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21)
#제21화
윤영수였다.
구원 길드의 비서실장이자 진송이의 오른팔, 그는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미 밤늦은 시각이지만 상관없었다.
얼떨떨하다고 해야 할까.
지금 겪은 일들은 입으로 설명할 수가 없는 일들이었다.
진시후에게 전화를 했던 게 대충 21시 20분이다.
그리고 지금 시각이 21시 50분.
처음 진시후가 텔레포트 능력자 같은 거 없이 미국으로 가겠다고 했을 때 이 양반이 농담이 지나치네, 이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고작 십몇 초 지나기도 전에 일본에 도달한 것을 보고 경악했다.
이후 1분인가.
아마 길어야 2분일 거다.
그 2분 사이에 미국 본토에 도착했고, 텍사스에 있는 게이트로 들어갔다.
그리고 10분 정도가 흐르니까 무슨 게이트가 클리어됐단다.
‘……괴물이군.’
의심할 여지가 없다.
돌아온 진짜 진시후는 괴물이다. 그의 힘을 지금 윤영수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방금 진송이와 통화를 끝냈다.
‘……존 마르셀이라…….’
헬리오스의 길드 마스터 존 마르셀은 사도였다.
놀라웠다. 너무 감쪽같다고 해야 할까.
대체 무슨 수를 쓰고 있길래 진송이조차 제대로 알아챌 수 없었던 걸까.
아니.
모르는 사람이 보았더라면 이 상황 자체가 그냥 말이 안 되는 거다.
존 마르셀이 누구인가. 만년 S급 각성자로서 미국에서 그 누구보다 활발하게 활동하는 각성자다.
그의 활동은 게이트 클리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각성자들 중 배경이 없는 이들이 한 트럭이다.
고아들 중에 A급, S급 각성하는 이들이 많고, 그들에게 접근해 불공정 계약을 제시하는 이들 또한 한 트럭이다.
존 마르셀은 매우 공정한 계약을 제시했고, 그들이 성장한다면 향후 아무런 위약금 없이 다른 길드에 갈 수 있도록 배려도 해 준다.
농담 삼아 미국의 C급~S급 사이의 모든 각성자들 중 삼분지 일이 헬리오스를 거쳐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능력이 안 되는 각성자들을 다른 게이트에 데려가 경험을 쌓아 주는 것을 넘어 싸우는 기술, 스킬을 사용하는 방식, 효율적인 게이트 클리어 기술.
이 모든 것을 가르치는 길드는 드물다. 헬리오스는 분명 대단한 길드다.
그 정도의 길드였기에 진송이가 미국으로 날아간 거다. 봉사 정신이 너무 투철했으니까.
그런데 그 길드 마스터가 사도였다.
‘……소름이 돋는군.’
대체 얼마나 많은 이들이 가면을 쓰고 있는 걸까.
그러면서, 윤영수는 한 번 더 진시후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그래, 이거면 된다.
진시후는 진송이의 동생이다. 든든한 아군이라는 수식어는 불필요했다.
엄청난 수준의 아군이다.
윤영수는 결심했다.
이제.
진송이를 서울로 올려보내야 할 때가 됐다고.
너무나도 오래전, 대한민국에는 S급 게이트를 클리어할 능력이 없었다. 미국에 원조를 요청했고, 미국의 고유 각성자는 초창기 각성자로서 당시에 세계 최고의 각성자라 불리고 있었다.
그는, 장난기가 너무 넘쳐흐르는 남자였다.
그가 제시한 조건은 ‘한국에서 가장 능력 있는 각성자가 서울로 오지 못하게 하는 것’.
진시후에게 설명해 준 내용은 이게 전부였다. 하지만 그 뒷내용이 더 있다.
서울에서 활동하던 각성자 중 몇몇이 미국의 고유 각성자와 결탁했다는 거.
그때 그 약속 때문에 지금도 진송이는 판교에서 활동한다.
구원 길드의 시작은 판교였고, 5년 전 서울에 윤영수의 이름으로 ‘진송이’라는 이름의 길드를 세웠다.
서울의 게이트를 입찰받게 되면 그 게이트를 진송이와 함께 클리어하는 식으로 활동했다.
진송이라는 존재는 판교에만 살아서는 안 된다.
더 성장해야 한다.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이 서울은 판교보다 크다. 서울에 등장하는 게이트의 숫자는 경기도 전체에서 생겨나는 게이트보다 월등히 많다.
진송이가 서울로 오가며 몇 개의 게이트를 클리어해 주는 ‘편법’을 눈감아 주는 정치인들, 그들은 그것을 무슨 큰 혜택쯤으로 여기고 있는데 이것부터 깨야 한다.
진송이를 찬밥 취급하는 정치권과 서울의 각성자들을 긴장시켜야 한다. 까놓고 말해서 거슬리면 죽일 생각이다.
정치인이든 기업가든, 혹은 각성자든.
윤영수는 우선 진송이에게 문자를 보냈다.
[마스터, 이제 서울로 올라가실 때가 되신 것 같습니다.]답장은 바로 오지 않았다.
한 5분 정도 지나고 나서야 윤영수의 워치가 진동했다.
[네, 진행해 주세요.]* * *
표정이 매우 좋지 않은 한 남자가 있었다.
분명하게 말하는데, 그건 분노였다.
그가 쾅, 책상을 내려친다.
“진송이, 이 빌어먹을 년이…….”
잘생긴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는 험악한 말이 그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그것도 쉴 새 없이.
“조용히 판교에 처박혀서 살라는 내 말이 개소리로 들렸나…….”
“마스터, 진정하십시오.”
“진정은 씨, 주둥이 놀리지 말고 너나 진정하세요.”
“…….”
“야, 부길마야.”
“예, 마스터.”
“이년이 이걸 대체 어떻게 클리어한 걸까.”
“……모르겠습니다. 이 게이트 안에서 무엇이 나타났을지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습니다.”
잘생긴 남자, 대한민국의 순수 SSS급 각성자인 이성재가 계속하라는 듯 턱짓했다.
“진송이와 함께 진입했던 헬리오스 길드원들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왜? 걔네는 눈이 없대? 다 장님 새끼들이야?”
“……진송이가 전부 후퇴부터 시켰다는데, 하나하나 수소문하고 그들의 워치를 전부 뒤져 봤는데도 특별한 게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뭐라도 있을 거 아니야. 이상 행동이라도 한 새끼들이라든지 그런 거.”
“그나마 특별한 거라고는 헬리오스 길드 마스터인 존 마르셀이 후퇴하다 말고 진송이 쪽으로 달려간 거 말고는 없습니다.”
게이트에 진입하는 각성자들은 항상 워치를 들고 진입한다.
그건 의무였다. 법으로 규정된 의무.
그 워치에는 항상 자동 녹화 기능이 켜져 있어야 하는데 지금 대부분의 워치를 뒤져 봤다.
그런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모두에게 대피 명령을 내리고 혼자서 고스트들을 막아 내던 진송이의 영웅적인 면만 부각된다. 그래서 저렇게 언론에서 떠들어 대고 있는 거다.
“야, 넌 이걸 믿냐?”
이성재가 정면에 있던 모니터를 옆으로 툭 쳤다. 모니터가 돌아간다. 부길드 마스터의 눈에 보였다. 모니터에 띄워져 있는 뉴스 하나가.
[역대 최고 등급의 게이트, 그걸 정복한 대한민국의 진송이. 칠강의 순위는 변경되어야 하는가.]“역대 최고 등급의 게이트? 야, 상식적으로 이게 맞아? 이거 무슨 오류 아니야?”
“……솔직히 최근 10년 동안 게이트 측정기를 의심한 적은 없습니다만 최근 들어 비정상 게이트가 활발하게 생겨나는 걸 보면, 오류가 아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런 말이 나오는 이유는 간단했다.
일단 게이트 안에는 ‘고스트’ 말고는 등장한 몬스터가 없다. 끽해야 고스트 킹이다.
그런데 게이트의 등급이 변동됐다. SSS급 그 이상으로.
그런데 그걸 진송이 혼자서 클리어했다고? 말이 되나, 이게.
무엇보다 진송이가 인터뷰를 안 하고 있었다.
그렇다. 그게 가장 큰 문제다.
진송이의 워치. 그리고 진송이의 입.
진송이가 워치를 공개하면 모든 게 깔끔해진다. 워치가 아니더라도 진송이의 주둥이가 열리면 의문은 해결된다.
지금 그 무엇도 해결되지 않았다.
그때였다.
부길드 마스터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런데, 헬리오스의 일부 길드원들 워치에서 기이한 장면이 몇 개 포착되긴 했습니다.”
그제야 이성재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특별한 거 없다며? 이 새끼가 많이 컸네. 구라도 치고.”
“……그런 게 아니라, 이걸 말씀드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헷갈렸을 뿐입니다.”
“그래서 뭔데, 그게.”
부길드 마스터는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워치를 두드렸다. 그러자 허공에 큰 홀로그램이 떠오른다.
그 홀로그램에 동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그 영상에는 안절부절못하는 헬리오스 길드원들이 보이고 있었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전부 게이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 구하러 와 줄까.
진송이 님은 괜찮을까.
등등.
듣고 싶지 않은 말들에 이성재가 분노를 터트리기 약 3초 전.
부길드 마스터가 영상의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
천천히.
게이트가 물결치듯 흔들린다. 이어서 그곳에 한 남자가 등장했다. 부길드 마스터는 딱, 그 지점에서 동영상의 재생을 멈췄다.
“얼굴은 잘 보이지 않지만 이 남자입니다.”
그의 모습은 굉장히 흐릿했다. 다만 한 가지, 검은색 발마칸 코트를 입고 있었다는 것과 남자라는 것, 딱 그 정도만 확인이 가능했다.
흐릿한 얼굴, 그리고 체형.
물끄러미 바라보던 이성재가 말했다.
“계속 돌려 봐.”
“예.”
부길드 마스터가 동영상을 다시 재생시킨다. 속도는 분명 0.2배속이었다.
그런데, 영상이 재생되자마자 그 남자의 모습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마치 연기처럼.
“……뭔데, 저거?”
“두 가지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말해 봐.”
“영상이 잡아내지 못할 정도로 그의 속도가 빨랐거나, 단순히 게이트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이의 모습을 비추었거나.”
부길드 마스터는 동영상을 역재생했고, 다시 검은색 코트를 입은 남자의 모습이 홀로그램에 띄워졌다.
이성재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영상 속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부길드 마스터가 말했다.
“진송이의 워치만 확인할 수 있다면 편해질 텐데, 계속 거부하고 있습니다.”
“…….”
“본인 말로는 전투 중에 워치가 부서졌다고 하는데, SSS급 게이트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여론이 지배적…….”
콰앙!
부길드 마스터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이성재가 기어코 집무실 책상을 주먹으로 부숴 버렸으니까.
“……서울은 내 거다. 이년이 서울로 올라오는 것만큼은 막아. 무조건 막아. 무슨 수를 써서든.”
책상이 부서지며 바닥에 떨어진 이성재의 컴퓨터 모니터 구석에는 하나의 기사가 떠 있었다.
[이성재의 ‘정복자’ 길드원을 학살했던 진송이, 다시 서울로 올라오나.]이유 없는 혐오는 없다.
이유 없는 도피도 없다.
모든 것은 이유가 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이성재가 손으로 검은색 코트의 남자를 가리켰다.
“그리고 저 새끼, 뭐 하는 새끼인지 당장 찾아내.”
회의적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부길드 마스터의 답은 정해져 있었다.
“……예.”
* * *
텍사스 호텔에서 진송이는 진시후와 함께 있었다.
묘한 침묵이 자리했다.
각자의 이유가 있었다.
진송이는 면목이 없어서.
진시후는 누나가 얻어맞고 다니는 게 어이가 없어서.
가장 먼저 진시후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이제 확실해진 거야? 의심 같은 건 없어?”
“판교 우리 집에서 나갈 때부터 풀려 있었어. 그냥,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서 그랬던 거지, 계속 의심하거나 그런 건 아니야. 비서실장님이 원래 사도가 쓰던 워치 줬다던데 왜 연락 안 했어?”
“괘씸해서.”
“……너 많이 컸다.”
“난 원래 누나보다 컸어.”
진송이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런데.
“방금 비서실장님이랑 통화하면서 들어 보니까 너, 텍사스까지 5분 만에 왔다며?”
진시후는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어.”
“……게이트 안에서도 느꼈는데 너 정말 괴물이구나.”
진시후가 피식 웃었다.
“너무 많이 들어서 새삼스럽지도 않네.”
“……시후야.”
“왜?”
“네가 준 그 일기, 읽었어.”
“그래? 소감은?”
“……슬프더라.”
진시후는 조용히 있었다. 더 듣고 싶다는 듯.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