
“무조건 죽는다? 혹시 모르는 일이다. 네가 굽히고 그 밑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웃음이 터져 나온다.
“물렁하네.”
“……뭐라?”
“물렁해. 무슨 마시멜로 보는 거 같아. 총감아, 내가 살아온 세상에서 패배라는 건 필연적인 죽음을 뜻해. 포로 대우? 밑으로 들어간다? 내가 쪽팔려서 그런 건 못 하거든. 그럴 바엔 그냥 죽는 게 낫지. 자, 그럼 우리 여기에서 한번 생각해 보자.”
아공간에서 길쭉한 검 한 자루를 꺼내 들었다.
손잡이를 강하게 잡아채며 말을 이었다.
“과연 나는 지금까지 몇 번 패배했을까.”
“…….”
“없어. 내 면상에 금칠하는 건 별로 안 좋아하는데, 타이탄에서 내가 무패 신화를 새로 썼거든. 자, 그러면 여기서 두 번째 질문. 먼저 존중하지 않는 건 나일까, 아니면 니들이 모시는 그 버러지 새끼일까.”
“…….”
“먼저 존중하지 않은 이에게 존중을 요구한다? 웃기려고 한 거면 성공했어. 축하해.”
“……기고만장하구나. 이미 너의 힘을 본 이들이 수도 없이 많다. 나도 그중 하나지.”
“아, 그래? 어디 걸 봤는데?”
“…….”
“타이탄 거는 못 봤지?”
“……그렇다.”
“그럴 거 같더라. 그러니 지금 존중이니 뭐니 하는 배부른 소리나 하고 있지.”
천하검을 어깨에 걸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내가 니들이었으면 지금쯤 아, 잘못 건드렸구나 하고 어떻게 사과해야 할지 머리 싸매면서 고민할 텐데. 쯧쯧.”
“……말로는 무엇을 못 할까.”
“그러게.”
“네놈은 이곳…….”
총감님께서 아마 더 잇고자 하는 말이 있었을 거다.
그런데 의미 없다.
서걱-!
총감의 머리가 하늘로 솟구친다.
왼손을 들었다.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총감의 머리가 툭 하고 내 손에 안착한다.
할 말은 그냥 아꼈다가 나중에 염라 만나면 하시라고 금방 보내 드렸다.
그대로 시선을 옮겼다.
주성철이 보인다.
류이치라는 남자와 거의 막상막하다.
전에 보았던 천마강림이었나.
그거까지 썼지만 계속해서 뚜드려 맞고 있다. 그럴 만도 했다.
주성철이 강하긴 하나, 류이치가 더 강하다.
내 기준에서 주성철은 이 한천이라는 곳에서 그냥 강한 수준이지, 기존에 있던 강자들을 압도할 정도로 강하지는 않다.
손에 들고 있던 총감의 머리를 집어 던졌다.
툭, 투둑.
머리가 굴러간다.
손에 들고 있던 삼단 봉으로 주성철을 신나게 패고 있던 류이치가 그대로 동작을 멈췄다.
그 외에, 삼단 봉을 든 채 대기하던 이들 모두 마찬가지였다.
“……초…… 총감님?”
천하검을 자연스럽게 늘어뜨렸다.
애초에 시간을 길게 끌 이유가 없었다.
자리를 박찼다.
멍하니 서 있는 경찰이 보인다.
천하검을 휘둘렀다.
서걱-!
그의 머리가 하늘로 솟구친다. 주변에 있던 이들은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그래서, 몇 번 더 휘둘렀다.
서걱, 서걱, 서걱.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깔끔하게 잘려 나간 목 여덟 개가 하늘로 솟구친다. 고개를 돌리는 것과 동시에 다리에 힘을 주었다.
땅을 밀어내며 또 다른 경찰의 앞에 섰다.
다시 휘둘렀다.
서걱-!
아까와 같았다. 주변에 있던 다른 경찰은 여전히 반응도 못 하고 있었다.
전부 베어 내려 검을 휘두르려던 그때였다.
“놈-!”
흡사 사자후와도 비슷한 소리와 함께 휘두르던 천하검이 옆으로 튕겨져 나간다.
가슴에 붉은 배지를 달고 있던 류이치라는 남자가 보인다. 그의 삼단 봉이 내 천하검을 튕겨 낸 거다.
그대로 팔꿈치를 휘둘렀다.
콰앙-!
류이치의 삼단 봉에 막힌다.
꽤 힘을 두른 채 휘두른 건데, 삼단 봉에는 실금 하나 가지 않았다.
재질이 조금은 궁금해진다.
설마 이것도 미스릴로 만들어진 건가.
“……당신의 힘을 우리가 과소평가했군요.”
“너무 늦게 깨달은 거 아니야?”
“……상관없습니다. 이미 시작되었으니까.”
“뭐가?”
“싸움이.”
류이치가 삼단 봉을 강하게 밀어냈다.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선 나는 내 머리 위로 내려찍히는 류이치의 삼단 봉을 바라보았다.
피할까, 아니면 막을까.
둘 다 아니다.
그대로 발을 휘둘렀다.
꽈아아아아앙-!!
먼저 공격한 건 류이치였지만 맞고 날아간 것 또한 류이치였다.
멀리 날아가 건물 대여섯 채를 개박살 낸 뒤 땅에 처박힌 류이치가 쿨럭, 피를 토해 낸다.
그는 쉽게 일어서지 못했다.
고개를 돌렸다.
마찬가지로 류이치한테 얻어터진 주성철 또한 쉽게 일어서지 못하고 있었다.
에휴.
내 시선을 눈치챈 성철이가 고개를 푹 숙인다.
“……면목 없습니다.”
“됐다. 애초에 네가 상대할 급이 아니긴 했어.”
대충 손짓했다. 주저앉아 있던 성철이가 내 쪽으로 다가온다. 그에게 귓속말로 무언가를 속삭였다.
“……알겠습니다. 한번 해 보겠습니다.”
“그려, 고생하고.”
고개를 끄덕인 성철이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대여섯 명의 경찰이 죽어 있는 곳에서 시선을 멈춘다.
수많은 경찰들이 포위를 한 상황에서 저 정도면 구멍이라고 볼 수 있다.
성철이가 자리를 박찬다.
이내 녀석의 몸이 사라졌다.
나머지 경찰들은 녀석을 쫓지 않았다. 일제히 삼단 봉을 꺼내 든 뒤 나를 바라보았다.
대충 몸을 숙여 바닥에 있던 총감의 머리를 들어 올렸다.
“좋네.”
짤막한 말에 곧장 답하는 남자가 있었다.
“……무엇이 그리 좋습니까.”
고개를 돌렸다.
복부를 부여잡은 채 비틀거리며 걸어오는 류이치였다.
“옛날로 돌아온 거 같아서.”
“…….”
“항상 이랬거든. 옛날 생각도 나고, 나쁘진 않네.”
여전히 회복이 안 된 건지, 입가랑 복부 쪽에서는 피가 질질 흐르고 있었다.
머지않아 쿨럭, 피까지 토해 낸다.
“힘들어 보이는데, 그만 쉬지 그래.”
“……그럴까요?”
웃음이 나온다. 이상하게 저 류이치라는 애한테는 정감 같은 게 간다.
음.
“쉬기 전에, 그 플라티라는 새끼 어디에 있는지는 말하고 쉬어.”
“……그건 제가 감히 말씀드릴 수가 없는데요.”
“그럼 뭐, 죽어야지.”
“…….”
“너뿐만이 아니라, 여기에 있는 애들 다 죽일 거야.”
“……과격하시군요.”
“길게 끌고 싶지가 않아서. 솔직히 내가 너네 죽여서 얻을 게 뭐가 있겠냐. 플라티라는 새끼 목 따고 좀 쉬어야겠다. 그러니 말해 봐. 10초 줄게.”
“…….”
“시간 간다. 가진 힘들 보니까 나름 노력 꽤 했을 텐데 여기서 죽기엔 아쉽지 않아?”
“…….”
“벌써 5초 남았네.”
“……전제가 조금 잘못된 거 같습니다.”
“무슨 전제?”
“저희 같은 일개 경찰들이 뭘 알겠습니까.”
천하검을 어깨에 걸쳤다.
“말해 줄 수 없는 게 아니라, 몰라서 말 못 한 거야?”
“……예.”
“그럼 책임자 불러와. 걔는 알겠지.”
“지금 들고 있잖습니까.”
“아.”
손에 들고 있던 총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내가 실수를 했네. 물어보고 죽일 걸 그랬나 봐.”
“……대체 당신은…… 정체가 뭡니까.”
“이레귤러라며, 니들이.”
“……이레귤러도 급이 있습니다. 당신이 죽인 경시 총감님은 저희 대일본 제국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강자입니다. 방금까지 제가 상대했던 천마 같은 성좌들과는 급 자체가 다른 존재란 말입니다.”
“그렇구나.”
“그런 존재를 어찌 단 일검에…….”
“그럴 수도 있지. 세상은 넓잖아?”
“…….”
“대충 정리하면 플라티가 어디에 있는지 너희는 모른다?”
“……예.”
“알 만한 놈은…… 쟨가?”
내 말에 류이치가 의문 섞인 표정으로 묻는다.
“……누구를 말씀하시는…….”
류이치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럴 만도 했다.
하늘에서 거대한 운석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으니까.
아니지.
운석이 아니었다. 운석처럼 보이는 사람이었다.
너무나도 빠른 속도에 주변 현상이 그에 반응하는 거다.
콰앙-!
한 남자가 땅에 내려선다.
그의 어깨에는 방금 죽인 경시 총감과 비슷한 무늬의 계급장이 있었다. 벚꽃인 것 같은데, 그게 무려 다섯 개다.
“자…… 장관님?”
류이치의 말에 대충 알 수 있었다. 쟤는 확실하게 플라티라는 놈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는 걸.
그는 사각진 턱에 부리부리한 눈을 하고 있었는데, 무슨 눈에서 불꽃이 튀어나오는 것 같다.
아니다.
실제로 그의 두 눈은 불타고 있었다.
“……버러지 같은 이레귤러 새끼가, 감히 내 새끼를 죽여?”
“어…… 얘가 네 새끼였어? 보기보다 나이가 어렸구나, 얘가.”
“……건방 떨지 마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