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208)
제208화
관심 없다.
이 별에 왔다는 것만으로, 그리고 나와 함께 지금 이 순간 이 별에 있었다는 것만으로 이들의 운명은 정해졌다.
이동석의 메커니즘은 차원을 뚫어 이동하는 것이다.
이건 확실히 해야 한다.
차원이 뚫리기 전, 반드시 공간이 뚫리는 작업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공간을 뚫은 이후 차원의 균열을 연결시키는 게 차원 이동의 기본 메커니즘이다. 즉, 이곳 별 #299의 모든 공간을 통제할 수만 있다면, 연결된 차원으로의 출입을 막을 수 있다.
정확히는 조절할 수 있다.
공간만 지배하면 된다.
한 번도 해 보지는 않았으나 이론에는 틀린 점이 없다.
그래서.
나는 즉시 실행에 옮겼다.
손을 뻗어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움켜쥐었다.
백련기가 뿜어져 나온다. 하얀 기운이 공간을 타고 움직였다. 정확히는 파고 들어갔다.
팔이 살짝 떨려 온다. 이마에도 땀 한 방울이 맺혔다.
몸이 정상이 아니라느니 하는 그런 핑계는 의미 없다.
지금 나는 별 #299의 모든 공간을 통제할 생각이다.
미친 짓이 분명하다. 아마 그 누구도 시도해 보지 않았을 거다.
상관없다.
내가 해 본 게 아니니까.
내가 하면 달라진다.
생각보다 필요한 기운의 양이 많았다. 이것도 괜찮다.
이를 악물며, 더 많은 기운을 주입시켰다.
쿠구구구궁.
세상이 진동한다.
옆에 있던 돼지가 화들짝 자리에서 일어서며 뒤로 물러서는 게 보였다. 왜인지는 모른다. 내 기운이 그렇게 위협적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겁을 먹은 건지.
사실 관심도 없었다. 난 바빴으니까.
머지않아.
파아아아아아앙-!!
내 손을 중심으로 거대한 파동이 세상으로 뻗어 나갔다.
손으로 이마의 땀을 훔쳤다.
대충 됐다.
지금부터 이 별에서 ‘이동석’은 의미 없다.
상자의 자물쇠를 손에 쥐었다. 콰지직, 가볍게 부서진다.
그대로 열었다.
상자 안에 있던 ‘검은색의 기운’이 세상으로 퍼진다.
나는 상자를 덮거나, 버리거나 하지 않았다.
안에 있는 내용물이 무엇인지는 이미 전부터 짐작하고 있었다.
기운.
지금 세상으로 퍼져 나간 저 검은색 기운과 편지가 하나 있었다.
상당한 수준의 탈혼기로 가볍게 도포되어 있는 이 편지는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대로 집어 들었다.
“야, 돼지야.”
잔뜩 겁을 먹었던 돼지가 천천히 내 옆으로 다가온다.
“밑에 판 좀 깔아 봐. 좀 앉게.”
돼지가 앞발로 허공을 가볍게 터치했다.
그러자 밑에 기운으로 만들어진 막이 생겨난다.
바로 자리에 앉았다.
밑에서는 난리가 났지만 역시 관심 없었다.
묵묵히.
나는 편지를 읽었다.
* * *
거의 동시에 느꼈다.
낙원의 왕은 물론 그가 소집한 병력들과 낙원을 이용하고 있던 다른 성좌들까지.
모두가 공기의 변화를 감지했다.
아니지, 공기뿐만이 아니라 마나의 성질 자체가 변했다.
시작은 가벼웠다.
가장 급이 낮은 성좌들이 저마다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쿨럭 소리가 난다.
심지어 그냥 기침이 아니었다.
각혈이었다.
하급 성좌들이 자리에서 비틀거리기 시작할 무렵, 중급 성좌들도 반응이 왔다.
기침을 하고, 피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으며 균형을 잡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비틀거렸다.
상급 성좌도, 최상급 성좌도.
뒤늦게나마 온 기운을 끌어 올린 이들도 있었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독…… 독이다-!!”
표현할 다른 문장이 없었다.
분명 일반적인 독은 아니었다.
공기 중으로 퍼져 가는 독.
마나를 비롯한 모든 기운의 성질을 바꿔 버리는 독.
이걸 설명할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상급 성좌, 최상급 성좌.
자연경은 기본으로 다룰 줄 알고 스스로의 영혼의 힘까지 개방할 수 있는 이들 모두, 이 자리까지 고스톱으로 올라온 게 아니었다.
이들은 즉시 자신의 신체로부터 유입되는 모든 기운들을 차단시켰다.
스스로의 단전 내지 심장에 모아 놨던 기운과 영혼의 힘들이 피어오른다.
지금부터는 시간 싸움이다.
이 독을 푼 자를 죽이는 것과 이 별에서 도망치는 것.
두 가지 경우 중, 이들은 첫 번째를 택했다.
그냥 도망치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으니까.
그때였다.
누군가 외쳤다.
“위다!”
상당한 높이였지만 여기 있는 이들에게는 아니었다.
모두가 일제히 자리를 박찬다.
그 숫자가, 도합 940명이다.
무려 940명의 성좌였다.
그들은 하늘에 앉아 무언가를 읽고 있는 남자를 볼 수 있었다.
그는 수백의 성좌들이 하늘로 올라왔음에도 관심 한번 주지 않았다.
묵묵히,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리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끝까지.
반복했다.
왜 저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이해할 생각조차 없었다.
별 #1111의 관리자이자, 성운 [매의 기사단] 소속의 [마이다스]가 앞으로 나섰다.
“네놈의 정체를 밝혀라!”
“나? 기다려 봐. 이거 한 번만 더 읽고.”
“……건방진 새끼. 지금 낙원을 오염시킨 것이 네놈이렷다!”
귀찮다는 듯, 남자는 손을 휘저었다. 그리고는 묵묵히 손안에 든 편지를 읽었다.
[마이다스]가 참지 못하고 자리를 박찼다. 그의 몸이 뻗어 나간다. 편지도 찢어 버리고, 그걸 읽고 있는 저놈의 면상도 찢어발길 것이다.그 생각으로 달려 나간 거다.
그러다, 왼쪽 팔목을 들어 올렸다.
꽈아아아앙-!!
거대한 앞발이 있었다.
그리고 그 너머로 소름 끼치는 표정의 도베르만이 보인다.
아니지, 이걸 도베르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저 크기의 ‘개’는 존재하지 않는다.
저건 그냥 몬스터다.
[마이다스]가 오른 주먹을 휘둘렀다.꽈아아앙-!!
그대로 얻어맞은 도베르만이 깨갱 소리를 내며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그제서야, 편지를 읽던 가면의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터트리고는, 쓰고 있던 가면을 벗었다.
드러난 맨얼굴에, [마이다스]는 물론 하늘로 올라왔던 수백의 성좌들 모두가 놀랐다.
“진…… 진시후…… ?”
진시후는 그들의 반응에 관심 없었다. 한심한 표정으로 돼지를 바라보았다.
“너나 성철이나, 참 신기해. 어디 가서 한따까리 하던 놈들이 꼭 내 밑에만 오면 여기저기서 처맞고 다니는데, 왜 그러는 거야. 저런 잔챙이들은 네 선에서 정리해야지. 응?”
끼이잉, 서글픈 소리를 내는 돼지였지만 진시후는 가차 없었다.
“일주일 간식 금지다.”
편지를 품 안에 집어넣은 진시후가 그제서야 주변을 둘러보았다.
“많이도 왔네.”
별에 독을 뿌린 것이 그 ‘진시후’라는 것이 알려지자마자, 적극적으로 싸울 기세였던 성좌들의 태도가 변했다.
[마이다스]가 말했다.“……당신은 분명 승천자 [플라티] 님과의 격전을 벌이러 한천으로 이동했을 터인데, 어찌 이 자리에 있는 것이오. 설마…….”
“응, 맞아. 뒈졌어, 플라티는.”
“……허어…….”
“그래서, 궁금한 게 그게 다야?”
당연히 이게 다일 리 없었다.
“왜 이 별에 독을 뿌리신 거요. 그리고 ‘이동석’의 사용도 불가능해진 것 같은데, 이것도 그대가 벌인 일이오?”
“응. 내가 했어.”
“……왜 그러신 거요?”
“음, 글쎄. 이유가 ‘그냥’이면 안 되나? 그냥 그런 건데.”
“……그럴 리 없소. 당신 정도의 강자가 그냥 무언가를 벌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소. 이유를 말해 주시오.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면 분명 되돌릴 수 있소. 사과드릴 수 있소.”
[마이다스]를 아는 이들이라면 그가 이렇게 저자세로 나가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정확히는 놀랐을 거다.그럼에도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승천자를 죽인 존재는 그 정도다.
“이유라……. 그 이유는 너희가 답할 수 없을 거 같은데. 여기가 낙원이라며. 낙원의 왕, 그놈 정도는 되어야 답할 수 있지.”
진시후가 손가락으로 어느 한 곳을 가리켰다.
수십의 성좌가 엉켜 있는 그곳에 사자 가면을 쓴 남자가 있었다.
진시후가 손가락을 까딱였다.
“답해 봐. 내가 왜 이 별에 독을 뿌렸을까.”
낙원의 왕은 바보가 아니었다.
이유?
충분히 짐작이 간다.
지목당한 낙원의 왕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돌풍이 불면 우리 자아에 씌워진 가면이 벗겨진답니다. 그 안에 있는 민낯은 상당히 추악하지요.”
계속해 보라는 듯, 진시후가 턱짓했다.
“저희는 그저 충족시켜 주었을 뿐입니다. 민낯을 드러낸 이들의 욕망을. 이게 잘못된 겁니까?”
“잘못됐다고는 한 적 없어.”
“그럼 이 모든 일은 대체 왜 벌이신…….”
“진송이가 있더라고. 우리 누나가.”
낙원의 왕이 흠칫한다.
“……무슨 말씀인지는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당신께서 아는 그 ‘진송이’와 저기 있는 진송이는 다른 존재입니다.”
고개를 저었다.
“기분이 좋지가 않아.”
“……예?”
“기분이 좋지가 않다고. 다른 존재? 어느 정도는 맞겠지. 서로 다른 별에서 살았으니까. 그런데 얼굴이 같잖아. 별은 달라도 진시후라는 동생이 있고, 항상 진송이라고 불리잖아. 내 누나라고, 불리잖아.”
잠시 말을 멈춘 진시후가 깜빡했다는 듯, 손가락으로 [마이다스]를 가리켰다.
“너, 그러고 보니 아까 중급 진송이 사 간 놈 아니냐?”
“…….”
“엘프한테 결제한 거 같던데. 무슨 카드 같은 걸로. 맞아?”
[마이다스]가 침을 꿀꺽 삼켰다.사실이었으니까.
그래도 할 말은 있었다.
“……성좌들만을 위한 취미 생활이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을 것 같소. 그리고 내가 ‘사용’하려 산 것이 아니라, [매의 기사단] 단장이 사용하고 싶어 하기에 산 것이오.”
정치적이라고 해야 할까.
[마이다스]가 사적인 이유로 사려는 건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마이다스]는 자신이 속한 성운, [매의 기사단]을 방패 삼았다.나를 건드리는 것은 [매의 기사단]을 건드리는 것이다, 그러니 자중하라.
대충 이런 의미다.
진시후가 피식 웃는다. 그리고는, 그대로 오른손을 펼쳤다.
그 손으로 멀리 있던 [마이다스]가 빨려 들어온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진시후의 손에 머리통이 잡혔다.
“자…… 잠시만…….”
무언가를 질문할 이유도 없고, 들을 대답도 없었다.
결과가 말해 주는 상황이고 이미 들을 대답은 다 들었다.
그래서.
퍼석-!
[마이다스]의 머리통을 그대로 터트렸다.주변이 침묵에 잠겼다.
미친, 새끼.
대충 손을 털어 낸 진시후가 다시 낙원의 왕을 바라본다.
“마저 말할게. 저기 있는 진송이는 더 나은 세상을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을지 고뇌하는 우리 누나랑 같은 길을 걸었던 이들이야. 단순히 다른 곳에서 살았다고 철저하게 외면해라? 그게 맞아?”
“…….”
“난 그게 안 돼. 저기 있는 진송이들한테서 우리 누나가 겹쳐 보여. 아주 불쾌해. 기분이 정말 좋지 않아. 정 이유를 붙이고 싶으면 그냥, 앞서 말한 대로 내 기분이 상해서라고 생각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