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196)
제196화
꽈드득.
근육이 압축된다. 눈동자가 맑아지고 심장이 거세게 뛴다.
플라티의 시선이 내 쪽으로 옮겨진다. 즉시 검을 뻗었다.
콰아아앙-!!
어느새 들어 올린 놈의 팔목에 막힌다.
살점은 뚫었는데 뼈를 못 뚫었다. 괜찮다.
힘을 주었다.
뭉친 백련기가 순식간에 어깨로 이동한다.
밀었다.
까드드득.
뼈가 조금씩 베어지는 섬뜩한 소리가 이어진다. 놈이 반응한다.
놈이 반대쪽 손바닥을 뻗었다.
괜찮다.
즉시 오른발을 앞으로 내밀며 몸의 균형을 옮겼다. 그대로 몸이 회전한다.
원심력을 담은 천하검이 강하게 휘둘러진다.
서걱-!
깔끔하게 베어진 플라티의 오른팔이 하늘로 솟구친다.
즉시 검의 방향을 바꿨다.
꽈아아앙-!!
굉음과 함께 몸이 뒤로 밀린다. 발을 뻗은 자세로 멈춰 있는 플라티와 눈이 마주쳤다. 그가 주먹으로 옆에 있던 공간을 후려친다.
무너지고, 어긋났던 시공간이 다시 뭉쳐진다.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왔다. 플라티가 무언가를 하기도 전에, 자리를 박찼다.
거의 한계까지 압축시킨 근육과 거세게 뛰는 내 심장은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
나는, 플라티보다 여전히 1초 앞서 있다.
왼손을 뻗었다. 플라티의 얼굴이 손아귀에 들어온다.
오른손으로 꽉 쥐고 있던 천하검의 손잡이 끝부분을 가차 없이 내려찍었다.
콰아아아앙-!!
얼굴이 찌그러진 플라티가 땅에 처박힌다. 천하검을 역수로 고쳐 쥔 뒤, 내려찍었다.
[무신검공(武神劍功).] [2장 반신벽산(反身劈山).]퍼석.
기이한 소음과 함께 천하검이 박힌 땅의 반경, 약 10km가 움푹 파였다.
마치 압축되듯이.
실제로는 소멸된 거다.
압도적인 탈혼기가 넓은 범위를 그대로 찍어 누른 거다.
검을 뽑은 뒤 어깨에 걸쳤다.
방금 플라티의 죽음을, 나는 확신했다.
후.
가볍게 한숨을 몰아쉬던 그때였다.
온몸이 싸늘하다. 공기가 순식간에 무거워진다. 즉시, 오른쪽으로 자리를 박찼다.
하지만 늦었다.
서걱-!!
옆구리가 화끈하다. 후두두둑, 무언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다리가 뜨거워진다.
옆구리에서 흘러내린 장기와 핏물이다.
시선을 조금 위로 올렸다.
플라티가.
상처 하나도 입지 않은, 너무나도 깨끗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그의 입가에 생겨난 미소에 미간이 찌푸려진다.
내가 아마추어도 아니고 분명 심장을 찢고 머리를 터트렸다.
설명이 불가능하다.
“……재미있는 재주가 있었네.”
“거듭 말하지만, 너는 이곳에 너무 빨리 왔다.”
“…….”
“과연 변곡점은 나의 죽음을 원하는가, 아니면 이 또한 시련인가.”
플라티가 손을 내밀었다.
“언제쯤 답을 줄 것인가?”
짧은 순간, 나는 플라티의 죽음을 분명히 확신했다.
그런데 왜 저기 있는 거지.
그것도 상처 하나 입지 않은 몸으로.
* * *
주성철은 경복궁을 달리고 있었다.
하늘에서는 마른하늘인데 번개가 치는 듯 천둥소리가 계속해서 울려 퍼졌고, 주성철의 뒤쪽에서는 진시후와 플라티 간의 싸움으로 공간에 균열이 일어나고 있었다.
소름이 끼칠 정도다.
주성철은 묵묵히 할 일을 했다.
홍현.
진시후는 그를 찾으라 했다. 그래서 지금 찾는 중이다.
이곳의 경복궁은 별 #2403의 경복궁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일단 넓이가 거대했다.
대한민국의 서울은 넓다.
그리고 이곳 한천의 경복궁은 그 서울의 절반 크기다.
말도 안 될 정도로 넓은 크기라고 보면 된다.
사람이 거주하지도 않는데 방은 넘쳐 났고, 담도 넘쳐 났다.
말 한 마리 없는 마구간도 있고, 병사 하나 없는 군영도 있다.
왜 굳이 이딴 곳을 만들어 놨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오늘 플라티는 뒈질 테니까.
주성철은 오직 한 곳.
이 드넓은 경복궁에서 ‘한 번 느꼈던 마나의 향기’를 쫓았다.
괜히 사냥개라고 불린 게 아니다.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결국 사냥개로 수백 년을 넘게 살았다.
그 경험과 능력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게, 주성철은 도착했다.
경복궁, 별 #2403을 기준으로 하면 대략 도봉구 쪽이다.
주성철은 굳게 닫혀 있는 철문을 주먹으로 강하게 후려쳤다.
꽈아아앙-!!
문이 부서진다. 막힘없이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온몸이 피투성이인 채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홍현을.
그쪽으로 다가갔다.
홍현이 정신을 차린다.
“……주성철?”
“그렇소.”
“……결국 왔나…….”
주성철은 오랜만에 말문이 막혔다.
뭐라고 해야 할까.
처참하다고 해야 하나.
“……왜 그리 쳐다보지?”
“……이유는 그대도 충분히 알 거라고 생각하오.”
홍현이 힘없는 미소를 짓는다. 그럴 만도 했다.
일단 팔다리의 힘줄이 끊겼다. 단전은 부서졌고, 일체혈은 통째로 사라졌다.
주성철이 온 이후로 홍현의 몸은 미동도 없었다. 그럴 만도 했다. 목 아래에 감각이 전혀 없을 테니까.
아마 생식 기관에도 감각이 없을 거다. 바지 뒷부분과 앞부분이 오물로 뒤덮여 있다. 없는 게 맞다.
처참했다.
한 별의 지배자로서, 정확히는 플라티로부터 지배자의 권한을 위임받았던 관리자로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권력자가 말년에 이런 모습이라니.
“건방지게 동정하는가.”
“……동정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요. 그렇소. 동정하고 있소. 그러나.”
“그러나?”
“거기까지요. 모든 선택의 대가는 스스로가 지는 거요.”
홍현이 자조적인 웃음을 터트리며 물었다.
“그래서, 왜 왔지?”
“개인적인 관심은 없소. 그저 내가 모시는 주군께서 그대를 데려오라 하셨소. 그래서 온 거요.”
주성철이 다가간다.
오물로 뒤덮인 홍현의 몸은 관심 없다는 듯, 홍현의 몸을 등에 업으려던 그를, 홍현이 막는다.
“그만.”
“…….”
“너는 나를 데려가는 것보다 빠르게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게 무엇이오?”
“……분명 이대로 가면 너희 주군은 고전할 것이다.”
“……뭐라?”
“피차 길게 말해서 뭐 하겠나. 나도 플라티의 죽음을 원한다. 그리고 플라티는 승천자다. 너나 나 같은 존재는 절대 죽일 수 없는 존재다. 그 이유가 단순한 ‘힘’ 때문이라 생각하나?”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플라티는 자신의 영혼을 분리해 놓았다. 단순히 눈앞의 플라티를 죽이면 끝날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더 자세히 말해 보시오.”
“왜 이곳 대한민국이 고대 도시가 되었겠나.”
주성철이 묻기도 전에 홍현은 묵묵히 말을 이었다.
“과거, 수만 년에 걸쳐서 플라티는 실험을 해 왔다.”
“무슨 실험을 말하는 것이오?”
“뭐겠나. 인체 실험이지.”
“…….”
“이곳, 기존의 대한민국이 존재했던 이 땅의 모든 인간들이 플라티에 의해 희생당했다. 그들의 신체를 이루고 있는 뼈와 살, 그리고 영혼은 모조리 플라티의 양분이 되었지. 그 양분을 플라티는 압축시켰다. 진정한 의미의 윤회를 깨닫고 해탈을 완성시켰지.”
무슨 말인지, 주성철은 이해하지 못했다.
“……멍청한 놈. 플라티의 목숨은 한 개이면서 한 개가 아니라는 뜻이다.”
“……한 개가 아니다?”
“죽이고 또 죽여도 플라티는 되살아난다.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새로운 신체로 나타난다. 그가 해탈을 완성시키는 과정에서 희생시킨 영혼들이 그의 신체를 재구성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가서 네 주군에게 알려라. 플라티를 죽이려거든 플라티의 ‘본체’를 찾으라고.”
“…….”
“본체를 찾지 않는다면, 플라티는 계속해서 되살아날 것이다. 대체 몇 번을 죽여야 하는지, 나는 감도 잡히지 않는다. 그러니 본체를 찾아라. 정확히는 ‘공급원’을 찾아라. 자세하게는 몰라도 분명 이곳 경복궁 근처에 있을 터이니.”
주성철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플라티의 힘을 과소평가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승천자다.
괴물 중의 괴물.
일반적인 성좌들은 그의 손짓 하나에 목이 달아나고 사지가 분해된다.
세상의 균형을 바꾸고, 물리 법칙을 부숴 버릴 수 있는 존재.
그게 승천자다. 그런데 그런 승천자가 죽이고 또 죽여도 되살아난다?
애초에 죽이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기운이 순환하는 심장을 터트리고, 의식할 수 없게 목도 베어야 한다.
그것이 탈혼경에 이른 강자들을 ‘완전한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것을 수도 없이 반복한다는 건, 진시후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다.
진시후의 밑바닥을 끄집어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해야 할까.
이곳은 승천자 플라티의 홈그라운드다.
한천이라는 구천 자체가 그럴진대 심지어 그 구천 내에서도 오직 플라티만 거주하는 경복궁이다.
미래를 밝혔다던 과학자의 유물을 사용하지 못한다 해도 자신감이 넘쳐흐르던 이유가 있었다.
알려야 한다.
“……정보는 고맙소. 그런데 믿어도 되는 것이오?”
“……역사는 반복된다. 네 주군에게 말해라. 그쪽 세상의 ‘홍현’에게 나와 같은 절망을 안겨 주지 말라고.”
“…….”
“그거면 된다. 가라.”
주성철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곳에는, 쓰러져 있는 두 남자가 있었다.
진시후와 플라티였다.
주성철의 두 눈이 플라티에게 향한다.
팔다리가 잘리고, 명치에 구멍이 뚫린 플라티의 신체는 ‘재생’하지 않았다.
머지않아 마치 소멸하듯, 플라티의 몸이 연기가 되어 흩어진다.
진시후가 팔로 땅을 짚으며 일어섰다.
온몸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지만 분명 살아 있었다. 상처도 금방 재생됐다.
피곤하다는 듯, 한숨을 터트린 진시후의 앞에.
온몸이 ‘재구성’된 플라티가 있었다.
입고 있던 용포도, 멋들어지게 다듬은 머리카락도, 모든 것이 멀쩡했다.
플라티가 웃는다.
주성철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무언가.
일이 잘못된 것 같다.
* * *
솔직히.
쉽게 죽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안 했다.
압도적인 재생은 물론, 가진 힘 자체가 분명 내가 지금껏 만나 온 이들 중 가장 강할 수도 있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사실이었다.
모든 면에서 육각형이었다.
강자가 분명했다.
그런데 이건 예상 못 했다.
“힘든가?”
답하지 않고 천하검을 그대로 내려찍었다. 하늘을 가르며 검날이 정확히 플라티의 머리를 향한다.
하지만.
터억.
놈의 손에 검날이 잡힌다.
“팔 힘이 약해졌군.”
플라티가 손바닥을 뻗는다. 팔꿈치로 방어하려 했지만 조금 늦었다.
파아아앙-!
강한 파공음과 함께 몸이 뒤로 주르륵 밀려난다. 쿨럭, 입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명치가 움푹 파였다.
내부도 뒤집어졌다.
플라티가 쪼갠다.
“원리는 대충 눈치챘을 것이고, 해결 방법은 아직 찾지 못했나?”
“……이해가 안 가는데.”
“무엇이 그리 이해가 안 가나?”
“너, 몇 명 잡아먹었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