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222)
제222화
윤영수는 지금 굉장히 진지했다.
“스킬은 말할 것도 없고, 아티펙트의 내구성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즉.”
침묵하던 누나가 끼어들었다.
“배후성의 역할을 저 아티펙트들이 할 수 있다?”
이게 핵심이었다.
윤영수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배후성을 두지 않은 각성자들 중에 상당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전 세계에 정말 많습니다. 진시후 님도 기억하실 겁니다. 박시아.”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박시아?
“그게 누군데요?”
“구원 길드에 속한 채로 사도들과 내통하던 박정우의 여동생입니다. 손수 병원에서 치료까지 해 주셨다던데…….”
아.
기억났다.
“췌장암?”
“예, 맞습니다.”
“걔는 잘 있대요?”
“너무 잘 있습니다. 현재 구원 길드 1팀장 밑에서 분대 하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턱을 긁적였다.
“걔가 벌써 누구를 지휘하고 그럴 정도인가?”
“당시 등급은 SS등급 각성자였지만 진시후 님이 치료를 해 준 이후 박시아의 등급이 재조정되었습니다.”
“몇인데요?”
“트리플 에스요. 현이랑 같습니다.”
의문이 조금 생겼다.
“그게 가능해요?”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phase2가 시작되면서 등급의 재조정을 겪은 이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박시아도 그중 하나입니다. 현재 박시아의 등급은 SSS-, 그리고 무려 300레벨입니다. 현시점에서 구원 길드의 가장 촉망받는 인재이기도 하고요.”
사람 일 모른다더니, 이렇게 모를 줄은 몰랐다.
윤영수가 누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박시아 같은 인재들을 구원 길드로 모두 끌어모으는 게 어떻겠습니까?”
누나는 잠시 침묵했다.
윤영수가 저렇게 말하는 이유, 말에 담긴 의도.
누나는 빠르게 이해했다.
“……세계 정복이라도 하자는 말씀이신가요.”
윤영수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마스터의 울타리를 넓히자는 이야기입니다.”
그저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윤영수는 그저 돈을 버는 법을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
세력을 확장하는 법을 아는 사람이었다.
있는 아티펙트들로 구원 길드의 각성자들을 무장시키되, 외부에서도 능력 있는 이들을 죄다 가져오자.
구원 길드는 자연스럽게 다국적 기업이 되고 전 세계에 압도적인 영향력을 끼치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현재 현이 휘하에는 버프 능력을 지닌 고유 각성자 가브리엘라가 있다.
그리고 가브리엘라의 국적은 멕시코다. 멕시코에서 가브리엘라만 한 인재가 단 한 명도 없고, 좀비 웨이브를 비롯해 어비스를 겪으면서 가브리엘라는 스스로의 능력을 세상에 증명했다.
그녀는 멕시코의 모든 카르텔을 개박살 낸 영웅이기도 하다. 멕시코 정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멕시코 사람이 멕시코 안에서 일을 벌였다는 프레임을 못 떨쳐 낸 거다.
윤영수는 지금 제2의 가브리엘라, 제3의 가브리엘라를 만들자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게 세계 정복이랑 다를 게 뭔가.
물끄러미 누나를 바라보았다.
어차피 결정은 누나가 하는 거다.
답 없는 누나와 기다리는 윤영수.
아무래도 쉽게 결론이 날 것 같지가 않다.
둘을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섰다.
두 사람이 나를 바라본다. 누나에게 말했다.
“슬슬 마무리 못 한 일을 하려고 하는데 괜찮을까?”
“가 보려고?”
“가야지. 이 동생이 보기보다 할 일이 많아.”
누나가 피식 웃었다.
“고마워, 여러모로.”
대충 손사래 쳤다. 아무리 가족이어도 뭐든 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이미 누나한테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 그거면 내가 원하는 대가는 충분히 받은 거다. 계속 받으면 몸에 닭살 돋는다.
그러다 아티펙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나 여기에서 몇 개만 좀 가져가도 되나?”
“원래 네 거고 내가 빌리는 거잖아.”
고개를 저었다.
“다 누나한테 줬잖아. 내가. 그럼 누나 거지.”
“그게 그렇게 되는 거니.”
“어. 그렇게 되는 거야.”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린 누나를 잠시 바라본 뒤, 아티펙트들을 뒤졌다.
일단 지금 천하검이 반 토막 났다.
계속 쓰기에는 조금 부적절하다.
그래서, 이걸 쓰려 한다.
긴 손잡이에 긴 고동. 그리고 쭉 뻗은 칼날.
길이가 거의 1m 80cm 정도 된다.
한기가 흘러나오는 듯한 이 검은 내가 낙원에서 엘프 한 명에게 설명받았던 그 검이 맞다.
무슨 드워프왕이랑 서리 거인족 대족장이랑 일기토를 했다느니 그랬다던데.
이름이.
서리 거인족 대족장의 대검이었나.
손에 착 감기는 게 확실히 나쁜 검은 아니다.
이거랑.
구석에서 파지직 번개 소리를 내고 있는 번개 모양의 막대기가 보였다.
이게 아스트라페였나.
그리고.
“그, 박시아라고 했죠?”
윤영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걔 줄 선물은 제가 고르고 싶은데, 괜찮죠?”
“물론입니다. 저에게는 진시후 님만 한 안목이 없으니 진시후 님이 골라 주시면 더할 나위가 없죠.”
캬.
“전부터 느낀 건데 우리 실장님, 말 참 잘해. 배우고 싶어요, 그런 건.”
“과찬이십니다.”
웃으며 아티펙트들을 뒤적였다.
때마침 눈에 들어오는 게 하나 있었다.
모자였다.
전에 엘프 안내원한테 대충 설명을 들었었는데, [감정의 모자]였나.
무슨 영화에 나올 법한 늙은 마법사들이 쓰는 고깔모자처럼 생겼다.
그대로 집어 들었다.
엄청나게 대단한 건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허접한 것도 아니고.
딱 적당하다.
모자를 들고 손을 휘저었다.
누나가 웃으며 말했다.
“잘 갔다 와.”
* * *
동생이 밖으로 나가는 것까지 확인한 진송이는 윤영수의 제안을 다시 한번 생각했다.
나쁘지 않다.
어비스에서 말을 들어 처먹지 않는 이들은 수도 없이 많다.
한 번에 묶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진송이는 지금 이 순간 ‘운명’ 비슷한 것을 느꼈다.
왜 이렇게 세력을 하나로 끌어모아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 걸까.
향후 강대한 적이라도 나타나려는 걸까.
생각해 보면 그 어떤 성좌들도 phase4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이야기해 주지 않았다.
모두가 금제에 걸려 있는 것처럼 그 이야기만 나오면 침묵한다. 아마 진시후가 물어봤어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결국, 무슨 일이든 벌어지긴 한다는 뜻이다. 수많은 병력이 하나로 뭉쳐야만 해결할 수 있는 그런 거.
결정은 이미 끝났다.
“실장님.”
“예, 마스터.”
“실장님 의견대로 하죠. ‘저주 계약서’는 얼마나 있죠?”
저주 계약서는 업적 상점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물건으로서 아티펙트, 사람 가리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티펙트의 완전한 소유권을 진송이에게 귀속시키고 다른 사용자에게 아티펙트를 대여해 줄 수 있는 식의 응용이 가능하다.
만약 대여한 아티펙트를 다른 누군가에게 건네주거나, 성좌들에게 가져다 바치거나.
이런 행동은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저주 계약서는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저주 계약서는 약 80장입니다. 구원 길드 창고에 있는 아티펙트 중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한 것들도 이번에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여유분까지 해서 대략 200장 정도를 더 준비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중 레전더리 등급의 저주 계약서가 몇 장이죠?”
“총 23장입니다.”
적었다.
“유일 등급은요?”
“4장입니다.”
이것도 적었다.
저주 계약서의 등급은 저주를 걸 아티펙트의 등급과 같아야 한다.
“암시장을 비롯해 컨택하고 있는 곳이 몇 군데 있긴 한데, 하루 안에 유일 등급 30장, 레전더리 등급 10장 정도는 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행이네요. 최대한 빠르게 구해 주세요. 실장님만 믿고 있을게요.”
그러면.
“각성자 리스트는 추려 놓으셨나요?”
기다렸다는 듯 윤영수가 품에서 서류를 꺼내 진송이에게 건넸다.
“고르시기만 하면 제가 직접 가서 설득하겠습니다.”
발몽을 얻고, 발몽과 함께 수련을 한 윤영수는 과거의 그 윤영수가 아니었다.
조금 달라진 모습이긴 하나 그게 그렇게 싫지만은 않았다. 능력이 더 출중해진 건 팩트니까.
그러다, 진송이는 문득 궁금해졌다.
“2팀장은 출장 갔나요? 요즘 통 안 보이네요.”
2팀장은 당연히 ‘한정아’를 부르는 지칭이었다.
얼마 전부터 한정아가 보이질 않고 있었다.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 * *
나는 돼지와 함께 구원 타워 옥상에 있는 정원으로 향했다.
서울 전역이 훤히 보이는 이곳에서 돼지가 왜 여기로 왔냐는 듯 나를 바라본다.
음.
일단 손에 들린 아스트라페를 돼지의 옆에 가져다 대 보았다.
파지직.
번개가 공명한다.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였다.
돼지는 [제우스]라는 이름의 키메라다.
[제우스]가 쏘아 냈던 번개는 진짜였다.소유자라고 해야 할지, 주인이라고 해야 할지.
여하튼 그게 바뀐 이후 시간이 꽤 흘렀다.
그런데 그때 보였던 힘의 절반조차 뽑아내질 못하고 있다. 이게 과연 정상인가.
멍청한 표정으로 헥헥거리는 돼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나도 모르는 뭔가가 있는 건가.”
모르겠다. 그래서 아스트라페를 가져온 거다.
돼지도 번개고, 이것도 번개니까, 얼추 성질은 맞다.
대충 들어 보니 이 아스트라페가 유일 등급의 아티펙트라더라.
엑기스만 쏙 빼서 돼지한테 주입시킬 생각이다.
솔직히 요즘 처맞고 다니는 거 보면 가슴이 아프다.
주성철도 그렇고 얘도 그렇고.
한두 번도 아니고 어디 갈 때마다 일단 맞고 시작하니,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다.
그래서 준비한 거다.
내가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눈치챈 돼지가 뒷걸음질 친다. 무시했다.
“이리 와, 인마.”
자꾸 뒤로 물러선다.
“다 널 위해서야.”
지랄 말라는 듯 앞발로 휘젓는다.
“어허.”
“월-!”
심지어 짖기까지 했다.
이럼 어쩔 수 없다.
아스트라페를 역수로 고쳐 쥐고는 그대로, 돼지의 옆구리에 박아 넣었다.
푸욱.
“꿰엑.”
아무것도 쥐지 않은 왼손으로 돼지의 머리를 붙잡았다. 움직이지 못하게 몸을 결박시킨 뒤, 오른손에 쥐어져 있던 아스트라페의 기운을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내가 아티펙트를 만들거나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본 메커니즘이라는 게 있다.
아티펙트에 담겨 있는 기운들을 넣거나 빼는 데에 어떤 법칙이 적용되는지, 그 정도는 안다.
아스트라페는 번개의 기운이다.
정확히는 너무나도 순수한 번개의 기운.
순도가 상상 이상으로 높다.
나는 즉시, 아스트라페에 담겨 있는 번개의 기운을 분리시켰다. 콰르르릉, 엄청난 굉음을 내며 분리된다. 돼지가 겁먹은 표정을 짓는 것과 동시에 그 기운을, 돼지의 몸에 그대로 때려 박아 넣었다.
돼지가 경련이 온 것처럼 몸을 파르르 떨기 시작한다.
옆구리에 박혀 있던 아스트라페를 뽑았다. 피가 잠깐 솟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저 정도는 금방 재생된다. 전에 보니까 몇 대 처맞아도 금방 재생되더라.
내 기운이 왼손을 타고 돼지의 머리로 들어간다.
눈을 감았다.
앞서도 말했듯 메커니즘은 어렵지 않다.
돼지의 몸을 정처 없이 떠도는 번개의 기운을 강하게 잡아챈 뒤, 돼지의 심장으로 이동시켰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