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219)
제219화
순간, 진송이는 한 번 더 괴리감을 느꼈다.
왜 이런 생각을 하는 거지.
내가 언제부터, 누군가에게 의지를 했지?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다. 동생에게 어깨를 기대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 이런 건 괜찮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스스로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인간이 되어 버린 느낌.
이건 단순한 괴리감이 아니다. 모멸감이고 부끄러움이다.
두근.
진송이의 심장이 거세게 뛴다.
머리가 풀어 헤쳐진다. 그 자리에서, 진송이는 주저앉고 말았다.
뇌의 시작과 끝, 뉴런이든 뭐든 단어로 특정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미쳐 날뛰기 시작한다. 근육이 꿈틀거리고 몸 안의 핏줄들이 춤을 춘다.
머릿속으로 엄청난 양의 ‘기억’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머나먼 기억, 잊고 있던 기억 속에서의 진송이는 수련을 하고 있었다. 벚꽃이 흩날리며 사방에서 폭포수가 떨어져 내리고 있는.
확실하게 말하는데 진송이는 저런 곳에 가 본 적이 없다.
그곳에서 어린 진송이는 광명구체에 대한 기술을 깨우쳤다.
다른 기억이 몰려온다.
그곳에서 진송이는 다 큰 성인이 되어 있었다.
그녀는 수많은 성좌들을 상대하는 초인 중의 초인이었다.
긴 머리를 풀어 헤친 진송이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서는 ‘흰색 가면’을 쓰고 있는 남자가 한 손을 들며 외치고 있었다.
[영역 전개.] [무한의 굴레, 진(眞).]수많은 성좌들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사슬에 묶인다. 그 누구도 움직이지 못했다. 합을 맞추듯, 옆에 있던 진송이가 양손을 뻗었다. 광명구체의 기운이 성좌들을 휩쓴다.
콰아아아앙-!!!
진송이는 머리를 부여잡고 말았다. 고통스러웠다.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이건 누구의 기억이지. 내 기억인가? 저 진송이가 나라고? 그럼 지금의 나는?
기억은 끝이 없었다.
엄청났다.
최소 400.
진송이는, 무려 ‘400명’의 기억을 받았다.
아니, 이건 받은 게 아니라 흘러들어 온 거다.
몇 가지는 무언가가 간섭한 것처럼 흐릿했지만 대부분 또렷했다.
누군가의 얼굴이 보인다.
-명심하세요. 광명구체는 당신의 영혼에 각인된 힘입니다. 깨닫고 깨닫지 못하고는 당신의 의지에 따라 달렸습니다.
그 얼굴은 순식간에 지워졌다.
의미 있는 사람이 분명하다. 심장이 세차게 뛴다. 이번에도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취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무언가가 구분 지어지는 느낌이다.
이건 누구의 의지인가.
진송이 본인의 의지인가, 아니면 진송이라는 영혼의 의지인가.
아니면 인과의 의지인가.
머릿속에서 다시 한번 ‘진송이’의 기억이 흘러들어온다.
-진의를 깨달으십시오. 무한의 굴레를 외면하고 마주할지는 당신의 의지에 따라 달려있습니다.
목소리가 익숙했다.
그 목소리에, ‘진송이’가 답했다.
-정말 제게 달려 있는 게 맞는 건가요?
-예.
-그런데 왜 이렇게 불안하죠?
-당신이 스스로를 믿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남자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전진할지, 후퇴할지.
-분명 선택권은 당신에게 있습니다.
-첨삭은 만악의 근원이 분명합니다.
-저는, 첨삭을 부술 겁니다. 시간이 더 있었으면 같이 했을 텐데, 미안합니다.
목소리가.
뭐라고 해야 할까.
익숙했다.
분명 들어본 목소리다. 에코가 끼고 소음이 끼긴 했으나 분명 들었던 목소리였다.
그때였다.
우뚝.
모든 게 멈춘다.
통증이 사라지고 개운함이 몰려왔다.
꿈틀거리던 근육이 안정을 되찾는다.
정신은 몸을 지배한다. 정신이 약한 육체는 의미가 없다.
정신은 전부다.
정신이, 진송이의 육체를 아우른다.
천천히 진송이가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두 눈은, 진시후의 그것처럼 금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녀의 손이 움직인다.
사방에 광명구체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숫자가 무려 20개다.
세 명의 성좌는 한숨을 터트렸다.
진송이의 힘? 안다.
강한 건 알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별의 이야기를 진행하는 수준에서나 강한 거다.
성좌들에 비하면 아직은 모자라다.
그렇게 생각했다.
광명구체가 변하기 전까지.
진송이가 오른손을 들어 횡으로 긋는다.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공격도 아니었고 방어도 아니었다. 호소하는 건가. 그렇게 생각한 세 명의 성좌는 볼 수 있었다.
스스로 광채를 뿜어내며 발광하던 광명구체의 빛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그렇게 드러난 광명구체는 흡사 뭉친 실타래 같았다.
그 숫자가 감이 잡히지 않을 정도의 그런 실타래.
꽉 쥐고 있던 오른손을 쫙 폈다.
그러자 광명구체의 실타래도 풀린다.
풀린 실타래들은 마치 뱀처럼 사방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 명의 성좌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고 말았다.
스무 개의 광명구체가 풀려난 모습은 그 자체로 매우 성스러웠으니까.
무엇보다.
“……뭐야, 이거……. ‘각성자’가 왜…….”
성좌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건지는 진송이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모를 수가 없다.
띠링!
[스킬 광명구체의 진의를 깨달으셨습니다.] [각성자 진송이의 영혼에 각인되어 있던 힘이 각성합니다.]진송이는 시스템의 광명구체를 온전하게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발전시켰다.
이후의 과정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다.
[영역 전개.] [광명의 실타래.]세 명의 성좌들은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영역 전개를 펼칠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그들은 경악한 표정으로 바라만 보았다.
[멸망의 늑대가 경악합니다.] [인류를 구원한 방주의 주인이 들고 있던 찻잔을 떨어뜨립니다.] [불사검존이 웃습니다.] [여명의 아들이었던 자가 당신의 성장에 박수를 보냅니다.] [번개의 신이 당신의 정체를 묻습니다.]무수히 많은 메시지가 떠오르고 있을 때, 모조리 풀어헤쳐진 [광명의 실타래]가 세 명의 성좌를 향해 뻗어간다.
그들의 팔, 다리, 복부, 심장, 눈, 코, 입, 머리.
모든 부분을 찢는다.
아니, 찢어발기고 있었다.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머지않아 세 명의 성좌가 갈가리 찢겨진 채 바닥에 처박힌다.
미동조차 없었다.
모조리 사망했다.
이 자리에서, 진송이에게 말을 건넬 수 있는 자는 단 한 명밖에 없었다.
진송이를 제외하고 딱, 한 사람이 살아 있었으니까.
먼 거리에서 팔짱을 낀 채 구경하고 있던 진시후였다.
“와…….”
그런 진시후도 감탄사 말고는 할 말이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