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221)
제221화
“하나만 더 추가하자.”
“……뭐지?”
“그, 네가 만들었다던 그 담배. 보루로 하나만 줘 봐.”
“……기다려 봐라.”
유하는 아공간을 뚫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 스무 개 정도 되는 담뱃갑을 꺼내 내게 건넸다.
“보루가 아닌데?”
“조금 더 넣었다. 그럼 수락한 걸로 봐도 되나?”
고개를 끄덕였다.
유하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유익한 대화가 되어 다행이군.”
그리고는 품에서 작은 수정구 하나를 꺼내더니 내게 던졌다.
“필요한 일이 있으면 그걸 부수면 된다.”
그 말만 남기고 유하는 사라졌다.
상당히 바쁜 사람인가보다.
담배를 꺼내 물었다.
나는 기다렸다.
누나가 진정되기를.
* * *
세상은 예측 불가능한 일들로 가득하다.
시후가 잠깐 들른 지구에서 여러 가지 일을 겪는 것처럼, 주성철도 예상치 못한 일들을 겪고 있었다.
무너진 폐허에, 주성철이 있었다.
그는 자리에 앉아 하염없이 폐허를 바라보았다.
두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지 않았으나, 눈만 보면 매우 슬퍼한다는 것 정도는 누구나 알아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럴 만도 했다.
폐허가 되어 버린 이곳은 천마신교.
주성철이라는 존재가 성좌가 되기 전에 태어났던 곳이고, 그가 지배했던 곳이며 성좌가 되어서도 계속 지배했던 곳이다.
생존자?
없었다.
원래도 많은 이들이 살아 있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별 #1692에는 상당한 숫자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이 전부 죽었다.
아니지.
죽임을 당했다.
[플라티]가 죽음으로써 승천자들의 지위에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오히려 더 활발하게 나섰다.
주성철은 [플라티]의 사냥개가 아니다. [승천자]들의 사냥개였다.
장천의 승천자, 무신은 특히 ‘중원형 별’을 지배하는 것을 선호한다.
지구, 바르가, 그 외 심지어 성운 같은 것에도 관심이 없다.
오직 중원이다.
별 #1692도 중원형 별이었다.
역사가 허락하는, 예정된 멸망까지 고작 몇 주밖에 남지 않았으나 그래도 별은 별이었다.
이미 알아보았다.
주성철이 사냥개 자격을 박탈당하고 별 #875로 갔었을 때.
그때부터 무신은 자신의 수하를 별 #1692로 내려보내 이 별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주성철을 따르던 이들이 모조리 죽은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별을 빼앗는다는 것은 그런 거니까.
주성철은 잠시 자신의 팔목을 바라보았다.
주군인 진시후가 건네준 [편집자들의 이동 팔찌]다.
지금 바로 갈 수는 없었다.
또한, 손상시키고 싶지도 않았다.
팔찌를 풀어 아공간에 집어넣은 주성철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성좌, [달마대사].
진명은 보리달마.
그 유명한 달마대사가 맞다.
불교 선종의 창시자에, 소림사의 무예를 창시하고, 그 외 등등.
주성철이 고개를 들었다.
지금 하늘에서 천천히 걸으며 내려오고 있는 저 승려가 달마대사다.
“오랜만에 뵙는구려.”
“…….”
“새로운 중원에 대한 소감을 듣고 싶은데, 생각이 많이 깊어 보이는구려.”
주성철과 약 100m 정도 떨어진 거리에 달마는 내려섰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
“비록 떨어지긴 했으나 마의 하늘에 섰던 자로서 새로운 중원에 대한 소감은 어떠신지요.”
“……묻고 싶은 게 있다.”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는 주성철이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달마대사는 지금 이 순간이, 그냥 즐거웠으니까.
“뭐든 여쭤보시지요.”
“꼭, 죽였어야 했나?”
“그대를 따르던 별 #1692의 무인들을 말하는 거라면 그렇소. 죽여야 했소.”
“어차피 고작 몇 주다.”
“그렇기에 더더욱 죽여야 했소.”
“왜지?”
“당신을 따르던 이들이었으니까.”
“…….”
“이 별은 ‘무신’의 것이오. 무신의 뜻에 반하는 이들에게는 그 몇 주, 정확히는 8일이오. 8일의 유예 기간조차 사치라고 판단했소.”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세상은 넓다.
진명이 보리달마인 성좌는 여러 명이다.
그들 모두가 선하지는 않다.
저 보리달마는, 그저 승천자 무신에게 지배당한 한 명의 성좌일 뿐이다.
“나는 주군에게 거의 도움이 되질 못 했다.”
주먹을 강하게 말아 쥐었다.
“허나, 이번 [무신]의 경우는 다를 것 같군.”
쿵.
주성철의 몸이 앞으로 뻗어 나간다. 그의 손이 달마의 목으로 향했다.
상당한 속도였지만, 달마는 괜히 달마가 아니었다.
그의 손이 뻗어 오던 주성철의 팔목을 붙잡는다.
예상했다는 듯, 주성철은 묵묵히 말을 이었다.
“무신의 손발 중, 오늘 하나가 잘릴 것이다.”
보리달마.
그는 강하다. 사냥개인 주성철이었기에 너무나도 잘 안다.
또한, 무신의 왼팔이라 불릴 정도의 강자다.
성좌들 중에서도 최상급의 성좌.
“그게 가능하시겠소?”
“가능하다.”
주성철의 몸에서 엄청난 양의 천마기가 뿜어져 나온다.
목소리가 낮게 깔린다. 살벌한 눈의 주성철이 물었다.
“본좌가 누구라 생각하나.”
달마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떨어진 별, 이루지 못할 꿈을 남에게 의탁한 자, 사냥개 역할도 때려치운 한심한 무인. 무엇이 마음에 드시오?”
주성철.
그의 장포가 펄럭인다.
“틀렸다.”
주성철의 기운이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사방이 어두워졌다. 어두운 세상 속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본좌는 천마다.”
그의 주먹이 달마의 얼굴을 후려쳤다.
꽈아아아앙-!!
멀리 날아가 벽에 처박힌 달마의 귓가에 주성철의 목소리가 꽂힌다.
“네놈은 절규하다 죽게 될 것이다.”
여러모로 주성철은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 * *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누나가 천천히 눈을 뜬다.
“괜찮아?”
“……응.”
자리에서 일어서는 누나를 나는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두 가지 이유였다.
진짜 누나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그리고 몸 상태가 어떤지 확인하기 위해서.
계속 바라보았다.
일단 몸 상태는 나쁘지 않다. 외적으로도, 그리고 내부적으로도 타격이 있긴 하나 큰 문제는 아니다.
누나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흔들림이 없다.
이게 정말 누나여서 없는 건지, 아니면 누나의 탈을 쓴 또 다른 진송이가 연기를 하는 건지.
지금은 잘 모르겠다.
“아직도 의심해?”
그렇게 묻는 누나의 모습이 조금은 낯설었다.
“의심하지 마. 나 맞아.”
그러면서 내 가슴을 툭 친다.
음.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괜찮은 거 맞지?”
“괜찮아. 머릿속이…… 복잡한 거 말고는 정말 괜찮아.”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데?”
누나는 막힘없이 말했다.
“……거를 기억 거르고, 가질 기억 가지고, 중간중간 너무 많은 걸 쳐 내서 혼란스러워.”
잠시 말없이 누나를 바라보았다.
결론이 내려진다.
일단은 지켜보자.
누나가 말했다.
“어비스가 아직 안 끝났는데, 괜찮아?”
뭐가 괜찮냐고 묻는 건지는 뻔했다.
지금 어비스가 끝나지 않았다, 이 말은 아직 어비스 내에 살아 있는 ‘적’이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적은 화신에 빙의한 성좌다. 지금 저쪽 구석에서 몸을 숨긴 채 이쪽을 염탐하고 있다.
미리 말하자면 일부러 안 죽인 거다.
누나가 정신을 차릴 때까지 어비스를 유지해야 했으니까.
누나가 물었다.
“죽여도 되지?”
고개를 끄덕이자 누나가 손을 뻗었다. 그 안에서 광명구체가 생겨난다. 빛은 없었다. 실타래처럼 엉켜 있던 그것이 성좌가 숨어 있는 방향으로 날아간다.
그리고 순식간에 풀어 헤쳐졌다.
흡사 그물처럼 변형된 그것은 성좌를 그대로 덮어 버렸다.
여담인데 성좌는 도망치려 했다.
그 전에 그물에 잡혔을 뿐.
콰아아앙-!!
굉음이 터지고, 누나의 뒤쪽에 공간의 균열이 생겨난다.
“이야……. 이젠 성좌 하나는 가볍게 정리하네?”
“수준이 낮은 성좌니까. 전에 상대했던 사도 정성주랑 비슷한 수준이잖아. 시간이 이 정도로 지났는데 아직도 헤매고 있으면 그건 문제지. 안 그래?”
묘한 눈으로 누나를 바라보았다.
안 그래도 안 그래도 똑 부러지던 누나였는데, 그 성향이 더 강해진 것 같다.
다른 진송이들의 기억을 흡수해서 저렇게 된 건가.
누나가 내 어깨를 툭 쳤다.
“고생했어.”
“내가 고생을 하긴 했지.”
빙긋 누나가 웃는다.
“고맙기도 하고.”
“…….”
“가자. 좀 쉬고 싶어.”
앞서서 어비스를 빠져나가는 누나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았다.
한동안, 그렇게 있었다.
* * *
그런데 솔직히.
어비스에서 일어난 일로 누나가 조금 변했다느니 하는 이런 건 둘째 치고.
나는 윤영수라는 남자를 다시 보게 되었다.
뭐, 까놓고 말해서 내가 기업을 운영해 보거나, 설립해 봤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그래서 구원 그룹의 시가 총액이 phase2 이전에는 수백조였다가 지금은 수천조에 육박한다는 그런 이야기를 신기하게 바라보았었다.
윤영수라는 남자는 기업을 잘 운영하는구나, 돈 버는 쪽으로는 머리가 비상하구나.
대격변으로 무너졌던 기업들을 죄다 흡수해 버리고 뭐, 그런 과정들도 대충 들어서 자세하게는 모르는데, 오늘 조금 다시 봤다.
집무실 한쪽에 쌓여 있는 수백 개가 넘는 레전더리 이상의 아티펙트들을 바라보며 윤영수는 이런 의견을 냈다.
“지금 성좌들이 보이콧을 한 상황이고, 실제로 성좌들과 화신 계약이 끊긴 각성자들이 많습니다. 거의 모든 각성자들 대부분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윤영수는 나와 누나 앞에서 묵묵히 말을 이었다.
“이건 기회입니다.”
누나가 반응했다.
“기회요?”
윤영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투명 칠판에 무언가를 적으며 입을 열었다.
“성좌와의 계약으로 각성자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첫 번째, 스킬입니다. 성좌들이 부여하는 가호는 각성자 간의 전투나 어비스에서의 전투나, 혹은 일상 생활할 때나 상시 부여되는 버프로서 체온 유지, 마나의 원활한 사용, 빠른 회복력, 흔들리지 않는 정신, 그 외 등등, 정말 수많은 가호들이 있습니다.”
윤영수의 손은 쉴 틈이 없었다. 말도 막힘이 없었다.
“두 번째, 스킬입니다. 성좌들의 스킬은 두말할 필요 없이, 일종의 ‘고유 스킬’과 같은 취급을 받습니다. 해당 각성자의 등급에 따라 스킬의 등급이 나눠지니 분명 틀린 말은 아닙니다.”
끝이 아니었다.
“그리고 세 번째, 배후성을 일시적으로 강림시킬 수 있습니다. 위기의 순간에 최소 한 번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반칙이 가능하다는 뜻이죠. 이 세 가지가 배후성을 두게 됨으로써 얻게 되는 혜택입니다.”
윤영수가 한쪽에 쌓여 있는 아티펙트 무더기들을 가리켰다.
“배후성의 가호? 저기 있는 아티펙트들은 레전더리 등급 10개를 제외하고 나머지 98개가 전부 유일 등급입니다. 총 108개. 이 108개의 아티펙트에는 일반적인 성좌의 가호와 흡사하거나 훨씬 뛰어난 수준의 가호들이 옵션으로 붙어 있습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