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legendary returner lives RAW novel - Chapter (24)
#제24화
아이스 아메리카노.
피식 웃으며 한 모금 마셨다.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대답부터 해 봐. 행복 복지원이라고 알아?”
“……안다.”
“성일이가 그러더라고. 복지원에 계속 기부를 해 왔다고, 자기도 그 복지원 출신이라 그곳에서 나온 애들이 잘되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복지원에서 나온 애들을 최저시급보다 더 높은 금액을 주면서 알바로 쓰고 그랬다던데, 내가 들은 거랑 카페 크기가 좀 차이가 나네.”
한 모금 더 마셨다. 말이 없는 사도에게 물었다.
“할 말 없어?”
“……없다.”
“없구나. 대충 들어 보니까 무슨 사업 실패라고 하던데. 주식 했더라? 담보도 걸고. 전기 버스 프로테마?”
“…….”
“25불에 5만 주를 처박고, 그걸 동전에 던져? 이거 주식하면 안 될 새끼네.”
주식에 재능이 없으신 정성일 씨가 미간을 찌푸린다.
그런데.
“너희 정도면 돈 버는 거 일도 아니잖아. 고작 그 정도에 건물을 팔고 뭐야 이게. 그리고 복지원 애들 중 대여섯 명 정도 알바로 쓰고 있었다던데 걔들은 다 어디 갔어?”
“질문이 많군.”
“어, 내가 원래 말이 많아. 두 가지 질문에 답해 봐. 행복 복지원에 해 주던 기부는 언제부터 끊겼고, 알바 하던 복지원 애들은 어떻게 됐는지.”
“바로 답해 주지. 그 전에.”
“그 전에?”
“멍청한 놈. ‘적’이 주는 걸 그렇게 곧이곧대로 마시면 쓰나.”
웃으며 커피를 들어 올렸다.
“이거?”
“그래. 그 안에 독을 담았다. 드래곤조차 기절시킬 정도의 독이지.”
웃는 얼굴 그대로 커피를 쭉 들이켰다.
“크흐, 시원하네.”
“……어?”
“새끼가 덜 맞았나. 애도 아니고 독 가지고 노는 수준은 진작에 지났어야 하는 거 아니냐?”
“어…… 어떻게?”
당황해하는 사도를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두 가지 질문, 바로 답해 줬으면 좋겠는데. 애들은 어디 있고, 복지원의 기부는 어떻게 됐어?”
“……기부는 건물을 옮기고 나서부터 멈췄고, 애들은.”
“애들은?”
놈이 비릿하게 웃는다.
“전부 먹었다.”
잠시 턱을 긁적였다. 어이쿠.
“먹었구나. 맛있었어?”
“환상적이었지.”
그래서였구나.
“여기 지하에 커피 냄새는 안 나고 피비린내가 진동하던데, 걔네 말고 또 다른 사람들 잡아서 먹었나 봐? 몇 명 잡아먹었냐?”
“모른다. 세어 본 적이 없어서.”
이거면 되었다.
“형이랑 조금 진지한 대화 좀 해 볼까?”
“……미친놈. 여긴 도심이다. 보는 사람이 많…….”
놈의 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그대로 손을 뻗었다. 내 손에 놈의 머리채가 잡힌다. 그 이후.
나는 발을 디뎠다. 공간이 접힌다. 나와 사도는 순식간에 ‘지하철’로 이동해 있었다. 코앞에 게이트가 있다.
나는 망설임 없이 놈의 머리채를 잡은 채 안까지 들어갔다.
주변 풍경이 바뀐다.
발이 땅에 닿는다. 사각, 모래 밟는 소리가 울렸다.
이 게이트가 뭔지, 어떤 유형인지, 어떤 정보를 지니고 있는지.
미안한 소리지만 전혀 관심 없었다.
“전력을 다해도 돼.”
난 안 할 거지만.
놈이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그런 놈의 얼굴을 향해.
꽈아아아아앙-!!
주먹을 내려찍었다.
* * *
차주연 팀장은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서 있었다.
문득 생각이 난다.
구원 길드의 설립 과정.
원래 진송이는 게이트 구조대에서 뼈를 묻으려고 했다.
그건 분명한 사실이다.
지니고 있는 힘으로 게이트에 휩쓸린 사람들을 구하고, 도와주는 것.
그게 진송이가 하고자 하는 일이다. 그런 과정에서 세상이 점차 변해 가기 시작했다.
정부의 힘은 약해지고 각성자들의 힘이 강해졌다.
세계 각성자 협회는 현재 세계 기구 중 가장 월등한 힘을 지니고 있다. 그 모든 변화의 시작점을 진송이는 제대로 캐치했다.
게이트 구조대에 계속 머물게 되면 발전은커녕 멍청한 정치인들의 탁상공론에 휘둘릴 거고, 온갖 정치적인 일에 동원될 것이 확실했다.
그래서 나왔다.
그리고 그동안 진송이가 구해 낸 이들은 국적을 불문하고 수만, 수십만이 넘는다.
당연히 그중 각성자도 존재한다.
진송이를 따르고 진송이를 은인으로 여기는 이들, 그들이 구원 길드의 축이 되었다.
앞서 말했듯 진송이가 세계를 돌아다니며 구해 냈던 이들은 수만, 수십만이 넘는다. 그중 변호사도 있고 회계사도 있으며 세무사도 있다. 재벌도 있으며 정치인도 있다.
진송이는 그들 모두의 도움을 받았다.
구원 길드가 급격하게 커진 배경이다.
차주연 팀장은 구원 길드 초창기 멤버 중 한 명이다.
또 구원 길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4개의 타격대 중 한 개를 이끄는 그녀는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4팀의 부팀장인 임원석도 마찬가지였다.
“……제가 정말 몰라서 물어보는 건데, 원래 마스터의 동생이 각성자였습니까?”
임원석의 질문에 차주연은 고개를 저었다.
“나도 몰라.”
“어떻게 모릅니까? 차 팀장님이 모르면 누가 알아요.”
“그러니까 모른다고, 인마.”
그 말대로다. 정말 몰랐다.
아니, 애초에는 비각성자로 알고 있었다. 비각성자였으니까 장르 소설 작가를 하고 있겠지.
그뿐만이 아니라 비각성자니까 각성자 등급 테스트에서 제로 등급이 나온 거겠지.
그런데 이게 무슨 상황이지.
“방금, 저 발자국 저거, 진시후 씨 거 아닙니까? 방금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는 거 본 거 같은데.”
보았다.
본 게 맞다.
그리고 차주연은 이 순간 비서실장 윤영수가 했던 말을 떠올리고 있었다.
‘차 팀장이니까 부탁하는 겁니다. 보고 들은 일, 전부 잊으세요. 진시후 씨가 하려는 일에 방해하지 말고 그냥 지켜만 보세요. 오늘 4팀의 임무는 B급 게이트 클리어가 아니라 B급 게이트 주변으로 다른 사람이 오는 것을 막는 겁니다. 그 누가 되었건 막으세요. 대통령이 와도 막아요. 그거면 됩니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전에 판교에서 있었던 일도 그렇고, 지금 진시후가 ‘누군가’를 데리고 게이트 안으로 들어간 것도 그렇고.
아니지, 이뿐만이 아니었다.
지금 ‘진시후’는 서울 삼정 병원에 입원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지금 저 안으로 떡하니 들어갔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마스터가 말씀해 주시겠죠?”
“해 주겠지. 마스터는 마스터니까.”
의문을 품긴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차주연은 진송이를 믿는다. 은인 중의 은인이고, 그녀가 죽으라고 하면 죽을 수도 있다.
잠시 동안의 의문? 상관없다. 어차피 언젠가는 알려 줄 테니까.
“주변 통제해. 아무도 못 들어오게 만들고. 아, 그런데 너희 워치는 껐니?”
“예, 껐습니다.”
“다시 한번 확인해. 전부 워치 꺼.”
그녀의 말에 모두가 워치를 확인했고, 꺼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당연히 근처에 있던 CCTV 방향도 전부 바꿔 놨다.
“오늘 여기에서 있었던 일은 무덤까지 가져가. 오케이?”
“예, 팀장님.”
이 정도면 됐다.
차주연은 조용히 게이트를 바라보았다.
안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 * *
그대로 손을 뻗었다.
콰아아아아앙-!!
날아온 무언가가 내 손에 막힌다. 손 뒤쪽으로 빛무리가 튕겨져 나갔다. 문득 궁금해졌다.
“너는 몇 번째냐?”
“……197번째다.”
“잔챙이네.”
197번째 사도의 미간이 구겨진다. 이마에 돋아난 건 분명 힘줄이다.
그가 자리를 박찼다. 웃으며 뒤쪽으로 고개를 젖혔다.
후웅-!
코앞을 놈의 주먹이 스쳐 지나간다.
“너희 사도들의 본체는 항상 그렇게 뿔이 나 있나?”
“……궁금해하는 게 많구나. 곧 죽을 놈이.”
“그건 아닌 거 같은데. 답은?”
그가 발을 휘둘렀다. 뒤로 한 걸음 옮겼다. 이번에도 코앞을 스친다. 놈이 외쳤다.
“재주껏 알아내 보거라!”
스쳐 지나갔던 놈의 발이 허공에서 방향을 바꾼다. 흡사 브라질리언 킥 같은 그것이 그대로 내 옆머리를 향해 뻗어 왔다. 왼손을 뻗었다.
터억.
다리가 잡힌다. 너무나도 손쉽게.
“……이…… 괴물 새끼.”
“그 얼굴로 누구한테 괴물이래.”
그대로 왼손에 힘을 주었다.
빠드득.
놈의 다리가 으스러진다. 놈은 비명조차 내지르지 않았다. 그대로 땅에 냅다 집어 던졌다.
콰아앙-!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긴다. 그대로 쪼그려 앉았다.
“너는 쉽게 안 죽이려고. 질문은 두 개야. 첫째, 너희 사도들의 목적. 둘째, 나를 비롯한 사람들을 타이탄으로 보낸 이유. 한번 말해봐.”
“…….”
“둘 중 하나만 말해 주면 쉽게 죽여줄게. 진심이야.”
놈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게 그렇게 궁금하더냐.”
“별로 관심 없었는데, 그래도 자리가 마련됐는데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잖아. 그냥 궁금한 걸로 치자. 그래서 대답은?”
“대답을 하지 않으면 고문을 할 셈이겠지.”
“눈치가 빠르네. 그 정도 눈치면 도망을 가지 그랬어.”
“……고문 따위 의미 없을 것이다.”
“왜?”
“금제가 걸려 있으니까. 그냥 죽여라. 그리고 네놈 따위, 사도들 중 최상위의 사도들이 나서면 그 자리에서 먼지가 될 것이다.”
웃으며 놈의 말을 들었다.
“네놈은 고통에 절규할 것이며 살아 있음을 후회할 것이다. 아니, 숨을 쉬는 것 자체를 후회하겠지. 온갖 후회로 점철된 채 죽게 될 것이다. 살려 달라고 빌 것이며 피로 쌓아 올려진 인류의 탑에 네놈의 시체가 올라갈 것이다.”
이번에도 말없이 들었다. 이러니까 건지는 게 하나둘씩 생긴다. 인류의 탑? 최상위 사도?
“‘그분’의 큰 뜻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너희 머저리 새끼들은 그냥 뒈지는 게 나을…… 아니지, 아니지……. 큰 뜻을 세상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그들은 너를 적으로 몰 것이다. 인류가 너의 적이 되는 것이다. 이레귤러! 네놈은 지금 멍청한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네놈은 우리에게 칼을 겨눌 게 아니라 우리에게 협조를 해야 한다. 네놈은, 지금 아주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
“계속해 봐.”
“아니, 계속할 것도 없다. 할 말은 다 했으니까.”
문득 재미있는 생각이 들었다.
“너희들의 그 큰 뜻에 매우 큰 관심이 생겼어. 무한한 존경심이 막 피어오르고 그래, 그래서 그 ‘그분’이라는 분을 꼭 한번 뵙고 싶은데 자리 한번 마련해 줄 수 있을까?”
“‘그분’은 지금…… 이 새끼, 지금 날 놀리는 것이냐.”
“왜? 내가 진심일 수도 있잖아. 서로 면상 마주 보면서 이야기도 하고, 그러다 주먹다짐도 하고, 그러다 보면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여기 온 지 얼마 안 돼서 친구가 얼마 없어.”
“……지금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들어봐, 빵이 먹고 싶을 때 직접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나가야 하는 고통을 네가 아냐? 이럴 때 ‘그분’이라는 친구가 있으면 얼마나 편해. 빵 사 오라고 시키면 알아서 피자빵 소보로빵 다 사 올 거 아니야. 내가 그분이라는 놈을 그렇게 좀 쓰려고 하는데, 괜찮지 않아?”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놈의 몸에서 빛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냥 쪼그려 앉은 자세 그대로 지켜만 보았다.
그대로 고개를 들었다. 내 밑에 누워 있던 놈은 저 멀리, 굉장히 먼 거리로 이동한 상태였다.
그의 몸에 빛이 몰린다.
한숨을 터트렸다.
“새끼, 눈이 먼 줄 알았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나 보네.”
자리에서 일어섰다.
얻은 정보는 몇 개 없다.
그분이라고 불리는 놈이 있고 사도들은 자기들이 하는 일들을 숭고한 뜻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거.
인류의 탑이니 뭐니, 헛소리 같았지만 조금 관심이 가기도 했다. 애초에 이런 잔챙이한테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다. 일단 백련기를 끌어 올렸다.
오