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235)
제235화
“…….”
“내가 시킨 일 안 하면 너도 뒈지는 거야. 방금 네가 챙긴 건 노잣돈이 되는 거고.”
카를로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툭 던지듯 말했다.
“아까 제우스 같은 놈도 싫지는 않은데, 너 같은 놈도 싫지는 않아.”
“……그렇습니까?”
“적어도 사리 분별이 빠르니까 말이 잘 통하더라고.”
“…….”
“가서 일해. 보고는 별 #12의 한정아한테 하고.”
“한정아요?”
“왜? 알아?”
“……알긴 알죠. 성좌 중에 [철의 마녀]라는 이름의 성좌 진명이 ‘한정아’라고 알고 있습니다.”
워낙 존재하는 별이 많아서 같은 이름을 쓰는 사람도 그만큼 많다.
대충 내 이름만 따져 봐도 승천자에 편집자에 이레귤러에 저기 별 #12에서는 양아치에.
다른 사람들의 경우도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비슷하긴 할 거다.
“여하튼, 이해했으면 그 상자 내려놓고 가 봐.”
카를로가 조심스럽게 내 앞에 상자를 내려놓는다. 그러고는 힐끗 정렬해 있는 병사들을 보더니 침을 삼킨다.
물건 뒤지다가 병사 몇 명한테 얻어터지기라도 했나.
대충 손을 휘저었다. 병사들이 연기가 되어 흩어진다.
안심한 표정의 카를로가 고개를 들었다.
“반드시, 철저하게 처리하겠습니다.”
“그러든지.”
품에서 이동석을 꺼내 부수려는 녀석에게 깜빡했다는 듯 물었다.
“그런데 물건 바꿔치기한 건 아니지?”
빡빡이가 기겁을 한다.
“절대 아닙니다! 이건 [올림포스]의 신물이 맞습니다. 등급으로 측정할 수 없는 [일체만뢰一切萬雷], [제우스]는 물론 번개를 다루던 모든 성좌들이 절대 다루지 못했던 번개의 결정체. 값으로 환산할 수 없습니다. 승천자들도 노렸지만 구천 내에서만 머물기 때문에 그들도 손에 넣지 못했던…….”
“그랴, 이해했으니까 내려놓고 가 봐. 새끼, 뭐 이리 예민해?”
“……저 진짜 개과천선했거든요.”
“웃기지 말고.”
“……진짠데.”
대충 손을 휘저었다.
카를로가 그렇게 사라진다.
대충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상자가 퉁 하는 소리와 함께 열린다.
열리자마자.
사방으로 빛이 터져 나왔다.
지나치게 밝았다. 찬란했고.
파지지직, 파지지직, 우르르릉.
귀가 아플 정도의 굉음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온다.
안을 보니, 번개가 뭉쳐 있었다.
그 숫자가, 아…… 모르겠다. 원래 어림잡는 건 꽤 잘하는 편인데 이건 조금 어렵다.
최소 십만 개. 아닌가, 백만인가.
번개 줄을 한 개로 쳤을 때를 이야기하는 거다.
백만이라고 치자. 백만의 번개가 뭉쳐 있었다.
다시 손가락을 튕겼다.
내가 저런 걸 써먹을 이유도 없고.
돼지 간식으로 줘야겠다.
자리에서 일어섰다.
샛길로 빠지는 건 이 정도면 충분하다.
이제 승천자의 목을 따러 갈 시간이다.
이동석을 부쉈다.
* * *
속전속결.
스팀팩이라도 복용한 것처럼, 주성철은 미친 듯이 별을 휩쓸고 다녔다.
진시후가 뽑아 준 명단에 적혀 있던 성좌들 중 살아 있던 성좌들의 숫자는 48명이었다. 당연한 소리지만 성좌들 세계에서도 작은 싸움부터 큰 싸움까지, 다양한 방식의 다툼이 존재한다.
전쟁도 치른다. 성운들 간의 전쟁.
거기에 휩쓸리는 성좌들이 한두 명도 아니고, 특히 낙원 같은 곳에 가서 고가의 상품을 살 정도로 재력이 뛰어난 이들은 어떤 식으로든 타깃이 된다.
그래서 48명이었다.
성좌는 48명, 세뇌당한 진송이는 15명.
고작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22명의 성좌를 죽였고, 8명의 진송이에게 안식을 선물했다.
별 #1187, 이곳은 소위 말하는 지배자도 없고 생명체도 없는 ‘죽은 별’이다.
일종의 중립 지역이라고 해야 할까.
보통 성좌들이 다툼이 있을 때 별 #1187처럼 죽은 별에서 일기토를 벌이는 경우가 더러 있다.
주성철은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달마와 싸운 직후, 진시후가 회복시켜 주긴 했으나 그 이후로 무려 별을 22개나 돌며 싸움을 거듭했다.
지친 게 당연했다.
휴식을 취하며, 천천히 품에서 성인 주먹만 한 크기의 수정을 꺼내 들었다.
이동석이었다.
하지만 오색찬란하게 빛나는 이 이동석들은 기존의 그것들과는 느낌이 달랐다.
주성철은 승천자들의 사냥개였다.
승천자들에게 반기를 드는 이들과 승천자들이 관리하는 별과 마찰이 생긴 다른 성좌들을 사냥하거나.
정말 갖가지 일들을 다 했다.
그런 주성철이지만 구천으로는 단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다.
굳이 가고 싶지도 않았고 승천자들도 주성철을 구천으로 초대하지 않았다.
오로지 시스템을 통해서만 대화했다.
구천으로 가는 이동석들을 사용해 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본 적은 있다.
구천으로 가는 이동석들이 풍기는 그 기묘한 느낌.
주성철은 손에 들린 이 이동석에서 그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구천 중 어디로 향하는 이동석이지?’
진지했다.
주성철은 이 이동석이 정확히 어디로 향하는지 몰랐다.
한천으로 가는 이동석, 장천으로 가는 이동석, 그 외 등등.
전부 보았는데, 이건 아니다.
이건.
구천으로 향하는 이동석과 같은 종류지만 주성철이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이동석이다.
그러면 하나밖에 없다.
육도선인이 지배했던 별이자, 진시후가 타이탄이라 부르는 곳.
탄천.
“…….”
이 등골에서부터 슬며시 올라오는 싸늘한 느낌.
언젠가 느껴 본 적 있다.
이거.
아무리 봐도 승천자 중 누군가의 ‘의도’가 들어가 있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구천으로 향하는 이동석은 구천의 주인들만이 소유할 수 있다.
그게 법이다.
승천자들이 만든 절대적인 법.
그런데 그런 곳으로 가는 이동석이, 별 ‘곳곳에’ 떨어져 있다?
절대 우연은 아니다.
지금 손에 들린 이 이동석이 전부가 아니다.
다시 품을 뒤져 두 개의 이동석을 더 꺼냈다.
총 세 개.
구천 중 탄천, 즉 타이탄으로 향하는 이동석이 무려 세 개다.
잠시 고민했다.
다시 진시후에게 돌아가 이 이동석을 건네주고 와야 하는가, 아니면 마저 하던 일을 하고 처리해야 하는가.
이미 결론은 정해져 있었다.
이동석을 아공간에 던져 넣었다.
그냥 쉬면서 딴생각한 거다.
아직은 갈 때가 아니었다.
명령을 받았고, 전부 수행하지 못했다. 변수가 생겨도 심각한 변수는 아니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뭐라고 해야 할까.
진시후를 만나고, 그와 함께 다니면서 기운의 운용이 더 원활해진 느낌이다.
보이지 않았던 벽이 천천히 눈앞에 보이는 것 같다.
단순한 주군이 아니라, 이 정도면 은인 그 이상이다.
다른 이동석을 꺼내 들었다.
경험상, 이런 경우에는 최대한 스스로를 몰아붙여야 한다.
이동석을 부쉈다.
차원이 일그러진다.
진시후의 명령을 수행하러 일그러진 차원의 균열로 몸을 밀어 넣으려던 그때였다.
“왜 이레귤러에게 가지 않는 거지?”
고개를 돌렸다.
한 남자가, 뒷짐을 진 채 서 있었다.
린스나 트리트먼트를 덕지덕지 발라도 나오지 않을 정도의 부드러운 장발이 허리까지 내려오는 남자였다.
귀는 보통의 사람보다 훨씬 길었고 두 눈은 또렷했다.
굉장한 수준의 미남이었다.
전 우주에서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미(美)는 엘프들을 위한 단어라는 말이 있듯, 원래 엘프들이 저렇다.
거기엔 미남 미녀밖에 없다.
엘프임에도 약간의 주름이 있는 것으로 보아 나이가 상당히 있어 보였다.
그리고 그의 어깨에는 붉은 깃털 하나가 꽂혀 있었는데, 그걸 보자마자 확신했다.
“……왜 왔지?”
대장로, 탈렌 라엘렉.
무신 발렌타인이 가장 믿는 인물이자, 그의 최측근.
그가 가진 힘은 무신이 인정할 정도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이름은 ‘성좌서열록’에 등재되어 있지 않다.
그의 이름은 ‘구천서열록’에 등재되어 있다.
이것은 차별화를 위한 일이었고, 모두가 이의 없이 받아들인다.
주성철의 기억에 탈렌 라엘렉의 이름은 구천서열록 중에서도 상위.
대략 13위 내지 14위 정도로 알고 있다.
그냥 쉽게 말하면 강하다.
그가 말했다.
“다시 묻지. 왜 이레귤러에게 가지 않는 거지?”
그 말로 확신했다.
타이탄으로 향하는 이동석은 무신 발렌타인이 박아 넣었다는 사실을.
천천히 기운을 끌어올리려던 그때였다.
“그만.”
탈렌 라엘렉이 손을 휘젓는다.
그러자 파아아앙-!! 공기 터지는 소리와 함께 주성철이 끌어올린 기운들이 사방으로 비산한다.
강제로 해제된 거다.
속으로 경악했다.
뭐야, 이거.
“싸우러 온 것이 아니다.”
“……그럼 왜 온 거지?”
말을 하면서도 속으로 생각했다.
방금 저놈이 한 행동.
저건 상대와 압도적인 힘의 차이가 있어야만 가능한 기술이다. 상대의 기운을 강제로 해제시켜 버리다니.
완벽히 상황을 통제하고, 지배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것은 초대장이다.”
“초대장?”
“장천의 무신께서는 이레귤러와의 만남을 고대하고 계신다. 그렇기에 별 곳곳에 탄천으로 향하는 이동석을 심어 넣었지.”
탈렌이 다시 뒷짐을 진다. 그 모습에 주성철은 진시후와는 조금 다른 방식의 위압감을 느꼈다.
의외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분명 구천서열록에서도 13위 내지 14위 정도일 텐데, 한천에서 보았던 총리보다 월등히 강한 것이 분명했다.
“나는 무신께서 의도하신 일들이 그대로 진행되기를 원한다.”
저런 말을 하는 무신의 대장로를 주성철은 의아하다는 듯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싸우러 온 게 정말 아니라고?
“이유를 듣고 싶다. 그 이유에 따라, 도울 수도 있다.”
“누가? 네가? 나를?”
“그렇다.”
이건 자신감인가, 아니면 신개념 야수의 심장인가. 아니면 대놓고 밑장 빼기인가.
구분이 가질 않았다.
“별을 들르며 ‘진송이’와 그 진송이를 사 간 성좌들을 죽이는 것 같은데, 그걸 전부 끝내고 나서야 이레귤러에게 갈 생각인가?”
아무런 정보 없이 온 건 아니었나 보다.
답하지 않았다. 그냥 침묵했다.
그걸 무신의 대장로는 긍정으로 받아들였다.
“그럼 그 일이 마무리되면 이레귤러에게 가는 것이냐.”
이번에도 침묵했지만 탈렌은 납득했다는 듯, 그리고 이해했다는 듯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충분하다. 수긍했다.”
천천히 무신의 대장로 뒤쪽 차원이 일그러진다.
그는 그대로 몸을 돌린 뒤 일그러진 차원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완벽하게 사라졌다.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예측할 수 없는 행동에 주성철은 그저 당황만 할 뿐이었다.
* * *
비상식적인 일에 주성철이 당황해하고 있을 무렵, 진시후도 다른 의미로 당황해하고 있었다.
별 #6에 먼저 도착한 진시후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숲이었다. 숲 안에 무슨 앙코르와트처럼 거대한 건축물이 있고 주변에는 자연 친화적인 집이 있었다.
사실 말이 자연 친화적이지 그냥 수천 개의 집을 나무에 올린 것과 다르지 않았다.
절경이고, 장관인데 지나치게 휑했다.
그냥 여기가 비어 있는 건가.
그대로 가볍게 자리를 박찼다.
하늘 위로, 지상에서 대략 5km쯤 높이까지 올라온 진시후가 다시 한번 주변을 둘러보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