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211)
제211화
지금껏 보인 것처럼 메인 스토리를 진행 중인 별 #2403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별에는 ‘성좌’들이 거주할 수 있다.
성좌들은 완전히 멸망해 폐허가 되어 버린 별을 자신들끼리 개조해 사용하는데.
이들이 사용하는 별들은 보통 그들이 과거에 존재했던 별이고 승천자들로부터 ‘지배’받지 않는 별이다.
그중 ‘성운’이라 불리는 곳도 있고, 그냥 기존의 별 이름을 유지한 채 불리는 곳도 있으며 합쳐서 부르는 곳도 있다.
성좌들은 어디에나 있다.
별 #900.
통칭 바르가-900.
이곳도 마찬가지였다.
성운 [오리온의 투구], 이곳은 성운 중에서도 10대 성운이라 불리는 [늑대소굴]이나 [올림포스]급의 성운은 아니지만, 그래도 약 백 명가량의 성좌들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다.
당연히, 기존의 바르가는 멸망했다.
이 백 명의 성좌들은 각자가 가진 업적 포인트를 모아 별의 이야기로부터 [리셋권]을 구입했고, 멸망한 바르가 별을 다시 과거의 모습으로 재구성했다.
당연한 소리지만 리셋을 한 이후 그 별의 역사를 별의 이야기와 연관 지어서 만들어 낼 필요가 없다.
태초의 역사라느니, 그동안의 별의 이야기가 어비스에서 벌여 왔던 역사의 변곡점 수정이라느니.
이딴 것을 반드시 지킬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별의 이야기의 ‘서브 스토리’에는 반드시 참가한다.
통치의 수단이다.
추종자들이 있는 쪽이 편하고, 그 추종자가 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면 통치는 더 편하다.
배후성이 되어 힘을 나누어 주는 것이다.
현재 바르가-900의 ‘중간계’를 통치하는 것은 펜루얀 대왕이다.
왕세자는 펜루얀 2세, 본명은 이실리오스.
펜루얀 대왕과 펜루얀 2세는 같은 배후성을 두었는데, 그 배후성의 이명이 [금단을 깬 자]였다.
다른 이들이라면 몰라도, 성좌들 중 이 이명을 모르는 이는 없다.
성좌들 사이에서는 30성좌라는 단어가 있다.
최상위 성좌들 30명을 지칭하는 단언데, 이 30명의 성좌들은 각각 성운을 운영하는 이들과, 별과 별 사이를 유랑하는 이까지, 정말 다양하다.
[금단을 깬 자]는 30성좌 중 말석을 차지하고 있는 성좌로서 대단한 위명을 지니고 있는 존재다.그런 존재를 배후성으로 두고 있는 펜루얀 2세는, 지금 한 남자의 방문을 받고 있었다.
반팔 티셔츠에 검은색 트레이닝복, 그리고 운동화를 신고 있는 그 남자는, 자기보다 서너 배는 더 큰 괴물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어, 왔어?”
“……누구냐.”
이곳은 왕실이다.
그것도 왕세자가 머무는 ‘별관’ 침실.
남자가 머리를 쓸어 올리며 말했다.
“그것까지는 네가 알 필요 없고. 음, 보자. 네가…… ‘구매자-[금단을 깬 자], 구매 목적, 바르가-900의 왕과 왕세자에게 줄 선물’. 여기에 나와 있는 그 왕세자가 맞아?”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군.”
피식, 남자가 웃으며 품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새끼, 연기 더럽게 못하네. ‘진송이’라고 알아?”
흠칫했다.
진송이.
그 이름을 모를 리 없다.
펠루얀 제국의 수호자이자, 왕과 왕세자 전용의 노예다. 시키는 것 무엇이든 하는, 아름다운 노예.
남자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표정 보니까 아나 보네. 됐어, 그럼.”
남자는 묵묵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남자가 일어서는 것보다 더 빠르게 펠루얀 2세는 뒤쪽으로 자리를 박찼다.
도망쳐야 한다.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존재다. 기척 없이 별관 침실에 침입한다?
암살자라면 세계 제일의 암살자일 것이고, 기사라면 세계 최강의 기사일 것이다.
펠루얀 2세는 순식간에 복도로 뛰쳐나갔다.
쉬지 않고 달렸다. 그러다 문득 뒤쪽을 바라보았다. 정말 무심결에 바라본 거다.
그런 펠루얀 2세의 얼굴 앞에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거대한 앞발이었다.
그 발이 펠루얀 2세의 얼굴을 찍어 눌렀다.
콰아아앙-!!
땅에 처박힌다.
거대한 괴물은 바닥에 처박힌 펠루얀 2세의 허리를 입으로 강하게 물었다. 콰직.
“끄으…… 으아악-!!”
고통도 고통인데, 순식간에 다리의 감각이 사라졌다.
이건 겪어 본 사람만 안다.
분명 다리가 마비된 게 분명하다. 허리의 신경이 찢어진 것이 분명했다.
그런 펠루얀 2세의 앞으로, 입에 담배를 문 남자가 걸어왔다.
“왕세자라고 했으니, 일단 왕국부터 멸망시켜 볼까? 아니면 친인척들부터 죽여 줄까? 어느 쪽이 괜찮겠어?”
“미친…… 미친 새끼……. ‘주신’께서 가만히 계실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주신? 그게 뭔데?”
“우리가 모시는 신이다!”
잠시 생각했다.
음.
“혹시 [금단을 깬 자]를 말하는 건가?”
“그렇다!”
“아, 걱정 마. 정말 걱정하지 마. 걔도 죽일 거니까.”
“……뭐?”
“됐어. 길게 말해서 뭐 하겠냐.”
왕세자의 비명을 듣고 몰려온 수십 명의 기사가 보인다.
남자는, 아니 진시후는 그들을 바라보며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백련교 성화칠결.] [1장 파천탄지결.]손가락에서 튕겨져 나간 지단은 그 수십 명의 기사들 정중앙에서 폭발했다.
사방에 핏물과 살점이 덕지덕지 붙는다.
이게 끝이었다면 섭섭했을 거다.
진시후는 목걸이에 기운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별 #299에서처럼 바닥에 있는 핏물과 살점, 그리고 뼛조각들이 일제히 일어선다.
콰르릉, 복도가 무너진다.
일어선 병사들의 숫자가 천이 넘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중 세 명의 병사가 진시후의 앞에 와서 부복한다.
“대가리, 멸치, 빨갱이. 오늘도 너희가 활약할 시간이 왔어.”
세 병사가 주먹으로 땅을 친다.
보면 볼수록 기특하다.
그들에게 진시후가 명령을 내렸다.
“우선 저기 있는 저 새끼 보이지? 저 새끼랑 닮은 새끼 있으면 생포해서 잡아 놓고, 그거 아닌 애들은 남녀노소 가리지 말고 다 죽여.”
진심이었다.
“사지를 찢어 죽이든 고문해서 죽이든 상관없어. 그냥 죽여. 생명체란 생명체는 전부. 이해했어?”
쿵.
이건 대답이었다.
진시후가 웃는다.
“가 봐.”
그렇게, 펠루얀 제국에 피바람이 불었다.
* * *
현재 별 #900의 시점은 바르가력 3900년이다.
현재 총 1개의 제국과 5개의 왕국이 존재하는데, 이중 세력이 가장 강한 국가가 바로 펠루얀이다.
생각해 볼 법한 문제였다.
펠루얀 제국인데, 왜 황제라 부르지 않고 대왕이라 부를까.
간단했다.
성좌들이 존재하니까.
감히, 아랫 세상의 존재가 황제를 자처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래서 말만 제국이지, 왕국이라고 보는 시선이 더 많다.
여하튼, 지금 이 펠루얀의 왕성과 왕권을 수호하는 펠루얀 최강의 기사단인 펠루얀 근위대에 비상이 걸렸다.
“현 시간, 정체불명의 세력이 왕궁을 급습했다.”
기사단장, ‘바우리드’였다.
그가 근위대 전원을 불러 모은 뒤 연설을 하고 있었다.
“세자 전하는 납치된 상태고, 별궁을 수호하던 8중대는 전멸했다. 우리의 목표는 정체불명의 세력을 토벌한 뒤 세자 전하를 구출하…….”
그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콰아아앙-!!
병영이 무너진다.
그곳에 등장한 것은 천 명이 넘는, 피로 물든 병사들이었다.
근위대의 계획도, 생각도 순간 멈췄다.
바우리드는 빠르게 그 병사들을 훑었다.
한눈에 봐도 기운 자체가 다른 세 명의 병사가 있었다.
한쪽은 머리가 컸고, 한쪽은 심하게 왜소했으며 다른 한쪽은 지나치게 붉었다.
그중, 머리가 큰 병사가 주변을 훑더니 그대로 몸을 돌렸다. 그를 따라 400명 정도 되는 병사들도 몸을 돌렸다.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던 바우리드는 저 행동을 이렇게 받아들였다.
‘여긴 우리가 나서지 않아도 된다.’ 혹은, ‘저 정도는 이 정도로만으로 충분하다.’.
비슷하지만 다른 말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보면 한 가지 의미가 상통한다.
얕보였다는 거.
바우리드가 허리춤의 검을 뽑아내며 말했다.
“어이, 대가리 큰 놈.”
우연찮게도 바우리드는 대가리의 이름을 맞췄다.
대가리가 고개를 돌렸다.
“이곳이 어디라 생각하나.”
바우리드가 짐승처럼 으르렁거렸다.
“건방진 놈, 감히 누구 앞에서 등을 보이는가.”
대가리의 얼굴은, 정확히 말하면 없다.
그냥 온통 물로만 이루어져 있다. 흡사 달걀귀신처럼.
그러나 바우리드는 대가리가 지금 웃었다고 생각했다.
대가리는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다시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400명의 병사를 데리고 다른 곳으로 가려는 것을 바우리드는 참지 못했다.
쿠우웅.
자리를 박찬 바우리드가 대가리의 등 뒤에 착지했다.
그의 검이 그대로 대가리의 등을 가른다.
서걱-!
대가리의 몸이 반으로 잘렸다.
정확히는 잘리다가 다시 붙었다.
바우리드의 미간이 와락 구겨진다. 인간이 아닌 것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건 아니지 않나.
키메라? 소환체? 모르겠다. 무엇으로 정의 내릴지 불분명했다.
하지만 단 일검으로 바우리드는 깨달았다.
이놈들은 어딘가에서 에너지를 공급받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렇다는 것은 죽일 방법이 두 가지라는 뜻이다.
한 가지는 공급원을 찾아 죽이는 것.
다른 하나는 공급원의 기를 말려 죽이는 것.
전자의 경우는 공급원을 찾는 수고를 해야 하지만 후자는 다르다.
눈앞에 있는 저 병사들이 소멸할 때까지 계속 도륙 내면 되니까.
대가리는 힐끗, 고개만 돌려 바우리드를 바라보다 자리를 박찼다.
완곡한 표현이었다.
너희는 내가 없어도 된다는, 그런 표현.
아까처럼 자리를 박차려던 바우리드였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주먹과 발이 휘둘러진다.
각각 바우리드의 얼굴, 그리고 복부를 노리고 있었다.
미간을 구긴 바우리드가 기운을 끌어 올린다.
콰아아앙-!!
맞긴 했으나 뒤로 밀려날 뿐이었다.
그런데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럴 만도 했다.
생각보다, 들어오는 힘이 장난이 아니다.
검을 강하게 고쳐 쥐었다.
외쳤다.
“제국을 지켜라-!”
그런 바우리드의 머리를.
꽈아아아앙-!!
어느새 달려온 ‘대가리’가 걷어찼다.
멀리 날아가는 바우리드를 바라보며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간단한 원리다.
소환체의 특성상 성격은 주인의 그것을 따라간다.
대가리는 맞은 것을 돌려주었을 뿐이다.
“이…… 새끼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바우리드와 함께, 펠루얀 제국의 병사들이 달려들었다.
* * *
묵묵히 걸었다.
지금 내가 하는 행동들이 옳은지 그른지.
솔직히 딱 한 번 생각해 봤다.
실행에 옮길 때.
그리고 그거면 충분하다.
한번 결정했으면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게 맞다.
한 점의 후회도 없다.
깡그리, 죽여 버린다 해도 후회 한 번 안 할 자신 있다.
눈앞에 있는 거대한 문을 열어젖혔다.
이곳은 펠루얀 제국의 왕성 내부다.
지금 내가 열어젖힌 문은 왕이 거주하는 대전의 문이다.
내 앞에 거대한 단상이 있고, 그 위에 한 남자가 왕좌에 앉아 있었다.
긴 머리에, 거대한 용포를 걸치고 있는 그는 그 높은 자리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